아무리 깎아내려도 다치지 않는 단단함 - 플레이라이프

이소

에디터, 생활 검도인

아무리 깎아내려도 다치지 않는 단단함

마음이 위축되었던 시기에 우연히 만난 검도는 20년 가까이 이어진 이소 님의 취미이자 삶의 동력입니다. 도장에서 맘껏 기합을 내지르는 시간은 자신의 감정을 똑바로 마주하는 과정이었죠. 실수가 드러날 때면 여전히 부끄럽지만, 오늘도 그녀는 도장으로 향합니다. 두려울수록 직면해야 성장할 수 있는 것을 알기 때문입니다.

이소 님이 찾은

마음 성장의 세 가지 단서

• 몸으로 느끼는 확신

운동에는 단순히 말과 글로 하는 확신이 아닌, 몸으로 느낄 수 있는 확신이 있어요. 누가 아무리 깎아내려도 다치지 않는 단단함이죠.

 

• ‘내 발 밑을 봐라’

승단 기념 면수건에는 ‘조고각하’라는 사자성어를 새겼어요. ‘내 발 밑을 봐라’라는 뜻이죠. 지금의 자기 상태를 제대로 바라봐야 성장할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에요.

 

• 무섭지만 계속한다

나보다 강한 상대 앞에서 버텨야 할 때는, ‘무서우니까 안 한다’가 아니라, ‘무섭지만 계속한다’는 마음을 훈련하게 돼요. 이 마음이 단련되면 어디서나 큰 힘이 됩니다.

“운동을 하다 보면 아무리 누가 깎아내려도

다치지 않는 나의 단단함이 생겨요.”

소심한 나를 표현하게 해 준 반대의 운동, 검도

대학 입시에 함께 도전했던 친구와 ‘입학하면 검도부에 들어보자.’ 얘기한 적이 있어요. 친구와는 다른 대학에 가게 되었지만 그 뒤로도 검도가 마음 한편에 남았던 것 같아요. 결국 대학교 2학년 때 검도 동아리에 찾아가면서 검도를 시작하게 되었어요.

 

특별한 사건이 있었던 건 아니지만 조금 우울하던 시기가 있었어요. 원래 성격이 소심했고, 쑥스러움을 많이 타기도 했고요. 그런데 검도는 기본적으로 내지르는 운동이에요. 목소리를 내고 기합을 내지르면서 에너지를 발산하다 보니 외부로 제 감정과 몸짓을 표현하는 방법이 많이 늘었어요. 누구나 보완이 필요한 부분들이 있잖아요. 사람의 본성은 바뀌지 않지만 자기 자신과 전혀 반대되는 무언가를 시도하면 자신에게 도움이 될 만한 무기를 만들 수 있더라고요.

 

아무리 깎아내려도 다치지 않는 단단함

자존감을 높이는 방법이 여러 가지인데, 운동도 그중 하나예요. 운동을 하다 보면 아무리 누가 깎아내려도 다치지 않는 나의 단단함이 생겨요. 단순히 글이나 말로 확신하는 게 아니라, 몸으로 그걸 느낄 수 있다는 점이 좋아요. ‘내가 이만큼 노력했고, 땀을 흘렸다’는 감정을 느끼고 직접 해낸 결과를 확인하면서 자존감이 더 올라가요. 대회 같이 나를 드러내는 자리에서 결과를 확실하게 보여주게 되면 ‘내가 이만큼 성장했다’ 라는 걸 느낄 수 있어요.

“운동은 혼자 하지 않잖아요.

저만 힘든 게 아니라 다 같이 힘드니까

함께 그 단계를 넘어갈 수 있었어요.”

함께 하니까 단계를 넘을 수 있었어요

운동을 처음 시작한다는 걱정은 없었지만, 걱정 이전에 괴로움이 느껴졌던 순간이 있었어요. 검도를 하기 전에는 앉아만 있었으니 헐떡거리면서 숨을 쉴 만한 일이 없었거든요. ‘빠른 머리치기’라는 검도 기본동작이 있거든요. 선배들을 보면 100번, 200번, 천 번을 반복하더라고요. ‘내가 이걸 버틸 수 있을까?’ 싶었죠. 그런데 운동은 혼자 하지 않잖아요. 저만 힘든 게 아니라 다 같이 힘드니까 함께 단계를 넘어가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어요. 걱정하고는 다르게 하나하나 계속해 나가면서 성장할 수 있었고요.

 

운동을 배울 때의 어려움은 ‘어떻게든 혼자 생각해야지’ 해서는 해결되지 않아요. 지켜봐 주셨던 분들 모두가 조금씩 도와줬던 것 같아요. 저에게 강하게 말한 사람도 더 나은 모습으로 성장하길 바라는 마음에서 단호하게 피드백을 해주신 걸로 생각해요. 그렇게 주고받는 마음으로 채운 일상을 통해서 성장한 것 같아요.

“승단 기념 면수건에

‘조고각하(照顧脚下)’라는 사자성어를 넣었어요.

‘자기 발 밑을 봐라’라는 뜻이예요.”

지금의 나를 제대로 바라봐야 성장할 수 있어요

처음부터 ‘나는 이만큼 잘해야 해.’ 생각하는 친구들이 있었던 것 같아요. 분명히 검도를 배우는 속도는 저보다 빨랐는데, 저보다 일찍 그만두는 경우를 봤거든요. 오히려 저는 스스로 익숙해지는 속도가 더디다는 걸 알고 기본적으로 ‘나 느릴 수 있어.’ ‘잘 못할 수 있어.’ 생각하면서 자신을 받아들이고, 과정에 익숙해지려고 했어요.

 

대련하거나, 자세 연습을 할 때면 항상 영상을 찍어요. 허우적거리는 장면들이 여과 없이 그대로 담겨 있죠. 볼 때마다 ‘이불킥’ 하게 되지만 익숙해지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부족한 모습을 보면서 성장할 것이라는 확신이 있거든요.

 

도장에서 승단을 하게 되면 승단 기념으로 머리에 쓰는 면수건을 만들어요. 자기가 마음에 담았으면 하는 문구들을 적는 편인데, 저는 ‘조고각하(照顧脚下)’라는 사자성어를 넣었어요. ‘자기 발 밑을 봐라.’라는 뜻이예요. 지금의 자기 상태를 제대로 바라보는 것부터 시작해야 성장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승단 심사에서 떨어지고 다시 도전할 때마다 ‘뭘 잘못했지?’ ‘뭘 보완해야 되지?’ 점검했어요. 저와 같은 도전을 하는 분들이 그 마음을 잊지 않았으면 했죠.

“무섭더라도 조금씩 상대에게 가닿으려고 노력하게 돼요.

‘무서우니까 안 한다’ 가 아닌 ‘무섭지만 계속한다’ 인 거죠.”

운동하며 단련된 ‘무서워도 버티는 힘’

시합하다 보면 나보다 더 강한 상대 앞에서 죽도를 뻗고 어떻게든 버텨야 할 때가 있어요. 어려움이 닥치면 보통 생각이 많아지잖아요. 그런데 대련할 때는 단순해질 수밖에 없어요. 3분 동안 ‘이겨야 한다’는 목표 하나에만 집중하기 때문에 할 수 있는 가장 단순한 시도를 계속하게 되더라고요. 무섭더라도 조금씩 상대한테 계속 가닿기 위해 노력하게 되고요. ‘무서우니까 안 한다’가 아니라 ‘무섭다. 무섭지만 계속한다’인 거죠. 어떻게 보면 단순한 과정이지만, 이런 단련이 반복되면 어디서나 큰 힘이 되더라고요.

 

누구나 굉장히 겁나는 순간들이 있잖아요. 힘든 과정을 버텨야 하는 순간들도 있고요. 운동을 하기 전이었으면 그냥 ‘무섭고 힘드니까 안 해.’ 이런 식으로 도망을 잘 쳤을 것 같아요. ‘버틴다’라는 감각이 없었던 거죠. 운동을 하면서 마음 속의 저항감을 이겨내다 보니 일상에서 힘든 순간도 더 버틸 수 있는 것 같아요. 조금씩 자신을 넘어서 다른 사람들에게도 버팀목이 되어줄 수 있는 사람이 되어가는 것 같습니다.

“나는 못 보는 내 모습을 정확하게 말해줄 수 있는 건,

가까이에서 애정을 갖고 관찰해 주는 동료들이에요.

그 말을 튕겨내는 순간 성장이 없어져요.”

나도 몰랐던 자신의 마음이 몸으로 드러난 순간

저는 제가 남들보다 못하고 느리다고만 생각했어요. 제 속에 이기고 싶어하는 마음이 있는지 몰랐죠. 검도 공격을 하다 보면 맞기 싫고 지기 싫은 마음에 동작이 부자연스러워지기도 하는데, 주변 선배들과 동료들이 그런 모습을 이야기해 줬어요. 덕분에 제가 지기 싫어한다는 것을 알았어요. 스스로 몰랐던 의외의 모습을 찾은 거죠.

 

나를 관찰해 주는 동료들의 피드백에 귀를 여세요

몸으로 뭔가를 하다 보면 가지고 있는 생각, 감정이 같이 표현되더라고요. 선배들과 운동에 대해 대화를 나누다 보면, 동작에 대한 피드백을 빙자해서 마음에 대한 피드백이 오는 때가 있어요. ‘이럴 때는 생각보다 몸이 급해.’ ’이럴 때는 네 생각보다 훨씬 잘하고 있어.’ 이야기를 듣다 보면 스스로에 대해 많이 깨달을 수 있어요.

 

의외로 사람은 자기 자신에 대해 모르는 점이 많더라고요. 그런 모습을 정확하게 말해줄 수 있는 건 가까이에서 애정을 갖고 관찰해 주는 동료들의 말이에요. 그 말을 튕겨내는 순간 성장이 없어져요. 듣기 싫은 말이더라도 귀를 열고 듣는 시간은 분명히 약이 되고, 스스로에 대한 담금질이 된다고 믿어요.

“‘계획을 너무 거창하게 세우지 말 것.’

좋아하는 마음이 커지면 그때 욕심을 부리면 되니까요.”

작고 귀여운 노력으로 시작해 보세요

저도 운동을 좋아하게 되기까지는 긴 시간이 걸렸어요. 주변의 도움도 필요했고요. 그런 과정을 거친 뒤에야 ‘어떻게든 내 하루에서 이 시간만큼은 이 운동으로 쓰고 싶다.’라는 마음을 가질 수 있었어요. 무언가를 좋아한다고 확신하려면 생각보다 많은 시간이 필요해요. 즐거운 시간도 필요하지만, 좌절과 그것을 넘어선 경험도 필요하죠.

 

좋아하는 마음이 생기기 전에 너무 많은 목표를 세우고, 열심히 해야 한다고 생각하다 보면 과정을 즐기지 못하게 되는 것 같아요. 사실 뭔가를 처음 시작하는 마음은 호기심 그 이상이 아니잖아요. 거기에 맞추어서 노력도 작고 귀엽게 가져가 보면 어떨까요. ‘계획을 너무 거창하게 세우지 말 것.’ 좋아하는 마음이 커지면 그때 욕심을 부리면 되니까, 여유를 즐기고 정말 좋아하는지, 재밌는지 스스로 되물어가면서 운동을 해보셨으면 좋겠습니다.

이소 님의 ‘내 마음을 성장시켜 준 것들’

• 일기장과 펜

생각이 많아질 때는 오히려 전부 일기장에 꺼내요. 하나씩 고민을 적다 보면 순간적인 생각에 휘둘리지 않고 목표를 향해 꾸준히 나아갈 수 있어요.

• 나만의 수신호

‘괜찮아. 그러니까 난 할 수 있을 거야.’ 라는 뜻의 ‘오케이 수신호’예요. 두려운 상황이나 시합을 앞두고 있을 때 혼자만의 수신호로 스스로에게 용기를 줘요.

• 프랑스 여행에서 만난 앙리 마티스의 작품

앙리 마티스의 경쾌한 색감과 명랑한 그림을 좋아해요. 그림을 보면서 항상 제 마음 속에 ‘명랑함’을 지니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