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OPLE

슬픔이 끝나도, 추억은 영원하니까

마무리는 새로운 시작과 이어져 있다고 생각해요.

그림비 일러스트레이터

상실을 극복하는 데에는 얼마만큼의 시간이 필요할까요? 따뜻한 감성과 일상의 소소한 행복을 그려내는 작가로 주로 자신과 아내, 그리고 반려묘와 함께하는 일상을 그려냅니다. 지난 10월 출간한 <무지개빛 고양이 젤리>는 키우던 반려묘 ‘젤리’가 무지개다리를 건넌 후 느껴진 그리움을 담아 그린 그림비 작가의 첫 그림책입니다. 상실의 끝은 어떻게 마무리 지어야 좋은 마무리라고 할 수 있을까요. 좋은 마무리라는 것이 존재하기는 하는 것일까요? 언젠가는 맞이해야 할, 누군가는 이미 맞이했을 상실을 생각하며 상실의 마무리에 대해 이야기 나눠봤습니다. 

슬픔과 그리움으로 엮은 책

자기 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그림을 그리는 그림비입니다. 커플 일러스트로 많은 분들이 알아주셔서 일러스트레이터라고 소개 했었는데요. 요즘은 하고 싶은 게 많아져 그림을 그린다고만 표현하려고 합니다.

 

이번에 출간하신 <무지개빛 고양이 젤리>는 작가님의 첫 번째 그림책이자 반려묘 ‘젤리’를 보낸 후의 심상을 담아 그린 책들로 알고 있습니다. 책에 대해 간단히 소개 부탁드립니다. 

젤리를 처음 보내고 나서는 도저히 일이 손에 잡히지 않고 방황을 했었습니다. 사진만 봐도 눈물이 나서 제대로 젤리를 생각하며 추모하지도 못했던 것 같아요. 근데 마음 속에서는 나도 모르게 젤리를 보내고 있었던 것 같더라고요. 반년 정도 지나니까 그동안의 생각이 정리되면서 이걸 이야기로 풀어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만들게 됐습니다.

작가님 그림의 특징은 일상의 온도를 정말 잘 포착하신다고 생각이 드는데요. 이번 책을 준비하면서도 이와 관련해 색을 쓰실 때 특별히 신경 쓰신 부분이 있으신가요? 

온도가 대비되는 색을 써서 작업을 했어요. 원래 제 작업물은 따뜻한 색을 주로 사용하는데요. 이번에는 그에 대비되는 차가운 느낌의 색도 함께 사용했습니다. 책의 뒤로 갈수록 따뜻하게 안아준다는 느낌이 들 수 있게끔 색을 썼는데 읽으시는 분들께 잘 전달되면 좋겠네요. (웃음) 

 

책의 주인공이 고양이 수염을 주우면서 떠나간 고양이를 떠올리는 장면으로 책이 시작됩니다.

제 경험을 담은 장면이기도 한데요. 고양이를 키워본 분들은 아실 텐데 정말 온갖 곳에서 털이 나와요. 지난 계절에 입었던 옷부터 가구 틈까지 털이 없는 곳이 없죠. (웃음) 젤리가 떠난 후에도 ‘이거 젤리 털인데?’ 하는 생각이 분명하게 드는 털들을 발견할 때가 있는데요. 그렇게 젤리의 흔적들을 하나씩 찾을 때마다 잊고 있던 기억들이 떠올랐습니다. 주인공도 저처럼 그런 흔적을 하나씩 발견할 때마다 그 존재를 다시금 떠올리는 경험을 하지 않았을까? 라는 생각을 하면서 그렸던 것 같습니다.

슬픔을 희석하는 법

젤리가 남긴 흔적이 책을 만든 계기가 된 거네요. 

책 자체를 먼저 생각하고 만들게 된 건 이번 책이 처음인데요. “젤리라는 예쁜 고양이가 있었다”라고 세상에 기록을 하고 싶었습니다. 여태 고양이들을 그리지 않은 건 아니지만 추모의 감정을 담아서 몇 달 동안 계속해서 젤리를 생각하며 지내고 싶은 마음도 컸던 것 같습니다.


실제로 집에서 있다보면 지금도 가끔 젤리가 남기고 간 것으로 보이는 흔적이 보이는데요, 털이나 수염을 주으면서 아 혹시 이거 젤리건가? 하던 생각부터 책이 시작되었습니다.


책에서도 주인공은 고양이의 수염을 주으며 고양이가 돌아온 듯 상상을 하게 되는데요, 저도 처음엔 부재의 슬픔이 컸지만 시간이 지나며 추억을 떠올리듯 책 작업을 해가면서 젤리와의 소중한 순간들을 많이 떠올릴 수 있었어요. 책이 완성되어 가면서 점점 젤리가 떠났다는 걸 인정하고 받아들이게 되었습니다.

 

상실과 관련해서 가장 많이 이야기 나오는 것이 ‘애도의 5단계’ 아닐까 싶은데요. 책을 만들기 전 작가님은 부정-분노-협상-우울-수용 5단계 중 어떤 단계에 계셨나요? 책을 만들고 난 지금은 어느 단계에 있다고 생각하시는지도 궁금합니다.

책을 만들기 전에는 정말 우울한 감정이 많이 들었습니다. 모든 것이 내 탓 인 것 같고, 미안한 마음이 끊이질 않았어요. 이제는 수용 단계 정도에 이른 것 같아요. 사진이나 영상을 보다가 울컥하는 감정은 여전하지만 이제는 일상의 모든 순간이 우울하기만 하지는 않아요. 하지만 이렇게 되기 전까지 정말 단계 그대로, 때로는 엎치락 뒤치락 하며 감정이 바뀌었던 것 같아요.

 

‘이제 내가 이 상실을 직면할 수 있게 됐구나’라는 감정을 언제 느끼셨나요?

책의 줄거리 정리를 끝내고 나니 이상하게도 갑자기  마음이 조금 편해졌던 것 같아요. 그때부터는 젤리 사진도 볼 수 있게 됐죠. 저도 왜 그렇게 된 건지 모르겠는데 일기를 쓰며 자신을 다독이는 것처럼 책을 만드는 작업도 제 마음을 다독여줬던 것 같습니다.

 

책을 만든 것이 상실을 겪어내는 데 도움이 된거군요. 

네, 그때쯤 사진을 보는 것도 힘들고 떠올리는 것 자체도 힘들 때가 있었습니다. 책을 만든다는 목적이 있으니 억지로라도 기억을 꺼내 보게 되었고 그럴 때마다 감정을 직접 대면하게 되었습니다. 억지로 떠올리지 않는 것 보다 오히려 자주 보고, 떠올리는 게 감정을 정리하는 데 도움이 된 것 같습니다.

모두가 알지만 

누구도 모르는 슬픔

우리나라 반려가구가 552만에 달한다고 하는데요. 펫로스 증후군에 대해서는 아직도 잘 이해 받지 못하는 것 같은 분위기가 있는 것 같습니다.

겪어 보지 못하면 모른다고 정말 그렇더라고요. 젤리가 전 오랫동안 마음의 준비를 해왔다고 생각했는데, 고양이를 10년이나 키우면서도 죽음은 막연했어요. 젤리가 떠나기 전에 친구의 고양이가 떠난 적이 있었는데 그때는 이 상실의 아픔이 얼마나 되는지 헤아리지 못했어요. 공감하려고 했지만 직접 겪어보니 공감한 것이 아니더라고요.

 

제가 공감을 못했던 걸 생각하니 다른 사람들에게 이 아픔에 대해 말하기도 싫고, ‘아무것도 모르면서’라는 생각이 드니까 아예 공감을 받고 싶지 않다는 마음까지도 들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너무 개인적인 일이라고 생각이 드니까 이걸 남에게 내비치는 게 타인에게 또 다른 폭력이 되는 건 아닐까 고민이 된 부분도 있었던 것 같아요.

 

펫로스 증후군은 심각한 우울감을 길게 지속시킨다는 점이 큰 문제 중 하나인데요. 작가님께는 어떠셨나요? 그때 어떻게 그 감정에서 벗어나실 수 있었나요?

앞에서도 일부 말씀드렸지만 잘해줄 걸, 그때 뭘 할 걸 같은 후회와 분노의 감정이 정말 컸습니다. 1~2달은 뭘 할 수 없을 정도로 힘들었어요. 그런 감정에서 벗어나는데 가장 큰 도움이 된 건 가족들이 제일 커요. 아내와 서로 다독이고 남은 고양이들에게 애정을 쏟으며 마음을 다독일 수 있었죠. 그 외에는 꾸준히 해왔던 운동도 많은 도움이 됐습니다. 몸을 움직이는 동안에는 젤리 생각만 할 수 없으니까 슬픔이 환기되는 효과가 있었던 것 같아요.

 

이별의 과정에는 완벽하지 않지만 마무리, 끝맺음 되는 것들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젤리와 이별하고, 지금에 이르기까지 그런 순간이 있으셨는지 궁금합니다.

어떤 마무리인지에 따라 다른 것 같은데요. 그나마 마무리가 됐다는 느낌이 든 순간이 있다면 책 작업을 끝냈을 때 인 것 같아요. 오롯이 젤리를 애도하는 시간이 끝났다는 느낌과 함께 이 상실이 다음 단계로 가고 있구나 라는 느낌을 받은 시점인 것 같습니다. 젤리를 생각하며 마무리라는 단어를 생각하니 마음이 허전해지네요.

 

우리의 시간은 유한하고 누구에게나 헤어짐이 있죠. 저는 이별의 과정에서 마무리란 추억을 지우는 게 아니라 새로운 형태로 간직하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젤리에 대한 기억을 생각하면 끝을 맺는다 라는 말은 붙일 수 없을 것 같아요.

슬픔은 끝나도, 너에 대한 기억은 영원할 거야

마무리를 작가님만의 언어로 정의한다면 무엇일까요?

새로운 시작. 마무리는 끝이 아닌 새로운 시작과도 이어져 있습니다. 이번 책 작업도 비슷한 결이라고 생각해요. 젤리에 대한 그리움과 사랑이 그림책의 시작이 된 것처럼 마무리는 새로운 시작과 이어져 있다고 생각합니다.

 

나에게 마음 성장이란? 키워드나 문장 어떤 것으로 답변해도 괜찮습니다.

겪어보지 못한 것을 겪는 것 그 자체라고 생각합니다. 앞에서도 말씀드렸지만 반려동물을 떠나보내고 생에 처음 겪는 일과 감정들이 너무 많았어요. 시간이 흐르고 살아내다 보니 괜찮지 않아도 괜찮은 지금에 이르렀는데요. 그 시간을 겪어내면서 많은 것들을 깨달은 것 같습니다.

 

사랑하는 존재가 떠난 후 슬픔의 마무리를 짓지 못한 독자들에게 위로의 말을 부탁드립니다. 

일상의 거의 모든 순간을 함께하던 반려동물을 떠나보내는 것은 그들과 함께 했던 시간을 끝내는 게 아닙니다. 그들은, 그들과의 시간은 언제나 우리 안에 남아 있을 거예요. 어느 날 그들의 모습을 떠올리며 아픔을 느끼는 것이 아니라 자연스레 미소가 떠오를 수 있기를 바랍니다.

 

마지막으로 젤리에게 딱 한 마디를 할 수 있다면 어떤 말을 해주고 싶으신가요?

우리에게 와줘서 행복했어, 고마워, 우리 꼭 다시 보자.

우리는 실패를 허용하는 중

"나는 내가 잘 살고 있는 줄 알았는데, 왜 저 사람이 더 행복해 보이지? 생각이 들었어요."

최현호, 최진우 키트래블 매니저

눈 앞의 삶을 마주하는 자세

“정직하게 내 노력으로 벌어보자. 내 위치에서 삶을 안정적으로 사는 게 행복인 것 같아요.”

김도경 택배기사

스무 개의 일을 거쳐 찾은 나의 일

"방황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해요. 젊은 사람이 조금 방황하는 건 당연한 거잖아요.”

김스튜 도배사

가장 성장한 사람은 나였어요

“강압적인 규칙을 정해놓고 자신을 힘들게 만들면 그 일을 좋아할 수 없어요.”

이미준 카카오스타일 프로덕트 오너(P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