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OPLE

좋아하는 일을 지속하는 나만의 답

불안은 과도한 걱정에서 비롯된 허상과 다름이 없는 것 같아요.

김가지 11년차 청소부, 일러스트레이터, 작가

청소부이자 만화가, 그리고 책 <저 청소일 하는데요?>와 <그만 둘 수 없는 마음> 등의 책을 쓴 김가지 작가를 만났습니다. 자신이 좋아하는 그림을 더 번듯하게 그리기 위해 생계형으로 택했던 청소부라는 직업은 어느덧 자신을 대표하는 단어가 되었는데요. 청소일과 그림 그리는 일 사이에서 하루하루 모드를 전환해가며 살아가고 있는 김가지 작가님의 이야기를 전합니다.

청소일이 데려다준 세계

작가님의 일과를 설명해 주세요. 빼놓지 않고 하는 루틴이 있나요?

화요일과 목요일은 일러스트레이터로, 나머지 월, 수, 금요일은 청소부로 일하고 있어요. 청소일은 오전 7시쯤 시작해서 오후 1시에 끝나요. 그 후에는 온전한 자유시간이에요. 친구를 만나거나 운동을 하면서 하루를 마무리하죠. 한편 프리랜서 작가로 모드 전환이 되는 화요일과 목요일에는 비교적 느긋하게 일어나서 오후에 일을 하기 시작해요. 오후 1시부터 8시까지 쭉 그림을 그리는 편이에요.

청소일과 그림 그리는 일을 비교했을 때 각각 느껴지는 즐거움이나 성취감도 다를 것 같은데 어떤가요?

정말 다르죠. 우선 청소일은 되게 직관적이에요. 더러운 곳을 깨끗하게 만드는 일이니까 시각적으로 되게 직관적이거든요. 몸을 움직이는 만큼 돈을 번다는 구조가 단순하고 명쾌하게 느껴지기도 하고요. 반면 그림을 그리는 일은 어릴 때부터 저에게 ‘꿈’ 그 자체였어요. 장래희망란에 늘 그림을 썼을 정도로요. 그래서인지 그림을 그려서 책을 만든다거나 제 창작물이 누군가에 쓰일 때는 그 자체로도 뿌듯함과 자기효능감을 느껴요. 계속 더 잘하고 싶고, 앞으로 나아가고 싶게 만들기도 하고요.



청소일은 어머님과 함께한다고 들었어요. 청소일 선배로 마주하는 어머님은 뜻밖의 모습이기도 할 것 같아요.

가정에서의 엄마는 되게 너그러운 분이에요. 제가 무엇을 하든지 제지하지 않고, 응원해 주는 분이거든요. 그런데 청소부 선배로서 엄마는 정확하고 빈틈없는 분이에요. 저한테 “제대로 안 할래?” 하는 말도 많이 하고요. 저는 엄마에 비해 자유분방한 편이거든요. 그래서 청소 일을 적응하기 힘들었어요. ‘대충해도 티가 안 날 것 같은데’ 하는 마음도 들었고요. 그런데 다 티가 나더라고요. 청소일을 하면서 이전에는 없던 부지런함과 꼼꼼한 자세를 배우고 있죠.

많은 이의 공감과 위로를 받기까지

청소부 이야기를 담은 책 <저 청소일 하는데요?>가 많은 인기를 끌었어요. 공감과 응원 메시지도 많았다고요.

누군가의 공감과 응원을 받는다는 게 되게 특별한 경험이었어요. 책을 낼 때만 해도 많은 사람이 반응해 줄 거라고는 생각해 본 적이 없거든요. 그런데 취업하고 싶은데 잘 안 돼서 불안하다는 분을 비롯해 꿈이 있는데 막상 다른 일을 하고 있는 분들의 많은 메시지를 받았어요. 연령대도 되게 다양했고요. 그분들의 메시지를 읽는데 ‘진로 고민이라는 건 정말 나이 상관없이 누구나 갖고 있는 거구나’ 싶더라고요. 책을 쓸 때는 진로 고민이 나 혼자만의 고민인 것 같아서 되게 외로웠거든요. 그런데 사람들이 이 책으로 인해 위로를 받았다고 이야기해 줄 때마다 오히려 제가 더 위안을 얻었죠. 나라는 사람의 이야기를 가만히 들어주는 누군가가 있다는 게 정말 고마운 일이에요.

청소일과 일러스트레이터, 그리고 작가로도 활동하고 있어요. 다양한 일을 한다는 게 작가님에게 어떤 의미인가요?

은은한 고충이 있어요. 일단 어디 가서 저를 설명하기가 어려워요. 사람들은 대부분 “무슨 일 하세요?” 하고 물으면 정확한 명사의 답변이 돌아오기를 원해요. 그런데 저는 여러 일을 하고 있다 보니까 정확한 명사로 답하기가 어렵거든요. 저를 청소부라고만 생각하는 분들도 있고요. 그 이유를 생각해 봤을 때 청소일은 확실한 명사로 이야기할 수 있기 때문인 것 같아요. 그럼 저는 본업이 그림을 그리는 사람이고, 그림을 오랫동안 잘 그리기 위해 안정적인 수입원으로서 청소일을 택한 것이라고 말해요. 제가 하는 일에 대해 여러 부연 설명이 붙어야 한다는 사실이 답답할 때도 있죠.

불확실한 미래보다는 오늘을 살기

한편 ‘청소부’라는 단어를 빼고도 나를 설명할 수 있을까 하는 불안함이 들기도 할 것 같아요.

맞아요. 청소를 시작하고 주목을 받은 것도 사실이니까요. ‘청소일을 안 하게 되면 나는 무슨 일을 하는 사람이라고 설명할까?’ 하는 불안함이 있어요. 다행인 건 예전보다는 불안함이 많이 줄고 있다는 거예요. 예전에는 ‘직업이 곧 나’라는 생각을 했어요. 내가 이런 직업을 가졌기 때문에 남들에게 이렇게 여겨지고 싶다는 마음도 있었거든요. 지금은 직업에 대한 강박을 많이 버리게 된 것 같아요.



강박을 버리는 데 도움이 되었던 건 뭐였어요?

명상이요. 저는 명상할 때 ‘과거는 후회와 분노이고, 미래는 걱정과 불안이다’는 생각을 되새겨요. 불안은 과도한 걱정에서 비롯된 허상과 다름이 없는 것 같아요. 많은 불안과 걱정에 휩싸일 때 ‘지금 충분히 잘 먹고 잘 살고 있는데, 왜 걱정을 하는 걸까?’ 생각해 보면 마음이 한결 가벼워져요. 지금으로도 충분히 괜찮은데 여기서 무언가를 더 원하는 건 욕심이라는 생각이 들었죠.

지금 작가님에게 청소일은 어떤 의미인가요?

청소일은 여전히 생계적인 목적이 가장 커요. 그런데 돌이켜보면 제가 제일 오래 한 일이기도 해요. 올해로 11년 차가 됐거든요. 이제 청소일은 생계 외에도 내가 이렇게 뭔가를 꾸준히 할 수 있는 사람이란 것을 증명하는 존재가 된 것 같아요. 그리고 예전에는 직업은 무조건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해야 하고, 멋진 일을 해야 할 것 같다고 생각했는데요. 지금은 내가 나를 책임질 수 있는 일을 한다는 것 자체가 되게 중요하다는 것을 청소일을 통해서 배웠어요.



작가님은 끊임없이 자신에 대해 고민하는 분이라고 느껴요. 어떻게 자기 마음을 살피고 있나요?

우선 ‘내가 가고 있는 방향이 맞는 방향일까?’ 하는 생각을 잘 안 해요. 나 잘 살고 있나? 너무 고여 있는 건 아닐까? 하는 걱정에 사로잡히다 보면 결국 불안해지더라고요. 대신 ‘오늘 잘 먹었나?’, ‘오늘 잘 잤나?’하고 오늘 하루에만 집중하는 편이에요. 그리고 수면의 질을 올리는 게 저에게는 마음을 다스리는 일인 것 같아요. 저는 밤 9시부터 핸드폰을 안 봐요. ‘몸이 곧 마음’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잘 자는 게 마음을 잘 살피는 방법인 거죠. 잠을 잘 자지 못했던 때가 있었는데 그때 유독 더 마음이 심란해지더라고요. 그 후로 밤 9시부터 핸드폰을 안 보고 책을 좀 읽다 잤는데, 너무 잘 자는 거예요. 걱정도 거의 반으로 줄었고요.

요즘 작가님이 하는 고민은 뭐예요?

서서히 청소일을 그만두려고 마음먹었어요. 청소일을 그만둔 저는 어떤 모습인지가 너무 궁금하거든요. 아직 젊으니까 더 늦기 전에 도전하고 싶어요. 청소일을 그만두면 양평으로 이사해서 텃밭을 꾸리며 살고 싶어요. 예전부터 이루고 싶던 꿈이 ‘자연인’이 되는 거였어요. 제가 생각하는 자연인은 무엇을 하든 부자연스럽지 않은 사람이거든요. 나답고 자연스러운 모습이 무엇일지 상상했을 때 자연 속에서 흙을 만지는 모습이었어요.



‘궁금하니까 한번 해보자’ 하는 결심이 상대적으로 가뿐한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아요. 청소일을 그만두겠다는 것도, 양평으로 떠나야겠다는 마음가짐 같은 것들이요.

아니에요. 저도 엄청 고민하고 결정해요. 어릴 때부터 엄마에게 안정성과 책임감을 엄청 주입받은 사람이거든요. 그런데 제 내면에는 너무 두렵지만 내가 하고 싶은 것을 안 하고는 못 배기는 성격도 있어요. 그래서 안정성과 모험이라는 두 가지 선택지를 두고 고민에 빠질 때는 이런 생각을 해요. ‘나중에 삶을 마감하는 순간에 나 되게 잘 살다 갔다는 생각이 들려면 뭐가 더 맞는 걸까?’ 하는 생각이요. 그러면 좀 더 가슴이 뛰는 선택이 있거든요. 청소일을 그만두는 것과 양평으로 떠나겠다는 마음도 다 이런 생각을 바탕으로 결심한 거예요.

작가님의 최종 꿈은 무엇인가요?

타인을 생각하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살면서 만난 사람 중에 어른 같다고 느꼈던 사람들의 특징이 뭐였냐면 나 말고 다른 사람을 생각하는 품이 있는 사람이었어요. 유아기 때는 자기밖에 생각 못 하잖아요. 다 커서도 너무 지치고 힘들면 타인보다 나를 먼저 생각하고 싶고요. 그래서 나 아닌 다른 사람을 생각하는 영역을 넓히면서 마음을 성장시키는 사람이 되는 게 최종 꿈이에요.



마지막으로 작가님에게 마음 성장이란 무엇인가요?

‘타인을 생각하기’요. 제가 살면서 만난 사람 중에 어른 같다고 느꼈던 사람들의 특징이 뭐였냐면 나 말고 다른 사람을 생각하는 품이 있는 사람이었어요. 유아기 때는 자기밖에 생각 못 하잖아요. 다 커서도 너무 지치고 힘들면 타인보다 나를 먼저 생각하고 싶고요. 그래서 마음이 성장한다는 것은 나 아닌 다른 사람을 생각하는 영역이 넓어지는 것 같아요.

한 발짝 내딛는 힘이 나를 나아가게 했어요

"실패 하나 더 추가된다고 삶이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 같았어요."

김봉철 작가 및 건설현장 일용직 근무자

칭찬은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세요

"칭찬은 칭찬으로 받아들여요. 칭찬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줄 알아야 자존감을 높일 수 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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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라면 훨씬 효과적이고 지속 가능한 활동을 할 수 있겠다 생각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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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번의 번아웃 이후 알게 된 것

"번아웃은 일상에서 매일매일 조금씩 때를 벗기듯이 돌봐야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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