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려지는 소재를 재활용해 가구와 오브제를 만들고 있는 김하늘 작가님을 만났습니다. 김하늘 작가님은 코로나19 팬데믹 시기에 폐마스크를 모아 의자를 만든 것을 시작으로 폐스크린, 스티로폼, 폐CD 등 버려지는 소재들로 작품을 만들고 있는데요. 남들이 다루지 않은 소재인 만큼 낯선 재료를 분해하고, 결합하고, 녹이는 과정을 통해 재료를 하나하나 공부하며 나만의 작품 레시피를 다져나가고 있다고 해요. 새로운 행보의 아이콘, 김하늘 작가님에게 도전을 해나갈 수 있는 용기의 원천에 대해 물었습니다.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어떻게 가구 디자인을 시작하게 되었나요?
안녕하세요. 버려지는 소재를 활용해서 가구나 오브제를 만들고 있는 디자이너 김하늘입니다. 제가 하는 작업을 ‘아트 퍼니처’라고도 부르는데요. 새로운 소재와 아이디어로 가구를 만드는 분야예요. 대학에서 리빙 디자인을 전공하면서 생활에서 사용하는 가구나 패션, 섬유, 텍스타일을 종합적으로 배웠어요. 그중에서 가장 관심 있었던 분야가 가구였고, 가구를 어떻게 디자인하는지 배우는 과정에서 아트퍼니처 작가로 활동하는 교수님을 만난 게 계기가 되었죠. 그 뒤로 이 분야에 푹 빠지게 되었어요.
개인적으로 인상 깊었던 작품은 스티로폼 박스로 만든 소파였어요. 이 작품은 어떻게 만들어지게 되었나요?
스티로폼 소파는 제가 수익을 바라지 않고 순전히 재밌어서 시작한 두 번째 개인 프로젝트예요. 첫 번째 개인 프로젝트는 코로나19 시기에 마스크로 만든 의자였고요. 오랜 시간 스케치를 하고 만든 작품인데요. 제가 회를 좋아해서 수산시장을 자주 가는데, 수산시장에는 스티로폼 박스가 쌓여있잖아요. 자주 보는 소재이다 보니 호기심이 들었고, 스티로폼을 활용해서 부피감 있는 의자를 만들어보고 싶었어요. 스티로폼의 내구성이 약하다 보니 지탱해 줄 힘을 만들기 위해, 이것저것 고민하다가 ‘폴리우레아’라는 소재 기법을 발견했어요. 폴리우레아는 약한 달걀도 단단한 돌처럼 코팅해 주는 기법인데요. 이걸 스티로폼에 분사해서 단단하게 만들어주는 과정이 새롭고 신선했죠.
재활용이 작품으로
탄생하다

버려진 제품을 활용해 작품을 만드는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제가 나고 자란 곳이 시골이에요. 아파트도 한두 개가 전부일 정도로 대부분 낡은 철문이 있는 주택 동네죠. 그런 것들을 보며 자라다 보니 시간이 지나거나 세월이 흐른 소재가 익숙하고 좋더라고요. 어릴 때 관찰하고 접한 것들이 디자인할 때도 영감이 되는 것 같아요.
낯선 재료를 다루는 게 어렵지는 않았어요?
처음 접해보는 재료일 때는 무작정 이론부터 공부할 때도 있고, 만지거나 냄새를 맡으면서 직접 피부로 소재를 체화하기도 해요. 세월이 지나서 이곳저곳 마모와 풍화가 된 소재는 새것과 당연히 다를 수밖에 없는데요. 낡은 소재를 폐 소재가 아닌 또 하나의 신소재라고 생각하면, 직접 만지고 맡아보면서 연구하는 게 재밌더라고요. 손이 더러워지고 냄새가 나도 마냥 재밌다 보니 소재랑 친해지고, 그러다 보면 그 소재랑 어울리는 제작 방식이 떠오르기도 해요.

살면서도 도전하거나 가보지 않은 길을 가는 일에 망설임이 없을 것 같은데 어떤가요? 작업하는 방식과 삶을 대하는 방식이 비슷한가요?
소재를 다양하게 사용해요. 다른 작가들은 하나의 재료에 몰두해서 하는 경우가 많은데, 저는 프로젝트마다 매번 소재를 바꿔요. 가공 방식도 어디 하나에 국한되어 있지 않고요. 재밌는 건 이런 작업 방식이 제 성격과도 닮아 있는 것 같아요. 하나만 못하는 성격이거든요. 무모한 도전을 하는 것도 좋아하고요. 한 번은 마스크로 만든 의자를 졸업 작품 전시회에 내려고 준비했는데, 코로나19가 너무 심해져서 졸업 전시회가 취소된 적이 있어요. 그때 뭐라도 해야겠다 싶어서 기자들 메일 주소 몇백 개를 모아서 ‘이런 작품을 만들었는데, 괜찮다면 기사를 좀 내달라’고 메일을 보내기도 했어요. 그게 계기가 되어서 미디어에 알려지게 되었죠.
힘든 순간에 하늘 님을 일으켜주는 것은 뭐예요? 하늘 님의 가장 큰 동력이나 원동력을 말씀해 주세요.
작품을 내놓으면 지인이나 대중으로부터 피드백을 받게 되는데요. 저는 좋은 피드백은 오래 담아두지 않고, 따끔하게 조언해 주는 피드백을 더 좋아하는 편이에요. 제가 생각하지 못한 점을 깨닫게 되면서 더 잘해야겠다는 생각이 들거든요. 저에게 좋지 않은 피드백을 줬던 사람에게 좋은 피드백을 받는 순간을 상상하면서 노력하게 되는데, 이게 원동력을 만드는 것 같아요. 그리고 또 하나는 팀원들이에요. 나태해지는 순간이나 일하기 싫은 순간에 팀원들이 옆에서 힘을 준 적이 많아요. 그것 때문에 작업을 더 열심히 하게 되는 것도 있어요.

내 작품을 보여줄
확실한 타이밍
무언가를 세상에 창조하고 싶은 청년들을 위해 조언을 해주신다면요?
대학생 때 교수님께서 저희에게 경제적으로 준비가 안 되었다면 이 분야에 들어오는 것을 고민해 보라고 조언해 주신 적이 있어요. 아트 퍼니처 선배로서 걱정되는 마음에 말씀해 주신 거죠. 그런데 저는 이제 막 시작하려는 청년들에게는 경제적 준비가 충분하지 않더라도 괜찮다고 말해주고 싶어요. 대신 작품을 보여줄 때 좀 더 신중했으면 좋겠어요. 여기서 말하는 신중함은 망설인다는 것과는 다른 의미예요. 대학생 때는 교수님 외에는 평가받을 대상이 없다 보니까, 사람들에게 받는 피드백이 두려워질 때가 있거든요. 그럴 때 나 스스로 마음의 준비가 되었는지를 신중하게 살펴보는 게 중요해요.
작업을 하다 잘 풀리지 않을 때는 어떻게 마음을 다스리는 편이에요?
아이디어가 필요한 상황이라면 잠들기 전에 그것에 대해 골똘히 생각하곤 해요. 자기 전에 공부를 하면 자는 동안 뇌가 알아서 공부를 한대요. 실제로 공부하다 잠들면 다음날 아침에 번뜩이면서 아이디어가 떠오르는 경험을 자주 했어요. 그래도 안 풀리면 저 자신을 믿고 과감하게 쉬는 편이에요. 조바심이 들 때도 있지만, 그 조바심으로 인해 좀 더 순발력 있게 작업을 해나가는 것 같기도 하고요.
한 인터뷰에서 ‘계속 성장하는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다는 답변을 봤어요. 하늘 님이 말하는 성장은 어떤 의미인가요?
아직 어떻게 하면 성장을 하는지 정확한 방법을 찾지 못했어요. 다만 어떻게 하면 성장을 못 하는지는 알 것 같아요. 예전에는 ‘지금 나는 남들보다 빨라’ 하면서 안주한 적이 있어요. 그런데 지나고 보니 안주했을 때 놓친 일도 많고, 놓친 사람도 많더라고요. 그걸 알고 난 후에는 메모를 자주 하기 시작했어요. 내가 어떤 것을 느꼈고, 놓치면 안 되는지를 메모하고 되새기려고 하죠.

청년 김하늘로서 이루고 싶은 목표는 뭐예요?
가족과 지인들에게 좀 더 시간과 정성을 쏟고 좋은 사람이 되는 게 목표예요. 한때 너무 잘 되고 싶어서 친구들이나 지인을 멀리하고 작업만 열심히 했어요. 그러다 보니 가깝던 사람들과 서서히 멀어지는 일이 생기더라고요. 이름을 알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주변 사람들을 챙기지 않으면서 이기적으로 성장하는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지 않아요. 그 후로는 일과 삶의 균형을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어, 개인적인 삶에도 시간을 쓰고 있어요.
하늘 님에게 마음 성장은 어떤 것을 의미하나요?
단단한 마음인 것 같아요. 예전에는 작품을 만들면서 사람들한테 선보이는 게 머뭇거릴 때도 있었는데요. 지금은 세상에 내 작품을 내놓는 것을 겁먹지 않게 됐어요. 어떤 피드백이든 마음에 품을 수 있도록 마음이 단단해졌다고 느끼죠. 그냥 지금처럼 단단한 마음으로 에너지가 남아있는 한, 계속 도전하면서 오래오래 대중에게 작품을 보여주는 작가가 되고 싶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