칭찬은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세요 - 플레이라이프

팽성우

파괴연구소 콘텐츠 프로듀서

칭찬은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세요

파괴연구소 콘텐츠 프로듀서 팽성우의 마음성장 키워드

 

칭찬

스스로를 아이돌 덕후 보스라 자처하던 유튜브 크리에이터에서 K-아이돌 예능 맛집 ‘오락실 팡’을 만드는 ‘성덕’ 프로듀서로, MZ세대의 공감과 웃음 버튼을 제대로 눌러 버리는 기발한 광고 캠페인을 만드는 기획자 겸 에디터, 그리고 프로그램 호스트까지. ‘열심히 산다’는 말이 사람으로 태어나면 바로 이런 모습일까. 올해 딱 서른이 되었다는 그는 아직도 하고 싶은 게 더 많다. 최선을 다해 만들어 낸 결과물이 뼈아픈 지적과 비판으로 되돌아올 때면 자신감이 떨어지기도 하지만 금세 훌훌 털고 다시 시작할 수 있는 건, 무조건적인 비난과 건강한 비판을 가려 낼 수 있는 나만의 단단한 기준이 있기 때문. 짜여진 틀을 파괴한다는 뉴미디어 콘텐츠 제작사 파괴연구소의 팀장 팽성우, 요즘은 또 어떤 재미있는 이야기들을 궁리해 내고 있을지 그의 머릿속이 궁금하다.

콘텐츠 프로듀서로 일하게 된 계기가 있을까요?

어릴 적부터 항상 PD가 되고 싶다는 꿈이 있었어요. 영상을 만드는 게 마냥 재미있었고요. 유튜브 크리에이터로서 K-POP 콘텐츠 채널을 운영하기도 했어요. 그러던 중 같이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던 친구가 지금의 회사에 쇼호스트로 먼저 입사했고, 그 친구의 추천을 받아 대학교 3학년 때 PD로 입사하게 되었어요. 햇수로 벌써 6년 차가 되었네요. 요즘은 유튜브 예능 프로그램과 광고, 뷰티 콘텐츠를 제작하고 있습니다. 제가 만든 이야기를 다른 사람들에게 보여줄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신나고, 콘텐츠에 대한 반응이 즉각적으로 오는 것도 만족스러워요. 같이 근무하는 사람들도 좋고,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어서 정말 즐겁게 일하고 있어요.

l 영상 콘텐츠 촬영 세트장에서

”저는 ‘불편하지 않은’ 그리고
‘세상에 도움이 되는’ 콘텐츠를 만들고 싶어요.”

늘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내야 하는 직업이잖아요. 특히 트렌드에 민감한 콘텐츠를 제작하려면 고민이 많을 것 같은데. 

대중을 만나는 직업인 만큼 대중이 어떤 것을 좋아하는지 끊임없이 조사하고 잘 알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다른 사람들이 잘 만든 콘텐츠를 보면서 더 나은 결과를 위해 스스로 고민도 해야 하고요. 예전에는 혼자서 콘텐츠를 만들다 보니 그냥 하고 싶은 대로 하면 됐는데, 지금은 거쳐야 할 산도 많고 제가 원하는 걸 마음대로 만들 수는 없더라고요. 그만큼 중심을 단단히 잡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PD라는 직군은 나의 신념이 확고하지 않으면 좋은 콘텐츠를 만들 수 없다.”라는 사수의 말이 좌우명으로 남아 있거든요. 저는 ‘불편하지 않은’ 그리고 ‘세상에 도움이 되는’ 콘텐츠를 만들고 싶어요. 제 신념을 지키는 선에서 자신감을 갖고 콘텐츠를 만들고 있고요. 그래서 카페나 트위터, 커뮤니티 사이트 같은 온라인 채널을 많이 보면서 자료 조사를 하고 공부해요. 어제까지는 불편하지 않았던 주제가 오늘은 불편해질 수도 있고, 전혀 생각하지 못한 부분에서 누군가에게 부정적인 느낌을 줄 수도 있으니까요. 다양한 의견에 귀를 기울이고, 업데이트하면서 많은 사람들이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콘텐츠를 만들어 가고 있어요.

 

재미있는 콘텐츠를 기획하는 요령이 있다면?

일단 생각나는 단어를 모두 적어놓고, 잠들기 전이나 개인 시간에 머릿속으로 조합을 해봐요. 예를 들어 지금 제 메모장을 보면 ‘인생 네 컷’이라는 단어를 써놨는데, 요즘 유행하는 인생 네 컷 사진 찍기를 활용한 콘텐츠를 구성하고 있거든요. 일단 떠오르는 단어 하나에서 출발해요. 그리고 네 컷이면 기획이 네 가지로 나오지 않을까, 출연자는 누구를 써 볼까, 내가 제작할 수 있는 소재는 뭐가 있을까 이런 생각들을 순서대로 떠올리는 거죠. 예전에는 아무것도 없는 백지상태에서 기획 의도를 쓰고 완벽한 자료를 만들려다 보니 답을 찾기 어렵고 막막했어요. 이제는 소재를 먼저 찾은 다음 소재에 맞는 출연자를 찾고, 그 조합을 어떤 방법으로 웃기게 살릴 수 있을지를 정리하면서 마음속에 나만의 프로세스를 만들어 가고 있어요.

l 영화 인터뷰 호스트로 활동했을 당시

직업 만족도가 높아 보여요. 혹시 일하면서 힘들었던 적도 있었나요?

맨 처음 광고 콘텐츠를 만들었을 때가 기억나는데요. 6분짜리 영상을 가지고 광고주라는 존재를 대면하게 된 거죠. 그때 정말 어마어마하게 많은 피드백을 받았어요. 2초에 한 번씩, 거의 모든 컷마다 지적을 받으면서 ‘이게 맞는 건가? 이거 내 길 맞아?’라는 생각만 했던 것 같아요. 분명 제품이 잘 보이게끔 촬영했다고 생각했는데, 왜 제품을 한가운데 놓고 찍지 않았냐고 하니 정말 당황스러웠어요. 다시 찍을 수도 없는 상황이어서 어떻게 해야 하나 눈앞이 아찔하더라고요. 내가 생각하는 것과 광고주가 원하는 것의 결이 많이 다를 수 있다는 걸 그때 제대로 배웠어요. 그리고 처음으로 ‘아, 내가 틀릴 수도 있구나.’라는 걸 깨달았어요.

”너 영상 되게 잘해. 잘하고 있어 라는
말 한마디가 큰 힘이 되더라고요.
자신감을 키우는 데는
칭찬만큼 좋은 게 없는 것 같아요.”

첫 결과물에 쓴소리를 듣고 자존감이 많이 떨어졌을 텐데, 어떻게 견뎠는지.

처음 피드백을 받은 날부터 며칠 동안은 정말 자존감, 자신감 모두 바닥까지 떨어져 있었어요. 말 그대로 ‘멘탈붕괴’ 상태였죠. 앞으로 이 일을 업으로 삼을 수 있을까란 고민을 처음으로 했고요. 다행히 주변에 정말 좋은 동료들이 많이 있었어요. 다들 칭찬에 후한 편이었거든요. 피드백 중에서 옳고 그른 것을 명확하게 정리해 줬고, 옳다고 생각하는 부분에서 칭찬을 아끼지 않는 분들이라 바닥까지 내려간 제 자존감을 멱살 잡아 끌어올려줬어요. 잘한 부분과 못한 부분을 분리해서 판단해 보라는 조언 덕분에 굉장히 큰 힘을 얻었고, 정신을 차리고 다시 시작할 수 있었어요. 첫 번째 경험에서 예방 주사를 강하게 맞아서 그런지 두 번째부터는 그래도 충격이 덜했던 것 같아요. 또 쓴소리를 들을 수도 있겠지만, ‘내가 생각하는 게 맞을 거야’라는 자기 암시를 하면서 마음의 준비를 했어요. 그때마다 옆에서 동료들이 으쌰으쌰 응원해 줘서 많은 도움을 받았고요.

 

기억에 남는 칭찬이나 위로가 있다면.

정말 별 것 아닐 수도 있는데, “너 영상 되게 잘해. 잘하고 있어.”라는 말 한마디가 큰 힘이 되더라고요. 가끔 인정이 필요한 순간이 있잖아요. 나를 믿어 주는 존재가 옆에 있다는 것, 그게 느껴질 때 위로가 되는 것 같아요. 누군가 내 옆에 있다는 걸 깨닫는 순간, 훌훌 털어내고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갈 힘을 얻을 수 있어요. 그리고 자신감을 키우는 데는 칭찬만큼 좋은 게 없는 것 같아요. 저는 잘한다는 칭찬을 너무 좋아해요. 오히려 과한 칭찬을 받으면, 그 기대에 부응하고 싶어서 더 열심히 하게 되더라고요. 주변의 칭찬과 인정이 성장에 좋은 자양분이 된 거죠.

l 사무실에서 동료들과 함께 콘텐츠를 리뷰하는 모습

자존감이 떨어질 때는 칭찬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기 어렵지 않나요?

‘칭찬은 칭찬으로 받아들이자’라고 생각해요. 칭찬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줄 알아야 자존감을 높일 수 있어요. 가끔 칭찬을 방어적으로 대하시는 분들도 있는데, 그런 분들은 본인 칭찬에도 인색하더라고요. 저는 아주 사소한 것부터 스스로에게 관대하게 칭찬해요. ‘와, 아침에 벌써 일어났네? 지각 안 하겠다. 대단한데.’ 이런 것부터 일상 속에서 소소하게 나를 칭찬하고 인정하는 연습을 하다 보면, 주변의 칭찬을 열린 마음으로 수용하는 데 도움이 되더라고요. 그리고 칭찬도 많이 받아봐야 본인만의 기준이 생겨요. 가짜 칭찬과 진짜 칭찬, 비난과 비판을 가려내는 비법은 반복 훈련인 것 같아요. 끊임없이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 보고, 다양한 목소리를 들어 봐야 나만의 기준을 찾을 수 있어요. 내 칭찬, 남의 칭찬이 쌓이면 그게 자존감의 원천이 되는 것 같아요. 그만큼 저도 남에게 진심을 담은 칭찬을 많이 하려고 하고요. 

지금도 댓글을 통해 대중의 피드백을 매일 받고 있는 셈인데. 부정적인 댓글이 두렵지는 않나요?

요즘 주로 만들고 있는 콘텐츠가 아이돌 예능 프로그램이다 보니 시청층도 넓고, 다양한 의견을 가진 분들이 댓글을 남기고 있어요. 처음에는 치부를 들키는 느낌이 들어서 부담스럽기도 했는데 지금은 그런 감정도 많이 무뎌졌고, 오히려 ‘내가 내 치부를 알아야 발전할 수 있지’라고 마인드 컨트롤을 하고 있어요. 가끔 너무하다 싶을 정도로 나쁜 말을 하시는 분들이 많아서 속상하기도 해요. 하지만 그 나쁜 말 사이에서도 단어 하나, 문장 하나 정도는 도움이 되는 것들이 분명히 숨어 있거든요. 부정적인 댓글을 보기 전에는 마음을 단단히 부여잡고, 심한 말은 흐린 눈으로 잘 걸러 내면서 필요한 점을 찾아내 반영하고 있습니다. 사실 대부분은 콘텐츠를 만들 때 예상하고 기대했던 반응이 그대로 나오고 있기 때문에, 댓글을 보면서 ‘역시 잘하고 있다’고 스스로 칭찬하고 자신감을 얻고 있어요.

l 뷰티 콘텐츠 아이데이션 회의 시간

”부정적인 피드백이 올 때도 있지만,
그럴 수도 있겠다고 생각해요.
건설적인 비판은 받아들이고,
무조건적인 비난은 걸러내는 편이에요.”

자신감과 자만심의 경계는 종이 한 장 차이잖아요. 자만하지 않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지.

주변 사람들에게 피드백을 많이 요청해요. 내 방향이 맞는지를 계속 확인하는 거죠. 부끄럽고 민망하기는 하지만, 계속하다 보면 익숙해져요. 물론 부정적인 피드백이 올 때도 있어요. 그럴 때는 씁쓸하지만 찬찬히 곱씹어 보면서 ‘그럴 수도 있겠다’고 생각해요. 건설적인 비판은 받아들일 줄 알아야 하니까요. 그렇다고 나에게 상처를 남기는 무조건적인 비난까지 수용하자는 건 아니에요. 옳고 그름을 혼자서만 생각하고 판단하지 않고, 주변에 많이 물어보는 게 좋다고 봐요. 트렌드가 빨리 바뀌는 만큼 제 신념도 그 방향에 맞춰가야 하니까요. 특히나 PD는 주변 사람들의 말을 듣지 않으면 발전이 없는 분야인 것 같아요. 그래서 저는 옆에 있는 분이나 선배들, 동료들에게 바로바로 물어보는 편이에요. 특히 유튜브 콘텐츠는 조회수나 댓글처럼 가시적인 성과가 바로 눈에 보이다 보니 자연스럽게 비판을 인정하게 되고요. 제가 봐도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면 “이거 좀 이상하지 않아?”라고 동료들에게 직접적으로 물어볼 때도 있어요. 스스로도 건설적인 비판을 인정할 수 있는 사람이 되려고 노력하고 있고요.

지금의 분야에서 어떤 사람으로 인정받고 싶나요?

처음 PD가 되었을 때는 나만 잘하면 된다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시야가 조금 더 넓어졌어요. 콘텐츠를 바라보는 관점과 신념도 훨씬 더 확고해졌고요. 기발한 아이디어와 뛰어난 크리에이티브를 가진 친구들을 보면 여전히 부럽기도 하지만, 그들과 협업하면서 함께 시너지를 내야겠다는 쪽으로 생각이 바뀌었어요. 저는 0에서 1을 만들지는 못하지만, 1에서 100을 만들 수 있는 사람이에요. 새로운 소재에 살을 붙이고, 의도한 바를 누구보다 잘 표현할 수 있으니까요. 사람들이 제가 만든 콘텐츠를 보고 ‘무해하게 재미있어’라는 이야기를 했으면 좋겠어요. 남을 깎아내리거나 폭력적인 소재로 조회수를 만들기 위한 자극적인 영상이 많은데, 대중에게 나쁜 영향을 끼치는 건 더 이상 콘텐츠라고 생각하지 않거든요. 저는 콘텐츠로 세상을 더 좋게 만들고 싶어요. 평소 영화를 볼 때도 갈등이 있는 내용은 피하거든요. 디즈니 애니메이션이나 <리틀 포레스트>처럼 잔잔한 영화를 좋아하고요. 성향이 그렇다 보니 저의 콘텐츠도 작고 귀엽고 무해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어요.

l 동료들과 함께 찍은 사진

바쁜 일상 속에서 행복을 느끼는 순간이 있다면.

저는 확실히 사람으로부터 에너지를 얻는 편이에요. 사람들과 만나서 이야기하고 저녁에는 같이 술 한 잔 기울이고 밥 먹고 이런 데서 행복을 느끼고요. 제 인생을 장르로 표현하면 ‘시트콤’이에요. 매일매일 새롭고 재미있는 일 하나쯤은 꼭 생기거든요. 재미있는 일이 없거나 무료할 때는 괜히 약속을 잡아서 놀러 가기도 하고, 하루에 하나씩 즐거운 일이 생기게 하려고 노력해요. 실제로 우연히 그런 일들이 생기기도 하고요. 친구들과 함께 하는 소소한 에피소드와 주변 사람들과 나누는 소통이 모여서 시트콤 같은 일상을 만드는 것 같아요. 

 

30대에는 어떤 모습으로 살고 싶나요? 

저의 30대는 지금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 같아요. 앞으로도 우당탕탕, 왁자지껄한 일상이 펼쳐지지 않을까요. 그렇지만 시간이 갈수록 감정의 기복은 점점 안정되고 있는 것 같아요. 30대에는 지금보다 마음이 성숙해지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있고요. 20대 때보다는 조금 더 큰 생각을 할 수 있는 든든한 사람이 되고 싶어요. 한 고비를 넘었으면, 그 다음 산은 조금 더 높아야 재미있잖아요. 하고 싶은 일과 해야 할 일들이 계속 있었으면, 항상 다음 미션이 보였으면 좋겠어요. 

“기본적으로 상대가 무슨 말을 하면 그걸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세요. 너무 지나치게 의심하지 말고요.” 강경화 전 외교부 장관이 UN 사무차장보로 있을 때 한 토크쇼에 출연해 남긴 말인데요. 혹시 누군가에게 좋은 평가를 들었을 때 진심이 맞는지, 다른 의도가 있는 건 아닌지 의심해 본 적 있으신가요? 칭찬을 들었을 때 반사적으로 “에이, 아니에요.”라고 대답하지는 않나요. 오늘부터 “아닙니다.” 대신 “감사합니다.”라고 반응하는 연습을 해 보는 건 어떨까요. 칭찬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이되, 자신감 있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는 게 상대에 대한 예의이자 나를 위한 건강한 대화 방법이니까요.

칭찬조차도 받아들이기 어려울 때

“상황이 안 좋거나 원하는 걸 얻지 못할 때, 갈등이 있거나 반대하는 사람이 있거나 실망할 때 그런 생각이 드는 거예요. 정말 아무 의미 없는 데서 ‘진의가 뭘까’ 고민하지 않으려고 저 역시도 정말 노력하고 있어요. 기본적으로 상대가 무슨 말을 하면 그걸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세요. 너무 지나치게 의심하지 말고요. 상대방의 말을 두 번 세 번 곱씹으면서 괜히 넘겨짚지 마세요. 그건 정말 건강하지 않은 업무습관인데 그 생각에 빠지기가 너무 쉽습니다. 그런 마음의 덫에 빠지는 동료들을 너무 많이 봤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