틀린 게 아니라 다른 겁니다 - 플레이라이프

장효준

상담교사

틀린 게 아니라 다른 겁니다

상담교사 장효준 님의 마음성장 키워드

이해

모두 ‘네’라고 답할 때 혼자서 ‘아니요’라고 외치는 건 쉽지 않습니다. “왜?”라는 질문에 때로는 불편함을 느끼기도 하지요. 어린 시절, 모두와 어울리지 못하고 늘 세상을 이해하기 어려웠던 장효준 님은 있는 그대로의 나를 받아들이며 조금씩 답을 찾아가고 있습니다.

아이들을 진심으로 이해하려고 노력해요.

2019년부터 전문 상담교사로 일하고 있고, 지금은 중학교 교내 상담교실 ‘위클래스’에서 아이들이 학교생활을 더 즐겁게 할 수 있도록 돕고 있습니다. 위클래스에 오는 친구들은 학교에 잘 적응하지 못하거나 친구들 사이에서 소외받는 아이들이 많아요. 상담을 할 때 아이 입장에서 충분히 공감해 주면서, 현실적인 이야기도 많이 해주는 편이거든요. “선생님 친구 중에 실제로 이렇게 된 사례도 있다. 네가 어떤 행동을 하든 그 선택에는 항상 책임이 따른다는 걸 알았으면 좋겠다.”라는 식의 얘기를 해 주죠. 대인관계에 어려움을 겪고 상담실을 찾던 아이가 고등학교에 진학해서 반장이 되었다던가 잘 지내고 있다는 소식이 들릴 때는 정말 큰 뿌듯함을 느끼고요.

 

사실 제가 해 줄 수 있는 게 많이 없거든요. 자기를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저의 진심을 아이들이 직접 느끼고, 무조건 내 편이 되어 주는 누군가가 옆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도움이 되는 것 같아요.

l 모교 교생실습에서의 추억

‘나를 긍정적으로 표현해 봐요’라는 수업이 있었거든요. 그때 어떤 아이가 “왜 꼭 긍정적이어야 되나요?” 라고 묻더라고요. 조금 당황스러웠지만 솔직하게 대답했어요. “꼭 긍정적이어야 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굉장히 좋은 질문이고, 그 질문에 대해 스스로 답을 한번 내려 보자. 그 과정에서 분명히 성장할 수 있을 거다.”라고요.

 

항상 질문을 던지고 근원적인 것에 대해 묻는 친구들이 있어요. 저도 어릴 때 “왜?”를 달고 살았던 것 같아요. 반항하고 싶다는 마음보다는 대답을 듣고 싶었거든요. 학교에서 머리를 짧게 자르라고 강요를 하면 “왜 잘라야 되나요?” 하고 대들다가 맞았던 기억도 있고. 선생님이나 친구들, 부모님이 하는 말들이 제 기준에 비합리적이라는 생각이 들면 견디기 힘들었어요.

제가 이상한 줄 알았는데, 생각의 차이일 뿐이었어요.

저는 학창 시절에 굉장히 예민하고 감정이 풍부한 아이였어요. “너 왜 그래. 좀 일반적으로 생각해. 그냥 다른 사람처럼 행동해.”라는 말을 많이 들었고, 뭔가 특이했거든요. 고등학교 2학년 때 한 친구가 심리학과를 가고 싶다는 얘기를 꺼내는 거예요. 심리학이라는 단어가 익숙한 것도 아니었는데 이상하게 마음에 꽂혔어요. 항상 심리적으로 불안정함을 느끼고 있던 저의 무의식을 건드린 게 아닌가. 그래서 그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심리학이라는 학문에 관심을 갖게 되지 않았나 싶어요.

 

심리학 이론 수업을 들으면, 나에게 직접 적용해 보는 과제를 많이 내주시거든요. 과제를 하는 과정에서 ‘아, 내가 이래서 이런 행동을 했구나. 이래서 이런 말과 이런 태도를 보였구나.’하고 나에 대해 제대로 알게 됐어요. 심리학을 배우기 전까지는 그냥 제가 이상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사람마다 생각의 차이가 있을 뿐이라는 걸 깨달았던 거죠.

심리학을 통해 ‘있는 그대로의 나’를 인정할 수 있게 됐어요.

교수님이 이런 말을 하신 적이 있거든요. 사람은 본질적인 성향이라는 게 있고, 그것이 표현되는 게 성격이라고. 사실 성향 자체는 변하지 않는 것 같아요. 근본적인 것에 대한 의문을 가지거나 탐구를 좋아하는 제 본질은 그대로지만, 그것을 표현하는 제 성격이 변했다고 볼 수 있는 거죠. 조금 더 상대방을 배려하는 식으로요.

 

요즘 유행하는 MBTI의 근간 이론을 만든 학자 칼 구스타프 융이 주장한 ‘그림자’라는 개념이 있어요. 어떤 사람을 싫어하는 건 그 사람에게서 자신의 어두운 부분이 비쳤기 때문이라는 거예요. 가끔 싫은 사람이 생기면 혹시 내가 저런 모습을 가지고 있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해요. 심리학을 공부하면서 있는 그대로의 나를 인정할 수 있게 된 것 같아요. 어릴 때는 마음이 불안정하다 보니까 자아가 약했거든요. 스스로를 지키려고 공격적인 태도라든가 거친 표현을 하는 식의 방어기제를 많이 썼던 것 같아요. 하지만 지금은 어떻게 하면 기분 나쁘지 않게, 자연스럽게 내 의견을 표현할 수 있을까를 고민해요.

l 방과 후 음악실에서 피아노치는 모습

못한다는 생각을 깨기 시작하니 성적이 올라가더라고요.

저는 부족하고 결핍이 많은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초등학교 때는 왕따를 당했거든요. 학교 끝나고 집에 오면 혼자서 계속 게임만 했는데, 어느 날 어머님이 제 손을 잡고 피아노 학원에 갑자기 데려가셨죠. 저는 나만의 세계가 강한 아이였거든요. 피아노를 칠 때만큼은 그 안에 푹 빠져있는 기분이었어요. 사실 초등학교 때 가장 고통스러웠던 시간이 음악시간이었어요. 리코더 수행평가를 끝까지 통과하지 못하고 아이들 앞에 덩그러니 서서 망신을 당했던 기억이 있는데, 피아노를 치면서 나중에는 가장 좋아하고 자신 있는 과목이 음악이 되었죠.

 

공부에 대한 열등감도 심해서 ‘나는 공부를 못하는 사람이야.’라고 항상 생각했던 것 같아요. 그걸 깨기 시작한 게 고등학교 때인데요. 이제는 진짜 공부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그때 딱 들었거든요. 단어를 하루에 몇 백 개씩 외우고 암기과목을 달달 외우다 보니 한 번에 100등이 올라가더라고요.

누구에게나 조금씩 열등감은 있어요.

임용고시를 준비하면서 제 안의 열등감을 더 극복할 수 있었어요. 공부를 못했지만 이런 나도 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거든요. 9월 첫 모의고사에서 수백 명의 수강생들 중에 1등을 한 거예요. 심리학자 아들러의 이론을 보면, 열등감을 가지고 있다는 건 그것을 극복해서 더 나아갈 수 있는 가능성, ‘성장의 동기’로 해석할 수도 있거든요. 누구에게나 조금씩 열등감은 있기 때문에, 그걸 어떻게 받아들이고 극복하려 노력을 하느냐에 따라 삶의 방향이 완전히 달라진다고 봐요.

 

저는 학습부진아였거든요. 마냥 자유롭게 살고 싶었던 아이였는데 가장 부족했던 공부라는 분야에서 이만큼 성장한 모습이 스스로 정말 뿌듯했어요. 저와 비슷한 다른 아이들에게 나라는 사람이 희망이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들었고요.

“결핍이 있다는 건,

부족함이 있다는 건

채울 공간이 있다는

의미거든요.”

어린 시절의 저를 만날 수 있다면, 스스로를 솔직하게 인정하고 받아들이라고 말해 주고 싶어요. 다른 사람이 뭐라고 하든지 그냥 존재 자체로 소중하고 가치가 있다고. 저는 부족하고 결핍이 많은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부족함 있다는 것, 결핍이 있다는 것은 채울 공간이 있다는 의미거든요. 항상 부족한 것들을 채워나가고 성장할 수 있는 그런 사람이고 싶어요. 제 마음을 돌보기 위해서 주기적으로 심리검사하는 시간도 갖고요. 수영이나 헬스를 꾸준하게 다닌다든가 취미 하나씩은 꼭 가지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건강’에 대해 많이 생각하고 있어요. 늘 건강했고 건강한 게 당연하다고 느꼈기 때문에 한 번도 신경을 쓴 적이 없거든요. 그런데 작년에 염증성 장 질환을 진단받았어요. 어떻게 보면 건강에 대한 결핍이 새로 생긴 거죠. 아이러니하게도 이 결핍 덕분에 생활습관이 굉장히 건강해졌어요. 매일 유산소 운동도 하고, 식단도 열심히 챙기고 있고요.

나만의 세계를 허물고, 현실을 바라보기 시작했어요.

어릴 때 행복의 기준은 딱 그거였던 것 같아요. 돈을 못 벌더라도 자유롭게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하는 삶. 그런데 지금은 조금 바뀌었어요. 좋은 사람 만나서 결혼하고 큰 일 없이 무난하게 살아가는 삶, 그게 행복이지 않을까요. 학교에서 업무를 잘 마무리하고 좋은 컨디션으로 운동을 한 다음, 밤 열한시에 웹툰을 보다가 편안하게 잠들면 좋은 하루라고 느끼거든요. 이제는 나만의 세계를 조금 허물고 조금씩 현실을 바라보기 시작했다고 할까요.

 

물론 행복의 기준이 완전히 바뀐 것 같지는 않아요. 왜냐하면 지금도 공무원교사라는 직업 안에서 최대한 자유롭고 싶은 만큼 자유롭게 살아가고 있거든요. 아이들을 위한 이벤트나 행사를 준비하거나, 상담이라는 틀에 구애받지 않고 다양한 것들을 시도하는 편이니까요.

“아이들에 대한 마음이

변하지 않는 선생님이

될 수 있을 것 같아요.”

변함없이 성장하는 상담교사가 되고 싶어요.

부족함이 많다 보니 그 부족함을 이해하는 저만의 스펙트럼이 넓어졌어요. 아이들을 누구보다 잘 이해하는 존재 그 자체로서 제 역할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해받지 못하는 그 기분을 잘 아니까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을 하는 저 같은 아이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존중하는 상담교사가 될 수 있을 것 같아요.

 

앞으로 성장은 하고 싶지만 변하고 싶지는 않아요. 항상 아이들의 눈높이에서 생각을 하고, ‘어떻게 하면 이 아이들이 더 즐거울 수 있을까.’ 고민하는 제 모습이 변하지 않고 앞으로의 5년, 10년이 흘러갔으면 좋겠습니다.

다른 사람을 이해하고 싶다면, 먼저 나 자신을 잘 이해해야 합니다. 내가 무엇을 싫어하고 좋아하는지, 잘 하는 건 무엇인지 돌아보며 잠시 숨 고르는 시간을 가져보면 어떨까요.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합니다. 같이 살아가야 하는 세상이니까요.

내가 누구인지 나도 궁금하다면

“명확성은 자존감과도 연결된다. 자신에 대해 더 잘 알고 있을수록 자신에 대해 더 긍정적으로 생각하게 된다. 같은 맥락에서 자기 자신에 대해 잘 모르면 부정적인 기분에 사로잡히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