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을 꾸준히 버티는 힘 - 플레이라이프

김상원

종합격투기 선수

오늘을 꾸준히 버티는 힘

종합격투기 선수 김상원 님의 마음성장 키워드

꾸준함

누구나 한 번쯤 슬럼프를 겪곤 하죠. 하지만 슬럼프가 왔다는 건 그만큼 노력했다는 증거입니다. 눈 앞이 보이지 않을 만큼 큰 부상을 입고 운동을 포기해야 할까 고민했던 김상원 선수는 가족의 충고와 위로를 통해 트라우마를 딛고 1년 만에 페더급 챔피언에 올랐습니다. 총 열 세번의 프로 경기 중 8승 4패 1무. 아직은 불투명한 미래지만 UFC라는 꿈을 향해 그는 오늘도 묵묵히 버티며 땀을 흘리고 있습니다.

트라우마를 ‘숙명’으로 받아들이며 극복했어요

2년 전 경기 도중 안와골절상을 입었어요. 눈 주위 뼈가 부러지는 큰 부상이었죠. 꼭 이기고 싶었던 상대였기 때문에 정말 열심히 준비했는데 제대로 시작도 못한 채 경기가 중단되었고 판정패를 당했어요. 한동안 앞이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여러 고민을 했거든요. 그러다 슬럼프가 오더라고요.

 

주변에서 많은 위로와 충고를 해 주었지만 가장 강하게 힘이 된 건 어머니의 한마디였어요.
“상원아, 격투기 선수라면 부상을 안고 가는 게 숙명이다.” 그 말이 왜 그리 큰 위로가 되고, 심장을 울렸는지 몰라요. 이대로 끝내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번뜩 들었어요. 아직 큰 기회가 많을 거고, 여기서 포기하기는 이르다는 생각도요. 항상 혼자라는 느낌이 많았는데, 어머니의 말씀 덕분에 안 좋은 생각을 떨칠 수 있었어요. 부상을 훈장처럼 여기면서 더 파고들어 트라우마를 극복해 나갔고, 지난 12월 더블지FC 페더급 챔피언 전에서 승리할 수 있었죠.

l 2021 더블지FC 페더급 챔피언 전 경기 장면

‘진짜 많이 나아졌구나’. 과거의 나와 비교해서 성장했을 때 재미를 느껴요

스무 살 때까지는 운동을 그냥 취미로 했었어요. 동네 도장에서 태권도를 배우면서 서서히 운동에 재미를 느꼈던 것 같아요. 그러다가 군 입대 후 TV에서 우연히 격투기 경기를 본 적이 있었거든요. 보통 사람이라면 격투 장면을 보고 ‘나도 할 수 있을 것 같은데?’라는 생각은 잘 안 하잖아요. 그런데 저는 이상하게 그 생각이 제일 먼저 들었던 것 같아요. 그리고 경기 장면이 계속 머릿속에 잔상처럼 남더라고요. 격투기로 진로를 바꾸게 된 터닝포인트가 그때였던 것 같아요.

 

처음에는 운동이 힘들다는 생각밖에 안 했는데, 하면 할수록 점차 변화하는 내 모습을 보면서 지금까지 올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시합 준비할 때마다 영상을 찍으면서 매주 비교를 해요. ‘진짜 많이 나아졌구나.’ 보는 재미를 느끼면서 내 실력을 빨리 검증받고 싶고, 연습을 잘했는지 평가받고 싶었어요. 상대 선수에게 내가 배운 기술을 사용하는 모습을 상상하니 대회를 준비하는 과정이 재미있게 느껴지고 잡생각이 없어지더라고요.

“슬럼프가 왔을 때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까’ 고민했는데
결국 믿을 건 연습밖에 없더라고요.”

경기가 잡히면 정해진 플랜대로, 거의 기계처럼 움직여요

저에게 영감을 주는 건 ‘연습벌레’인 선수들이에요. 그중에서도 복싱 선수 매니 파퀴아오가 롤 모델이죠. 인간이 할 수 있는 연습량을 뛰어넘어 끊임없이 노력하는 모습을 보면서 과거의 틀을 깨는 계기가 되었어요. 저는 경기가 잡히면 거의 기계처럼 움직여요. 준비 기간 동안 24시간 플랜을 짜거든요. 아침 몇 시에 기상해서 러닝 뛰고 몇 시까지 일을 하고 몇 시부터는 밥을 먹고 휴식을 취하고 이런 식으로 정해진 플랜대로만 움직여요. 그러다 보니 걱정이나 불안함 없이 단순한 마음으로 준비를 할 수 있어요.

“남들처럼 평범하게
직장을 다니면 어땠을까?
상상한 적도 있지만
그게 진짜 행복한 삶일지 되물었을 때
긍정할 수 없더라고요.”

처음부터 잘 하는 사람은 없죠. 사람들이 성장하는 과정을 보는 게 즐거워요

복싱 사범 일도 병행하고 있어요. 사실 격투기 선수는 유명하지 않으면 거의 수입이 없거든요. 만약 남들처럼 평범하게 직장을 다니면 어땠을까? 상상한 적도 있지만 그게 진짜 행복한 삶일지 되물었을 때 긍정할 수 없더라고요. 이 일을 하면서 바뀐 것도 많고 깨달은 것도 많아요. 운동 능력도 발전하고, 서비스업이다 보니 사람들을 대하는 태도나 사회생활을 많이 배워서 전반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발판이 되었어요.

저는 운동을 가르칠 때, 처음부터 잘 하는 걸 바라지 않아요. 팔 벌려 뛰기를 10개밖에 못했던 사람이 20개, 30개로 그 횟수가 늘어나고, 처음에는 힘들어하다가 일주일, 한 달, 세 달이 지나며 점차 성장해 나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면서 사범 일 자체에 즐거움을 많이 느껴요.

“겸손함을 가지고
배우려고 하는 태도가
저의 강점이 아닐까 싶어요.”

나를 믿고 꾸준히 하다 보면 목표를 이룰 거라 믿어요

저는 ‘꾸준함’을 좌우명으로 삼고 있어요. 선수생활을 스물세 살에 시작했으니, 격투기는 아직 7년 밖에 안 했거든요. 앞으로 10년은 더 할 수 있을 것 같고요. 다른 선수들에 비해 많이 늦었지만 지금까지 꾸준히 운동을 해 온 덕분에 좋은 결과들도 많이 따랐고, 이 꾸준함을 믿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을 것 같아요. 어떤 걸 하더라도 운동을 통해 이겨낼 수 있다, 할 수 있다는 믿음이 있다 보니까 미래에 대한 불안함을 이겨내는 것 같아요.
‘내가 운동을 계속 해야 하나?’라는 생각도 많이 했어요. 운동을 하는 과정에는 많은 고통이 따르니까요. 하지만 그 고통을 이겨내고 꾸준하고 묵묵하게 걷다 보면, 원하는 목표를 이룰 수 있지 않을까요.

l 2019 블라디보스토크 판트라티온 대회 경기 장면

“세상에서 가장 슬픈 말은
‘그때 해 볼걸’이라는 말 같아요.
후회 없이 해보고 싶습니다.”

내가 뱉은 말에 부끄럽지 말자는 생각으로 버팁니다

UFC 선수가 되는 게 마지막 꿈이에요. 경기를 하나씩 치러 가며 경력을 쌓아올려 제 가치를 높이고 싶습니다. 선수들은 대회 전적이 자기소개서와 같거든요. 큰 무대에 오르기 위해 지금도 계속 도전하고 있고, 그 과정에서 많은 것들을 내려놓기도 했죠. 결혼을 하고 집도 사고 차도 있는 친구들을 보면 가끔 부럽기도 하지만, 지금 당장 돈을 버는 것보다는 내가 뱉은 말을 지키는 게 우선이라 생각하고 목표를 향해 달리고 있어요.
운동할 거라는 말을 뱉었으니 그 말을 지키고 부끄럽게 살지 말자는 생각으로 버티는 것 같아요. 요즘은 100세 시대잖아요. 돈은 나중에 벌어도 되는 거니까요. 세상에서 가장 슬픈 말은 ‘그때 해 볼걸’인 것 같아요. 후회 없이 해보고 다가오는 경기를 잘 치러서 내년에는 꼭 큰 무대로 진출하고 싶습니다. 제가 짜놓은 플랜대로 차곡차곡 미래를 준비하고 싶어요.

산꼭대기를 향해 오르는 데만 집중하다 보면 금세 지치게 마련입니다. 스스로를 채찍질하며 급하게 달려왔다면, 잠시 숨을 고르고 주위의 아름다운 풍경을 돌아 보며 천천히 걸어 올라가 볼까요. 조금 느리더라도 멈추지 않고 꾸준히 한 걸음씩 내딛다 보면 결국 정상에 도착해 있는 나를 발견하게 될 테니까요.

꾸준함을 유지하고 싶다면

“이루고 싶은 경지가 있다면 하루하루의 충실함이 바탕이 되어야 한다. 이런 모습이 누적되고 쌓이면 감히 상상하기 어려운 결과를 만들 수 있다. 평범한 일상들이 쌓여 비범해졌을 때, 우리는 ‘위대하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