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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원
종합격투기 선수
오늘을 꾸준히 버티는 힘
종합격투기 선수 김상원 님의 마음성장 키워드
2년 전 경기 도중 안와골절상을 입었어요. 눈 주위 뼈가 부러지는 큰 부상이었죠. 꼭 이기고 싶었던 상대였기 때문에 정말 열심히 준비했는데 제대로 시작도 못한 채 경기가 중단되었고 판정패를 당했어요. 한동안 앞이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여러 고민을 했거든요. 그러다 슬럼프가 오더라고요.
주변에서 많은 위로와 충고를 해 주었지만 가장 강하게 힘이 된 건 어머니의 한마디였어요.
“상원아, 격투기 선수라면 부상을 안고 가는 게 숙명이다.” 그 말이 왜 그리 큰 위로가 되고, 심장을 울렸는지 몰라요. 이대로 끝내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번뜩 들었어요. 아직 큰 기회가 많을 거고, 여기서 포기하기는 이르다는 생각도요. 항상 혼자라는 느낌이 많았는데, 어머니의 말씀 덕분에 안 좋은 생각을 떨칠 수 있었어요. 부상을 훈장처럼 여기면서 더 파고들어 트라우마를 극복해 나갔고, 지난 12월 더블지FC 페더급 챔피언 전에서 승리할 수 있었죠.
스무 살 때까지는 운동을 그냥 취미로 했었어요. 동네 도장에서 태권도를 배우면서 서서히 운동에 재미를 느꼈던 것 같아요. 그러다가 군 입대 후 TV에서 우연히 격투기 경기를 본 적이 있었거든요. 보통 사람이라면 격투 장면을 보고 ‘나도 할 수 있을 것 같은데?’라는 생각은 잘 안 하잖아요. 그런데 저는 이상하게 그 생각이 제일 먼저 들었던 것 같아요. 그리고 경기 장면이 계속 머릿속에 잔상처럼 남더라고요. 격투기로 진로를 바꾸게 된 터닝포인트가 그때였던 것 같아요.
처음에는 운동이 힘들다는 생각밖에 안 했는데, 하면 할수록 점차 변화하는 내 모습을 보면서 지금까지 올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시합 준비할 때마다 영상을 찍으면서 매주 비교를 해요. ‘진짜 많이 나아졌구나.’ 보는 재미를 느끼면서 내 실력을 빨리 검증받고 싶고, 연습을 잘했는지 평가받고 싶었어요. 상대 선수에게 내가 배운 기술을 사용하는 모습을 상상하니 대회를 준비하는 과정이 재미있게 느껴지고 잡생각이 없어지더라고요.
저에게 영감을 주는 건 ‘연습벌레’인 선수들이에요. 그중에서도 복싱 선수 매니 파퀴아오가 롤 모델이죠. 인간이 할 수 있는 연습량을 뛰어넘어 끊임없이 노력하는 모습을 보면서 과거의 틀을 깨는 계기가 되었어요. 저는 경기가 잡히면 거의 기계처럼 움직여요. 준비 기간 동안 24시간 플랜을 짜거든요. 아침 몇 시에 기상해서 러닝 뛰고 몇 시까지 일을 하고 몇 시부터는 밥을 먹고 휴식을 취하고 이런 식으로 정해진 플랜대로만 움직여요. 그러다 보니 걱정이나 불안함 없이 단순한 마음으로 준비를 할 수 있어요.
복싱 사범 일도 병행하고 있어요. 사실 격투기 선수는 유명하지 않으면 거의 수입이 없거든요. 만약 남들처럼 평범하게 직장을 다니면 어땠을까? 상상한 적도 있지만 그게 진짜 행복한 삶일지 되물었을 때 긍정할 수 없더라고요. 이 일을 하면서 바뀐 것도 많고 깨달은 것도 많아요. 운동 능력도 발전하고, 서비스업이다 보니 사람들을 대하는 태도나 사회생활을 많이 배워서 전반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발판이 되었어요.
저는 운동을 가르칠 때, 처음부터 잘 하는 걸 바라지 않아요. 팔 벌려 뛰기를 10개밖에 못했던 사람이 20개, 30개로 그 횟수가 늘어나고, 처음에는 힘들어하다가 일주일, 한 달, 세 달이 지나며 점차 성장해 나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면서 사범 일 자체에 즐거움을 많이 느껴요.
저는 ‘꾸준함’을 좌우명으로 삼고 있어요. 선수생활을 스물세 살에 시작했으니, 격투기는 아직 7년 밖에 안 했거든요. 앞으로 10년은 더 할 수 있을 것 같고요. 다른 선수들에 비해 많이 늦었지만 지금까지 꾸준히 운동을 해 온 덕분에 좋은 결과들도 많이 따랐고, 이 꾸준함을 믿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을 것 같아요. 어떤 걸 하더라도 운동을 통해 이겨낼 수 있다, 할 수 있다는 믿음이 있다 보니까 미래에 대한 불안함을 이겨내는 것 같아요.
‘내가 운동을 계속 해야 하나?’라는 생각도 많이 했어요. 운동을 하는 과정에는 많은 고통이 따르니까요. 하지만 그 고통을 이겨내고 꾸준하고 묵묵하게 걷다 보면, 원하는 목표를 이룰 수 있지 않을까요.
UFC 선수가 되는 게 마지막 꿈이에요. 경기를 하나씩 치러 가며 경력을 쌓아올려 제 가치를 높이고 싶습니다. 선수들은 대회 전적이 자기소개서와 같거든요. 큰 무대에 오르기 위해 지금도 계속 도전하고 있고, 그 과정에서 많은 것들을 내려놓기도 했죠. 결혼을 하고 집도 사고 차도 있는 친구들을 보면 가끔 부럽기도 하지만, 지금 당장 돈을 버는 것보다는 내가 뱉은 말을 지키는 게 우선이라 생각하고 목표를 향해 달리고 있어요.
운동할 거라는 말을 뱉었으니 그 말을 지키고 부끄럽게 살지 말자는 생각으로 버티는 것 같아요. 요즘은 100세 시대잖아요. 돈은 나중에 벌어도 되는 거니까요. 세상에서 가장 슬픈 말은 ‘그때 해 볼걸’인 것 같아요. 후회 없이 해보고 다가오는 경기를 잘 치러서 내년에는 꼭 큰 무대로 진출하고 싶습니다. 제가 짜놓은 플랜대로 차곡차곡 미래를 준비하고 싶어요.
“이루고 싶은 경지가 있다면 하루하루의 충실함이 바탕이 되어야 한다. 이런 모습이 누적되고 쌓이면 감히 상상하기 어려운 결과를 만들 수 있다. 평범한 일상들이 쌓여 비범해졌을 때, 우리는 ‘위대하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