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들과 다른, 그래서 평범한 - 플레이라이프

이희운

DJ

남들과 다른, 그래서 평범한

DJ 이희운님의 마음성장 키워드

#가능성 #인정 #행복

“남들과 완전 똑같은 게 더 특이한 거 아닐까요?” 한 쪽 손이 없는 것은 키가 크거나 작은, 딱 그만큼의 차이라고 말하는 이희운 님은 다름의 이유를 고민해 본 적이 없습니다. 그저 주어진 삶을 멋지게 살아보자고 생각할 뿐이죠. 친구들과 함께 보내는 시간 그리고 음악을 통해 행복을 느낀다는 그는 남들과 조금 다른, 그래서 평범하게 멋진 사람입니다.

“어차피 주어진 삶이니까

남들과 다른 점을 잘 활용해서

그냥 멋지게 살아보자고 생각했어요.”

장소와 시간에 맞는 음악을 소개하는 일을 해요

드릴펀치 Drillpunch라는 이름으로 다양한 곳에서 DJ 활동을 하고 있어요. 보시다시피 제 오른쪽 손이 뾰족하게 생겼잖아요. 고등학교 때 친구들이 장난처럼 붙여준 별명인데 마음에 들어서 지금까지 활동명으로 쓰고 있어요. 이태원 일대의 ‘케이크샵’, ‘피스틸’ 같은 언더그라운드 클럽부터 유튜브 플랫폼인 ‘서울커뮤니티라디오’, 그리고 전시회나 카페처럼 캐주얼한 공간에서도 디제잉을 하고 있습니다.

 

부모님이 김치공장을 운영하셨던 ‘무니스’라는 친구가 있어요. 어렸을 때부터 그 공장에서 같이 밥 먹고, 음악 들으면서 노는 게 일상이었고요. 김치공장 친구들이니까 ‘김치팩토리호미스’라고 이름 붙여서 그렇게 매일 어울려 다녔죠. 어느 날 갑자기 그 친구가 디제잉이 재밌어 보인다며 장비를 샀어요. 그 후로 매일 모여서 노래 틀면서 놀다가, 친구가 군대를 가면서 그 장비를 저한테 맡겼거든요. 그걸로 계속 디제잉 연습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DJ에 대한 관심이 커졌던 것 같아요. 본격적으로 활동을 시작한 건 20대 중반, 일을 하러 서울에 올라오면서부터예요. 서울에서도 친구들과 같이 계속 디제잉을 할 수 있는 곳을 찾아 조금씩 문을 두드리다 보니 오늘날까지 오게 되었네요.

 

남들과 다르다는 걸 자각하며 살지 않았어요

누구나 어렸을 때의 기억은 희미하잖아요. 최초의 기억부터 오른손이 없었고, 어떠한 연유인지는 저도 잘 몰라요. 사실 부모님이랑 제 손에 대해 얘기를 해본 적이 별로 없거든요. 분명히 불편한 부분이 있었지만 부모님께서 저를 배려하는 대신 오히려 뭐든 혼자서 해보라고 시키셨어요. 앞으로 네가 어차피 혼자 해야 되니까 운동화 끈도 한번 묶어 보라며 안 묶어주셨고 누나, 동생이랑 그냥 똑같이 대우받으며 자랐던 것 같아요. 왜 손이 없는지가 아니라 어떻게 하면 잘 활용해서 살 수 있을지 생각하고, “어차피 주어진 삶이니까 멋지게 살아보자.”라고 항상 말씀해 주셨어요. 그 덕분에 학창 시절에 친구들과 잘 어울리면서 평범하게 지낼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서울커뮤니티라디오에서 김치팩토리호미스, nolink, akito와 함께

“한 손으로도 생각한 대로 음악을 표현할 수 있으니까, 저에게는 디제잉이 무엇보다 큰 의미로 다가왔어요.”

물리적인 불편함보다 할 수 있다는 기쁨이 더 컸어요

저는 음악이랑 전혀 무관한 전공을 했던 평범한 학생이었어요. 초등학교 때부터 음악에 관심이 많았고 장래희망란에 기타리스트를 쓴 기억이 나요. 막연히 음악에 관련된 일을 하고 싶다는 마음은 항상 있었지만, 손 때문에 완벽하게 다룰 수 있는 악기가 거의 없더라고요. 그러다 친구 덕분에 우연치 않게 디제잉을 접하게 됐는데, 한 손으로도 충분히 다룰 수 있어서 정말 좋았어요. 손으로 하는 건 사실 불편함이 항상 따르다 보니까 디제잉을 만난 건 진짜 기쁨이었죠. 버튼이나 휠처럼 누르고 조작해야 하는 것들이 많지만 물리적인 불편함보다는 내가 생각한 대로 음악을 표현할 수 있다는 기쁨이 더 컸어요. 한계를 극복하려고 노력했다기 보다 그냥 연습을 많이 하다 보니까 능숙해지더라고요.

 

내가 트는 음악에 사람들이 환호할 때 큰 성취감을 느껴요

제가 좋아하는 음악을 다른 사람들도 똑같이 좋아해 줄 때, 그 순간이 너무나도 즐거워요. 미국에서 유학 중이던 친구를 만나러 뉴욕에 놀러 갔다가 정말 우연한 기회로 운 좋게 현지에서 디제잉 공연을 한 적이 있어요. 생각보다 규모도 크고 사람도 많았거든요. 관객도 분위기도 한국과는 완전히 다르고, 이게 과연 잘 될까 싶었는데 예상 외로 너무 반응이 좋았어요. 제가 트는 음악에 맞춰 사람들이 소리 지르며 환호하는 모습을 보니 저도 덩달아 즐거웠죠. 공연 시작 전 긴장했던 감정과 끝나고 나서의 그 안도감이 생각나요. DJ로서 정말 큰 보람과 성취감을 느꼈던, 가장 기억에 남는 공연이에요.

“ ‘행복하자’라는 말이 제 인생의 명제거든요.

선택이 필요한 순간

내가 행복할 수 있는 방향으로 결정하게 돼요.”

순간의 행복보다는 지속 가능한 행복을 생각해요

제가 제일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은 ‘행복’이거든요. “행복하자.”라는 말을 인생의 명제처럼 여겨요. 뭔가 선택이 필요한 순간이 오면, 내가 행복할 수 있는 방향으로 결정하게 되고요. 그런데 그 행복이 단편적인 순간순간의 행복이 아니라 제 인생을 놓고 봤을 때 더 길고 영향력 있게 행복할 수 있는 쪽으로 가치 판단을 하니까 좋은 것 같아요. 예를 들어, 밤늦게 맛있는 걸 잔뜩 먹고 자면 그 순간은 행복할 수 있지만 건강이 나빠질 수도 있고, 다음날 속이 안 좋을 수도 있잖아요. 야식을 조금 멀리하는 대신 그 시간에 운동을 하면서 건강해진 제 모습을 보면 행복하다고 느껴요.

 

마음이 힘들 때는 좋아하는 것들을 가까이하려고 해요

요즘 DJ로서 성장에 대한 고민이 많아요. 대외적으로도 지금보다 더 알려지기 위해 더 많은 공연을 해야 하지 않을까 스트레스를 받을 때도 있고요. 사소한 것에 연연해할 때가 있거든요. 이를테면 친구 문제, 별것도 아닌데 혼자서 신경 쓰고 토라지는 순간도 있고요. 이런저런 감정 때문에 마음이 힘들 때 극복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바로 내가 좋아하는 걸 하면서 잠시 잊는 거죠. 힘든 요소가 저절로 해결되는 경우는 거의 없거든요. 부정적인 감정은 그냥 그대로 두되, 행복한 시간을 많이 보내면서 긍정적인 생각들을 더 많이 하는 거죠. 친구들이랑 만나서 얘기하고 음악을 들으면서 동네 산책하고, 좋아하는 영화를 찾아보다 보면 힘든 것들을 잠깐 까먹게 돼요. 그렇게 내가 좋아하는 시간으로 하루를 채우면서 불안한 감정이 자연스럽게 해소되는 것 같아요. 특히 요즘처럼 날씨가 더울 때는 에어컨 바람을 맞으며 들으면 그 시원함이 배가 되는 음악이 있는데요. SG Lewis의 ‘Throwaway’,  Sam Gellaitry의 ‘Angel’이라는 곡을 즐겨 들어요. 기분 전환이 필요한 분들께 추천해 드리고 싶네요.

“안 된다는 생각 보다는

‘뭐 어때, 괜찮겠지.’ 하는 편이에요.

다 똑같을 필요는 없으니까요.”

부족하다고 느낀 순간, 발전할 수 있는 계기가 됐어요

같이 활동하고 있는 ‘김치팩토리호미스’ 친구들이 정말 잘하거든요. 한 명은 페스티벌 섭외를 받아서 디제잉을 하고 한 명은 뉴욕에서 매주 공연을 하는데 저는 아무것도 안 했던 때가 있어요. 친한 친구들은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데 저 혼자 뭔가 하고 있지 못할 때 상대적으로 열등감이 엄청나게 느껴지더라고요. 그런데 그 열등감을 인정하고 ‘내가 부족하구나.’라고 받아들인 순간에 오히려 발전이 있었던 것 같아요. 친구들이 어떤 걸 하고 있는지 보면서, 스스로 발전할 수 있는 시기가 됐어요. 음악적인 스펙트럼도 넓히고, DJ로서의 마음가짐도 더 단단하게 다지면서요.

 

저의 수용적인 태도가 마음에 들어요

편견 없이 뭐든 일단은 받아들이자는 주의에요. 안 된다는 생각보다 ‘뭐 어때, 괜찮겠지.’ 하는 편이어서 그런 저의 태도가 마음에 들어요. 아무래도 신체적으로 남들과 다른 특징이 있는 사람이다 보니까, 다 똑같을 필요 없이 이것도 저것도 괜찮다는 생각을 무의식적으로 가지고 있는 것 같아요. 이를테면 식당에 음식을 먹으러 가면 여러 선택지 중에 골라야 되잖아요. 그럴 때 저는 새로운 메뉴를 선택해요. 맛이 없더라도 그 경험 자체가 재미있고, 새로운 것을 접할 수 있는 특별한 순간이니까요.

“키가 크거나 작고 이목구비가 다른 것처럼

남들과 조금 다른, 평범한 사람인 것 같아요.”

사람들의 생김새는 누구나 조금씩 다르니까요

남들이랑 완전 똑같은 게 오히려 특이한 것 아닐까요. 제가 손이 없는 것은 키가 큰 사람과 작은 사람의 정도의 차이라고 느껴요. 키가 커서 어딘가에 머리가 부딪히거나 키가 작아서 높은 곳이 잘 안 보이는 순간에 불편함을 느끼잖아요. 저도 두 손으로 뭔가를 해야 할 때 ‘아! 내가 불편하구나.’라고 순간순간 느끼지 평소에는 한 손이 없는 사람이라고 전혀 인식하고 있지 않거든요. 그래서 그냥 남들과 조금 다른, 평범하게 멋진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5년 뒤를 떠올려봐도 여전히 디제잉을 하고 있을 것 같아요

디제잉을 그만둔다는 생각을 한 번도 해 본 적이 없어요. 사람들 앞에 서서 저의 음악을 보여준 지 얼마 되지 않았고, 아직 DJ로서 도전하고 싶은 게 너무 많거든요. 친구들이랑 자연스럽게 놀면서 시작한 일이라 사실 뚜렷한 목표를 정하지는 않았어요. 그냥 친구들과 함께 계속 이대로 쭉 건강하고 행복하게 활동을 이어갈 수 있으면 좋겠어요. 디제잉 문화를 대표하는, 이름만 대도 바로 떠오르는 아이콘 같은 사람들이 있거든요. 저 또한 그런 DJ로 기억이 되고 싶다는 바람은 있어요. 만약 아무런 제약 없이 마음껏 즐길 수 있는 하루가 주어진다면, 엄청나게 큰 페스티벌을 열어서 장애가 있는 사람도 편하게 놀러 올 수 있는 그런 자리를 만들고 싶어요. 다양한 어려움 때문에 평소 파티 문화를 즐기지 못했던 분들을 모아서 진짜 재미있는 시간을 보내고 싶습니다.

음악이 좋았지만 오른쪽 손 때문에 다룰 수 있는 악기가 없었던 이희운 님에게 디제잉은 무엇보다 큰 의미로 다가왔습니다. 자유롭게 조작할 수 없다는 불편함보다는 음악을 표현할 수 있다는 기쁨이 훨씬 더 컸기 때문이죠. 어쩌면 우리는 ‘할 수 없는 것’에 억울해 하느라 ‘할 수 있는 것’을 놓치고 있는 게 아닐까요. 다른 사람과 비교하지 않는다면 지금보다 더 행복해질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부족함을 채우기보다, 충분한 것을 더 넘치도록

“내가 잘하는 것에 집중하자. 내가 못하는 것을 찾아서 남과 비유하는 습관은 자해와 비슷하다고 생각해요. 누구나 무기가 하나쯤은 있습니다. 내가 이것은 괜찮다고 생각하는 게 하나쯤은 있습니다. 그것을 찾아서 키워나가면 되는 것입니다. 타고난 게 강한 사람과 나의 약점을 비교하면 나는 항상 약한 사람이 될 수밖에 없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