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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예원
미니멀리스트 유튜버
덜어내며 더 충분해지는
미니멀리스트 유튜버 손예원님의 마음성장 키워드
결혼할 때 처음 입주한 신혼집 크기가 10평 정도 되었어요. 작은 공간에 두 명분의 짐이 들어오다 보니 짐에 묻혀 사는 기분이 들었고, 그러다 보니 미니멀 라이프를 시작하게 되었어요. 예전에는 물건 정리에 시간이 많이 들었고, 그것 때문에 스트레스도 많이 받았어요. 이제는 정리해야 할 짐이 많이 없으니 에너지를 많이 절약할 수 있어요. 그렇게 아낀 에너지 덕분에 유튜브나 블로그 활동 같은 자기 계발에 시간을 쓸 수 있고요.
제일 먼저 있었는지도 몰랐던 물건을 비우는 것부터 시작했어요. 나에게 중요하지 않은 물건들을 정리를 한 다음, 버릴지 말지 고민되는 물건은 ‘비움 후보’에 넣어 나중에 다시 생각해도 필요가 없다면 비우는 식으로 조금씩 정리했어요.
요즘 비우는 물건들은 저에게 남은 ‘찐 애정템’이기 때문에, 비울 때 주저하게 되더라고요. 제가 신혼 때부터 장만했던 우드 서랍장이 있는데, 주문 제작을 한 맞춤 가구였어요. 직접 수리도 해가면서 10년 정도를 함께한 물건인데, 어느 날 그 서랍장을 열어보니 잡동사니만 채워져 있더라고요. ‘나와 정이 든 물건이라는 이유로 계속 가지고 있는 게 맞을까?’라고 생각했고, 결국에는 중고 거래로 좋은 분께 나눔을 했어요. 비우고 나서 오히려 홀가분한 느낌을 느꼈던 것 같아요. 물건은 필요한 분에게 가서 쓰이는 게 좋다고 생각해요.
어느 순간 미니멀 라이프는 비우는 게 아니라 남기는 게 더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나에게 진짜로 소중한 것만 남기는 게 진짜 미니멀 라이프를 사는 것이라고 느꼈고, 제 유튜브 채널의 슬로건도 ‘소중한 것만 남기니 비로소 충분해졌다.’라고 정했어요. 저는 미니멀리스트를 ‘비우는 사람’보다는 ‘나에게 정말 필요한 것만 채우는 사람’이라고 정의하고 싶어요. 그 기준으로 보자면 미니멀 라이프가 맞지 않는 사람은 없을 거라는 생각이 들어요. 좋아하는 물건이 한 개든 백 개든 내가 좋아하는 것만 소유하고 사는 삶이 누구에게나 바람직한 삶 아닐까요.
예전에는 좋게 말하면 트렌드에 민감했고, 나쁘게 얘기하면 눈치를 많이 보는 편이었어요. 그런데 미니멀 라이프를 실천하면서 남들의 시선보다는 내가 어떤 걸 좋아하는지, 그리고 나에게 어떤 것이 중요한지에 대해서 조금 더 명확하게 생각하게 된 것 같고, 그 기준대로 살아가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비움의 과정에서 나에게 중요한 것만 남기다 보니 제 취향을 확실하게 알게 되었어요. 예전에는 유행하는 패션에 관심이 많았고 매해 옷을 사고 버리는 걸 반복했는데, 지금은 나에게 잘 어울리고 내 취향에 맞는지를 먼저 생각해요.
미디어에서 다루는 미니멀리스트의 집은 모든 곳이 텅텅 비어 있고 너무 정돈이 잘 되어있잖아요. 스스로 미니멀리스트라고 하면서, 그렇지 않은 공간이 있다는 것이 콤플렉스처럼 느껴지더라고요. 주방이 그런 장소였어요. 부모님, 어른들이 선물해 주신 물건들로 가득 찬 공간이거든요. 그 공간이 미니멀리스트답지 않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고, 최근까지도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어요. 덜어내는 것에 대한 강박이 있었던 거죠. 그런데 물건을 선물한 사람들의 마음은 제가 무시하고 비울 수 있는 것이 아니잖아요. 받은 선물을 잘 사용하고 잘 소비하면 그것도 미니멀 라이프의 한 종류라는 생각을 했고, 강박을 조금 비워내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제가 ‘미니멀 라이프 방탕 시기’라고 표현하는 시기가 있어요. 일이 너무 바쁘거나 스트레스를 많이 받을 땐 이것저것 쇼핑하고 쌓아놓는 행동을 반복하게 되더라고요. 예전에는 자괴감이 들었는데, 지금은 미니멀리스트라고 해서 완전히 비운 상태만 유지할 수 없다는 걸 깨달았어요. 어떤 시기에는 느슨한 구간이 필요하다는 걸 인정했고, 제가 ‘방탕 시기’에 소비한 물건들을 최대한 잘 사용해서 그 쓰임을 다할 수 있게 하려고 해요.
미니멀리스트가 욕구가 없는 사람은 아닌 것 같아요. 저도 가지고 싶은 것, 추구하고자 하는 바가 분명하게 있는 사람이거든요. 욕구가 없는 도인, 산신령 같은 사람이라기보다는 나에게 필요한 것에 더 집중하는 사람이라고 이해해 주셨으면 해요.
사실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면서도 ‘나의 모습과 사람들이 생각하는 미니멀리스트의 모습이 다르지 않을까?’ 걱정했어요. ‘진짜 삶과 미디어의 삶이 분리되어야 하는 건가?’ 생각하기도 했고요. 그렇게 해서는 오래갈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고, 나 같은 ‘현생’을 사는 미니멀리스트도 있다.라는 걸 보여주는 걸 목표로 채널을 운영하고 있어요. 제 모습을 가감 없이 보여주려고 노력하고 있고요.
제 공간이 어수선하고 정돈되지 않은 상태라고 느껴지면 직장 생활이나 관계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이 당연한 것 같아요. 미니멀 라이프를 실천하면서 전반적으로 삶이 정돈되었고, 마음가짐이 차분해졌어요. 어수선한 공간에서 느꼈던 정신없는 마음이 정돈되면서 내가 좋아하는 것,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에 더 집중할 수 있게 되었고요. 정리하는 데 쓰는 에너지와 관계에서 받는 스트레스를 비워내고, 그렇게 아낀 에너지를 하고 싶은 것, 사랑하는 데에 쓸 수 있는 것이 미니멀 라이프의 큰 장점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에너지가 아주 넘치는 편은 아니에요. 가지고 있는 에너지를 필요한 곳에, 필요한 사람에게, 필요한 물건을 사는 데 쓰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필요 없는 소비를 아끼고 돈을 열심히 모아서, 저의 반려동물인 강아지 ‘여름이’와 고양이 ‘구름이’가 함께 뛰어놀 수 있는 작은 마당을 가진 단독주택을 사는 게 꿈이에요.
곤도 마리에 정리법의 핵심 질문은 ‘무엇을 남길까’다. ‘무엇을 버릴까’가 아니다. 얼핏 보기에는 그녀가 ‘버리기’를 더 강조하는 것 같다. 심지어 그녀가 쓴 책의 제목조차 <설레지 않으면 버려라>다. 그러나 곤도는 버리는 것이 정리의 목적이 아님을 분명히 한다. 모든 버리기는 제대로 ‘남기기’ 위해서 한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