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는 오히려 안정을 위한 선택이에요 - 플레이라이프

정병연

커뮤니티 매니저

변화는 오히려 안정을 위한 선택이에요

편안함과 안정을 싫어하는 사람은 드물 겁니다. 그렇기에 퇴사나 이직 같은 급격한 변화를 선택한다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 일입니다. 하지만 안정적인 일상을 더 오래 이어가려면 머무르지 않고 떠나는 과감한 결정도 때론 필요합니다. 더 즐겁게 할 수 있는 나의 ‘업’을 찾아 정병연 님이 세 번째 퇴사를 선택한 것처럼 말이죠.

정병연 님이 찾은

마음성장의 세 가지 단서

• 머무르는 것에서 안정을 찾기보다는 조금 더 나은 삶을 위해 적극적으로 안정을 찾아나서는 편이에요. 덕분에 미래를 생각할 때 더 많은 선택지가 생겼고요.

 

• 휴식기를 가질 때 편안하게 보내는 것도 좋지만, 개인적으로라도 프로젝트를 진행해 보는 것이 좋아요. 제가 하는 <풀칠> 뉴스레터 덕분에 쉬는 기간에도 요일 관념을 잊지 않을 수 있어요.

 

• 미련이 남지 않게 만들기 위해서는 최선을 다해야 해요. 2년간 언론사 기자를 준비했었는데, 마지막 면접까지 최선을 다했기에 후련하게 그만둘 수 있었어요.

l 첫 회사에서 퇴사할 당시

“예전에는 머무르는 데서 안정을 찾았다면,

이제는 안정을 찾아서 나아가는 편 같아요.”

그동안의 경험을 돌아보기 위해 퇴사했어요

독서랑 글쓰기, 사람 만나는 것을 좋아해요. 운 좋게도 좋아하는 것을 일로 해왔죠. 작은 매체에서 기사를 썼고, 스타트업에서 독서 모임을 기획하고 운영하는 일도 했습니다. 지금은 잠시 쉬고 있고요. 직장을 다니면서 문제가 있었던 건 아니었어요. 오히려 동료들도 너무 좋았고, 일도 재밌게 했어요. 성장한다는 느낌도 들었고요. 업계의 지속 가능성에 대한 고민도 있었지만, 무엇보다 제 커리어를 어떻게 그려나갈지 잘 보이지 않았어요.

‘커뮤니티 매니저’라는 게 예전부터 있던 직무가 아니라서, 어디로 이직할지 결정하기가 어렵더라고요. 비슷한 일을 찾아보면 명칭은 같더라도 회사마다 정의하는 역할도 달랐고요. 늦기 전에 그동안의 경험을 한번 돌아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렇게 퇴사한 지 두 달 정도가 지났습니다.

 

적극적으로 안정을 찾아 나가려 해요

안정을 추구하는 성격이에요. 사실 일할 때도 계획을 많이 짜고, 보수적으로 접근하거든요. 그런데 유독 커리어 측면에서는 예외적인 선택을 했어요. 돌아보면 이런 선택도 더 나은 삶, 더 안정적인 방향으로 가는 과정이었던 것 같아요. 고민을 덜 수 있는 방향을 향해 적극적인 선택을 해나간 거죠.

다닌 회사들이 모두 스타트업이었기에 그 영향을 많이 받았어요. 기본적으로 ‘빨리 실행하자, 그리고 빨리 실패하자.’라는 문화가 있는 집단에서 일해오다 보니 될 만한 것이 무엇인지 적극적으로 찾아가는 습관이 생겼달까요. 예전에는 머무르는 데서 안정을 찾았다면, 이제는 안정을 찾아서 나아가는 편 같아요. 그러다 보니 더 많은 사람과 경험을 마주하게 되었고, 앞으로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한 방향 자체가 늘어났어요.

“위축되는 마음을 극복하려고 하면,

극복이 그 시기의 유일한 목표가 되더라고요.”

불안한 감정이 들 때는 결정의 근거를 찾아요

일을 할 때는 좋아하는 일로 시작해서 그걸 잘하는 일로 만들어 나가는 형태가 이상적이라고 생각해요. 실제로 좋아하는 걸 기반으로 일을 선택했고, 일하면서 만족감을 많이 느끼는 편이었어요. 그런데 그렇게 일한 세 직장 모두 성취를 느끼면서도 한편으로 뭔가 이게 다가 아닌 것 같다는 느낌이 드는 순간이 있었고, 그 순간마다 퇴사했던 것 같아요.

퇴사하고 이직할 때 불안한 감정이 들기도 해요. 퇴사 결정은 빠르게 내리지만, 그 결정의 근거를 찾는 데에 많은 시간을 써요. 특히 많은 사람을 만나려 하는데, 일부러 조언을 구하는 건 아니에요. 어떻게 지내는지 근황을 듣다 보면 모두가 불안해하지만 한편으로 삶을 잘 꾸려나가고 있는 모습도 보이거든요. 그러다 보면 ‘나도 잘 할 수 있겠지.’라는 생각이 들어요.

 

위축되는 감정은 굳이 극복하려 하지 않아요

생각해 보면 남들과 비교하게 되거나 위축되는 순간은 대부분 숫자와 연관된 것 같아요. 경력, 나이, 연봉, 집 평수도 그렇고, 숫자로 비교할 수 있는 업무 성과는 직접적으로 비교되다 보니 더 위축되기도 해요.

그런데 그런 마음을 극복하려고 노력하면 오히려 극복이 그 시기의 유일한 목표가 되더라고요. 그래서 그런 모자람을 메꾸려고 하기보다는 내가 하고 싶은 것에 더 집중하려 해요. 그게 더 건강한 모습이라고 생각하고요.

풀칠-표지-모음.jpg
l 대학교 친구들과 함께 시작한 뉴스레터 표지

“일기장에 쓰고 끝날 수 있었던 이야기를

남들에게 보낸 것도,

적극적으로 내 다음 안정을 찾아가려는 시도였어요.”

직장인들의 이야기를 뉴스레터로 만들었어요

<풀칠>이라는 뉴스레터를 2년 반째 보내고 있어요. ‘밥벌이 에세이 레터’라는 모토를 내세우고 직장인들의 이야기를 에세이 형태로 작성해서 보내고 있습니다. 계속하다 보니 업계 내에서도 <풀칠>을 읽는다는 사람들을 꽤 만났어요. 엄청 유명한 뉴스레터는 아니지만, 더 많은 사람을 만나는 데에 큰 도움이 되었죠.

 

<풀칠>은 친구 4명과 함께 시작했어요. 친구들과 있는 채팅방을 보니 점심 먹고 나서는 ‘퇴근하고 싶다.’ 퇴근 시간에는 ‘퇴사하고 싶다.’ 그런 이야기들이 주로 올라오더라고요. 이런 주제를 글감 삼아서 글로 써보면 좋지 않을까 생각한 것이 계기가 되었습니다. 예전에는 일기장에 쓰거나 하고 끝낼 내용을 남들에게 보낸 것도 더 적극적으로 내 다음 안정을 찾아가기 위한 시도 중 하나였던 것 같아요.

l 취미로 찍은 풍경 사진

“쉬는 기간이 길어질수록,

요일 관념을 잊지 않게 만드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정해진 일정 덕분에 감각을 일깨울 수 있어요

사실 쉬는 기간이 길어지면 평일이 주말 같고, 주말이 평일 같기도 하잖아요. 요일 관념을 잊지 않게 만드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풀칠>은 회의와 발행을 진행하는 요일이 정해져 있는데, 이 일정이 내가 무언가를 계속하고 있다는 감각을 일깨워주는 장치가 되는 것 같아요.

쉬는 동안 무엇을 할지 추천받은 것 중에 <풀칠>을 전자책이든, 종이책이든 완성된 형태로 만들어보라는 말이 인상적이었어요. 손에 쥐어지는 결과물이 있으면 그냥 쉬었다고 해도 단순한 공백이 아닐 거라는 거죠. 이처럼 휴식기를 가질 때는 편안하게 보내는 것도 좋지만, 혼자서라도 무언가 프로젝트를 진행해 보는 게 좋다고 생각해요.

 

사진을 보정하며 마음을 다스려요

이번에 쉬면서 본격적으로 휴식과 취미에 쓰는 시간을 늘려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카메라를 구입했고, 사진을 찍고 보정하는 데에 시간을 많이 보내고 있어요. 돌아다니거나 여행을 가는 것 자체를 즐기는 편은 아니지만, 찍어온 사진들을 보정하면서 색깔 변화를 주고, 사진을 자르는 과정 자체가 명상과도 같다고 생각되고, 리추얼의 과정처럼 느껴져서 좋더라고요.

“제일 마지막 면접에서

‘다시 해도 지금 이상으로는 못한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내가 어떤 사람인지를 확인하는 것 자체도 의미가 있어요

딱 한 번, 혼자 여행을 갔던 적이 있어요. 제주도에서 3박 4일을 혼자서 돌아다녔죠. 그 여행을 떠난 것 자체가 큰 도전이었는데, 제가 확실히 사람에서 에너지를 얻는 사람이라는 걸 느끼는 계기가 되었어요. 물론 도전을 통해서 무언가를 얻을 수도 있겠지만, 이렇게 내가 어떤 사람인지를 확실히 확인하는 것도 큰 의미가 있는 것 같아요.

 

최선을 다하면 미련 없이 그만둘 수 있어요

언론사 기자를 2년 정도 준비했던 적이 있어요. 원래는 1년만 생각하고 준비를 했었는데 2년까지 늘어나기도 했고, 최종 면접까지 가봤다 보니까 ‘조금만 하면 될 것 같은데’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어요.

그런데 어느 순간 ‘할 만큼 했다.’ 싶은 생각이 들었어요. 제일 마지막에 봤던 면접에서 ‘다시 해도 지금 이상으로는 못한다.’라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지금 다시 생각해도 아쉬움이 전혀 없었고, 그 이상 잘할 수 없었겠다고 생각해요. 그렇기에 후련하게 그만둔 측면이 있어요. 미련이 남지 않게 만드는 게 중요한 것 같고. 그러기 위해서는 최선을 다해야 하는 게 맞는다고 생각합니다.

정병연 님의 ‘내 마음을 성장시켜 준 것들’

• 언론사 시험 준비를 그만둔 순간

기자를 2년 정도 준비했었는데, 최선을 다했다는 걸 알기 때문에 후련히 관둘 수 있었어요. 살면서 무언가를 추진한 경험은 많았어도, 일부러 멈춰본 경험은 처음이었어요. 그렇게 멈춰본 경험 자체가 제 한계를 알고 그만둬야 할 때를 알게 해 준 성장의 순간 같아요.

• 영화 <인사이드 르윈>

무직으로 시간을 보내다 보면 그날이 그날 같아요. 평일과 주말도 구분되지 않고요. 그럴 때 이 영화를 봐요. 똑같아 보이는 일상에서도 항상 변화하는 것이 있고, 그 변화를 잘 포착해서 나를 성장시켜야 한다는 점을 되새길 수 있어요.

• 카메라

취미에 이만큼이나 투자할 만큼 제가 성숙해졌다는 것을 깨닫게 해준 물건이에요. 조금만 투자하려고 해도 100만 원, 200만 원을 우습게 넘어가는 물건이잖아요. 사진을 찍고 보정을 해나가는 과정이 정말 재밌다는 걸 느끼기도 했고요.

우리는 안정과 변화가 서로 반대되는 가치라고 생각합니다. 변화는 기본적으로 우리를 불안하게 만드니까요. 하지만 안전지대에만 머물수록, 우리는 변화에 취약해질 게 분명합니다. 위험을 감수하고 변화를 택하는 건, 잠깐의 불안을 견디며 더 큰 안정을 추구하는 과정일지도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