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OPLE

삶이 최악일 때, 나는 가장 성장했다

“평생 스스로를 안 돌아보고 살 수도 있는데, 덕분에 나를 돌아보게 되었으니까요.”

전종혁 (전) 축구 선수, 가수

살다 보면 천재지변이 일어나듯, 아무리 노력해도 피할 수 없는 위기가 있지요. 축구선수로 활약해 온 전종혁 님은 반복되는 부상으로 오랜 시간 재활의 시간을 가졌고, 결국 은퇴를 결정했습니다. 하지만 전종혁 님은 그 시기가 괴롭기만 한 기억이 아닌, 제2의 인생을 살게끔 해준 소중한 시간이라고 말합니다.

전종혁 님이 찾은

마음 성장의 세 가지 단서

• 냉정한 자기객관화

축구 은퇴와 ‘불타는 트롯맨’ 출연을 고민할 때, 냉정하게 자기객관화를 해 봤어요. ‘사람들이 나한테 어떤 매력을 느낄까.’ 주변에도 물어보고, 고민도 적어보고요. 내가 어떤 사람이라는 정리가 되니, 용기를 얻었어요.

 

• 깨끗한 승복

은퇴하고도 마음 정리가 안 됐어요. 부상 관리를 못 한 자신을 자꾸 자책했죠. 어느 순간 자꾸 뒤돌아보는 게 의미 없다는 걸 알았어요. ‘나는 축구랑 안 맞는 사람이었다.’ 깔끔하게 인정하고 나니 앞으로 나아갈 수 있었어요.

 

• 최악의 시기가 성장의 시기

 선수 생활을 못 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을 때는 정말 힘들었어요. 선수로서는 가장 최악의 시기였지만, 인생에서는 가장 소중한 시간이었던 것 같아요. 평생 스스로를 안 돌아보고 살 수도 있는데, 덕분에 나를 돌아보게 되었으니까요.

l 어린 시절 모습

“뭐 때문에 두려운지 생각해 보니

가장 큰 게 돈이더라고요.

돈 걱정 때문에 도전을 포기한다면

후회할 것 같았어요.”

반복되는 부상이 발목을 붙잡았어요

축구 선수를 하다가 그만두고 이제 가수의 길을 걷고 있습니다. 최근 ‘불타는 트롯맨’이라는 경연 프로그램에 도전해서 준결승에 진출했고, 전국 투어를 하고 있어요. 아버지가 워낙 스포츠를 좋아하셔서 어릴 때부터 축구를 접했어요. 성남 FC의 유소년팀을 거쳐서 성남 FC 소속으로 프로 데뷔를 했고요. 첫 시즌, 저희 팀의 승격을 확정 지었던 경기가 가장 기뻤던 것 같아요.

여러 해 동안 같은 부위에 부상이 재발했어요. 은퇴 당시에는 1년 동안 두 번 수술을 받았고요. 재활하고 복귀하기 한 달 전, 수술 부위에 다시 통증이 몰려왔어요. 처음으로 축구를 못 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엄청나게 스트레스를 받았고, 축구를 그만둔 뒤의 삶에 대해 조금씩 생각하기 시작했어요.

 

돈과 안정보다는, 행복한 쪽을 선택했어요

다시 재활을 준비하던 중 ‘불타는 트롯맨’이라는 프로그램에서 출연 제안이 왔어요. 두 번을 거절했고요. 계속된 제안에 ‘나를 왜 이렇게 찾아주시는 거지?’ ‘내가 노래를 부른다면 다른 사람들에게 매력이 있을까?’를 고민하기 시작했어요. ‘불타는 트롯맨’에 도전하기 위해서는 축구를 그만둬야 했어요. 도전한다면 비교적 안정적인 삶과 받던 연봉을 포기하고 처음부터 시작해야 했죠. 물론 두려웠지만, 뭐 때문에 두려운지 생각해 보니 가장 큰 게 돈이더라고요. 돈 걱정 때문에 도전을 포기한다면 후회할 것 같았어요. 끝이 보이지 않는, 기약 없는 재활을 했었기에 축구를 그만두면 지금보다 행복하지 않을까 생각하기도 했고요. 고민 끝에 은퇴를 결심했어요.

l '불타는 트롯맨' 출연 당시

“친구에게 제가 어떤 사람인지 물어보고,

고민을 정리해 보기도 했어요.

내 장점과 단점이 무엇인지 알려고 노력했죠.”

냉정한 자기 객관화로 고민을 이겨냈어요

축구를 그만두고 경연에 출연하기까지 3주를 고민했어요. 냉정하게 자기객관화를 하려 했죠. 사람들이 어떤 매력을 보고 저를 좋아해 주실지를 고민했어요. 가까운 친구에게 제가 어떤 사람인지 많이 물어보고, 고민을 일기장에 정리하기도 했어요. 마인드맵을 그려보기도 했고요. 내 장점이 무엇이고 단점이 무엇인지 고민했죠. 그렇게 고민하는 과정에서 저 스스로를 설득했던 것 같아요. ‘주위에 듣기로는 내가 이런 사람이야. 그러니까 할 수 있어.’ 이런 긍정적인 생각을 스스로 계속 주입해서 용기를 만들어 냈죠.

 

당연하게 여겼던 축구에서 배운 것, 저만의 장점이 되었어요

어렸을 때부터 항상 축구를 해왔기 때문에 축구를 당연한 제 삶의 일부라고 생각했어요. 축구를 시작했을 때부터 유소년팀에 소속되어 있었기에 성남 FC에서 선수생활을 하는 게 당연한 목표였어요. 주어진 환경에서 최선을 다해 활동해서 결과를 냈었고, 초등학교 시절부터 프로팀에 올라가기까지의 과정이 너무 자연스러웠어요.

은퇴하고 보니 제가 당연했다고 생각했던 축구의 모든 것이 당연하지 않은 것이었다는 걸 깨달았어요. 축구를 통해서 강한 정신력, 건강한 마음가짐, 도전하려는 성향 등 여러 가지를 배우고 다듬어 왔다는 걸 깨달았죠. 경연 프로그램을 할 때 주변에서 ‘너처럼 열심히 하는 사람은 처음 본다.’라는 말을 해주더라고요. 축구 덕분에 긍정적이고 파이팅 넘치는 성격이 만들어졌고, 지금도 많은 도움을 받고 있어요.

“앞으로 나아가는 데에 있어서

과거를 자책했던 것과,

깔끔하게 ‘그래, 나는 그 일과 안 맞았던 거야.’

생각하는 것의 차이가 크더라고요.”

자존심을 버리고, 경쟁 대신 배우는 자세로 임했어요

‘불타는 트롯맨’에 나갈 당시에는 잃을 게 없었어요. 무대 경험도 없었으니까요. ‘난 노래를 잘하는 사람이 아니다.’라는 사실을 인정했어요. 같이 경연에 참여하는 모두가 저보다 위에 있는 사람이고, 배울 점이 정말 많은 사람이라고 생각했죠. 그렇게 부족함을 인정하고 시작했기에 한 라운드를 올라갈 때마다 정말 감사한 마음이 들더라고요. 정말 많은 분의 도움을 받았어요. 다른 분들에게 찾아가서 노래를 부른 다음 어떤지를 계속 물어봤죠. 자존심을 버리는 게 가장 중요해요. 자신을 내려놓는다는 것이 쉽지 않지만, 자존심을 버리는 순간 엄청나게 편해져요. 보이는 것도 더 많아지고, 너무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더라고요.

 

내 현재를 인정하고 나니, 앞으로 나아갈 수 있었어요

제가 은퇴하자마자 월드컵이 시작됐어요. 경기를 못 보겠더라고요. 선수의 행동을 관찰하고 연구하던 게 습관이 되어서 선수들의 움직임을 관찰하게 되고, 제가 경기를 뛰던 기억이 자꾸만 떠올랐어요. ‘나중에 후회하면 어쩌지?’라는 생각을 많이 했던 것 같아요. 나름대로 경쟁력 있는 선수라고 생각했었거든요. 마음 정리가 안 되었던 거죠. 고민 끝에 ‘나는 축구랑 안 맞는 사람이었다.’라는 것을 인정했어요. 아쉬워해봤자 지난 어떻게 할 수 없잖아요. 처음에는 스스로를 자책했었어요. 똑같은 부상이 반복된 것에 대해 ‘내가 몸 관리를 못 했구나.’ 생각했고 스트레스를 받았어요. 어느 순간 ‘이미 지난 일인데 왜 자꾸 뒤돌아보고 있는 거지?’ 생각이 들더라고요. 앞으로 나아가는 데에 있어서 과거를 자책했던 것과, 깔끔하게 ‘그래, 나는 그 일과 안 맞았던 거야.’ 생각하는 것의 차이가 크더라고요.

“은퇴를 고민하던 그때가

인생 중 가장 소중했던 시간이라고 생각해요.

평생 스스로를 안 돌아보고 살 수도 있는데,

덕분에 나를 돌아보게 되었으니까요.”

나에게 집중하는 고독의 시간을 가지며 성장했어요

사람들이랑 어울리는 걸 좋아해요. 운동 외적인 시간엔 맨날 친구들, 사람들과 어울리면서 시간을 보냈죠. 그러다 보니 스스로에 대해서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이 좀 없었어요. 이적을 계기로 일부러 스스로와 보내는 혼자만의 시간을 늘렸어요. 책을 읽고 일기를 쓰면서 나에게 집중하는 시간을 가졌죠. 내면의 빈 수레를 채워 넣는 과정이었던 것 같아요. ‘고독이 나를 만든다’는 말이 있잖아요. 고독함으로써 성장했던 시기라고 생각해요.

 

선수로서는 최악의 시기가, 인생에서는 가장 소중한 시기였어요

축구선수로 활동하지 못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을 때 정말 살면서 처음 느껴보는 좌절감을 겪었어요. 축구선수로서는 지하를 뚫고 내려가는 시기였죠. 하지만 지금 돌아보면 저에게 너무 소중한 시간이기도 했던 것 같아요. 평생 스스로를 안 돌아보고 살 수도 있는데, 덕분에 나를 돌아보게 되었으니까요. 나를 강하게 만들어줬던 전환점, 제2의 인생을 살게끔 해 준 시기였던 것 같아요. 정말 힘든 시간이었고 결국 은퇴로 이어졌지만, 그 시간이 인생 중 가장 소중했던 시간이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솔직하게 말하면 시간이 약이에요. 엄청나게 힘들더라도 어떻게 하다 보면 이겨낼 수 있더라고요. 얼마나 걸리든 ‘이 슬픔은 잠깐이다.’ ‘난 어차피 잘될 거다.’라고 많이 되새겼던 것 같아요. 말과 생각의 힘을 믿거든요.

“‘고생하는 사람이 아름답다.’라는 말이 있잖아요.

저는 항상 고생하고, 도전하는 길을

선택할 것 같아요.”

실패는 없더라고요, 다 과정일 뿐이죠

직업을 바꾸면서 ‘실패의 정의는 누가 정한 거지?’ 생각했어요. 생각해 보면 실패는 없더라고요. 다 과정일 뿐이죠. 저는 축구선수로서 실패했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내가 사랑했던 직업, 하나의 과정이었던 거죠. 후회는 전혀 없어요.

지금 하는 가수라는 직업이 종착지가 아닐 수도 있어요. 하고 싶은 게 생기면 도전할 테니까요. 도전하지 않은 사람과 도전한 사람의 차이가 크다고 생각해요. 무엇을 하든 그 경험을 통해 스스로가 단단해지고, 경험치가 쌓이니까요. ‘고생하는 사람이 아름답다.’라는 말이 있잖아요. 저는 항상 고생하고, 도전하는 길을 선택할 것 같아요.

전종혁 님의 ‘내 마음을 성장시켜 준 것들’

• 책과 일기

예전에는 정말 책을 열자마자 잠들었는데, 계속 읽다 보니까 재미가 느껴지더라고요. 책을 통해 많은 성장을 했어요. 생각이 깊어졌고, 은퇴 같은 중요한 고민을 할 때 선택의 폭을 넓힐 수 있었어요. 그리고 힘들 때 일기를 쓰면서 하루에 느낀 점을 정리하고 마음을 다스렸어요.

• 일상의 루틴 지키기

‘아주 작은 습관의 책’을 읽고 나서 하루에 작은 루틴을 만들었어요. 자기 전에 내일 아침에 무엇을 할지 미리 다 적어두는데, 그런 작은 습관을 만들고 성취하면서 모인 성취감을 통해 스스로를 단단하게 만들 수 있었어요.

• 운동

한 가지에 몰입할 때는 스트레스를 받지 않아요. 게임, 노래 같은 것도 좋지만, 그중에서도 운동이 가장 좋아요. 정신이 맑아지는 게 느껴지거든요.

어떤 환경에서 어떤 인생을 살아가든, 예상치 못한 위기를 완벽히 피할 방법은 없습니다. 인생의 굴곡과 비탈길을 피해 가는 방법보다 중요한 것은, 고난과 위기를 정면으로 마주하고 극복할 수 있는 태도 아닐까요.

계획보다 중요한 건 회고예요

“늘 잘해야 하고, 성공해야 한다고 생각하면 나의 실수를 다시 되돌아볼 수 없어요.”

고은지 서점 <오키로북스> 기획자

‘나’를 알아가는 시간

한 번쯤은 나를 돕는다는 마음으로 스스로에게 휴식을 선물하세요.

유보라 '라이프컬러링' 대표

기사를 쓰는데 이렇게까지

“휠체어를 타고 바퀴를 굴리자마자 ‘내가 알던 세상이 아니구나.’ 느꼈어요.”

남형도 기자

틀린 게 아니라 다른 겁니다

“사람은 누구나 열등감이 있고 어떻게 해소를 해 나가느냐에 따라 완전히 달라진다고 생각해요”

장효준 상담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