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작게 시작하세요 - 플레이라이프

김목인

싱어송라이터

더 작게 시작하세요

싱어송라이터, 작가, 번역가까지, 세 개의 직업으로 활동 중인 김목인 님. 처음부터 성과를 바라고 시작한 일은 아니었습니다. 그저 하고 싶은 게 생길 때마다 조금씩 작게 시작했던 것들이 만들어준 결과죠. ‘자유로운 예술가’가 아닌 ‘마감에 시달리는 창작자’인 그가, 창작의 불안에 대처하는 방식도 비슷합니다. 일을 작게 쪼개고, 당장 할 수 있는 부분부터 시작하는 것.

김목인 님이 찾은

마음 성장의 세 가지 단서

• 단번에 성공할 수 없다

요즘은 첫 시도부터 타율이 높기를 바라는 것 같아요. 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 목표를 작게 잡고 시작해 보세요. 그게 더 현실적이고, 해 볼 만한 일이에요.

 

• 일은 작게 쪼개서

창작자들은 마감에 시달리는 영혼이에요. 두려운 마음이 들 때는 일을 작게 쪼개서 당장 할 수 있는 부분부터 해요. 그러면 서서히 불안감이 줄어들어요.

 

•힘든 시간이 알려준 것

공황 장애를 겪으면서 세상을 보는 관점도 달라졌어요. 마음의 문제가 삶을 위축시킬 수 있다는 걸 깨달았죠. 그런 마음들에 진심으로 공감할 수 있게 되면서 더 많은 사람을 이해하게 됐어요.

단번에 쏟아붓기보다 경험부터 해보세요

학교를 졸업한 뒤로 2~3년은 시행착오가 있었어요. 좋아하긴 했지만 음악을 할 거라 생각은 못 했거든요. 그러다가 인디 씬이 생기면서 뒤늦게 시도해 볼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음반 스튜디오에서 일하면서 동경하는 마음으로 배운 시기였죠. 그러다가 같이 음악을 해보자는 친구들을 만났고, 밴드를 만들면서 본격적으로 시작하게 됐어요.

 

음악을 하고 싶은데 고민이 많다면 꼭 직업이 아니더라도 곡을 만들어보는 경험을 해보는 것도 좋다고 생각해요. 해보면서 아마추어로 만족 못 하겠으면 프로로 활동할지 결정하면 되는 거니까요. 단순히 동경만으로 할지 말지 고민하는 건 도움이 안 된다고 생각해요. 모든 걸 쏟아붓고 결정하기보다 체험해보면서 일이 맞는지 파악하는 시간이 필요해요.

 

어릴 때는 영화 연출을 하고 싶었어요. 나만의 이야기를 쓰고 작품을 만들고 싶었거든요. 하지만 영화 현장을 경험해 보니 내가 생각한 것과는 많이 다르다는 걸 실감했어요. 영화를 만드는 일은 현장에서 사람들과 많이 부딪히면서 감독해야 하는데, 저는 남을 시키는 일에 능숙한 편이 아니었던 거죠.

[김목인 님이 집필, 번역한 책]

“요즘 사회는 도전을 권하면서도

동시에 성공해야 한다는 압박이 있는 것 같아요.

한 번 시도하는 것도 타율이 높아야 한다는

분위기가 있는 거죠.”

새로운 일에 대한 두려움을 줄이는 법

요즘 사회는 다양한 것을 해보라고 권하면서도 성공해야 한다는 압박을 동시에 주는 것 같아요. 책 한 권을 쓰거나 유튜브 채널을 만들어도 흥행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고요. 한 번 시도하는데도 타율이 높아야 한다는 분위기가 있는 것 같아요. 새로운 일을 시작하기 전에 이런 두려움이 크다면 일의 단위를 작게 잡아보세요.

 

저는 싱어송라이터, 번역가, 작가로 활동하고 있지만 처음부터 성과를 바라고 시작하지 않았어요. 번역의 경우 번역가라는 직함을 갖고 싶었던 게 아니라 제가 좋아하는 책을 옮기고 싶어서 시작한 거예요. 그 책을 옮기고 나니까 다른 책을 옮길 기회가 주어지고 어느 순간 번역가처럼 일하게 된 거죠. 음악도 마찬가지예요. 친구들이 여는 작은 파티에서 공연하다가 점점 큰 곳에 초대받으면서 직업이 될 수 있었고요. 글을 쓰게 된 것도 공모전으로 작가 데뷔를 하겠다고 생각했으면 오히려 못했을 것 같아요. 하고 싶은 일의 단위를 작게 잡아서 ‘이 일로 먹고살 수 있을까’보다 ‘곡을 써서 스트리밍 사이트에 공개해 볼까?’ ‘올해는 책 쓰는 일을 시작해 볼까?’ 하는 것이 더 현실적이고 도전해 볼 만한 일인 것 같아요. 그렇게 불안을 줄이면서 하고 싶은 일을 하나씩 이뤄가는 거죠.

“꼭 순서대로 하지 않더라도

퍼즐을 맞추듯이 하나씩 진행하다 보면

어느새 불안감이 사라지더라고요.”

작게 쪼개서 당장 할 수 있는 부분부터

창작자들은 자유로운 영혼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마감에 시달리는 영혼이에요. ‘늑장 부리다가 마지막에 시간이 부족하지 않을까?’, ‘애초에 내가 할 수 없는 일이었는데 괜히 떠맡은 게 아닌가?’ 하는 걱정들이 항상 생기더라고요. 3일 잘 되면 꼭 하루 정도는 굉장히 안 되는 날이 있기도 하고요.

 

압박이 생기고 두려울 때는 일을 작게 쪼개서 당장 할 수 있는 부분부터 해요. 일단 하다 보면 서서히 불안감이 줄어들거든요. 100페이지의 글을 번역한다면 순서대로 하기보다는 당장 잘할 수 있는 페이지부터 작업하는 거죠. 54페이지부터 번역한 다음 앞으로 넘어가서 27페이지를 번역하고 또 81페이지를 번역하는 거예요. 물론 그렇게 하다 보면 작업이 혼란스러울 수 있어요. 그럴 때는 100페이지 진행표를 만들고 하나씩 체크해 가며 퍼즐을 맞춰가듯이 작업을 하면 편해요. 음반 작업할 때도 마찬가지예요. 순서대로 1번 곡을 완성하고 다음 작업을 하기보다 트럼펫 연주자가 몇 개의 곡을 먼저 녹음하는 방식으로 작업하죠. 꼭 순서대로 하지 않더라도 하나씩 진행하다 보면 어느새 불안감이 사라지더라고요.

[김목인 님의 노트]

메모는 느낀 것을 내 언어로 기록하는 연습

창작한다고 하면 백지에서 시작한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은데 보통 쌓아 올린 것들 안에서 소재를 찾는 것 같아요. 저는 주변에서 하는 이야기들을 귀담아듣거나 제가 본 풍경이나 영감을 얻은 것들을 메모하는 습관이 있어요.

 

싱어송라이터로 막 활동을 시작했을 때였던 것 같아요. 세상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들을 제 이야기로 쓸 수 있다는 최면 같은 게 필요한 시기였죠. 그래서 어디서든지 쓰겠다는 마음으로 노트를 가지고 다녔어요. 느낀 것들을 제 언어로 기록하는 과정이잖아요. 그러니까 표현하는 연습이 평소에 되는 거죠. 그렇게 쌓아두었다가 발표할 기회가 왔을 때 작품을 만들게 되는 것 같아요.

만들고 싶은 마음이 있는 한 길을 찾게 되겠죠

음악을 하고 번역하고 책도 쓰고 있지만 다 안정된 직업이 아니에요. 주변에서는 언젠가 못하게 될 수 있는 일로 보기도 하더라고요. 음악만 발표하면 팔리는 시대가 있었다면 지금은 라이브를 꾸준히 해야 하고 다양한 매체에 홍보도 해야 해요. 매체가 변하고 사라지는 경우도 있고요. 1020세대처럼 활동해야 비즈니스가 되다 보니 피로감을 느끼기도 해요. 변화가 빠르다 보니까 바뀌는 세대들이 얼마나 많이 공감하면서 호흡할 수 있을까? 고민도 많이 하게 되고 업계의 흐름이 변화해서 느끼는 불안은 항상 있는 것 같아요. 하지만 뭔가를 만들고 싶은 마음은 쉽게 변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해서 이런 마음이 있는 한 어떠한 방식으로든 길을 찾게 되겠죠. 그런 것들에 실망하기보다는 하나의 변화로 받아들이고 있어요.

 

성격인 것 같기도 한데 음악 할 때도 시간이 걸려서 그렇지 점점 나아져서 안정되는 시기가 올 것이라는 생각으로 했었거든요. 코로나 기간에도 기다림의 시기가 있어서 그렇지 나아질 거라는 생각은 다들 있었잖아요? 그래서 음악을 처음 시작했을 때처럼 충분히 여유를 두고 고민해 보지 못하는 게 좀 아쉬웠었는데 오히려 쉬어가면서 작업을 많이 해놔야겠다고 생각하면서 지냈어요.

“대화라는 건 상대방도

어느 정도 기분이 좋아야 할 수 있는 거잖아요.

힘든 사람에겐 말을 걸기보다 풍경을 보여주고 싶어요.”

외면하고 살던 두려움이 드러난 순간

하던 일들이 전부 잘 되어가면서 기회가 많아지던 시기였어요. 평소보다 한 가지 일을 더 해봐야겠다고 마음먹은 순간 공황이 오더라고요. 그땐 몰랐는데 지나고 나니 외면하고 살던 두려움이 무리하면서 밖으로 드러났던 것 같아요. 마음 속에 안 좋은 이미지가 떨쳐지지 않을 때 마음이 힘든 거라 생각해요. 그래서 좋은 장면들을 보며 마음을 안정되고 편한 것들로 채우려고 노력했어요. 창작자다 보니 아무래도 머리 쓰는 일을 주로 했는데 목공 일도 해보면서 몸을 더 써보려고도 했고요.

힘든 시간은 사람들을 이해할 수 있게 해주었어요

공황 전에는 정신 건강을 고민해 본 적 없었는데 경험하고 나니 많은 분들의 힘듦이 와닿더라고요. 그래서 공황 이후에 세상을 보는 관점이 달라졌어요. 마음속 두려움이 커지면 인생을 굉장히 위축시킬 수 있구나 깨달은 거죠. 평소에 하던 일도 다 못할 것 같고 멀리도 못 갈 것 같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거든요. 그런 마음들에 진심으로 공감할 수 있게 되면서 더 많은 사람을 이해하게 됐어요.

 

예전에는 관성적인 생각을 일깨우거나 풍자하는 것을 주제로 삼았는데, 사람들이 겪는 힘듦에 비하면 그런 것들이 사소하게 느껴져서 요즘에는 그런 주제를 작품으로 삼지 않고 있어요. 대화라는 건 상대방이 어느 정도 기분 좋아야 할 수 있는 거잖아요. 지금은 그런 타이밍이 아니라고 생각했어요. 최근에 발매한 <저장된 풍경>은 듣기 편안했으면, 심란한 마음이 안정됐으면 하는 생각으로 만들었어요. 그걸 풍경이라는 단어로 표현하고 싶어요. 풍경은 말로 설명할 수는 없어도 그냥 좋을 때가 있잖아요. 이번 앨범도 풍경처럼 낯설어도 있는 그대로 공감하실 수 있을 거예요.

“최근에는 아코디언 연습을 하고 있어요. 당장 하지 않아도 되는 일이라서 더 즐거워요.”

오롯이 나의 즐거움을 위한 일

저는 최근에 아코디언 연습을 하고 있어요. 당장 하지 않아도 되는 일이라서 더 즐겁더라고요. 시험 기간에 공부가 아닌 다른 일들이 잘되는 것처럼요. 마감이라는 약속을 지키기 위해 하는 일과는 달리 오롯이 저의 즐거움을 위해 하는 일들은 들으시는 분들에게 또 다른 즐거움이 되지 않을까 싶어요. 저의 좀 엉뚱한 면들까지도 함께 나누고 싶어요.

김목인 님의 ‘내 마음을 성장시켜 준 것들’

• 수첩

그 날 그 날 경험하는 사소한 모든 것들을 기록합니다. 그 과정마저도 인생의 한 순간임을 느끼며 삶을 수용할 수 있었어요.

• 기타 공연 무대

낯선 무대에 오르는 일은 여전히 긴장되기도 하지만, 사람들이 제 말에 집중하는 특이한 경험들을 하면서 즐기기도 하고요. 혼자 집에서 작업할 때는 해보지 못했을 성장이었다 생각해요.

• 가족

스스로에게 신경을 충분히 쏟을 수 없는 게 힘들 때도 있지만, 오히려 가족이 나의 자아에만 신경 쓰지 않도록 균형을 맞춰주는 역할을 해주는 게 아닐까 싶어요.

하고 싶은 것을 이루는 법은 사실 아주 단순합니다. 아주 작게 시작하는 거죠. 일상의 메모가 쌓여 영감이 되고, 하나의 작품이 되는 것처럼요. 눈 앞의 목표가 버겁게 느껴진다면, 해볼 만한 일이라는 생각이 들 때까지 더 작게 쪼개 봅시다. 이거 별 것 아니네, 싶어질 때까지요. 그 별 것 아닌 일들을 거듭하다 보면 어느 새 목적지에 서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