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툴러도 괜찮아요.
이 문장을 읽는 순간, 캘리그라피 워크숍에 참여해야겠다는 확신이 들었어요. 그동안 무의식중에 글씨를 ‘잘 써야 한다’, ‘예뻐야 한다’라는 생각이 마음에 자리 잡고 있었나 봐요. 이 문장이 그런 부담을 내려놓게 해줬습니다. 잘 하지 않아도 괜찮다는 따뜻한 허락 같았달까요. 있는 그대로를 존중해 준다는 인상을 받아 꼭 참여해 보고 싶은 마음이 들었습니다.
이미지에 나만의 손글씨 감성을 더하다

이번 워크숍에서 기대한 건 딱 하나, 나만의 손글씨로 누군가에게 작은 위로를 건넬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었어요. 그런데 붓펜으로 글씨를 쓰는 건 생각보다 훨씬 어렵더라고요.(웃음) 모조지에 연습하다가 붓펜이 많이 갈라지기도 했고, 글씨를 빠르게 쓰다 쩍쩍 갈라지기도 했고, 또 선이 자꾸 흔들려서 당황하기도 했고요. 하지만 하루하루 연습하니까 조금씩 나아지는 게 눈에 보였어요. 저랑 잘 맞는 납작펜과 종이를 찾아가는 과정도 소소하지만 큰 즐거움이었고요. 무엇보다도 제가 직접 찍은 사진 위에 제 손글씨를 얹어보는 경험은 정말 행복했어요. 사진에 저만의 감성을 더하는 느낌이랄까요.
나에게 건네는 첫 번째 축하 메시지

워크숍 참여 프로그램 중에 ‘나에게 쓰는 다정한 편지’가 있었는데요. 마침 그날이 제 생일이었거든요. 보통은 주위 사람들에게 축하를 받기만 했지, ‘내가 나를 축하해줘야지’라는 생각을 해본 적은 없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손글씨로 “햅삐 벌쓰데이 투 미!”라고 또박또박 써서, 제 생일을 가장 먼저 축하해줬어요. 케이크 사진에 글씨까지 쓰고 나니까 상당히 귀엽더라고요. 나를 다정하게 바라보는 일이 이렇게 기분 좋은 일이구나를 느꼈어요.
오늘의 음악과 함께 쓰는 캘리그라피

수업을 하면서 달숲 튜터님이 추천해주신 ‘조니 그린우드’의 ‘For The Hungry Boy’라는 음악이 기억에 남아요. “조용히 마음을 담아내는 시간에 오늘의 음악을 곁들여보세요”라는 말과 함께 소개해 주셨는데, 그 순간이 참 낭만적이었어요. 오늘의 음악과 함께 쓰는 캘리그라피라니! 그 조합 자체가 너무 따뜻하더라고요.
튜터님께 무엇보다 감사했던 건 우리가 올리는 글 하나하나 다 읽어주시고, 함께 성장해 나가는 과정을 진심으로 기뻐해 주셨다는 거예요. 그래서 더 감사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튜터님의 응원 덕분에 이번 워크숍에 더욱 애정을 가지고 참여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튜터 님과의 시간이 끝난 후에도 셀프 미션을 진행하면서 마음에 오래 남는 말들을 골라 손글씨로 써보았어요. 나의 일상과 마음을 다정하게 담아낸 문장들을 적기도 했고요. “얏호 퇴원이다, 집에서 요양하는 하루”, “수고했어 오늘도”, “우리 아프지 말자” 같은 귀엽고 솔직한 문장부터, “인간은 추억을 파먹고 사는 존재라더라”, “꿈 많고 겁 없던 20대의 유리야 고마워”, “10년 후 너에게 보낼 오늘의 사소한 행복을 차곡차곡 기록하고 있어 행복해져라”, “뭉근히, 조용히, 그러나 묵묵히 잘 해낸 오늘의 일상! 정말 잘했어” 같이 스스로에게 보내는 깊고 조용한 응원들도 있었어요. 그 순간의 감정과 마음을 저녁마다 손글씨로 기록하는 일이 생각보다 훨씬 큰 위로가 되었고, 나를 돌보는 특별한 시간이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