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내 삶을 정해주면 좋겠다' 싶어질 때 - 플레이라이프

‘누가 내 삶을 정해주면 좋겠다’ 싶어질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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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워크숍 참가자 인터뷰

    ‘누가 내 삶을 정해주면 좋겠다’ 싶어질 때

    인터뷰이 | 쭈
    궁금한 건 꼭 알아내고야 말겠다는 열정으로 박사과정에 진학하여 공부하는 물리학도입니다호기심이 많고 궁금증을 자아내는 것들을 재밌어 해요그중 가장 재미있는 건 나 자신일지도요

    “질책하는 내면의 소리에

    매번 지는 듯한

    느낌이 들었어요.”

    내가 누구인지 잃어버린 기분이었어요

    대학원 생활을 오래 하다 보니 나 자신을 점점 잃어버리는 기분이 들었어요. 연구가 나인가, 내가 연구인가 싶고 연구가 잘 안 되거나 모르는 게 많다고 느끼면 나 자신이 무쓸모해진 것 같았어요. 머리로는 ‘나는 나다, 나는 가치롭다, 나를 잘 다독이자’라고 해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어요. 하지만 질책하는 내면의 소리에 매번 지는 듯한 느낌에 이대로는 안되겠다 싶었지요.

     

    도망가고 싶었어요. 나의 무능력과 무쓸모를 마주하는 일상이 반복되니 마주하기보다는 회피하기 시작했어요. 도파민을 쉽게 얻을 수 있는 짧은 영상이나 게임이 하루 중 차지하는 비중이 점점 늘어갔어요. 무기력과 막막함에 잠식되어버린 기분에 스스로 나를 마주할 에너지가 바닥났다는 걸 자각했어요. 그래서 도움이 필요했습니다. 다시 나를 잘 달래고, 나와 친해지고 싶었어요. 워크숍 첫날, 나에게 말을 거는 시간이 있었어요. 그때 제가 떠올린 나는 두려움에 몸을 한껏 웅크린 모습이었어요. 많이 지쳐 있었고, 그만두고 싶다는 말만 반복했어요.

    “어느 날 나와의 대화에서

    뜻밖의 답을 들었어요.

    ‘잘 하고 싶어, 잘 해내고 싶어.’ ”

    내가 알고 있던 것과 다른 나를 만났어요

    워크숍을 시작하기 전부터 기대가 컸습니다. 하다 보니 세 번의 만남이 너무 짧게만 느껴졌어요. 시작할 때보다 더 큰 만족감으로 끝맺을 수 있었던 것은, 변화가 시작되었다는 믿음 때문인 거 같아요.

     

    매일은 아니지만 기록하는 걸 좋아해서 종종 일기를 쓰고 있었어요. ‘자기대화일지’도 비슷하다고 생각해서 ‘이걸 쓴다고 큰 변화가 있겠어?’ 했지요. 하지만 놀랍게도 지금까지 알고 있던 것과는 다른 나를 만났습니다. 그저 도망가고 싶었기에 오히려 도망갈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하다, 그런데 이제 와서 대학원을 그만두기엔 많은 것들이 아깝다고 생각하는구나, 싶었거든요. 그런데 어느 날 “안녕하니?”라는 물음으로 시작된 나와의 대화에서 뜻밖의 답을 들었어요. “잘하고 싶어. 잘해내고 싶어”라는 대답이요.

     

    나를 만나고 나와 대화한다는 건 무조건적인 지지와 응원, 혹은 위로를 건네는 것 그 이상이었어요. 감정을 알아차리는 것에서 멈추지 않고 그 다음 단계를 배웠어요. 내가 진정 원하는 것을 들어주고, 그것을 이룰 수 있도록 도와주고, 때에 맞게 응원과 위로를 건네고, 지칠 때 쉼을 허락하는 것. ‘내 편’이 되는 것의 시작은 먼저 ‘나를 만나는 것’이라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불안정한 감정을 숨기고, 회피하기 급급했던 지난 날과는 다르게 나에게 묻고, 듣고, 나의 욕구를 알아주는 것으로 내 편이 되어주는 삶의 시작을 한걸음 내딛은 듯해 감사한 시간이었어요.

    “숨 쉬는 존재,

    즉 생명은 귀하다는 생각이

    미처 나 자신에게는

    향하지 않았더라고요.”

    내 안에 있는 답을 찾아나갈 힘을 얻었어요

    많은 순간들이 기억에 남아요. 그중 하나는 “숨 쉬세요”라고 하신 튜터 님의 목소리예요. ‘나도 살아 있구나’를 느끼는 것만으로도 감정을 알아주는 데 도움이 된다고 가르쳐주신 방법이에요. 살아 있는 것들에 대한 연민, 생명을 귀하게 여기는 마음이 정작 나 자신을 향하지는 못했구나, 하는 반성도 하고요. 살아 있어줘서 귀하다, 살아 있어줘서 고맙다, 생각도 합니다. 이후로 종종 숨을 들이마시고 내쉬며 묻습니다. “나는 지금, 안녕한가요?”

     

    우리는 모두 존재 자체로 귀하다는 것을 알고 있어요. 하는 일이 무엇이든, 나의 겉모습과 내면의 모습이 어떻든 상관없이요. 그런데 정작 나 자신의 귀함을 알아주는 것이 가장 어렵게만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 내가 자주 실망스럽고, 무능력하다고 느껴지는데 앞으로 무엇을 해야 할지 막막한 기분만 들 때야말로 나와 대화하는 방법을 알아야 하는 시점이 아닌가 싶어요. 튜터 님은 자주 ‘문제의 답은 각자 자기 안에 가지고 있다’고 말씀하셨는데 정말 그렇더라구요.

     

    또한 삶을 사계절에 비유해주시며, 항상 좋은 일만 가득하진 않을 거라고 하셨어요. 모두가 이미 알고 있듯이요. 결국, 그 사계절을 내내 함께 살아가는 것은 나 자신이잖아요. 나와 어떻게 친밀하게 살아갈 수 있는지를 알게 된 시간이었던 거 같아요. 어떤 일에도 내가 나의 편이고, 내 안에서 해답을 찾아나갈 수 있다면 얼마나 힘든 일이 닥쳐오는지는 사실 크게 중요하지 않을지도 몰라요.

     

    이 워크숍에서 홍성향 튜터님은 정답을 물어다 주시지 않고, 스스로 답을 찾을 수 있도록 가이드 해주셨어요. 대화를 시작할 수 있는 질문을 던져주시며 일시적인 게 아니라 앞으로도 꾸준하게 할 수 있는 ‘how to’를 주셨어요. ‘그냥 아무나 내 삶을 정해줬으면 좋겠다’ 싶을 만큼 삶이 막막하다면 가장 먼저 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가 돌아보며 나와의 관계를 회복할 수 있는 이 워크숍을 추천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