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이런 기분이 들까요?
최선을 다했는데, 남은 건 보람 대신 허무
우리는 보통 ‘최선을 다해 노력하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다’는 신념을 가지고 일합니다. 말랑집사 님도 회사가 잘 되기를 바라는 마음과 함께 이런 믿음을 가지고 일해 오셨던 것 같아요. 그런데 지금의 상황은 이 ‘노력-보상’ 체계가 무너진 상황처럼 보입니다. 열심히 일한 만큼 보람을 느끼는 것이 아닌 좌절감을 경험하게 된 것이지요. 이는 뿌리 깊게 자리잡은 신념이 무너지는 상황이 되어, 곧 ‘내가 속았다’와 같은 배신감으로 연결될 가능성도 있습니다.
게다가 회사의 대표는 노력도, 좋은 결과에도 관심을 가지지 않고 책임을 회피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회사를 이끌어가고 누구보다 ‘노력-보상’ 체계를 신경 써야 할 사람이 도리어 나태한 상황. 반대로 직원인 말랑집사 님은 리더의 역할까지 떠안고 있는 이 상황은 공정성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게도 만들지요. 억울함, 허무함, 분노, 배신감은 지극히 자연스럽고 정상적인 반응입니다.
일에 전념한 마음이 상처가 되어 돌아올 때
사람들은 단순히 돈을 벌기 위해서만 일하지 않습니다. 특히, 책임감이 높고 일에 의미와 가치를 두는 사람일수록, 일은 자기 가치가 실현되는 장이 됩니다. 내가 하는 일이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고, 내가 속한 곳이 성장해 나가며, 그 안에서 나도 기여하고 있다는 감각이 있을 때 심리적 만족이 생기는데, 이것을 심리학에서는 ‘가치 기반 동기’ 또는 ‘의미 추구 동기’라고 부릅니다.
사연 전반을 살펴보면 말랑집사 님은 일에 가치를 두고, 일에서 의미를 찾고 싶은 사람으로 느껴집니다. 그러다 보니 ‘대표가 적당히 일하니 나도 적당히 시키는 것만 하고 돈 받아 가야지’와 같은 마음보다는, ‘회사가 무너지면 안 돼. 어떻게든 붙잡고 해결해야지!’의 모드로 일에 전념하는 것이지요. 오히려 일에 진심인 사람이기 때문에, 일에 대한 태도와 환경이 맞지 않을 때 생기는 이 간극이 무력감, 자존감 저하, 허무감으로 이어지게 된 것일 수 있습니다.
조직에서 배제될지 모른다는 생각이 마음을 흔드는 과정
대표가 “직원들과 사업을 분리하겠다”라고 말한 순간, 말랑집사 님은 단순히 의견 충돌을 겪은 것이 아니라 조직에서 배제될 수 있다는 신호를 받은 것입니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기 때문에 직장은 단순한 일터를 넘어 내가 속한 집단으로 인식되지요. 그런데 그 집단의 중심 인물이 나를 배제, 소외하려고 했기 때문에, ‘관계적 위협’, 그리고 ‘생존의 문제’로 확장되어 더 크게 불안을 느끼게 되는 것입니다.
소외의 가능성을 경험하면 우리는 누구나 자동적으로 불안을 느낍니다. 뿐만 아니라 위축되고 과거 내가 말실수를 하거나 잘못 행동한 것은 아닌지 반추를 거치고, 자기검열을 하게 되지요. 말랑집사 님이 이 조직에 미래가 없다고 합리적으로 생각하며 퇴사를 결심했더라도, 소외와 배제라는 위협 앞에서 ‘내 문제는 없나? 내가 무능한 것은 아닌가?’와 같이 생각하며 긴장을 느낄 수 있습니다.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요?
흔들린 마음이더라도, 품위를 지키며 떠나기
조직 안에서 이미 신뢰가 크게 흔들린 상황이라면, 가장 먼저 필요한 것은 ‘무엇을 바꿀 수 있고 무엇은 바꿀 수 없는지’를 구분하는 일입니다. 대표를 변화시키는 것은 통제가 불가능한 영역이기 때문에, 이를 붙잡고 있을수록 소진과 무력감은 더 커질 수 있습니다. 대신 질문을 전환해볼까요? “어떻게 하면 이 환경이 더 나빠지기 전에 안전하게 나올 수 있을까?” 이는 회피가 아니라 건강한 자기보호 전략에 가깝습니다.
퇴사를 결정했다면 남은 기간은 의도적으로 자신을 정서적으로 분리해 ‘역할을 수행하는 나’로 지내는 것도 한 방법이 됩니다. 마치 연기를 하듯 두 개의 정체성을 잠시 운용하며, 감정적으로 얽히기보다는 맡은 일을 정리하고 마무리하는 데 집중하는 것이지요. 이미 이 조직은 말랑집사 님의 가치와 맞지 않는 환경이 되었기 때문에, 갈등을 줄이고 단정하게 나오는 것이 이후 커리어에 유리하겠지요. 남은 기간은 최대한 좋은 이미지로 기억되기 위해 노력해보세요. 스스로의 평판과 관계적 자산을 지키는 시기로 말이지요.
상처가 아닌 자산으로 남기는 퇴사 준비
퇴사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가장 먼저 필요한 것은 스스로를 비난의 자리에서 꺼내고, 내가 충분히 애썼다는 사실을 인정해주는 것입니다. 지금의 상황을 개인의 역량 부족이라고 해석하기보다는, 리더십 부재와 조직 구조의 한계라는 맥락 속에서 인지적으로 구분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책임감 있는 사람이라면 ‘내가 더 잘했어야 했나’라는 생각이 자연스럽게 들겠지만, 실제로는 말랑집사 님이 통제할 수 없는 영역이었다는 사실을 알고 계시지요. 오히려 이토록 힘들었던 이유는 그만큼 회사를 진심으로 대하며 일에 가치를 두고 전념했기 때문일 거예요. 그런 자신에게 따뜻한 위로를 건네 주세요.
또한, 이 시기를 단순히 ‘회사를 떠나는 과정’이 아니라 ‘정리의 시간’으로 사용하는 것도 도움이 됩니다. 이 회사에서 중요하게 여겼던 가치나 태도, 행동 등을 10가지 정도 적어 보고, 그중 내가 실제로 이루어 낸 부분과 아쉬움이 남는 부분을 구분해 보세요. 또한 내가 통제할 수 있었던 영역과 아닌 영역은 무엇이었는지, 대표의 행동은 내가 바꿀 수 있는 영역이었는지와 같은 질문에 답해보는 회고 작업은 왜곡된 자기 비난을 줄일 수 있게 도와줄 거예요. 이렇게 이번 경험을 정리한다면, 분명 큰 자산이 되어 다음 환경을 선택할 때 기준이 되어줄 것이랍니다.
불안한 마음을 안고 앞으로 나아가기
퇴사를 결심했더라도 불안이 남는 것은 매우 자연스러운 반응입니다. 다만 불안이 막연한 상태로 머물면 생각 속에서 계속 부풀어 오르기 쉽지요. 그래서 ‘무엇이 정확히 걱정되는지’를 구체적으로 명료화하는 작업이 도움이 됩니다. 이직이 바로 가능할지에 대한 걱정인지, 레퍼런스콜에 대한 염려인지, 혹은 ‘내가 무능했던 건 아닐까’라는 자기평가에 대한 불안인지 구분해 보세요. 불안은 두루뭉술할수록 연기처럼 커지지만, 이름을 붙이는 순간 지금, 여기에서 다룰 수 있는 문제로 바뀝니다. 그리고 앞서 했던 회고 작업과 연결해, 실제로 보완이 필요한 부분이 있다면 그것을 준비 행동으로 옮겨보세요. 이렇게 하면 떠다니는 불안이 아니라, 내가 통제할 수 있는 과제로 전환될 수 있습니다.
한편으로는 이번 경험의 여파가 다음 환경까지 이어지지 않도록 정리하는 과정도 필요할 것 같아요. 힘들었던 조직을 겪고 나면 향후 비슷한 성향의 상사나 상황을 만났을 때 더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내 몫과 상대의 몫을 구분하는 연습’을 해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조직의 구조 문제나 리더의 태도는 개인이 책임질 수 없는 영역이라는 점을 다시 확인하고, 내가 감당해야 할 역할의 범위를 명확히 인식하는 것이지요. 이 구분이 선명해질수록, 새로운 환경에서 과도하게 짊어지거나 스스로를 탓하는 패턴을 줄이고 보다 건강한 거리감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이번 경험은 말랑집사 님이 얼마나 책임감 있게 일에 의미를 두고 살아왔는지를 보여주는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를 정리하고 떠나는 선택 또한 자신을 지키고 성장시키는 건강한 결정이 될 거라 확신해요. 스스로의 가치와 기준을 더 선명히 알게 된 만큼, 그에 맞는 멋진 곳에서 다시 힘을 회복해가시기를 응원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