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UNSELING

살아온 힘, 살아갈 힘

청년들을 상담하는 과정에서, 우리의 생존에 가장 치명적인 요인은 더 이상 행복을 꿈꿀 수 없는 절망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요즘 누군가의 성공 스토리만큼 흔해진 것이, 절망감을 극복하지 못해서 되돌릴 수 없는 선택을 한 사람들의 이야기입니다. 전세 사기를 당한 이후 생활비가 없어서 목숨을 끊은 20대 청년의 소식을 뉴스로 접한 적이 있습니다. ‘내가 똑같은 일을 당한다면 어떻게 극한의 절망 상태를 극복하고 행복을 선택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해봤어요. 제가 그나마 잘 아는 분야인 심리학에서 찾은 답을 공유하고자 합니다.
모은찬 절망의 터널에서 빠져나와 행복해지기 위한 방법

약해진 울타리 안에서 살아가는 사람들

과거엔 일부 상류층을 제외하고는, 자녀들이 출가하기 전까지 노년의 삶을 크게 신경 쓰지 않은 채 현재를 하루하루 살아내기 바빴던 것 같아요. 그런데 평균수명이 늘고 개인화가 급속히 진행되면서 누구나 자신의 불투명한 미래를 불안해하는 시대가 되었지요. 이제 가장 취약해지는 노년의 삶과 생존을 누구도 보장해 주지 않습니다. 내가 고립되지 않도록 보호해 주던 가족의 울타리가 다 삭아버렸거든요. 수많은 사람들을 하나의 공동체로 묶어주던 신앙이나 규범 역시, 개인의 사사로운 이익이나 욕심이 그보다 앞서면서 본연의 기능을 상실했습니다.

 

타인과 비교하는 삶

각자 생존의 불안을 느끼고 공동체 의식이 옅어진 세상에서, 친구나 선후배는 나의 잠재적 경쟁자로 의식되기도 합니다. 연봉 탑 대기업에 입사해서 한 턱 낸다는 친구, 일 년에 두 번씩 꼬박꼬박 해외여행을 나가는 친구, 주식에 전 재산을 걸어 대박을 터뜨린 친구 등. 성공 스토리가 흔해질수록 나는 홀로 불안해집니다. 그러면 날 선 상태로 스스로를 방어하기 위해 애쓰게 되기 쉽지요. 세상을 향해 벽을 치고 나면, 딱히 내게 피해를 주는 게 아닌데도 타인의 약점이 눈에 거슬리기 시작해요. 누군가의 이기심, 속물근성, 허세, 순진함을 비웃기도 합니다. 마치 나의 취약성을 망각하기 위해 다른 사람의 취약한 모습을 제물로 삼는 것처럼요.

 

내가 지키고 싶은 소중한 가치

건강과 재산은 내 노력만으로 이룰 수 없는 부분이 있어요. 하지만 적어도 내가 지키고자 하는 소중한 가치는 내 의지대로 충분히 실현할 수 있죠. 이 글을 작성하며 제가 지키고 싶은 가치를 하나씩 떠올려봤습니다. 감사, 가족애, 우정, 자유와 책임, 직업적 전문성, 일에 대한 열정, 인간성, 진솔함, 유머. 이 모든 가치가 행복과 맞닿아 있어요. 저는 다른 이들의 고민을 듣는 상담사지만, 생존을 걱정하면서도 결국엔 행복해지고 싶은 평범한 사람입니다.

 

사람을 다시 일으키는 원동력

‘자기 결정성 이론’을 발표한 에드워드 데시(Edward Deci)와 리차드 라이언(Richard Ryan)의 연구에 따르면, 인간이 생존하기 위해서는 세 가지의 기본적인 심리적 욕구가 반드시 충족돼야 합니다. 기본 심리 욕구가 충족되면 사람들은 긍정적인 감정을 느끼고, 잠재 능력을 최대로 끌어올려 역경을 극복할 수 있어요. 인생의 굽이마다 찾아오는 절망을 극복하고 행복을 선택하기까지, 저도 내담자들 곁에서 기본 심리 욕구의 중요성을 강조하곤 했습니다.



 

 

기본 심리 욕구 1. 자율성

힘들고 괴로운 일이 생기면 우리는 다른 사람이나 환경을 탓하며 주저앉고 싶어집니다. 책임의 소재를 전부 외부로 돌리는 거죠. 그러고 나면 마음은 잠깐 편해질지 몰라도 상황은 전혀 나아지지 않는다는 게 문제입니다. 이런 때일수록 상황을 객관적으로 파악하고, 내가 변화시킬 수 있는 부분은 무엇이 있는지 적극 확인할 필요가 있어요. “이게 다 부모님 때문이야. 사기꾼 때문이야. 세상이 불공정하기 때문이야.”라는 생각은 인생에 좌절과 미련만 남길 뿐이에요. 여러분 삶의 주인이 당신 자신임을 기억하세요.


책임의 소재가 100% 타인에게 있을지라도 다음과 같이 다짐할 수 있습니다. “나는 지금부터 현명한 선택을 내릴 거야. 그리고 내가 내린 선택과 결정에 책임을 져야지.” 그러면 하늘이 무너졌어도 솟아날 구멍을 직접 뚫어서 빠져나올 수 있습니다. 절망의 순간을 맞닥뜨릴 때, 죽을 만큼 힘든 마음을 억지로 부정하거나 외면할 필요는 없습니다. 단, 역경을 극복하다 보면 내가 더욱 단단하고, 작은 일에도 감사하고, 행복의 진정한 가치를 아는 사람이 되리라는 점을 꼭 기억하세요.


내 삶의 주인의식을 되찾기 위해 일상의 표현 방식부터 바꿔보는 건 어떨까요? “난 오늘 떡볶이를 먹기로 선택했어”, “오늘 난 밖에 안 나가고 집에서 쉬기로 선택했어”. 이처럼 내가 자율적으로 선택했다는 표현을 입에 붙이고 그 의미를 되새기다 보면, 삶에 대한 주체 의식이 강해집니다. 내 삶에 대한 주권을 스스로 행사하는 태도가 몸에 밸 때, 비로소 행복 또한 밖에서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내가 선택할 수 있는 길이라는 지혜를 얻게 될 것입니다.


 

기본 심리 욕구 2. 유능성

안도감을 느낄 수 있는 가장 쉬운 방법은 늘 안전지대에 머무르며 아무런 도전을 하지 않는 것입니다. 하지만 “그때 용기 있게 OO을 선택했더라면…”과 같은 말을 항상 입에 달고 살게 되지 않겠어요? 삶에서 후회를 남기지 않으려면, 의식적으로 늘 도전과 성장을 지향하면서 여러분이 지닌 능력을 주기적으로 확인할 필요가 있습니다.

도전과 성장을 지향한다면 실패는 무조건 경험하게 될 겁니다. 그러나 좌절하지 않고 이 경험을 토대로 더욱 현명한 선택을 내릴 수 있게 되면, 자기 능력을 백분 발휘하게 되는 순간이 반드시 찾아옵니다. 나의 능력 있음을 자각하는 경험은 스스로에 대한 인지적 재평가로 이어집니다. 나도 하면 된다는 생각, 노력하면 뭐든 일궈낼 수 있다는 자신감을 느끼게 되는 거죠. 그러면 스스로의 한계를 넘어 더 넓은 세계를 향해 계속 도전하는 과정에 탄력이 붙습니다. 도전과 성취의 선순환 사이클이 만들어지는 거예요. 긍정적인 자기 자신에 대한 상(image) 역시, 여러 번 넘어져도 또다시 일어나며 스스로에 대한 능력을 확인하는 일에서 비롯됩니다.

 

기본 심리욕구 3. 관계성

삶에 대한 동기와 욕구는 관계성에서 찾아오는 경우가 많은데요. 자신을 위해주는 사람이 있음을 기억할 때, 관계의 회복이 이루어질 때, 지켜야 할 가족을 떠올릴 때, 내담자들이 삶의 의지를 되찾는 모습을 많이 봐왔습니다. 관계성은 많은 이들에게, ‘내가 살아 있는 이유, 앞으로 살아야 할 이유’로 작용합니다. 가족, 함께 일하는 동료, 시시콜콜한 농담을 주고받는 친구 등, 내 주변에 사회적 지지자원이 얼마나 충족되고 있는지 스스로 점검해 보세요. 우리는 타인과 관계를 맺으며 또 다른 내 모습을 알아갑니다. 사람들과의 관계는 우리 안에 다채로운 감정을 불러일으키지요. 관계를 잘 유지하기 위해서는 긍정적이고 부정적인 감정들을 감내할 수 있는 역량이 필요해요. 동시에 내 감정도 상대방에게 건강하게 표현할 수 있어야 하고요. 감정의 무게를 감당하기 힘들 때 우리는 과중한 업무, 술과 음식, 게임, 때로는 소모적인 관계로 스스로를 무감각하게 만드는데요. ‘진정한 관계’만이 앞에 나열한 대체제들을 무력화시킬 수 있습니다. 지금 생각나는 소중한 사람에게 연락해서 안부를 물어보세요. “나만 상대를 중요하게 생각하고, 상대에게 나는 별것 아닌 존재면 어떡하지.”와 같은 걱정이 들어도 괜찮습니다. 너무 과하지 않게 핵심만 담아 마음을 표현해 보세요. 상대의 존재가 주는 고마움을, 위로를, 의미를 기회가 있을 때 전달하세요. 표현하지 않은 마음은 결국 사라져 상대가 알 길이 없습니다. 오늘이 내 삶의 마지막 날이라면 누구에게 연락하고 싶나요?

 

어두운 터널을 지나

어릴 적 우리가 꿈꿔왔던 행복은 요원하기만 합니다. 예전에는 대학생이 되고 나면, 제대만 하고 나면, 취업에만 성공하면, 결혼해서 가정을 이루면 저절로 행복해질 수 있다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하지만 나이를 한두 살 더 먹을 때마다 예상치 못한 새로운 문제가 거짓말처럼 나타나 우리를 집어삼키려 합니다. 이 글을 읽는 독자님이 이제껏 어떤 삶을 살아오셨는지, 어떤 어려움 속에 있는지 전부 알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별을 보려면 어둠이 있어야 한다는 말이 있잖아요. 칠흑 같은 현실 속에서도 당신은 여전히 빛나고 있다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기적처럼 살아왔으니, 기적처럼 살아갈 수 있을 것입니다. 어두운 터널 끝에 환한 빛이 스며드는 날을 기대하며, 마음 속으로 응원하겠습니다.

 

나를 죽을 만큼 힘들게 했던 고민은?

  • 취업과 관련한 고민
  • 가족 문제로 인한 고민
  • 경제적 빈곤으로 인한 고민
  • 건강 문제로 인한 고민
  • 친구 또는 이성 문제로 인한 고민
  • 자신의 결함 및 자책으로 인한 고민

사람들의 불합리한 행동에 너무 화가 납니다.

7시30분 가족과의 갈등이 괴로운 직장인

불합격 통보를 받을 때마다 우울하고 무력해요.

J 나 혼자만 멈춰 있는 것 같은 취업준비생

중요한 발표를 망친 뒤, 자괴감이 들어요.

진우 발표 공포증에 시달리는 회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