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UNSELING

반려동물이 무지개 다리를 건넜어요

우리 집의 사랑둥이, 콩이가 얼마 전 강아지 별로 갔어요. 제가 가장 시간을 많이 보냈고, 심적으로 의지도 많이 해와서 그런지 가족 중에 상실감을 가장 크게 느끼는 것 같아요. 일상으로 돌아가서 아무렇지 않게 살아가는 게 이상하게 느껴지기도 해요. 유난스럽다는 말을 들을까 봐, 주변에 제 마음을 터놓기가 어려워서 사연을 보내봅니다. 이 슬픔의 시간을 어떻게 보내면 좋을지 모르겠어요.

*사연자와 반려동물의 이름은 가명임을 알립니다
겨울 펫로스 증후군으로 힘든 반려인
카운슬러 모은찬의 편지

안녕하세요, 겨울님. 모은찬 상담사입니다. 가족이나 마찬가지였던 콩이를 떠나보내셨다니 상심이 무척 크시겠군요. 깊은 애도를 표합니다. 지금은 어떠한 위로도 마음에 가닿기 힘들 것 같아요. 우선, 많이 슬퍼하고 그리워하셔도 괜찮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좋은 날에도 힘든 날에도, 언제나 변함없이 나를 반겨주던 소중한 존재가 곁에서 사라져 버렸으니까요. 이젠 더 이상 손을 내밀어 쓰다듬어줄 수도 없고, 초롱초롱 빛나는 눈망울을 바라볼 수도 없게 되었으니까요. 같은 공간에서 매일매일 일상을 공유하며 지냈던 만큼 빈자리가 당연히 크게 느껴집니다. 그동안 이 슬픔에 공감하는 사람이 주변에 거의 없었다는 점이 겨울님을 더 지치게 만들었을 것 같습니다. 아무에게나 쉽게 꺼내 놓기 힘든 이 우울감을 어떻게 다루면 좋을지 이제 함께 얘기해 보도록 해요.

왜 이런 기분이 들까요?

펫로스, 반려동물의 죽음이 때로 극복하기 더 힘든 이유

반려동물이 안겨주는 기쁨과 행복이라는 감정에 의문을 품는 사람은 드뭅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반려동물의 죽음으로 인한 슬픔과 상실감에는 많은 이들이 의문을 표하곤 하지요. 반려동물이 우리에게 기쁨을 선사하며, 우리가 그 기쁨을 내 안에 꽃핀 진짜 감정이라고 인정한다면, 같은 방식으로 반려동물이 우리의 내면에서 깊은 슬픔을 끌어내는 것도 가능하지 않을까요? 허상이 아닌, 우리의 마음을 찢어 놓는 진짜 슬픔을 말이에요.

 

아직 우리 사회에서는 반려동물을 애도하는 과정을 너그럽게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너무 오래 슬퍼하면 다음과 같은 말을 듣게 되죠. “사람도 아니고 강아지일 뿐인데 그냥 훌훌 털어 버려.” “비슷하게 생긴 다른 강아지를 다시 입양하면 되지 않아?” 반려인이 느끼는 상실감, 죄책감, 우울과 같은 감정도 쉽게 평가절하되곤 합니다. 오히려 이러한 감정을 솔직히 꺼내 놓으면 ‘고작’ 강아지, 고양이에게 감정이 휘둘리는, 성숙하지 못한 사람으로 치부될 우려도 있습니다. 때문에 ‘펫로스 증후군’을 경험하는 사람들은 아픔을 다른 이들과 나누지 못하고 오롯이 혼자 떠안는 경우가 많은 것 같아요. 겨울 님께서도 주변에 마음을 이해해 줄 사람이 없었기 때문에, 외로움과 고립감이 더해져 상태가 악화했을 것으로 예측됩니다.

 

펫로스 증후군

 

깊은 유대감을 느끼던 반려동물을 잃은 후 죄책감,
괴로움, 슬픔 등의 정신적 고통을 느끼고 있는 상태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요?

1) 추억 떠올리기, 의미 되새기기

겨울 님의 반려동물 콩이는 겨울 님께 어떤 의미였나요? 함께하며 즐거웠던 기억, 힘들었던 기억을 모두 떠올려보세요. 반려동물과 함께 시간을 보내기 전후로 나 자신은 어떻게 달라졌나요? 반려동물로 인해 내가 어떤 면에서 어떻게 더 나은 사람이 될 수 있었는지에 대해 스스로 질문하고 답변해 보세요. 그러면 아마 고마운 마음이 들 텐데요. 그 마음을 담아 반려동물에게 편지를 써봅니다. 편지가 부담스러우면 포스트잇에 하고 싶은 말이 생각날 때마다 한 마디씩만 적어보셔도 돼요. 그리고 사진이나 목줄 같은 유품을 모아두는 상자를 만들어서 편지를 함께 담아 뒀다가 반려동물이 그리울 때마다 상자를 열어보세요.

 

이러한 방식으로 반려동물과의 추억을 떠올리고 의미를 되새기는 작업을 하다 보면, 남겨진 감정이 서서히 정리되는 것을 느끼실 수 있을 거예요. 미안함이나 죄책감은 누그러드는 대신에 감사한 마음이 차오르기 마련이지요. 아울러 우리는 죽음이라는 고통스러운 경험을 통해 역설적으로 생명의 소중함을 깨닫습니다. 남은 삶을 어떻게 살아야 좋을지 고민하고 새롭게 다짐하는 계기가 마련되지요. 필연적으로 무지개다리를 건널 수밖에 없는 것이 우리의 운명인데, 반려동물이 먼저 그 다리를 건너며 값진 선물을 남겼다고 생각하면 어떨까 싶습니다.


 

2) 이타적인 활동: 봉사활동

유기견/유기묘 봉사활동과 같이, 무지개다리를 건넌 반려동물 콩이와 관련이 있는 이타적인 활동을 하는 것도 권해드리고 싶어요. 이를 통해 고립감과 우울감을 낮추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반려동물의 죽음 직후에는 심리적 충격 때문에 식음을 전폐하거나, 대인관계와 사회적인 활동을 아예 중단하는 사람들도 있기 마련인데요. 봉사활동은 이처럼 반려동물을 떠나보내고 그 충격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는 이들에게 특히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내면으로 파고드는 고통에서 눈을 돌려 다른 유기 동물들을 돕는 선행을 하다 보면, 기분이 좋아지고 시야가 확장되면서 삶의 만족감이 점차 올라가는 경험을 할 수 있지요. 더불어 이전에는 비슷하게 생긴 강아지/고양이만 봐도 기분이 축 처졌지만, 노출 효과(exposure effect)로 인해 마음을 열고 비슷한 동물들을 자연스럽게 대할 수 있게 됩니다.

 

주의할 점은, 봉사활동을 할 때 새롭게 입양할 반려동물을 찾으려는 마음을 최대한 내려놓고 이타행동 자체에 의미를 둬야 한다는 점이에요. 감정이 정리되지 않은 상태에서 섣부르게 입양하면, 새로운 반려동물에게서 옛 반려동물의 모습을 찾으려는 무의식적인 시도와 실패가 반복되면서 우울감이 되려 심해질 수 있기 때문이지요.


 

3) 집단상담 또는 소모임 참여

비슷한 어려움을 경험하고 있는 사람들과 얘기를 나누면 나의 아픔이 타당화(validate)되는 법입니다. 펫로스를 경험한 사람들이 모이는 소모임이나 집단상담이 있다면 적극 참여해서, 안전한 공간에서 겨울 님의 마음을 꺼내 보시기를 바랍니다. ‘반려동물을 떠나보낸 일이 지극히 마음 아픈 일이구나, 힘든 게 정상이구나’ 하며 내 감정에 타당성이 부여되면 슬픔을 극복하는 데 도움이 되거든요. 나만 힘든 게 아니라는 사실을 확인하는 것만으로도 큰 위로를 받을 수 있을 거예요. 하지만 반려동물을 떠나보낸 양상이 저마다 다를 수 있으므로(노화, 사고, 질병 등) 집단이나 모임의 성격을 잘 파악하고 참여하길 권해드립니다.

 

겨울 님이 반려동물 콩이에게 이름을 붙여준 순간부터 콩이는 겨울 님께 다가와 꽃이 되어주었지요. 외모, 실력, 성격까지 서로서로를 쉽게 판단하고 평가하는 세상 속에서 콩이는 존재 자체만으로도 큰 위로가 되었을 거예요. 언제나 나를 무해하게 바라보던 그 선한 눈빛을 기억하세요. 서로 믿음과 사랑을 주고받았던 경험을 소중히 간직하세요. 그러면 때가 되었을 때, 받았던 사랑을 세상에 나눠주며 다시 힘차게 살아 나가실 수 있으리라 믿습니다. 부디 지금 느끼는 아픔이 너무 오래 지속되지 않길 바랍니다.

 

사랑하는 반려동물과 딱 하루를 다시 보낼 수 있다면 하고 싶은 것은?

  • 발을 맞춰 평화롭게 산책하기
  • 좋아하던 놀이 함께 해주기
  • 나무그늘 아래에서 여유롭게 낮잠자기
  • 사랑한다고 말해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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