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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UNSELING

부모님의 그늘에서 벗어나고 싶어요

안녕하세요. 5년 동안 만난 남자친구와 결혼을 하고 싶은 20대 후반 여성입니다. 하지만 부모님께서는 시기가 이르다며, 결혼을 반대하세요. 남자친구의 직업이나 조건이 좋은 편이라, 남자친구보다는 저와 어머니의 문제라고 생각되어 사연을 보냅니다.
저는 너무 오랫동안 부모님의 통제 아래에서 살아왔습니다. 흔히 말하는 '마마걸'처럼 지내왔어요. 이제는 그런 모습을 바꾸고 싶습니다. 부모님의 그늘에서 벗어나 제 의지대로 행동하고, 제가 원하는 삶을 살아보고 싶습니다. 주변 사람들도 부모님에게서 독립하라고 이야기합니다. 부모님의 통제가 너무 심하다고 합니다. 사람들은 집이 가장 편안하게 쉬는 공간이라고 하지만, 저에게는 집이 그렇게 느껴지지 않습니다. 부모님의 그늘에서 벗어나고 싶어요.

*해당 사연은 원문을 축약해서 공개합니다.
민트초코에비츄 20대 직장인
카운슬러 김아라의 편지

안녕하세요, 민트초코에비츄님. 김아라 상담사입니다. 부모님의 그늘에서 벗어나 이제는 정말 나의 인생을 살겠다고 굳게 결심한 마음이 느껴졌습니다. 이 명확한 마음을 알아차렸다면 변화는 분명 따라오게 되어 있답니다. 우리는 모두 자기 삶의 나아갈 방향을 스스로 고민하고 정하며 선택과 책임을 지며 살아갈 때, 건강한 삶을 살 수 있다고 믿습니다. 민트초코에비츄님께 확실한 응원과 지지가 되길 바라며 편지를 시작해 보겠습니다.

왜 이런 기분이 들까요?

통제가 익숙한 사람은 ‘선택하는 힘’보다 ‘허락받는 습관’이 먼저 생긴다

우리는 모두 어린 시절 부모의 보호 아래 자랍니다. 하지만 보호와 통제는 분명 다릅니다. 민트초코에비츄님은 사소한 일들부터 큰 결정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선택지를 제공받고 스스로 선택해 본 경험이 많이 없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이렇게 오랜 기간 자신의 선택보다 부모님의 기준에 맞추는 삶을 살게 되면, 자율성(autonomy)의 발달이 충분히 이루어지지 못할 수 있습니다. 비유하자면, 내 삶의 운전대를 내가 온전히 잡지 못하고, 옆에 앉아 “우회전 해라, 지금은 멈춰라”와 같이 지시하는 부모의 반응을 계속 신경 쓰고 살피며 살아가는 것입니다.

이런 환경에서는 자신의 욕구와 부모의 기대를 자연스럽게 분리하기 어려워집니다. 그래서 ‘나는 이 사람과 내년에 결혼하고 싶다’라는 마음이 분명함에도 동시에 ‘부모님이 허락하지 않으면 안 되는 것 아닐까?’라는 생각이 자동으로 따라옵니다. 오랫동안 학습된 관계 방식 때문이지요. 지금 느끼는 답답함은 단순히 결혼에 대한 문제가 아니라, 처음으로 자신의 삶을 자신의 기준으로 선택하려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진통이라고 생각됩니다. 독립된 존재로, 그 주체성을 인정받고 존중 받고 싶은 마음이 분명하기 때문에 그 고통이 더 크게 느껴지겠지요.


 

부모의 감정을 책임져 온 사람은, 죄책감에서 쉽게 벗어나지 못한다

사연에서 가장 눈에 띄었던 표현은 “10년 넘게 어머니의 감정 쓰레기통처럼 살아왔다”는 말이었습니다. 이는 가족심리학에서 말하는 정서적 부모화(Emotional parentification)를 떠올리게 합니다. 부모가 자신의 불안이나 분노, 외로움 등을 자녀에게 지속적으로 쏟아내면, 자녀는 부모를 실망시키지 않는 것이 자신의 역할이라고 배우게 되지요. 자녀가 부모의 정서적 부담을 대신 감당하거나, 부모의 감정 상태를 자신의 것으로 받아들이는 것을 말합니다.

더욱이 어머니는 자신의 의견이나 우려되는 점을 조언, 제언하는 방식으로 소통하기보다, 간섭, 험담, 통제와 같이 심리적 조종(manipulating)을 통해 자신이 원하는 결과를 얻어내 온 것처럼 보입니다. 이런 경험이 반복되면 성인이 된 이후에도 부모를 힘들게 하는 선택을 하는 순간 강한 죄책감이 올라옵니다. 그래서 독립을 원하면서도 쉽게 발을 떼지 못하고, 부모의 감정을 먼저 걱정하게 되는 것이지요. 하지만 부모의 감정을 대신 책임지는 것은 자녀의 역할이 아닙니다. 이제는 어머니의 감정을 책임지는 부모의 역할에서 벗어나기를 응원합니다.


 

심리적 독립은 부모를 떠나는 것이 아닌, ‘나의 삶’을 살아가기 시작하는 것

민트초코에비츄님은 어려서부터 어머니와의 관계가 매우 밀접하게 형성되어 심리적 역동이 공고하게 자리 잡았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자신을 ‘마마걸’이라고 표현할 만큼, 삶의 중요한 결정들을 하는 데 어머니의 판단에 의존하는 관계가 오랫동안 지속되어 왔을 것입니다. 하지만 성인이 되면 자연스럽게 자신의 가치관과 삶의 방향이 생겨나고, 부모와 다른 선택을 하게 되는 과정이 시작됩니다. 이때 갈등이 생기는 것은 자신의 삶을 책임지는 성인으로 성장하는 자연스러운 발달 과정입니다.

심리학에서는 이를 ‘자기 분화(Self-Differentiation)’라고 합니다. 분화란 부모를 밀어내거나 관계를 끊는 것이 아니라, 부모와 관계를 유지하면서도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부모의 것과 구분하고, 자신의 선택에 책임질 수 있는 능력을 말합니다. ‘내가 원하는 결혼을 하고 싶다’는 건강한 독립의 욕구가 분명히 있지만, 동시에 ‘혹시 내가 틀린 선택을 하는 건 아닐까? 엄마 말이 결국 맞으면 어떡하지?’라는 불안도 함께 존재할 수 있습니다. 괜찮습니다. 심리적 독립의 길을 용기 있게 걸어 나가고 있는 자신을 인정하고 칭찬해주세요!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요?

내가 결정했다면, 그것이 내 삶의 정답이야

많은 사람들이 독립은 부모님을 이해시키고 허락받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앞서 말한 심리적 독립은 부모님이 내 선택에 동의하지 않더라도 내 선택을 유지할 수 있는 내적인 힘을 갖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 중요한 것은 먼저 자기효능감(Self-efficacy)을 키우는 것입니다. 작은 선택(나의 소비, 인간관계, 휴식의 방법 등)을 스스로 해보고, 그 작은 성공 경험을 반복하다 보면 어느새 ‘나는 내 삶을 살아갈 수 있는 사람’이라는 믿음도 함께 자라납니다.

더 큰 선택인 결혼에 있어서는 이와 더불어 ‘목적의식과 우선순위’를 깊게 고민해 보세요. ‘나는 왜 이 사람과 결혼하고 싶은가’, ‘이 사람과 평생을 함께하고 싶은 가장 중요한 이유가 무엇인가’와 같이 말이지요. 이를 분명히 마음에 두고 결정한다면 더욱 힘 있게 밀어붙일 수 있을 거예요. 그리고 더 중요한 것은 내 선택에 책임을 지는 것입니다. 민트초코에비츄님이 결정했다면 곧 그것이 정답입니다. 그러니 스스로가 선택한 결혼에 책임을 지기 위해, 행복한 결혼생활을 듬뿍 누리기 위해 최선을 다해주세요!


 

죄책감이 든다고 해서 잘못된 선택은 아니다

민트초코에비츄님은 부모님의 기대와 다른 선택을 할 때 죄책감과 불안이 함께 따라오는 것 같습니다. 중요한 것은 잘못했기 때문에 느끼는 죄책감이 아닌, 오랫동안 부모님의 기대를 우선하며 살아온 사람이 새로운 관계 방식을 시작할 때 나타나는 감정인 셈이지요. 죄책감이 올라올 때, ‘내가 정말 잘못한 걸까? 아니면 정서적 부모 역할에 익숙해지고 있기 때문에 불안한 걸까?’ 스스로 질문해 보세요. 이와 함께 죄책감 이면에 또 다른 감정은 무엇이 있는지 살펴보는 것도 좋습니다. 화가 나는지, 억울한지, 우울한지, 내 또 다른 감정을 살펴본다면 내 진정한 욕구를 알아차리는 데 도움이 될 것입니다.

더 중요한 것은 오랫동안 책임져온 부모님의 감정에서 벗어나는 일입니다. 각자의 감정은 각자의 것입니다. 즉 부모님이 실망하거나 화를 내는 것은 부모님의 감정이며, 부모님이 감당해야 할 몫이라는 것을 분명히 인지합시다. 건강한 관계는 서로의 감정을 존중하면서도 각자의 삶을 살아가는 관계입니다. 부모님의 모든 감정을 책임지지 않고도 부모님을 여전히 사랑할 수 있습니다. 통제가 부모님의 사랑의 방식이더라도, 나는 나의 사랑의 방식을 선택할 수 있습니다.


 

결혼보다 더 중요한 것은 ‘나의 삶’을 선택하는 사람으로 성장하는 것

민트초코에비츄님은 지금 결혼을 원하고 있지만, 조금 더 깊이 들여다보면 이 순간 진짜 바라는 것은 결혼을 넘어 ‘내 삶을 내가 선택하며 살아가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만약 부모님의 허락을 받지 못한 채 결혼하더라도, 심리적으로 여전히 부모님의 평가와 통제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면 비슷한 갈등은 결혼 이후에도 다른 모습으로 반복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때는 나뿐만이 아니라 나의 배우자, 나의 자녀에게도 그 통제가 넘어올 것이고요.

그래서 이번 경험을 단순히 결혼을 허락받는 문제로만 보지 않으셨으면 해요. 오히려 평생 이어질 부모님과의 관계를 새롭게 만들어 가는 출발점이라고 생각해 보세요. 부모님과 가까운 관계를 유지하면서도, 중요한 선택만큼은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사람이 되는 것. 그것이 심리학에서 말하는 건강한 분화이며, 민트초코에비츄님이 앞으로 만들어 갈 가장 든든한 삶의 기반이 되어줄 것입니다.

제가 상담실에서 만난, 부모님의 반대와 통제에도 결국 자신의 선택으로 평생의 동반자를 선택한 많은 분들이 떠오릅니다. 물론 모든 가정생활에 크고 작은 어려움이 있겠지요. 그럼에도 그분들께 들었던 메시지를 민트초코에비츄님께 돌려드릴게요.
“이제야 진짜 제 삶 같아요. 저는 너무너무 행복해요!”

 

통제형 부모님에게서 독립하는 방법으로, 나는?

  • ‘부모님은 어떻게 생각할까?’보다 ‘나는 무엇을 원하는가?’를 먼저 생각한다.
  • 죄책감이 들지만 내 선택을 바로 포기하지 않는다.
  • 부모님의 감정과 내 책임을 구분하려고 노력한다.
  • 대화를 차단하거나 화를 내는 극단적인 방식을 사용하게 된다.
  • 부모님의 반대가 예상되더라도 내 의견을 차분하게 끝까지 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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