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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UNSELING

좋아하는 일인데 지쳐요

안녕하세요. 저는 5년차 미술치료사입니다. 경제적인 고민과 더불어 진로 고민이 있어서 사연을 보냅니다. 개인 미술치료, 집단 미술치료를 진행하고 있는데, 만나서 상담하는 일이 매우 기쁘지만 준비하는데 시간을 많이 할애하는 편입니다. 그러다보니 한 주간 많은 상담을 하기 보다는 정해진 수를 진행하게 되고, 경제적인 수입에도 한계가 다소 있는 편이에요.

이러한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해서 교구재를 만들어서 판매해보기도 하고, 웹 앱을 만들어보는 등의 창업 지원을 통해 여러 활동을 하고 있는데 눈에 띄는 소득이나 성과가 적으니 점차 지쳐갑니다. 애초에 이 공부를 하게 된 이유가 '저 자신을 스스로 치유하고 싶어서'가 컸다 보니, 내향적이고 예민한 성향인 저에게 잦은 대면 상황이 부담으로 다가오기도 합니다. 30대 중반이 되어가는데 아직도 나에게 완전히 딱 맞는 직업을 찾지 못한 걸까 싶기도 해서 더 막연해집니다.
먼지 30대 프리렌서
카운슬러 김아라의 편지

안녕하세요, 먼지 님. 김아라 상담사입니다. 사연을 받자마자 ‘먼지’라는 별명이 눈에 들어왔어요. 살다 보면 내 자신이 아무 것도 아닌 것처럼 느껴지고, 이 세상의 먼지처럼 느껴질 때가 있지요. 다양한 일들을 해왔던 역사, 그 속에서 나와 잘 맞는 직업을 찾으려 했던 노력, 여전히 지속되고 있는 진로 고민 속에 막연한 무력감과 불안을 느끼고 계실 먼지 님께 다정한 응원의 편지가 되기를 바라봅니다.

왜 이런 감정이 들까요?

내 삶의 속도가 남들보다 느린 것 같을 때

우리는 나이가 들수록 어느 정도의 나이에 어떤 모습을 갖추어야 한다는 사회적 기대를 자연스럽게 내면화합니다. 안정적인 직장, 충분한 소득, 예측 가능한 미래를 갖추는 것이 성인의 삶에서 당연히 이루어져야 할 과업처럼 여겨지기도 하지요. 발달심리학에서는 이러한 사회적 기대를 ‘사회적 시계(social clock)’라는 개념으로 설명합니다. 사회적 시계에 비추어 자신의 삶을 평가하면, 지금까지 해온 경험과 노력보다 아직 이루지 못한 것들이 더 크게 보이기 마련이지요. 특히 30대 중반이라는 시점에서 진로와 경제적 안정이 여전히 불확실하다면, 내가 지금껏 보내온 시간이 무의미하다는 공허감이나 인생의 중요한 시기를 놓치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불안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사회적으로 기대되는 시기에 어떤 발달과업을 이루었는지가 한 사람의 삶이 잘 흘러가고 있는지를 결정하지는 않습니다. 누군가는 일찍 하나의 길에 정착하고, 누군가는 다양한 경험을 거치며 자신의 이야기를 써내려갑니다. 지금까지 카페 운영, 편집 디자인, 일러스트 작업, 미술치료를 경험해 온 시간은 한곳에 정착하지 못한 흔적이라기보다 먼지 님에게 맞는 일의 형태를 찾아온 과정이라고 생각해요. 중요한 것은 남들처럼 자리 잡았느냐가 아니라, 지금까지의 경험을 통해 무엇이 자신을 기쁘게 하고 무엇이 자신을 지치게 하는지 얼마나 구체적으로 알아가고 있느냐인 것 같습니다.



 

좋아하는 일도 나를 지치게 할 수 있습니다

사람을 만나고 마음을 나누는 일에서 기쁨을 느끼면서도, 잦은 대면 상황과 긴 준비 과정이 부담스럽게 다가오는 것은 모순된 일이 아닙니다. 먼지 님께서 ‘스스로 치유하고 싶어서’ 공부를 시작하셨듯, 상담과 치료는 나의 마음 뿐 아니라 상대방의 감정과 필요에 주의를 기울이고, 자신의 정서적 반응도 조절해야 하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강도 높은 정서적 노동은 내향적이고 자극에 민감한 사람에게는 더욱 에너지를 소모하게 만드는 일이지요. 일에서 기쁨과 보람을 느낀다는 사실만으로 그 일을 감당하는 데 필요한 에너지까지 충분하다고 볼 수는 없습니다.

우리는 흔히 좋아하는 일이라면 힘들어도 계속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일을 지속하는 데에는 흥미와 의미 뿐 아니라 업무량, 회복 시간, 경제적 보상, 일하는 환경도 중요합니다. 저는 특히 보상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요. 상담을 위해 많은 시간을 준비하는 방식이 현재의 수입 구조와 맞지 않는다면, 일에 대한 애정이 있어도 피로와 무력감이 쌓이고 금세 소진될 것입니다. 이는 직업에 대한 적성이 맞지 않는다거나 열정이 부족해서라고 보기는 어려울 것 같아요. 자신에게 맞는 일을 찾는다는 것은 반드시 다른 직업으로 바꾸는 방법만 있는 것은 아니지요. 같은 일을 하더라도 만나는 사람의 수, 준비 방식, 대면과 비대면 업무의 비중을 조절하는 것 역시 오래 일하기 위한 중요한 선택이 될 수 있습니다.



 

노력한 만큼 돌아오는 것이 없다고 느껴질 때

우리가 어떤 일을 지속하기 위해서는 그 일에서 의미와 보람을 느끼는 것뿐 아니라, 자신의 노력이 실제로 무언가를 만들어 내고 있다는 성취의 경험도 필요합니다. 심리학의 자기결정성 이론(Self-determination Theory)에서는 자신이 무언가를 해낼 수 있다는 감각인 ‘유능감(Competence)’을 중요한 심리적 욕구 중 하나로 설명합니다. 내가 쏟은 시간과 노력이 결과로 이어지고, 그 결과를 통해 조금씩 성장하고 있다는 느낌은 다음 시도를 이어갈 힘이 되어 주지요. 반대로 새로운 시도를 반복해도 눈에 띄는 성과나 경제적 보상이 나타나지 않으면, 노력하는 과정 자체가 점점 버겁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지금의 노력으로 언제쯤 달라질 수 있을지 알 수 없다는 막막함까지 점차 더해질 수 있고요.

이럴 때 우리는 종종 결과의 원인을 자신의 능력 부족이나 잘못된 선택으로 받아들이곤 합니다. 교구재를 만들고 웹 앱을 개발하는 등 여러 방법을 시도했음에도 기대만큼의 결과를 얻지 못했다면, 내가 잘하는 일이 맞나? 내가 선택하는 것들이 좋은 결과를 이뤄낼 수 있을까? 자연스레 의심하게 되지요. 하지만 노력의 결과는 개인의 역량 뿐 아니라 시장의 수요, 자원, 환경과 같은 여러 조건의 영향을 받습니다. 따라서 기대한 성과가 나타나지 않았다는 사실이 지금까지의 노력이 무의미했다거나 가능성이 부족하다는 뜻은 아닙니다. 다만 일에서 느끼는 의미만으로 모든 어려움을 감당하기는 어렵기 때문에, 먼지 님이 들이는 노력에 걸맞는 성과와 보상을 얻을 수 있는 구조를 고민하는 것 역시 일을 오래 지속하기 위해 꼭 필요한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요?

노력한 나를 인정하면서, 지속 가능한 방법을 찾아가기

먼지 님, 지금까지 여러 가지 시도를 해오셨다는 사실만으로도 얼마나 많은 고민과 노력을 해오셨을지 느껴집니다. 미술치료사로서 사람들의 마음과 만나는 것만으로도 힘들텐데, 교구재를 만들고 웹 앱을 개발하며 새로운 가능성을 찾으려 하셨지요. 그런데 기대했던 만큼의 성과가 나타나지 않으면, 그동안 들인 시간과 노력이 모두 헛된 것처럼 느껴지기 쉽습니다. 특히 미래를 바꾸기 위해 시작한 일들이 또 다른 부담이 된다면, 무언가를 더 시도할 힘조차 남지 않을 수 있지요. 그러니 지금은 그동안 충분히 애써 온 자신에게 토닥여주며, 잠시 여유를 허락해 주셨으면 합니다.

앞으로는 무언가를 더 많이 해내는 것만큼이나, 지금까지의 노력이 실제로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이어지고 있는지 살펴보면 좋겠습니다. 심리학에서는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과정에서 자신의 행동과 결과를 점검하고, 필요에 따라 전략을 조정하는 것을 자기조절의 과정으로 봅니다. 어떤 활동이 실제 수입으로 이어지는지, 어떤 일에 시간과 에너지가 과도하게 소모되는지 살펴보고, 유지할 것과 줄일 것, 잠시 멈출 것을 구분해 보세요. 내가 들이는 시간과 에너지 대비 충분한 보상을 얻을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 지금 먼지 님에게 반드시 필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해요. 만약 지금의 일로 이 구조를 만들 수 없다면 새로운 직업을 찾아보는 것이 더 지혜로울 수도 있겠고요.



 

나의 모양을 존중하며, 나에게 맞는 일의 환경 만들기

먼지 님께서는 내향적이고 예민한 성향 때문에 잦은 대면 상황이 부담스럽다고 말씀하셨지요. 하지만 내향성과 예민함은 고쳐야 할 단점이라기보다 받아들이며 존중해야 할 나의 모습에 가깝습니다. 사람마다 외부의 자극을 받아들이고 에너지를 회복하는 방식은 다르며, 어떤 사람은 다양한 사람과 활발하게 교류할 때 활력을 얻지만 어떤 사람은 소수의 사람과 깊이 관계 맺고 혼자 집중하는 시간 속에서 더 편안함을 느낍니다. 중요한 것은 어느 쪽이 더 바람직한가가 아니라, 자신의 기질이 어떤 환경에서 강점으로 발휘되고 어떤 환경에서 쉽게 소진되는지 이해하는 것입니다. 나에게 맞지 않는 환경에서 힘들어하는 자신을 보며 부족함을 탓하기보다, 나의 특성을 존중하면서 그에 맞는 환경을 찾아갈 필요가 있습니다.

진로심리학에서는 개인의 특성과 직업 환경 사이의 적합성을 중요하게 다룹니다. 같은 직업이라도 업무량, 대인관계의 빈도, 자율성, 작업 방식에 따라 경험하는 만족감과 소진 정도는 달라질 수 있습니다. 그러니 먼지 님께서 꼭 미술치료를 그만두어야 하는 것은 아닐지도 모릅니다. 무엇보다 그러한 성향으로 인해 미술치료에서 강점을 발휘할 가능성도 크고요. 대신 대면 상담의 수를 조정하고, 준비 시간을 효율화하거나, 혼자 집중할 수 있는 콘텐츠 제작과 같은 업무를 적절히 결합하는 방법도 생각해 볼 수 있겠지요. 자신의 강점은 살리고 소모되는 에너지는 줄일 수 있도록 일하는 방식을 설계해 보는 것, 내가 어떤 조건에서 편안하고 능력을 잘 발휘하는 사람인지 알아가는 것에서 시작하셨으면 합니다.



 

나에게 맞는 정답을 찾기보다, 나를 알아가는 과정으로

우리는 자신에게 꼭 맞는 직업을 찾아야 한다고 생각할 때가 많습니다. 내가 진심으로 좋아하는 일, 잘 하는 일, 경제적 안정까지 보장해주는 일을 발견한다면 비로소 삶이 제자리를 찾을 것처럼 느껴지기도 하지요. 하지만 삶이란 정말로 나에게 꼭 맞는 답을 찾아가는 과정일까요? 김애란 작가의 산문 「그랬다고 적었어」에서도 볼 수 있듯, 어쩌면 인생은 자아실현의 과정이라기보다, 자기이해의 과정에 가까울지 모르겠습니다. 내가 어떤 사람인지를 알아가고, 그 이해를 바탕으로 ‘지금의 나’에게 맞는 선택을 해나가는 과정인 셈이지요.

그런 의미에서 지금까지 먼지 님이 경험해 온 여러 직업과 새로운 가능성을 찾아 시도해 온 시간도 다시 바라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 과정에서 무엇을 할 때 기쁜지, 어떤 환경에서 쉽게 지치는지, 무엇을 중요하게 여기며 살아가고 싶은지도 조금씩 알아오셨을 테니까요. 앞으로도 지금의 선택이 영원히 옳을지 확신할 수 없고, 새로운 경험을 통해 생각이 달라질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매번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는 것은 아닙니다. 이전의 경험은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지금의 나를 이해하는 데 보탬이 되니까요. 그러니 아직 정답을 찾지 못했다는 이유로 지금까지의 시간을 미완성으로 여기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먼지 님이 어떤 일을 하며 살아가든, 그 과정에서 스스로를 더 잘 이해하고 자신에게 맞는 삶을 만들어갈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의미 있는 여정이 될 것입니다.

지금까지 걸어온 길이 돌아가는 길처럼 느껴지더라도, 그 시간들이 사라지거나 무의미해지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어떤 경험이든 저마다의 모양으로 우리 안에 남아, 지금의 나를 이해하고 새로운 길을 선택하는 데 소중한 바탕이 되어줄 테니까요. 그 막막한 길 속에서 먼지 님이 스스로를 믿어주며 묵묵히 걸어 나갈 수 있기를 바랍니다.

내가 앞으로의 일에서 가장 중요하게 지키고 싶은 것은?

  • 들이는 시간과 노력에 걸맞은 경제적 안정과 보상
  • 새로운 것을 배우고 시도하며 성장할 수 있는 기회
  • 사람들과 깊이 연결되고, 누군가에게 도움이 된다는 보람
  • 나만의 속도를 존중하는 환경
  • 사람들에게 인정받을 수 있는 명예와 위치

또래들과 어울리는 게 너무 어려워요.

낌새 인턴 생활을 시작한 20대

연인과 헤어질 때마다 불안해 죽을 것 같아요.

햇살 이별이 두려운 취업준비생

내가 좋은 작가가 될 수 있을까 두려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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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의 불합리한 행동에 너무 화가 납니다.

7시30분 가족과의 갈등이 괴로운 직장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