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UNSELING

사람들의 불합리한 행동에 너무 화가 납니다.

어머니의 사업에 문제가 생겨 가족 간에 대화를 나누던 중이었습니다. 어머니의 실수로 발생한 사건이지만, 가족 구성원 모두가 걱정하고 대처해 온 사안입니다. 답답하고 억울한 마음은 가족 모두 마찬가지이고, 희박한 가능성이라도 최대한 포기하지 않고 대비해야 한다고 생각하여 토론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술을 드신 아버지는 어머니와 제 말은 듣지 않으시고, 책임을 회피하며 짜증과 화만 내셨습니다. 급기야 저에게 심한 욕설을 하셨고, ‘왜 그러시냐’는 반문에 ‘당장 이 집에서 나가라’며 폭언을 하셨어요. 결국 저도 분노가 치밀어 크게 화를 내며 대들었습니다.

비단 가족들 뿐만이 아닙니다. 저는 조금이라도 타인에게 피해나 불편을 끼치면 미안한 마음이 일어 사과를 합니다. 비중이 크든 적든 잘못되거나 실패한 일에 제가 개입되어 있으면 책임감을 느끼고요. 그런데 왜 사람들은 저에게 배려는커녕 조심조차 하지 않는 걸까요. 이럴 때마다 저는 극심하게 치밀어 오르는 분노와 더불어 깊은 우울감 및 자괴감이 듭니다.
7시30분 가족과의 갈등이 괴로운 직장인
카운슬러 김혜령의 편지

7시30분님, 안녕하세요. 주변 사람들에 대한 배려가 불합리한 행동으로 돌아온다면 누구나 화가 나고 억울할 거에요. 특히나 아버지로부터 날카로운 말을 들었을 때는 얼마나 속상하셨을까요. 관계 속에서 분노감 혹은 좌절감을 종종 느끼시는 것 같아 안타까운 마음으로 사연을 읽었답니다.

왜 이런 기분이 들까요?

 

오로지 내 감정만 책임질 수 있을 뿐

모든 사람들이 내가 기대하는 만큼 예의를 지키고, 서로를 존중한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그러면 서로 상처줄 일도 상처받을 일도 없을텐데 말이죠. 이렇게 어긋날 수밖에 없는 이유는 우리는 모두 각자 다른 욕구, 생각, 감정을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건 마치 각자가 다른 세상에 살고 있는 것과도 같아요. 그렇기에 누구도 상대방의 행위를 통제할 수도 예측할 수도 없습니다. 안타까운 사실이죠. 다행스러운 것은 내 마음은 내가 조절할 수 있다는 겁니다.

우리는 오로지 나 자신만을 돌볼 수 있을 뿐이지요. 문제는 마음의 주권을 잃어버린 경우입니다. 마음의 운전대를 놓쳐버리면 타인이 주는 자극에 힘없이 흔들리고 맙니다. 주변 사람들이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때로는 격렬한 분노에 휩싸이기도 깊은 우울에 잠식당하며 살아가는 거지요. A 때문에 내 마음이 괴롭고 짜증난다면 내 마음의 주권이 A에게 가있는 것입니다. 물론 인간은 너무나 연약한 존재이기에 주변의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그런 주변으로부터 내가 다치지 않도록, 나를 내가 보호할 수 있음을 기억해야 해요.

관계 속에서 반복해서 비슷한 문제에 걸려 넘어진다면 내 마음을 돌볼 좋은 기회입니다. 이 때 포커스를 바깥에 두고 있으면 문제는 반복될 것입니다. 하지만 포커스를 나에게로 둔다면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어요. “저 사람은 왜 저럴까?”라는 질문을 내 안으로 가져와서, “나는 왜 저 사람의 행동이 유독 화가 나고 상처가 되는 걸까?”라고 되물어 보는 겁니다. 나는 어떤 기대를 가졌는지 또는 어떤 욕구를 가졌는지 살펴보고 이해하면서 어떤 자극에 취약한지도 알아갑니다. 그러면 내가 내 마음을 어떻게 운전해야 할지,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어떤 태도를 취해야 할지도 새롭게 선택할 수 있겠지요.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요?

 

1. 자극과 반응 사이 간격 늘리기

타인이 어떤 말과 행동을 하면 나는 반응을 하게 됩니다. (자극 → 반응) 그런데 자극과 반응 사이에는 공간이 있어요. (자극 → 빈 공간 → 반응)

이 공간이 사람마다 어떻게 반응하는지의 차이를 만들어 냅니다. 그리고 자극과 반응 사이의 간격이 넓을수록 나를 지킬 수 있는 확률이 높아져요. A와 B가 출근을 하다가 똑같이 누군가가 던진 돌에 맞았어요. A는 ‘에이 뭐야.’ 하면서 가던 길을 갑니다. 그런데 B는 ‘이 자식 누구야!’ 하면서 돌 던진 사람을 찾아내서 복수를 하려고 합니다. A는 오전에 기분이 조금 나쁘다가 말았지만, B는 지각을 하고 하루종일 신경쓰며 일에 집중하지도 못했어요.

A와 B 둘 다 똑같은 자극을 받았고 화가 났지만 어떻게 반응하는지는 달랐지요. A는 가던 길을 가는 것을 선택했고, B는 분노에 이끌려 복수를 선택했어요. 이 둘의 차이는 자극과 반응 사이의 공간에 따라서 달라진 겁니다. 돌을 맞는 것(외부의 자극)은 내가 피할 수 없지만 나의 반응은 내가 선택할 수 있는 영역이에요. 주변 사람들의 말과 행동에 따라 특정 감정이 자극될 때마다, 이 자극과 반응 사이의 공간을 기억하세요. 그리고 누구보다 나 자신을 지킬 수 있는 반응을 선택하는 겁니다.

 

2. ‘분노’라는 아이를 이해하고 돌보기

7시30분님은 특히 ‘분노’라는 감정을 자주 느끼고, 이를 다루는 것을 어렵게 느끼시는 것 같습니다. 어떤 감정을 느껴선 안된다고 여길 때 그 감정은 더욱 크게 올라오게 됩니다. 감정은 억압할수록 튀어 오르려는 성질이 있어요.

분노는 두려움의 다른 모습입니다. 무엇인가가 자신을 해칠 것이라는 불안으로부터 자신을 지키기 위해 느껴지는 감정이에요. 분노가 없다면 세상의 불평등 혹은 부당함을 개선할 수가 없듯이 분노는 우리를 지켜주는 소중한 감정이에요. 이런 ‘분노감’을 한 명의 아이라고 생각해 보세요. 무언가로부터 나를 지키기 위해 불쑥 등장하는 존재인거죠.

다른 사람 때문에 화가 날 때, ‘왜 이렇게 나를 화나게 해?’하면서 나를 분노하게 만든 타인에게 초점을 맞추기 보다는 내면에 등장한 분노라는 아이에게 관심을 가져 보세요. 이 아이가 무엇을 가장 두려워하고 있는지, 무엇을 지키고 싶어하는지 스스로 물어보세요. 아이를 돌보듯이 이 감정을 이해하고 바라봐주는 겁니다. 그 과정을 거치면서 분노의 강도도 낮아질 수 있지만, 무엇보다 내가 나를 어떻게 다뤄야할지도 알아가게 됩니다.

 

감정에 점수를 매겨 보세요

감정이 올라올 때 신체 감각에 주의를 기울이면서, 감정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느껴지는지 관찰하세요. 이 감정을 1~100 사이의 점수로 매겨 보세요. (ex. 분노 75점)

 

감정을 수치화하는 것은, 불안의 뇌인 ‘편도체’에 브레이크를 걸고 이성의 뇌인 ‘전두엽’이 활성화 되도록 도와주는 가장 간단한 방법입니다.

 

감정은 막연할수록 크게 느껴지고, 구체적일수록 작아집니다. 작아지면 내가 다룰 수 있는 것이 되고요. 분노 외에도 불편한 감정이 올라올 때 활용해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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