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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좋은 작가가 될 수 있을까 두려워요.

사진 작가를 준비 중이에요. 평범한 직장 생활을 할 때는 무수히 쏟아지던 창작 욕구들이, 사진작가가 되겠다고 다짐한 순간부터 일처럼 느껴져요. 내가 정말 예술 사진을 찍을 사람이 맞는가, 내가 과연 작가의 기질을 갖추고 있는가, 내가 과연 사람들에게 무엇을 전달할 수 있을까, 하는 고민들이 머릿속을 지배합니다.

우울감과 무기력도 같이 생겼어요. 어떤 날은 에너지가 솟구쳐 좋은 작업을 할 수 있을 것 같은 자신감이 생기지만, 어떤 날은 한없이 가라앉고 모든 걸 포기하고 싶고 도망치고 싶습니다. 좀 더 제 작업물에 자신감을 갖고 싶어요. 사진 결과물을 고객에게 전달할 때나, 전시회로 작품을 공개할 때 너무 무섭습니다. 혹시라도 저를 안 좋은 시선으로 볼까봐요. 니까짓게 작가라고? 욕할 것만 같습니다.

주변 작가들과 지인들은 작품이 너무 좋다고 하지만, 스스로가 작품에 100% 만족하지 못하기 때문에 칭찬마저 독으로 다가옵니다. 신진작가들 작품을 찾아보면 다들 하나같이 멋있는데, 저는 작품 이름 하나 정하는 것도 버겁습니다. 처음 예술을 시작하는 사람이 갖춰야할 마인드는 무엇일까요.
예삐 자기 의심에 괴로운 사진작가
카운슬러 김혜령의 편지

안녕하세요, 예삐님. 예삐님이 느끼는 막막함과 혼란스러움이 고스란히 전해졌어요. 사진작가 일을 잘 아는 건 아니지만 저 또한 책을 쓰는 작가로서 창작자의 고충을 자주 경험하기에 너무나 생생하게 와 닿았습니다.

왜 이런 기분이 들까요?

 

두려움을 느끼는 건 자연스러운 일

예삐님이 갖고 있는 부담감과 평가에 대한 두려움, 그 모든 것이 너무나 자연스러워 보입니다. 순조롭게 일을 해내면서 인정받는 분들을 많이 접하시다보면 자신이 부족한 것처럼 느껴지겠지만, 보통의 사람들은 잘 알고 있지요. 예술가의 길은 본래 어렵고 험난하다는 것을요.

 

그러니 예삐님의 심리적 어려움과 자신에 대한 의심은 창작자로서 아주 겸손한 태도로 느껴져요. 그런 마음을 문제 삼기보다 잘 품어가면서 걸어갈 수 있다면 예술을 가볍게만 여기는 태도보다 창작자로서 발전하는 좋은 바탕으로 작용할 겁니다.

 

자기 의심의 목소리가 너무 커져 있어요

다만 마음 속에서 떠오르는 의심들, 이를테면 ‘내가 과연 작가의 기질을 갖추고 있는가’ 같은 목소리가 너무 커서 예삐님의 에너지가 쉽게 고갈되고 있는 듯 합니다. 자신을 의심하다보면 자기효능감이 낮아져 능력을 발휘하는 데에 방해가 되지 않을까 염려가 돼요. 자기효능감이 낮으면 일에 대한 집중력과 지속하는 힘이 부족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면 잘할 수 있는 일도 해내지 못하게 되고요.

 

내가 잘 해낼 수 있으리라는 감각은 엄청난 성과를 내야만 느낄 수 있는 게 아닙니다. 하루하루 아주 사소한 행위들이 쌓여서 저절로 생겨나기도 하지요. 자신을 믿어줄 수 있도록 일상을 관리하고 작업하는 틀을 갖출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무엇보다 예술가로서 예삐님의 고유한 능력이 잘 발휘될 수 있도록 본래 가진 것들을 잘 다듬고 지켜내는 게 필요합니다. 예술은 정답이 없는 분야이기에 너무나 어렵지만, 반대로 해석하면 무엇이든 정답이 될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니까요. 자신만의 색깔이 작품으로 드러나 인정받을 수 있도록 자신을 지지해줄 수 있어야겠지요.

 

자기효능감이란

자신의 능력에 대한 기대, 자신이 하는 일에서 성공적으로 성취를 할 수 있다는 믿음을 뜻합니다. 높은 자기효능감은 성과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결과가 있으며, 나아가 삶의 질에도 영향을 주는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어떤 일을 잘해낼 수 있다는 믿음이 있으면 그만큼 더 많은 시도를 하게 되고, 더 많은 노력을 기울이게 되므로 목표를 이루는 데에 좋은 자원이 되는 감각이지요.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요?

 

1. 마음의 중심을 잡아주는 일상의 루틴

모든 사람들의 마음은 언제나 오르락내리락하기 마련입니다. 하루에도 수십번씩 자신감과 자괴감을 왔다갔다 할 수 있지요. 그런데 흔들리는 마음에 따라 일상이 같이 휘청거리는 것이 문제입니다. 기분에 따라 내 일이 좌우되지 않기 위해서는 중심이 단단해야 해요.

 

마음의 중심은 다름아닌 일상의 루틴을 통해 확고히 할 수 있습니다. 기상시간과 수면시간을 규칙적으로 정한다거나, 매일 아침 20분간 운동을 한다거나 잠들기 전에는 마음을 편안하게 하기 위해 휴대폰을 보지 않고 명상을 하고 잠드는 것과 같은 자기만의 소소한 규칙을 설정해서 습관으로 만들어 보세요. 사진작가와 관련된 책을 하루에 한 페이지씩 읽고 느낀점을 정리해보는 것도 좋겠지요. 별 것 아닌 것 같지만 매일 반복되는 자신만의 습관과 리추얼이 일상을 탄탄하게 지탱해줍니다. 이런 하루하루가 쌓여서 자신을 신뢰할 수 있게 되는 것이고요.

 

예술가의 길은 매뉴얼과 정해진 길이 없기 때문에 느껴지는 막연함과 불안감이 크지요. 불안감에 마음이 압도당하지 않도록 자신만의 틀을 구축해 보시기를 권합니다. 습관이 강력하게 자리잡히면 우울한 날에도 평온한 날과 다름없이 일관되게 작업할 수 있는 힘이 생길 거에요.

 

2. 자기효능감을 위한 ‘소확행’ 늘리기

요즘은 주로 우울감을 느끼신다고 하셨지요. 정서적 배경이 긍정적일 때 자연스럽게 자기효능감이 생겨납니다. 긍정적인 감정은 자연히 긍정적인 생각을 끌어오지요. 기본적인 무드가 우울하고 불안하다면 효능감을 느끼기가 쉽지 않았을 겁니다.

 

자신의 기분을 끌어올릴 수 있는 사소한 기쁨을 늘려가 보세요. 어떤 시간, 공간에서 마음이 편안해지는지, 어떤 사람과 함께 있어야 즐거워지는지, 어떤 음악을 들을 때 텐션이 올라가는지 등등 자신에 대한 데이터를 쌓아서 의도적으로 긍정적인 자극에 노출시켜주세요.

 

감정도 관성이 있어서 우울에 자주 빠지다보면 계속 우울한 방향으로 흘러가지만, 의도적으로 긍정적인 자극을 주다보면 즐겁고 안정된 느낌을 익숙하게 느끼실 수 있을 거에요. 언제라도 나의 기분을 환기시킬 수 있는 소확행 방법을 늘려가 보세요.

 

자신을 위한 5분 일기쓰기

하루에 5분씩이라도 자신만을 위해 시간을 내어 일기를 써보세요. 진짜 두려운 것이 무엇인지, 혹은 일에 대한 솔직한 느낌을 자유롭게 털어놓으세요. 자신에게 솔직해지는 시간은 의외로 중압감을 덜어주는 데에 도움을 줍니다. 평가와 시선에서 자유로운 시간이기 때문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