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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인과 헤어질 때마다 불안해 죽을 것 같아요.

애인과 헤어질 위기가 오거나, 헤어지면 불안해서 죽어버릴 것 같아요. 특히 헤어지고 나면 불안이 심해져 심장이 벌렁거리고 토할 것 같고 숨 쉬기가 답답할 정도입니다. 잠도 못 자고, 밥도 못 먹고, 아무 것도 못해요. 시험 기간엔 해야 할 공부도 못 하고요.

사랑하던 존재가 사라진다는 게 두렵기도 하고, 일상에 큰 변화가 일어난다는 게 무서워요. 헤어지는 게 더 잘한 선택일 경우에도 같은 증상이 나타납니다. 이렇게 불안해하다가 죽을 것 같기도 해요. 그래서 연애를 몇 년 넘게 피해 왔는데, 작년 다시 연애를 시작하고 헤어질 위기가 온 지금, 같은 증상을 느껴 괴로워요. 나의 삶을 위해 나아가야 하는데, 불안에 휩싸여 그러지 못해 더욱 힘들어요.

애정결핍이나 불안장애 같기도 해요. 성인애착유형검사에서는 혼란형이라는 결과를 받았어요.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나를 사랑하는 법을 알고 싶은데 그게 도대체 무슨 감정인지, 도저히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모르겠어요. 남에게 의존하고 집착하며 나를 갉아먹고, 헤어질 때마다 괴로움을 느끼는 이런 도돌이표를 정말 멈추고 싶어요. 내 삶을 살고 싶어요.
햇살 이별이 두려운 취업준비생
카운슬러 김혜령의 편지

안녕하세요, 햇살님. 행복하려고 하는 연애가 이렇게 고통으로 다가온다면 얼마나 힘들까요. 애착관계에서 올라오는 극심한 불안 증상, 그리고 나를 사랑하는 문제 등 결코 작은 주제가 아니어서 유독 지면의 한계가 많이 느껴지는 사연이었어요. 현재 심리상담도 받고 계신다고 하셨고 여러모로 노력을 하고 계실테니 제가 드릴 수 있는 최선의 이야기를 풀어볼게요.

왜 이런 기분이 들까요?

 

도망가려 할수록 높아지는 불안

성인애착유형검사에서 혼란형이 나왔다고 하셨어요. 혼란형의 특징은 자신도 타인도 신뢰하지 못한다는 것이죠. 믿음이 없으니 타인과 가까워지려 할 때마다 갈등이 생기고, 그렇다고 멀어지자니 나 자신이 붕괴되는 것처럼 괴로울 겁니다. 스스로를 충분히 사랑하지 못하기에 마음을 채워줄 누군가가 필요하긴 한데, 그러기 위해 감수해야 하는 것, 이를테면 자신의 솔직한 마음을 공유하는 것이나 상대방의 결점을 이해하는 것 등은 너무나 어렵죠. 특히나 햇살 님은 연애를 하면서 느끼게 되는 부정적인 감정을 마주하는 것을 불편해하지 않나 조심스럽게 짐작해 봅니다.

 

우선 햇살 님이 경험하는 극심한 불안에 대해 이해해보면 좋을 것 같아요. 불안은 ‘무언가로부터 도망갈 때’ 느껴지는 감정이에요. 마음에서 느껴지는 불편한 감정을 보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쓸 때 불안감을 느껴요. 애인과 싸우거나 헤어질 때 우리는 의식하지 못하지만 마음 깊은 곳에서 이런 메시지를 받습니다. ‘나는 사랑받을 가치가 없어’, ‘나는 형편없는 사람이야’, ‘나는 버림받았어’, ‘완전히 혼자 남겨질지도 몰라’와 같은 것들이죠. 이런 생각은 사실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강한 감정을 불러 일으킵니다. 스스로에 대한 무가치감, 무능감, 공허함, 외로움 등이죠. 그런데 이런 감정을 있는 그대로 느끼기에는 너무나 고통스러워요. 인정하기도 싫고 알고 싶지도 않을 거고요.

 

그래서 우리는 그런 느낌이 들 때마다 있는 힘껏 도망갑니다. 태연한 척 해보기도 하죠. 그럴수록 불안감은 더욱 강렬하게 엄습하게 돼요. 감정은 직접 마주하고 경험해야만 흘러가거든요. 햇살님이 보지 못하고 있는 진짜 괴로움은 무엇일까요? 그것이 그저 두려움이라면 두려움을 있는 그대로 경험해야 합니다. 수치심이라면 그 또한 내가 만나야 할 감정이겠지요.

 

연애관계는 빛과 어둠을 포함한다

연인 관계를 건강하게 유지한다는 것은 누구에게나 쉽지 않습니다. 그것이 어려운 이유는 우리가 연애를 시작할 때 밝은 면만을 기대하는 것과는 달리, 친밀해질수록 그 반대편의 것을 선명하게 공유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에요. 설레임 혹은 즐거움으로 관계를 시작했더라도, 관계를 진전시키기 위해서는 상대방과 나 자신의 어두운 면을 볼 수밖에 없을 겁니다.

 

특히 다툼이나 헤어질 위기 속에서는 더더욱 내가 보지 않으려 했던 두려움과 내면의 연약한 자아가 불쑥불쑥 튀어나와요. 그 때문에 연애를 하다보면 나도 몰랐던 나 자신을 많이 발견하게 되지요. 그런 순간마다 기꺼이 모든 자신을 만나주고 보듬어 줄 수 있다면, 관계도 자신도 한 단계 성장하는 계기가 되고요. 더 깊은 사연을 들어봐야 알 수 있는 부분이지만 어쩌면 연애관계에서 어두운 부분을 피하고 싶은 마음이 상당히 강한 것인지도 모르겠어요. 그렇다면 자신을 사랑하는 것과 별개로 관계에 대한 좀 더 유연한 시선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애착 (Attachment) 이란

가까운 타인과 정서적 유대를 형성하는 것을 말합니다. 영국의 정신분석학자 존 볼비가 제시한 개념이며, 어린 시절 주양육자와 맺었던 애착관계가 이후 성인이 되어서도 대인관계에 영향을 준다고 설명합니다.

 

성인의 애착유형은 안정형, 불안형, 회피형, 혼란형으로 분류하는데, 이를 고정적인 것으로 여기기보다 건강한 관계를 위해 자신을 이해하는 자료로 참고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요?

 

1. 자기사랑은 지금, 여기의 나를 존중하는 것

연인관계뿐만이 아니라 모든 관계를 건강하게 유지하기 위한 선행조건은 ‘나는 나로서 충분하다’라는 감각입니다. 나 스스로 충분히 채워져 있어야 연애에서도 충만감을 느낄 수 있어요. 그렇지 않으면 계속해서 상대에게 사랑을 갈구하면서 그 관계에 지나치게 집착하는 일도 생기지요. 나로서 충분하다고 믿는 마음은 결국 나를 사랑하는 태도입니다.

 

나를 사랑한다는 것을 거창하게 생각하는 경우가 많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그저 지금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것이지요. 우리가 진정으로 누군가를 사랑하면 그 사람을 평가하거나 바꾸려 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를 애정의 눈으로 바라보는 것처럼 말이에요. 지금 햇살님은 몹시 불안해하는 자신, 집착하는 자신을 보면서 어떻게든 자신을 바꾸고 싶어하는 것 같아요. 내가 나를 사랑한다면 그런 모습이 아니어야 한다고 믿고 있는 것 같고요. 헤어질 위기에도 불구하고 아주 쿨하고 의연하게 자기 일상을 멋지게 해내는 어떤 존재를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거지요. 그건 곧 지금 두려워하고 괴로워하는 자신을 부정하고 있다는 뜻이겠고요.

 

바로 거기서부터 다시 시작해 보세요. 내가 지금의 내 모습을 어떤 눈으로 보고 있었는지 알아차려 보세요. 가장 솔직한 나 자신을 인정하고 받아주는 겁니다.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보세요. 항상 두려움에 떨고 있는 자신을 토닥여주고 싶을 수 있겠죠. 혹은 예쁘게 연애하고 싶은데도 늘 마음처럼 되지 않는 자신을 보며 가엾고 안쓰러운 마음이 들 수도 있을 거에요. ‘이런 상황에서는 이러이러해야 한다.’ 라는 상(image)을 벗어나 자신의 어떤 모습도 허용해줄 수 있을 때 거기서부터 진정한 자기사랑이 시작됩니다. 아이러니하게도 그런 단순한 사랑이 자신을 가장 건강하게 변화시켜 간다는 것 또한 기억하세요.

 

2. 모든 상황과 감정을 만나보기로 결심하는 것

연인이나 부부와 같은 가장 친밀한 관계는 나의 가장 약한 모습을 만나게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그런 약함 혹은 두려움을 극복하게도 합니다. 그것이 바로 사랑의 힘이고요. 문제는 그런 관계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진실함과 용기가 필요하다는 것이에요. 자신을 진실하게 드러내고 상대방의 진실된 모습을 알아가는 것. 그리고 관계에서 겪게 되는 모든 상황과 감정을 기꺼이 만나보기로 결심하는 용기. 그 안에서 자연스럽게 나와 또 관계는 성장하게 됩니다.

 

연인과의 관계에서 가장 두려운 것이 무엇인가요? 그리고 어떤 상황을 가장 피하고 싶나요? 자신에게 솔직하게 물어보고 구체적으로 한번 써 보세요. ‘아, 내가 이런 상황을 유독 싫어하는구나’ 이해하면서, 그 상황을 돌아가지 않고 정면으로 마주하기로 결심해 보세요. 이전과 다른 방식으로 사랑하겠다고 선택하는 거지요. 지금이 많이 힘든 상황이라고 하셨으니 좋은 기회가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두려움을 피하지 않고 그 속으로 뚜벅뚜벅 걸어갔을 때 변화하는 상황과 자신을 한 번 지켜보세요.

 

그림이나 색깔로 감정 표현해보기

감정이 너무 강렬할 때는 언어로 표현하는 것도, 있는 그대로 인식하는 것도 쉽지 않습니다. 그러면 불안에 가려져 있는 좀 더 깊은 마음을 보는 것도 어렵겠지요. 그럴 때 활용해 볼 수 있는 것이 ‘그림’이에요.

 

색연필이나 사인펜, 어떤 것이든 좋습니다. 지금 느껴지는 것을 자유롭게 그리거나 색으로 표현해 보세요. 필압이나 색의 표현 등을 통해 자연스럽게 감정이 투사될 거에요. 

 

그리면서 느껴지는 감정의 변화나 떠오르는 생각들이 있다면 있는 그대로 느끼면서 허용해주세요. 의식적인 면에서 표현되지 못하던 것들이 자연스럽게 드러나는 좋은 방법이 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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