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UNSELING

제 모든 선택이 자꾸 후회스러워요.

광주에서 서울로, 서울에서 광주로 다시 이직을 했습니다. 서울에서 일하는 동안에는 힘들었어도, 일에 대한 성취감과 자신감을 갖고 광주로 다시 내려왔어요. 그 때나 지금이나 제 분야에 자신은 있지만, 막상 지방의 현실인지 제대로 된 일자리를 얻기 힘들더라고요.

광주로 내려와서는 사촌 오빠 일을 도와주고 있었는데, 그러는 동안 어이없게도 회사가 팔렸어요. 제 나름대로 열심히 했는데, 상처가 되고 속상했습니다. 다음 일자리를 급하게 얻었는데, 그러면서 자꾸 선택을 삐끗하는 기분이 듭니다. 그렇다고 지금 다시 서울로 올라가려니, 또 마냥 쉽게 올라갈 수가 없겠더라고요. 이런 저런 벽을 마주하니까 자꾸만 제 모든 선택에 후회를 하게 됩니다.

제 인생에 대해서도 점점 조바심이 나고 동시에 흥미가 없어요. ‘지난 30여 년 동안 나는 늘 이렇게 무언가를 선택하고, 고민하고, 후회하고, 도전하고 살아왔듯이 앞으로도 그런 인생을 30년보다 훨씬 더 많이 살겠지?’ 이런 생각만 해도 숨이 막히고, 이럴 바에는 빨리 끝내는 게 낫지 않을까 싶은 생각까지 듭니다.

다들 이렇게 사는 걸까 싶다가도 내가 현실감각이 없나 싶고, 요즘에는 모든 게 뒤엉켜 버린 느낌입니다.
스리랑 서울에서 광주로 이직한 마케터
카운슬러 김혜령의 편지

안녕하세요, 스리랑님. 최선을 다해서 살고 있지만 매일이 녹록치 않을 때 누구라도 멈칫하게 됩니다. 인생은 참 고약해서 어떤 시기는 한 걸음 내딛는 것조차 막막할 때가 있는 것 같아요. 조금이라도 발걸음이 가벼워질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답변을 드립니다.

왜 이런 기분이 들까요?

 

위기에 대처하려는 마음, 부정편향

언급하신 ‘모든 게 뒤엉켜 버린 느낌’이라는 말이 와닿았어요. 어떻게 풀어가야 할지 생각할 새도 없이 너무 많은 게 꼬여버려서 포기하는 게 차라리 쉬울까 하는 생각도 하셨던 것 같아요. 외부에서 일어나는 일들은 대부분 내가 통제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어서 예상치 못한 어려움에 맞닥뜨리곤 합니다.

 

그런데 대부분 상황을 더 복잡하게 만드는 것은 우리의 뇌입니다. 우리의 뇌에는 본능적으로 상황을 부정적으로 해석하는 ‘부정편향’이 있어요. 그래야 위험에 더 잘 대비할 수 있기 때문이지요. 예를 들어 어두운 밤길을 혼자 걷다가 바스락 하는 소리에 ‘위험한 사람이 쫓아오는 것일지도 몰라’라고 부정적인 예측을 하는 것이, ‘고양이 소리인가 보다’ 하고 넘기는 것보다 나를 더 안전한 쪽으로 행동하게 만들겠지요. 우리 인간은 그러한 부정편향으로 원시 시대 때부터 스스로를 지켜왔습니다.

 

그런데 현재 스리랑 님의 머릿속에서는 부정편향이 과도해진 게 아닌가 하는 짐작을 해봅니다. 자신에게 일어난 일련의 사건들을 자신에게 상당히 ‘위기’라고 경험하셨고, 그 때문에 불안감이 몹시 높게 올라갔을 거에요. 그리고 불안한 상황에서는 누구라도 상황을 긍정적으로 바라보기가 어려워요. 더 강력하게 부정적으로 해석하게 되지요. 그런데 계속해서 지난 일을 반추하면서 부정적인 감정이 운전대를 잡은 것처럼 보여요. 특히 후회나 자책감, 분노감 같은 감정이요.

 

과거에 대한 생각에 모든 에너지를 뺏길 때

스리랑 님께서 지난 선택에 대해 곱씹게 되는 건 아마도 내가 다른 선택을 했더라면 낫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 때문일 거에요. 그런데 그러한 반추사고*가 반복되어 습관처럼 굳어져 버린 게 아닌지 염려가 됩니다. 지난 선택을 복기하다 보면 무언가 원인을 찾을 수 있을 것 같은 착각이 듭니다.

 

그러나 실제로는 이런 생각들은 짜증이나 후회 같은 부정적 감정으로 몰고갈 뿐 미래에 큰 기여를 하지는 않아요. 왜냐하면 이러한 생각과 감정에 과도한 에너지가 소모되면 실제로 현실에 쓸 수 있는 에너지가 부족해지기 때문이지요. 상황을 개선시킬 수 있는 판단력도 흐려지고요. 즉, 문제해결능력이 오히려 저하되는 효과를 가져오는 거지요.

 

‘반추’란?

우울증을 악화시키는 주범으로 꼽히는 ‘반추(rumination)’는 과거에 있었던 일을 반복적으로 곱씹는 것을 뜻합니다. 우울감, 자책감 같은 부정적 감정을 증폭시키고, 그 감정에 압도되면 계속해서 상황을 부정적으로 해석하게 되기 때문에 반추사고의 고리를 끊는 것이 중요합니다.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요?

 

적지 않은 시간 동안 노력하고 시행착오를 거쳤으리라 생각됩니다. 특히 일에 대한 성취감과 자신감을 경험하셨다는 것은 그만큼 스스로가 부끄럽지 않을만큼 노력하셨다는 뜻일 테고요. 그리고 그런 경험은 앞으로도 일과 삶에서 강력한 자원으로 쓸 수 있을 거예요. 그럼에도 두 가지 솔루션을 제안 드리자면,

 

1. 피하고 싶은 일조차 기꺼이 경험하기

첫째, 앞으로 일어나는 일들, 특히 너무나 피하고 싶은 그런 일들을 기꺼이 마주해 보세요.

 

스리랑 님이 현재까지 노력해오신 방법은 특정 상황을 피하는 방법이었을 겁니다. 실패하지 않으려고 노력했을 거고, 좌절감을 느끼지 않도록 노력하셨을 거고, 후회하지 않기 위해 더 노력하셨지요. 그런데 벽을 마주했고, 또 회사가 팔리는 일을 막을 수 없었을 거에요. 맞아요. 어떤 일들은 우리가 아무리 노력해도 막을 수가 없어요. 이제는 전략을 바꿔보는 겁니다. 지금 이 순간 내가 할 수 있는 일에 최선을 다하되, 내가 맞닥뜨리는 모든 일들을 기꺼이 수용해 보세요. 말하자면 고통을 받아들여 보자는 거죠.

 

일반적인 통념과 반대되는 방식이다 보니 많이 낯설게 느껴지실 거라고 생각됩니다. 이는 심리치료 중 한 갈래인 ‘수용전념치료’를 만든 심리학자 스티븐 C. 헤이즈가 수많은 연구와 실험 끝에 제안한 방법이에요. 그는 고통을 받아들이는 것이 바로 괴로움을 겪지 않기 위한 하나의 단계라고 설명합니다.

 

우리는 늪에 빠지면 고통을 겪지 않기 위해 빠져나오려고 발버둥을 치게 되는데요. 보다 현명하고 안전한 행동은 늪과 함께 있는 것이라는 거지요. 마음의 애씀과 저항을 모두 내려놓고 기꺼이 모든 상황들을 받아들여 보세요. 그렇게 모든 것들을 정면으로 통과했을 때 삶이 어떻게 변화하는지도 잘 관찰해 보시고요.

 

“당신의 고통은 당신이 걷는 길에서 정보를 제공해 줄 동지다. 당신은 심리적 고통을 겪은 적이 없는 사람은 누릴 수 없는 기회를 얻게 될 것이다.”

— 스티븐 C. 헤이즈, <마음에서 빠져나와 삶 속으로 들어가라> 중

 

2. 부정편향을 넘어선 나를 상상하기

두번째는 부정편향을 넘어서는 것입니다.

 

궁극적으로 스리랑 님이 원하는 것은 단지 일이 잘 풀리는 것이 아닐 거예요. 그런 일들을 통해 갖고 싶은 감정이 있는 것이지요. 안정감이나 편안함일 수도, 성취감이나 자신감일수도 있어요. 그렇다면 내면에 충분히 이런 것들이 채워져 있다고 가정해봅시다. 내가 충분히 능력을 발휘해서 자신감과 성취감을 느끼고 안정감을 갖추고 있다고 상상해보는 거죠. 나아가 모든 선택들에 후회하지 않고 충분히 만족스럽다면 어떨까요. 그럴 경우 현재의 상황들 – 일자리를 얻기 힘들고, 선택한 길이 예상과 다르게 흘러가는 상황 – 을 어떻게 받아들일 것 같은가요? 그리고 무엇에 시간과 정성을 쏟을 것 같은가요?

 

이 질문을 드리는 이유는 부정편향을 넘어서기 위해서입니다. 이전의 일들을 후회하거나 실망하는 데에 마음을 쓰지 않고 그 에너지를 현재 정말 필요한 곳에 쓸 수 있도록 말이지요. 부정편향은 생존을 위해 어쩔 수 없이 작동하는 우리의 경향성이지만, 그것이 우리를 자꾸 과거로 되돌아가게 만든다는 것을 아셔야 해요. 우리는 생존 모드를 넘어 현재를 살아가야 하는 존재이기 때문이지요.

 

다만, 염려되는 것은 현재 스리랑 님이 많이 지친 상태가 아닌가 하는 부분입니다. 만약 기분이 계속 가라앉거나, 식욕이 줄거나(혹은 평소보다 너무 많이 먹거나) 수면의 질이 좋지 않은지 스스로를 잘 살펴보셨으면 좋겠어요. 기운이 잘 나지 않고, 의지로는 한계가 있다는 판단이 들면 자책하기보다는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고통이 사라지면 이제 무엇을 할까

정서적 고통과의 끊임없는 싸움이 더 이상 문제되지 않는다면 당신의 삶의 경로가 어떻게 바뀔 것인지 생각해 보는 질문입니다. 아래 빈 칸을 채워 넣어 보세요.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고민해 보는 겁니다.

 

✔️ 만일 _____이(가) 내게 그렇게 문제되지 않는다면, 나는 _____(할) 것이다.

✔️ 만일 내게 _____이(가) 없다면, 나는 _____(할) 것이다.

 

예) 만일 내가 받은 상처가 내게 그렇게 문제되지 않는다면, 나는 내 일에 더 집중하고 안락함을 느낄 것이다.
만일 내게 불안이 없다면, 나는 좀 더 용기있게 선택하고 기꺼이 경험할 것이다.

source : 스티븐 C. 헤이즈, <마음에서 빠져나와 삶 속으로 들어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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