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UNSELING

창업을 앞두고 고민과 걱정이 멈추지 않아요.

작은 창업을 준비하고 있는 여성입니다. 가정 형편이 좋지 않아 고등학교 졸업 이후 스무 살부터 지금껏 단 한 번도 쉬지 않고 달려왔어요. 늦은 나이에 대학에 들어가서도, 하루에 두 세 탕씩 일하는 건 기본이었고요. 이제 30대가 되어 처음으로 하고 싶은 일이 생겨, 두피 문신을 배우며 소자본으로 작은 매장 오픈을 준비 중입니다.

성향 자체가 매우 소심하고 겁이 많은 제가, 스스로 무언가를 하겠다는 목표를 가져본 것도 처음이에요. 그래서 그 목표를 향해 계속 나아가고는 있지만, 오픈 전부터 많이 무섭고 두려움이 큽니다. 매일같이 수많은 걱정과 고민을 하고 있어요. 내가 정말 잘 할 수 있을까? 고객 예약이 들어오기는 할까? 같은 고민들이 끊이지 않아요.

어렸을 때 가정 불화가 무척 심했고, 그러다보니 저는 늘 움츠러들어 있는 아이였어요. 성인이 되어서까지도 그 영향이 이어지는 것 같다는 생각도 들어요. 두려움과 겁이 많은 저인지라, 오픈 전부터 고민이 많아 매일 위경련에 시달리며 지내고 있습니다. 이런 감정을 어떻게 다스릴 수 있을까요.
이율 창업을 준비 중인 30대 여성
카운슬러 김혜령의 편지

안녕하세요 이율 님. 우선 정말 애 많이 쓰셨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었어요. 성인이 되고부터 쉼없이 일을 해오셨고, 이제는 새로운 도전까지 앞두고 계시니 이미 정말 대단합니다. 과거의 이율 님에게도 현재의 이율 님에게도 진심 어린 박수를 쳐드리고 싶어요.

왜 이런 기분이 들까요?

 

이불 속에 있을 때가 가장 불안하다

위경련까지 겪을 정도로 상당한 걱정과 부담감에 눌려있으신 듯 해요. 어마어마한 두려움 속에서 어떻게든 잘 해보려고 애쓰고 있는 모습이 상상됩니다. 새로운 일을 앞두고 있을 때, 특히 창업처럼 전적으로 내가 책임져야 하는 일을 시작할 때 불안감이 올라오는 것은 몹시 당연합니다. 하지만 과도한 두려움은 일을 추진하는 데에 역효과를 낼 테니, 이율님이 다룰 수 있을 정도로 두려움을 낮출 수 있다면 좋겠지요. 그러기 위해 ‘불안감’이란 것을 구체적으로 이해해보면 좋겠어요.

 

첫 번째로, 어떤 일이든 본격적으로 착수하기 전의 불안이 가장 높다는 사실입니다. 뭐든 막상 시작하기 전이 두려운 법이지요. 이 때문에 창업을 하고 싶지만 시작도 못하는 분들이 부지기수고요. 실천력이 높은 사람들보다, 신중해서 생각을 많이 하는 사람의 불안이 높은 이유이기도 하지요. 시작하기 전의 두려움이 큰 이유는 내가 통제할 수 있다는 느낌이 낮기 때문이에요. 작은 노력이라도 하고 있을 때에는 뭔가를 하고 있다는 그 자체만으로 그 ‘일’에 관여하고 있다는 사실이 두려움을 낮춰줍니다. 또한 뭔가 행위를 하는 동안에는 그 일에 ‘몰입’을 하기 때문에 두려움을 일으키는 생각들이 올라올 틈이 적지요. 이런 이유로 저는 이불 속에 있을 때 불안이 제일 높다는 말을 하곤 합니다. 생각만 하고 있을 때 두려움이 높다는 비유적 표현이지요. 그러니 이율님의 두려움은 막상 매장이 오픈되고 나면 지금보다는 낮아질 거에요. 지금이 가장 무서운 시간일 겁니다.

 

두 번째, 스스로 무언가를 하겠다는 목표를 가진 게 처음이라고 하셨지요? 익숙하지 않은 일을 시도하기 때문에, 아마 수많은 의심이 들었을 것이고 부정적인 상황을 예측하느라 마음을 쓰셨을 거에요. 특히나 겁이 많다고 하셨으니 일어나지 않은 일에 대해 예측할 때 낙관하기보다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떠올리는 경우가 많을지도 모릅니다. 상황을 과장하여 최악의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추측하는 ‘파국화*’는 대표적인 인지왜곡의 유형 중 하나입니다. 이런 잘못된 사고의 흐름이 더 큰 불안감을 불러오고, 불안감이 높을수록 상황을 객관적으로 보지 못하고 부정적으로 해석해내기 때문에 악순환인거지요. 때문에 이러한 경향이 있지는 않은지 살펴볼 필요도 있겠습니다.

 

‘파국화’란?

사건이나 상황이 비합리적으로 과장되어 최악의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생각하는 전형적인 인지적 왜곡현상으로 ‘재난화’ 또는 ‘재앙화’라고도 합니다. 심리학자 알버트 앨리스가 합리정서행동치료를 통해 소개한 개념 중에 하나입니다.

 

일의 성과와 나의 가치를 연결시킬 때

이율 님은 과거의 경험 때문에 잘 움츠러드는 편이라고 하셨는데요, 매장이 ‘잘 안될까봐’라는 두려움이 나를 짓누를 정도로 힘들게 느껴지는 건, 그 일을 단순히 일로만 여기는 게 아닐 거라는 짐작을 해 봅니다. 물론 생계의 문제이니 가볍게 여길 일은 아닙니다. 하지만 그 이상으로 창업의 성과 여부를 나 자신의 가치감과 연결시키고 있지는 않은지 살펴보세요. 사람은 자신의 존재가치를 위협받을 때 위기감을 느낍니다. 두려움이 일어난다는 거예요. 그런데 우리는 자신의 성과를 통해 스스로의 가치를 평가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당연히 일의 실패가 그 사람의 실패를 뜻하지는 않는데도, 일의 성공 여부로 자신을 평가하는 겁니다. 그래서 많은 이들이 자신이 평가당하는 상황을 마주하지 않기 위해 일을 미루거나, 애초에 시도하지 않는 걸 선택하는 거지요.

 

이율님은 어쩌면 ‘가게가 잘 안될지도 모른다’는 걱정을, ‘실패자가 될지도 모른다’는 사실과 연결시키고 있지는 않나요? 그럴 경우 훨씬 압박감과 부담감이 심할 수밖에 없습니다. 우리가 시도하는 모든 일, 작은 발표부터 시험, 사업, 이직, 이 모든 것들은 내가 하는 행위 혹은 하나의 경험이며 사건이지 나 자신이 아닙니다. 내가 도전한 일들이 아무리 숱하게 실패를 맛보더라도 나라는 사람의 가치는 여전히 건실하지요. 오히려 그 과정을 통해 성장해 갈 것이기에 아무 것도 시도해보지 않은 사람들보다 훨씬 유리한 위치에 서게 된다는 점도 잊지 마세요.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요?

 

불안과 원하는 삶은 공존할 수 있다.
단, 불안을 잘 다룰 수 있을 때.

이율님은 스스로를 두려움과 겁이 많다고 표현하셨습니다. 네, 남들보다 겁이 많고 그렇기에 더 신중하고 조심스런 기질일 수 있어요. 그런데 무언가 시도하고 행동할 때 그런 기질이 불리할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 같아요. 용기내서 원하는 일을 하고는 있지만 창업하기에 유리한 자질을 갖추지는 않았다고 전제하고 있지는 않나 감히 추측해봅니다. 그래서 ‘겁이 많아서, 소심해서, 뭔가 큰 일을 해내기엔 부족해.’ 와 같은 잘못된 신념이 오히려 걸림돌 역할을 하지 않도록 유의하셔야 해요. 즉, 두려움이 문제가 아니라, 두려움에 대한 잘못된 신념이 걸림돌 역할을 한다는 겁니다.

 

지금의 두려움과 걱정을 가지고도 충분히 잘 해낼 수 있어요. 그러기 위해서 우선 지금까지 두려움이 어떤 일을 해왔는지를 기억하세요. 두 탕 세 탕 쉼없이 일을 했던 것도, 늦은 나이에 대학을 들어갔던 것도, 이 때까지 이뤄낸 모든 것 아래에는 두려움이 있었을 거에요. ‘불안’은 하나의 에너지입니다. 잘 다룰 수만 있다면 일과 삶을 성장시킬 수 있는 힘이지요.

 

두려움이 지나치면 앞에 언급했듯 파국화와 같은 인지적 왜곡 때문에 스스로를 괴롭힐 수도 있지만, 긍정적으로 작용할 때는 신중하고, 철저하게 계획을 세우고, 사고에 대비할 수 있게 합니다. 실제로 성공한 사람들은 앞길이 험하리라 예상할 줄 알고, 그렇기에 일이 순조롭게 흘러가지 않더라도 포기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마냥 낙관하고 자신감만 넘치는 사람들보다 미리 걱정하는 사람들이 오히려 일이 잘못되었을 때 잘 대처할 수 있고, 시행착오를 통해 성장할 수 있어요.

 

둘째로, 만약 두려움이 크게 느껴질 때에는 그 두려움을 끝까지 밀고가는 식으로 불안을 다뤄볼 수 있습니다. 최악의 상황을 구체적으로 그려보는 거예요. 불안은 모호할 때 커지고 구체적일 때 낮아지기 때문에 도움이 될 수 있는 방법이에요. 막연하게 ‘망하면 어쩌지?’하는 것보다 ‘실제로 가게가 잘 되지 않는다면 현실적으로 어떤 어려움들이 생길까?’하고 생각해보는 것이지요. 그러면서 비슷한 사례를 찾아보고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대처했는지 찾아보는 것도 도움이 되고요. 막연하게 두려워하는 최악의 상황이 결코 일어나서는 안되는 일이 아니라,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고 누구나 대처할 수 있는 하나의 사건일 뿐이라는 믿음을 키우는 거지요.

 

제 생각에 이율님은 소심하고 움츠러들어 있지만 상당히 강한 내면을 가지신 분이라 생각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가정 불화와 겁이 많은 성격에도 불구하고 여태 잘해오신 거고요. 부지런히 일하고, 꿈도 갖고, 그 꿈을 실현하기 위해 노력하는 자체로 이미 ‘나는 소심해’라는 정체성을 버리기에 충분해 보여요. 지금의 두려움과 함께 충분히 이율님이 원하는 삶을 살아갈 수 있다는 것을 기억하세요. 건투를 빕니다.

*Source : 대니얼 J. 레비틴, <정리하는 뇌>, 와이즈베리

 

최악의 상황이 실제로 일어날까요?

☑️ 앞두고 있는 일에서 어떤 일이 실제로 일어날 가능성을 구체적으로 써 보세요.

 

☑️ 부정적인 결과를 줄일 수 있도록 어떤 행동을 할 수 있을지 써 보세요.

 

☑️ 최악의 상황이 벌어졌을 때 대처할 수 있는 방법을 써 보세요.

어떤 일을 앞두고 지나치게 걱정이 되고, 최악의 상황을 반복적으로 상상하게 되는 분들에게 도움이 되는 방법이에요. 논리적으로 생각해보는 것을 통해 두려움의 뇌(편도체)를 억제하고, 두려움을 다룰 수 있는 뇌(전두엽)를 활성화시켜 불안을 낮출 수 있게 도와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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