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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 동료들과 어울리기가 어려워요.

사람들과 어울리기가 힘들고, 제 선에서 처리할 수 없는 여러 사람이 관여하는 복합적인 업무를 맡으면 스트레스를 많이 받습니다.

회식이나 티타임 시간에도 말없이 듣고만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딱히 여러 사람 앞에서 얘기하는 걸 좋아하지도 않고, 무슨 말을 해야 할지도 잘 모르겠어요. 그렇게 계속 듣고만 있다보면 저 빼고는 다 한 마디씩 한 것 같아서 슬슬 압박감이 느껴지고, 급기야 상사가 말 좀 해보라고 한 마디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남들에게 거부당할까 봐 쉽사리 내 본모습을 보여주지 못해서 혼자 소외되는 경우가 많은 것 같습니다.

성격이 이렇다 보니 여러 사람과 소통해야 하는 업무가 주어지면 많은 스트레스를 받고 퇴사 생각도 수없이 했습니다. 제가 그나마 즐겁게 일했던 기억은 번역 프리랜서를 할 때였던 것 같습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혼자 일할 수 있다는 게 너무 행복했거든요. 다만 다시 프리랜서로 돌아가자니 그새 월급쟁이 생활에 익숙해져버린 건지 두려움이 앞서더군요.

저에게 주어진 선택지는 혼자 할 수 있는 일을 찾거나 아니면 사람들과 소통하는 능력을 기르거나 두 가지인 것 같은데 둘 다 쉽지가 않네요. 먹고 사는 게 참 어려운 문제 같습니다. 그래도 혹시 도움이 될 만한 조언이 있을까요?
고구마 혼자가 마음 편한 30대 직장인
카운슬러 김혜령의 편지

안녕하세요, 고구마 님. 먹고 사는게 참 어려운 문제라는 마지막 문장이 참 와닿습니다. 일만 열심히 해서 잘 먹고 잘 살 수 있다면 참 좋을텐데, 우리가 무얼 하든 '인간 관계'의 문제는 큰 숙제처럼 따라 다니지요.

왜 이런 기분이 들까요?

 

타인에 대한 왜곡된 믿음이 두려움을 강화시킨다

사회적 존재인 우리는 타인과 관계를 맺고 상호작용하는 것이 삶의 큰 부분일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모두와 잘 지내야 하는 것도 아니고 모두와 잘 지낼 수 있는 것도 아니지요. 문화의 특성상 우리는 성장하면서 모두가 사이좋게 지내는 것이 건강한 모습이라 학습했을 가능성이 큽니다. 그러다 보면 타인과 다른 모습으로 있는 자신이 뭔가 이상하다 여겨질 수 있고요. 하지만 모두가 각자의 방식으로 관계 맺으며 살아갈 뿐입니다. 고구마 님이 사람들과 어울리기 힘들고, 여러 사람 앞에서 얘기하는 것을 어려워하는 것은 고구마 님의 특성일 뿐 잘못된 모습은 아니라는 뜻이에요. 각자의 기질이 있고, 각자가 갖는 인간관계에 대한 욕구도 다릅니다.

 

사회적 상황에서 느껴지는 어느 정도의 긴장감 혹은 불안감은 자연스러운 것입니다. 누구나 타인에게 잘 보이고 싶고 인정받고 싶은 마음이 존재하기 때문이지요. 알려주신 정보만으로는 단정짓기 어렵지만 그 불안감이 극도로 고통스럽고 오래 지속된다면 ‘사회불안장애(사회공포증)’*를 의심해볼 수도 있겠어요. 중요한 건, 사회적 상황에서 유난히 불안감, 불편함을 느끼는 이유가 무엇인가 하는 것입니다. 자신이 가진 관계에 대한 두려움을 이해해볼 필요가 있어요. 고구마님은 ‘거부당할까 봐’ 두려워하고, 혼자 소외된다고 생각하시는 걸 보면 잘 어울리고 싶은 욕구도 존재하는 것 같아요.

 

그 불편함 혹은 불안감을 조금 더 살펴보면 타인의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 거절당하거나 다른 사람을 화나게 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존재할 겁니다. 자신의 행동이나 모습을 타인이 이러저러하게 판단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지요. 타인의 시선을 상당히 신경쓰고 있는 듯 보이지만, 사실은 ‘내가 어떻게 보일까’에 강하게 집중되어 있는 상태입니다. 즉, 자기중심성에 갇혀있는 상태이지요. ‘본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고 다가가지 못해’ 소외되는 경우가 많다고 말씀하셨는데, 이렇게 자기중심성에 갇혀있으면 당연히 자신의 본모습을 보이기가 어렵습니다. ‘나의 이런 모습은 받아들여지지 않을거야.’ ‘내성적인 모습은 사람들이 바보같다고 생각할거야’ 와 같은 비현실적인 믿음에 싸여 있기 때문이에요.

 

이런 비현실적인 믿음을 걷어내고 자기중심성에서 빠져나올 수 있을 때, 나의 자연스런 모습으로 사람들에게 다가갈 수 있습니다. 그 때에는 자신의 모습이 서툴러보이거나, 다른 이들만큼 사교적이어 보이지 않더라도 크게 문제로 느끼지 않게 되지요. 내가 나를 문제 삼지 않으면, 다른 사람들도 나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입니다.

 

‘사회불안장애’란?

사람들과 어울리거나, 사람들 앞에 서야하는 상황에서 타인의 평가가 두려워 그 상황을 계속 피하게 되고, 극심한 불안으로 일상생활에 지장을 받는 것을 말합니다.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요?

 

편안한 관계부터 조금씩 연습해보기

선택에 따라서는 혼자서 하는 일을 하면서 사람과 교류하지 않고 지낼 수도 있을 겁니다. 하지만 그럴수록 사람에 대한 두려움은 여전히 큰 두려움으로 남아있을 거예요. 살아가면서 인간관계는 계속 걸림돌처럼 느껴지겠지요. 그렇기에 고구마 님의 직업 선택과 별개로 관계의 불안을 낮추고 대인관계 기술을 향상시켜 보기를 권해 드립니다.

 

현재 고구마 님에게 필요한 것은 관계 상황에서 긴장감을 낮추는 것, 그리고 평가나 소외당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을 낮추는 것입니다. 관계의 기술을 향상시키는 방법은 계속 경험하는 것뿐입니다. 아무리 좋은 방법도 시행착오를 통하지 않고서는 나아질 수가 없어요. 만약 대인관계를 계속 회피하는 방향을 선택한다면 지금 갖고 계신 타인에 대한 왜곡된 믿음을 깨뜨릴 방법이 없기 때문이지요.

 

가장 편안하고 안전한 관계에서부터 자신의 의견을 표현하는 시도를 늘려가 보세요. 가족 관계, 가까운 친구 관계 내에서 평소보다 더 적극적으로 표현해 보세요. 그리고 그들에게 피드백도 받아보고요. 직장 사람들과 나누고 싶었던, 하지만 용기가 나지 않아 못했던 얘기를 가장 친한 친구에게 먼저 얘기해보는 것도 좋습니다. 일종의 연습이지요. 자연스러운 모습을 보일 수 있는 사람과 실험처럼 연습을 하고 나면 어려운 관계에서 용기내기는 조금 더 수월해 집니다.

 

새로운 관계에 자신을 노출시키기

운동이나 취미활동을 위한 동호회에 가입하여 낯선 상황에 자신을 노출시켜 보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대인관계의 어려움을 직접적으로 다루는 집단상담을 경험해볼 수도 있고요. 핵심은 직장처럼 이해관계에 엮여 있지 않은 사람들을 만나서 사람에 대한 새로운 경험을 늘려보는 것이죠. 그런 시도를 통해 사람에 대한 긍정적인 경험을 쌓고, 인간에 대한 새로운 믿음, 이를테면 ‘내가 나를 가장하지 않아도 사람들은 나를 받아주는구나’, ‘인간관계는 어렵기만 한게 아니라 즐거운 거구나’와 같은 생각을 체험해볼 수 있습니다.

 

진솔함은 관계에서 가장 강력한 소통의 도구입니다. 외향적인 모습이 아니어도 누구에게나 각자의 매력이 있어요. 만약 고구마 님께서 대인 관계 능력을 높이고 싶은 강한 의지가 있으시다면, 자신을 관계 속에 점진적으로 노출시켜보세요. 그런 연습을 통해 직장에서도 자신을 애쓰지 않고 내보일 수 있을 겁니다.

 

소설로 경험하는 타인의 세계

관계와 소통에 대한 두려움은 과도한 자기중심성의 산물이기도 합니다. 이를 완화하기 위한 방법 중 하나는 공감능력을 높이는 것입니다. 근본적으로는 타인도 나와 다르지 않은 존재이며 두려워할 존재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아가는 것이 필요합니다. 모두가 각자의 세계가 있고, 타인 또한 소속감을 원하고 소외를 두려워하는 연약한 인간일뿐이니까요. 

 

소설은 타인의 세계를 경험하고, 자기중심성에서 벗어날 수 있는 가장 좋은 도구입니다. 사람이 두려울 때마다 취향에 맞는 소설을 한 권 골라 그 세계에 빠져보세요. 인간에 대한 입체적인 이해를 통해 두려움도 낮추고 자연스럽게 사람을 대할 수 있을 겁니다. 진실한 모습은 인간 관계에서 가장 멋진 자원이 되어줄 테고요.

나만 자리 잡지 못한 것 같아 초조해요.

soulmagazine 자리 잡지 못해 불안한 30대 남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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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게 잠들고 지각하는 일이 자꾸 반복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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