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에게 좋은 사람이 되려다 정작 자신의 마음은 가장 나중으로 미뤄둔 적이 있나요? 이번에 소개할 여섯 개의 콘텐츠는 그런 사람들을 위한 이야기입니다. 누군가에게 좋은 사람이 되기 위해 애쓰는 주인공부터 자신을 지키기 위해 조금씩 달라져가는 사람들의 이야기까지. 책, 영화, 드라마, 노래 속 다양한 장면들은 “나만 그런 게 아니었구나”라는 위로와 함께, 조금 더 솔직하게 나를 돌아볼 용기를 건넵니다. 이들의 이야기로 타인보다 자신의 마음을 먼저 들여다보는 계기를 만들어보세요.
1. 영화 - 허가영, <첫여름>
좋은 사람으로 남고 싶다는 마음은 때로 자신의 속내를 감추게 한다. 영화 <첫여름>의 ‘영순’은 평생 가족을 위해 살아온 인물이다. 그러나 손녀의 결혼식과 연인 ‘학수’의 49재가 같은 날 겹치면서, 영순은 처음으로 가족이 아닌 자신을 위한 선택을 한다. 49재를 하는 절 근처 숲에서 홀로 춤을 추는 장면은 그래서인지 더 마음에 와닿는다. 누군가의 엄마, 할머니, 아내가 아니라 오직 자기 자신으로서 존재하려는 몸부림같다. 좋은 사람으로 살아오느라 오래 미뤄두었던 마음에도, 마침내 뜨겁고 싱그러운 첫여름이 찾아왔다.
2. 영화 - 피트 닥터 Pete Docter, <인사이드 아웃>
가까운 사람일수록 오히려 쉽게 꺼내지 못하는 말들이 있다. 특히 가족 앞에서는 더욱 그렇다. <인사이드 아웃>의 ‘라일리’ 역시 낯선 도시에서 힘든 시간을 보내면서도 부모님을 걱정시키지 않기 위해 괜찮은 척한다. 새로운 도시에서의 외로움과 예전의 일상에 대한 그리움을 숨기던 라일리는 결국 부모님 앞에서 처음으로 슬픔을 털어놓는다. 이 영화는 슬픔을 극복해야 할 결함으로 그리지 않는다. 늘 좋은 딸이 되어야 한다는 마음으로 감정을 숨겨온 이들에게, 슬픔까지 나의 일부로 받아들이는 용기를 보여주는 영화.
3. 드라마 - 이병헌·김혜영, <멜로가 체질>
<멜로가 체질> 속 많은 인물 중 가장 마음에 남은 사람은 ‘황한주’였다. 원하는 것을 이루기 위해서라면 무릎 꿇는 일도 마다하지 않고, 부당한 요구 앞에서도 어떻게든 분위기를 맞추며 웃어 보이는 사람. 하지만 그는 말한다. “웃는 얼굴에 침 뱉는 사람들도 있다”고. 우리는 흔히 착하다는 것을 타인의 입장을 먼저 헤아리는 일이라고 배운다. 그래서 누군가를 실망시키지 않기 위해, 관계를 잃지 않기 위해, 자신의 마음을 뒤로 미루곤 한다. 황한주 역시 그런 사람이었다. 하지만 이야기가 흘러갈수록 깨닫게 된다. 착함은 무조건 참아내는 것이 아니며, 나를 소모하면서까지 누군가를 만족시키는 것도 아니라는 것을. 착함이란 나를 희생하는 일이 아니라, 타인과 나를 함께 지켜내는 일이라는 걸 황한주를 통해 배운다.
4. 도서 - 청예, 「오렌지와 빵칼」
선량한 사람으로 보이고 싶은 맘에 했던 선택이 계속된다면 어떨까? 그것을 단칼까진 아니더라도 무딘 칼로 어떻게든 끊어내는 사람이 있는가하면, 그렇지 못한 사람도 있을 거다. 「오렌지와 빵칼」 속 주인공 ‘오영아’는 후자였다. 남들을 위해 끝없이 자신을 통제하며 살았다. 그러다 연구센터에서 전두엽 시술을 받게 되고, 그걸 계기로 처음 ‘자유’라는 감각을 마주한다. 좋은 사람이어야 한다는 압박과 더는 그렇게 살고 싶지 않다는 마음 사이에서 흔들리는 그의 모습은 “통제와 해방은 짝꿍이라 함께 있을 때 더 빛난다”는 문장을 더욱 선명하게 만든다. 도덕과 해방감, 통제와 자유 사이를 오가는 감정선이 숨 막히도록 현실적이다.
5. 음악 - AKMU, <후라이의 꿈>
‘음악하는 아이들’ AKMU가 이번엔 달걀 후라이의 꿈을 떠올렸다. 후라이에게 무슨 꿈이 있겠는가. 제각각인 모양대로 그냥 익을 때까지 후라이팬에 늘어져 있을 뿐이다. 노른자 터질까봐 눈치 보지도 않는다. “날 재촉한다면 따뜻한 밥 위에 누워 자는 계란 fry fry 같이 나른하게” 이 가사를 들으면, 남들이 원하는대로 나를 맞춰온 지난 시간이 떠오른다. 이 노래는 말한다. 누군가의 기대에 맞춰 모양을 바꾸기보다, 지금의 나를 그대로 두는 일 역시 용기일 수 있다고. 착한 사람이 되고자 오래 숨죽여온 마음에, 눈치보지 않고 제멋대로 흘러가도 된다고 조용히 등을 밀어준다.
6. 음악 – 캣 번스 Cat Burns, <people pleaser>
타인의 감정을 살피는 게 익숙한 이들을 ‘People Pleaser’라고 부른다. 이곡은 그런 People Pleaser의 속마음을 담았다. “I’ve put my comfort behind everyone else all my life, and It’s so hard to describe”. (난 평생을 내 안위보단 다른 사람들을 우선했었지. 이걸 말로 설명하긴 너무 어려워.) 친구의 이야기를 들어주느라 정작 내 아픔은 마음속에 묻어두었던 날들이 떠오른다. 그때는 배려라고 믿었지만, 반복된 배려는 어느새 자기검열을 익숙하게 만들었다. 누군가를 위하느라 정작 자신을 방치해왔음을 깨닫게 하는 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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