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SAY

[웃따의 마음 돋보기] 다정의 우선순위

내가 가장 먼저 다정을 베풀어야 하는 사람은 나입니다.

웃따 상담심리사, 유튜브 <상담심리사 웃따> 운영자

쌀쌀한 가을이 되면서 따뜻함이 그리워지네요. 누군가가 따스하게 느껴졌다는 건 그 사람이 내게 했던 다정한 말과 관심, 친절한 배려가 있었기 때문일 텐데요. 그런 사람을 만나면 사랑받고 존중받는 느낌이 들죠. 우리가 다정한 사람에게 끌리는 이유가 아닐까 싶은데요. 그런데 다정에도 진짜 다정가짜 다정이 있다는 사실, 아시나요?



가짜 다정함과 진짜 다정함

우리는 사회적 생존본능에 의해 어떻게 해야 상대가 기분이 좋을지 자연스럽게 알 수 있어요. 그래서 때로는 진심과는 다르게 친절이라는 가면을 쓰고 상대방을 대할 때도 있죠. 상대가 마냥 좋아서 다정하고 친절하게 대할 수도 있지만 누군가는 어떤 목적을 가지고 그렇게 할 수도 있습니다. 자기 스스로 알 수도 있고 모를 수도 있어요. 무의식적일 수도 있거든요. 그 다정함의 목적이 남에게 잘 보이려는 것이든, 정서적이거나 사회적인 보상을 받기 위한 것이든 이러한 가짜 다정함은 결코 내 마음이 편치 않다는 거예요.

 

제가 상담 현장에서 만나는 많은 내담자들은 겉과 속이 다른 자신 때문에, 혹은 자신의 다정함 때문에 힘들어하기도 합니다. ‘선생님 제 남편은 밖에서는 친절하고 예스맨인데 집에서는 완전히 반대예요.’, ‘저희 엄마는 밖에서는 엄청 교양 있고 다른 사람들에게 잘 해주면서 집에만 오면 화를 내요.’, ‘저는 거절을 못 하겠어요. 상대방이 부탁하면 다 들어줘야 할 것 같아요.’ ‘저는 그렇게 친절하기 싫은데 저를 싫어하는 사람들에게까지 저도 모르게 잘 대해주고 거절을 못 하는 자신이 싫어요.’ 등등 건강한 사회성을 넘어서 가짜 다정함으로 나와 주변이 힘든 경우는 생각보다 많습니다.

 

이들은 다른 사람을 기쁘게 하려는 욕구를 가지고 있어요. 타인을 기쁘게 해 주고, 요구를 들어주고, 무한 긍정하며 애쓰느라 자기 자신을 무시한 채 타인만을 위해 살아가요. 다른 사람을 돌보고 만족시키는 것 이전에 자기 자신을 아껴줘야 하는 것이 먼저인데도 말이죠. 이렇게 되면 나의 진짜 자아는 계속해서 무시되고 소외되면서 언젠가는 폭발하거나 공허하거나 우울해질 수 있어요.

 

가장 먼저 다정해야 할 사람, 나

나의 진짜 자아가 뒷전이 되고 나면 혼자 있을 때는 외롭고, 다른 사람과 같이 있을 때는 힘든 것이 반복됩니다. 다른 사람의 욕구를 채워주는 것이 내 욕구가 되어버렸기 때문에 혹시 다른 이들과 멀어져 채워줄 대상이 없어지면 삶의 의미를 느낄 수 없는 이들도 있습니다. 가짜 다정함은 결국 혼자가 되게 만들어요.

 

저는 저도 모르게 그런 사람이었어요. 자유롭고 당당하다고 생각했지만 사실은 누군가에게 미움받지 않기 위해서 애쓰며 살았습니다. 쓸모없는 사람이 되지 않으려고 늘 자신을 증명하기 위해 다정한 사람으로 살아왔죠.

 

그런데 타인에게 다정한 만큼 나에게도 다정했을까요? 아닙니다. 자신을 소외시키고 소진시키고 있었습니다. 저는 그렇게 우울증, 신체의 고통, 워커홀릭, 완벽주의 등으로 고통받는 삶을 살았어요. 그러다가 정말 고통이 심해지면서 아무것도 할 수 없게 되자 제 자신을 돌보기 시작했어요. 타인을 기쁘게 하기 전에 나를 먼저 기쁘게 하는 사람이 되기로 하고 나에게 먼저 다정하게 대하기 시작했죠.

 

나에게 다정해지는 법

어떻게 하면 자신에게 먼저 다정한 사람이 될까요? 정말 다정한 사람이 내 옆에 있다고 상상해 보세요. 그는 나에게 안부를 물어볼 거예요. ‘오늘 너의 기분은 어떠니?’, ‘지금 너의 컨디션은 어때?’라고요. 나와 다정하게 대화를 해보세요. 그리고 내 마음을 따뜻하게 들어주세요.

 

더 적극적으로 해볼까요? 오늘의 실수나 자신에 대한 부정적인 생각이 들 때 위로해 줄 수 있어요. ‘오늘 참 많이 힘들었다. 그렇지? 당연히 힘들지. 그렇게 힘든데도 버텨낸 나 자신이 자랑스러워.’ 이렇게 스스로를 다정하게 수용해 주는 사람, 자신의 감정과 느낌을 알아차리고 받아주는 사람은 자신을 소외시키지 않고 과도하게 소모하지 않으면서 다른 사람들에게도 편안함을 줄 수 있어요. 이것이 무엇을 바라지 않는 진짜 다정함이에요. 상대가 힘들어 할 때 그것을 해결해 주어야 한다는 부담이나 짐, 무게나 애정의 갈망이 아닌 함께 머물러 줄 수 있는 사람이 되죠.

 

‘나’를 외면하지 마세요


나에게 다정하지 않은 사람은 타인에게도 진정으로 다정할 수 없습니다. 타인을 대하는 주체가 ‘나’인데 어떻게 ‘나’를 소외시키면서 ‘남’에게 다정할 수 있을까요? 겉으로는 잘해주고 있지만 사실은 내가 사랑받고 잘 보이기 위한, 혹은 의존하기 위한 것이라면 결국 나도, 남도 모두 힘들어질 뿐이에요. 


꼭 말을 잘하고 자상하고 섬세한 성격을 타고난 게 아니더라도, 원래 무뚝뚝하고 개인주의적이고 표현을 잘 못하는 사람일지라도 그 따뜻한 진심은 언젠가는 전달이 되더라고요. 오히려 오랜 시간을 통해 증명되는 진짜 다정함은 더 강력한 전달력이 있죠. 그러니 겉으로 보이는 말과 행동으로만 다정한 사람이 되기보다는 먼저는 나를 다정하게 대하고 그와 같이 타인을 대한다면 그 방식이 어떻든 우리는 정말 따뜻한 마음으로 살 수 있을 거예요.


쌀쌀한 날, 따뜻한 차 한 잔에 몸과 마음에 온기가 도는 것처럼 이번 가을은 사랑하는 사람들과 주변 사람들에게 편안한 온기를 나눌 수 있도록 나 자신에게 먼저 다정했으면 좋겠습니다.

글. 웃따(상담심리사)

18만 구독자를 보유한 유튜브 채널 ‘상담심리사 웃따’를 운영 중인 상담심리사이자 작가. 채널 이름처럼 구독자들에게 ‘웃긴데 따듯한 심리한 솔루션’을 전하고 있다. 상담하면서 쌓은 지식과 오랫동안 자신의 상처를 보듬으며 깨달은 인생의 지혜를 심리 에세이 <인생을 숙제처럼 살지 않기로 했다>에 녹였다.

사소한 다정함으로 구원하는 세계

다정함은 아주 작고 사소한 것에서부터 출발하는 듯합니다.

김형성 작가, 고등학교 국어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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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 것도 원하지 않고 강요하지 않을게요. 다만, 가장 소박하게라도 스스로를 돌봐 주세요.

웃따 상담심리사, 유튜브 <상담심리사 웃따> 운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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