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SAY
[큐레이션] 불안에 떨었던 나의 20대에게 보내는 시
“당신의 불안은 멋진 트로피가 될 것이기에”
플레이라이프 with 포엠매거진
이룬 것이 없어서, 남들보다 조금 느려서, 미래를 알 수 없어서 불안을 느끼는 20대를 위해 플레이라이프가 포엠매거진과 함께 시를 큐레이션했어요. 때론 누군가의 위로보다 시 한 구절이 마음을 보듬기도 해요. 이 콘텐츠에서 힘들 때 꺼내어 읽을 시 한구절 얻어갈 수 있기를, 마음의 소란스러움이 조금은 가라앉을 수 있기를 바랍니다.
아무것도 아니면 어때
지는 것도 괜찮아
지는 법을 알았잖아
슬픈 것도 아름다워
내던지는 것도 그윽해
‘도착’ 중에서
『오늘은 좀 추운 사랑도 좋아』, 문정희, 민음사(2022)
내 인생은 이렇게 흘러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
너는 나의 가장 무른 부분
나는 너의 가장 탁한 부분
억지로 꿰매지 않고
다만 갈 뿐
‘점등 구간’ 중에서
『당근밭 걷기』, 안희연, 문학동네(2024)
쓸모없는 나절을 꼭 보낸 다음
사랑하는 소리를 듣고 내는 날
노동한테 이겨먹기 위해
내가 제일 가엾다는 생각 하나로
누구 하나 미워할 필요 없이도
간신히 스스로 아름다워지는 날
‘휴일’ 중에서
『여름의 사실』, 전욱진, 창비(2022)
어느 날인가 너무 어린 나는 땅바닥에 물을 쏟아 버렸다 할머니는 너무 어린 나에게 이 망할 것아 말씀하셨다 쏟아진 물은 이미 사라지고 없는데
아직도 나는 망하지 않았다
‘종의 기원’ 중에서
『희지의 세계』, 황인찬, 민음사(2015)
이쯤에서 쓰러지자
이쯤에서 쓰러져서
조금 남겨두기로 하자
당분간 이렇게 쓰러져 있기로 하자
누군가 나를 일으켜 세워
멈춰 있던 자신의 시간을 살릴 수 있도록
자기 시간을 찬찬히 들여다볼 수 있도록
누군가의 아픔이 기쁜 아픔이 될 수 있도록
누군가의 기쁨이 아픈 기쁨이 될 수 있도록
‘모래시계’ 중에서
『혼자의 넓이』, 이문재, 창비(2021)
나는 모르는 것이 많다.
다음 발길이 닿을
그곳을 어찌 알겠는가.
그래도 한걸음 딛고
한걸음 나아가 낯모르는 사람들과 함께
신호를 기다리며
이렇게 건널목에
서있다.
‘건널목’ 중에서
『울고 들어온 너에게』, 김용택, 창비(2016)
소위 '기록 러버'들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왜 기록하는 것이며, 어떻게 꾸준히 기록하는지.
김송희 <빅이슈 코리아> 편집장, 작가
그저 자기 자신에게 다정해지자. 지금 불안에 사로잡힌 나 자신을 다정하게 어루만져 주자. 놀랍다. 결국 다정은 불안도 이기는 것이다.
한수희 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