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안간 선생님이 내 머리를 물속으로 집어넣었다. “숨이 찰 때는 산소가 필요한 게 아니에요. 이산화탄소가 몸속에 많은 거니 도리어 내뱉어야 해요.” ‘아, 어쩌면 내 삶도 뭔가가 부족해서 숨이 찬 게 아니었을지도 몰라.’ 내가 뱉어야 하는 것들을 생각한다. 덜어내야지. 내 안에 가득한 이산화탄소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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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늘 뭔가 부족한 것 같다는 기분에 시달립니다. 그러다 보면 당장의 쓸모도 모른 채 일단 채우기에 급급해지죠. 너무 많은 것들을 쥐려고 애쓸수록 어느 하나도 제대로 쥘 수 없다는 사실도 잊은 채로요.
숨이 찬다는 것 자체가, 내가 버거움을 느끼고 있다는 신호일지도 모릅니다. 이 신호를 잘 감지하고, 덜어내는 연습이 필요합니다.
고기가 당기는 것은 몸이 고기를 원하기 때문이라는 말이 있다. 단백질, 칼슘, 철분이 필요하니 고기를 먹어야겠다고 생각하면서 먹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그냥 먹고 싶어서 먹는 거지. 자기도 모르게 멍때리고 있는 순간이 늘어난다면, 몸과 마음이 그걸 필요로 한다는 것 아닐까? 우리 시대에 소진 증후군이라는 말까지 생겨났다는 것은, 모두에게 멈춰 서는 것이 절실히 필요하다는 방증일 것이다. 멍때리기는 시간 낭비가 아니다. 그저 커피값 정도의 작은 사치일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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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둘러 해내야 한다는 압박, 뒤처질 거라는 두려움, 이걸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불안. 쫓기듯 매일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멍때리기만큼 비효율적으로 여겨지는 단어도 없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한 달에 하루쯤 열심히 살지 않는다고 해서 큰일이 나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그 반대라면 모를까요. 배터리도 완전히 방전된 후에는 수명이 짧아집니다. 너무 열심히 살아서 탈인 우리에게, 가끔은 작은 사치를 허용해 줍시다.
(휴식의 한자말 중) ‘숨쉴 식(息) 자는 ‘스스로 자(自)’ 자와 ‘마음 심(心)’ 자로 되어 있습니다. 자기 마음으로 돌아온다는 거죠. 억지로 하기 싫은 걸 하는 것, 시키는 것만을 하는 게 아니라 내 마음으로 돌아와서 내가 즐겁고, 좋아하고 기쁜 활동을 하는 것, 그게 숨쉴 식(息) 자죠. 멈춤이나 쉼도 필요하지만, 사실은 채움이 필요한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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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식에 대한 가장 큰 오해 중 하나는, '아무 것도 하지 않는 것'만이 휴식이라는 생각일 겁니다. 무작정 쉬는 시간을 늘린다고 삶의 활기가 채워지는 것은 아니죠. 무기력하게 늘어져 있던 시간을 잘 쉬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을 겁니다. 중요한 것은 내 마음을 충만하게 해 주는 적극적인 휴식 활동을 하는 거예요.
당신이 아무 대가 없이도 즐거웠던 순간은 언제였나요? 흙장난하는 아이처럼, 내가 그 활동 자체에 푹 빠져 몰두했던 경험을 찾아 봅시다. 그것이 바로 여러분이 마음 깊은 곳에서 바라는 진정한 휴식일 거예요.
하루 중 한 가지 작업에서 다른 작업으로 넘어갈 때마다 기록을 남겨라. 일기에 방금 무슨 일을 했는지 간략히 적은 다음, 이제 또 무슨 일을 할지 적으라. 틈새 일기는 틈틈이 잠시나마 자신을 돌아보고, 우리 뇌가 하나의 일에서 다른 일로 전환하는 데 도움이 된다. 이전에 한 작업의 잔상을 종이에 옮겨 적으면 우리 머리가 그 작업에 대한 생각을 멈추기 쉬워져서 앞으로 할 일에 대한 마음 준비를 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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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종일 바쁘기만 하고, 대체 뭘 했는지 모르겠어. 모든 직장인의 입버릇 같은 말이죠. 우리에게 온전히 한 가지 일에 집중할 수 있는 덩어리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수시로 걸려오는 업무 전화, 예고 없이 치고 들어오는 일들은 또 얼마나 많은가요.
사실 우리의 뇌는 멀티태스킹에 익숙하도록 진화하지 않았대요. 그럼에도 매일 멀티태스킹이라는 적과 싸워야 하는 이들이라면, 틈새일기가 도움이 될 겁니다. 지금까지 해 왔던 일을 짧게라도 기록해 두면, 뇌가 그 일에 대한 생각을 마음 편히 잊을 수 있게 되고, 다음 일에 온전히 집중할 수 있게 됩니다. 메모를 나의 뇌 대신 기억해 줄 일종의 기억저장소로 삼는 거죠. 그것 쓸 시간에 다른 일을 하나라도 더 할 수 있지 않겠냐고요? 속는 셈 치고 기록해 보세요. 훨씬 효율적으로 일하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거예요.
달리고 있을 때는, 트랙 위에 있을 때는 보이지 않는 것들이 있는 것 같아요. 일에서 조금 떨어져야만 나 자신, 나의 일하는 모습, 그리고 내가 일에서 정말 좋아하고 잘하는 요소들이 무엇인지 알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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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만 보고 숨가쁘게 달리는 와중에는 내 주변의 풍경도, 지나치는 사람들의 얼굴도 그저 배경이 되어버립니다. 그뿐만인가요. 내가 어디쯤에 와 있는지, 지금 내가 너무 숨이 차지는 않는지, 이 속도는 나에게 적당한지 생각할 여유도 없습니다. 그저 멈추지 않고 달리는 일만이 중요해지지요. 나의 상황을 조망할 수 없게 되는 것입니다.
일도 마찬가지입니다. 떨어져 나와야 비로소 보이는 것들이 있습니다. 아무리 열심히 달려도 일이 잘 풀리지 않는다면, 그 때가 잠시 트랙에서 걸어나와 숨을 고를 때라는 신호일지 모릅니다.
근육을 무리해서 쓰면 육체적으로 피로감을 느낀다. 몸살이 나거나 근육이 다쳐 버리면 평소에는 문제없이 움직였던 간단한 동작을 하는 것조차 힘들어진다. 정신적 에너지도 마찬가지다. 무리하게 사용해서 소진해 버리면 피로감과 고단함이 높아지고 부정적인 감정이 크게 일어난다. 그뿐인가. 감정을 조절하거나 좋은 판단을 내리거나 욕구를 절제하는 능력 또한 순간적으로 상실하게 된다. 이러한 상태를 일컬어 ‘자아고갈’이라고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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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력 운동을 하고 난 뒤에 적절한 휴식을 가져야 한다는 것은 다들 아는 상식이지요. 반대로 마음에도 충분한 휴식기가 필요하다는 사실은 잘 모르거나, 알더라도 잘 잊히는 것 같습니다. 나약하다는 생각이 머리를 먼저 지배하기 때문일 겁니다. 하지만 고꾸라진 마음을 억지로 일으켜봤자, 더 쉽게 무너질 수밖에 없는 상태로 자신을 몰아넣을 뿐입니다. 몸을 혹사하는 운동은 근육을 키우는 게 아니라 손상시키는 것처럼요. 내 마음의 효율을 유지하려면, 마음의 휴식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입니다.
드라마 딱 한 편만 더 보고, 아니면 SNS를 몇 분만 더 보고…… 이런 식으로 잠자는 것을 미루고 있다면 보복성 취침 미루기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 우리가 이런 행동을 하는 이유는 본질적으로 낮 동안에 중요한 욕구를 무시한 자기 자신에게 ‘복수’하기 위해서다. 긴 하루가 끝나면 내면에 있는 반항적인 자아는 다음 날 피곤하고 귀찮아질 것을 알면서도 고집스럽게 ‘나’를 위한 시간을 요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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딴짓에 딴짓이 이어져 자꾸 늦게 잠든다면, 불면증보다는 보복성 취침 미루기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낮 시간 동안 꾹꾹 참았던 욕구들에 대한 보상 심리가 잠자리에서 발동하는 것입니다.
당연히 본질적인 해소 방법이 아니지요. 다음 날 더 피곤해질 뿐입니다. 여가와 휴식을 일상의 우선순위로 재배치해야 합니다. 해야할 일들에 밀려 욕구를 미루지 말고, 틈틈이라도 자신을 돌보세요.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질 좋은 수면입니다. 잠을 희생해가면서까지 해야 할 일은 없다는 것도 기억하세요.
무언가 하기 위해 떼어내는 5분은 공짜가 아니다. 내 의지력에서 깎아 가져오는 일이다. 그 5분으로 인해 나는 저녁에 조금 더 피곤할 것이고, 아이들을 향한 인내심도 조금 더 줄어들 것이다. 그러므로 나는 점심을 먹고 남은 자투리 시간에 요가 매트에 누워서 천장을 바라볼 것이다. 책상에 쌓인 서류는 나중에 때가 되면 한꺼번에 정리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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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은 무한하지 않습니다. 해야 할(혹은 한다고 믿는) 일들을 전부 다 해내려면, 늘 턱없이 부족하게 느껴지지요. 그렇기에 자투리 시간을 활용해서 원하는 모든 것을 처리할 수 있다는 아이디어는 매혹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하루에 단 5분, 10분을 써서 원하는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니요.
그러나 우리에게 또 한 가지 무한하지 않은 것이 있다면 그것은 바로 의지력입니다. 5분 무언가를 하기 위해 들인 공력은 우리의 의지력을 그만큼 떼어먹을 것입니다. 게다가 우리가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것처럼, 5분 잠깐 무언가를 하고 또 다른 일로 바로 넘어갈 수도 없습니다. 새 일을 시작하는데 또 다른 의지력과 예열의 시간을 반드시 소모할 수밖에 없으니까요. 자투리 시간이라는 환상에 빠져, 우리는 효율적으로 삶을 운용하려는 노력을 잘못된 곳에 쏟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성공적인 디지털 미니멀리스트들은 대개 자유 시간에 하는 일을 바꾸면서 변화를 시작한다. 즉, 나쁜 디지털 습관을 버리기 전에 양질의 여가를 보낼 방법부터 찾는다. 실제로 많은 디지털 미니멀리스트는 여가 시간을 알차게 보내는 데 집중한 이후 일상에서 배제할 수 없을 것 같았던 디지털 습관이 갑자기 사소하게 느껴지는 현상을 경험한다. 공허를 메우고 나면 그것을 회피하려는 딴짓이 필요 없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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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끼리는 생각하지 마." 라는 말을 들으면 코끼리만 생각나지요. 마찬가지로 무언가를 하지 말아야겠다는 결심은 오히려 그 행동을 더 의식하게 되는 결과를 낳죠. 그보다는 해야 하는 행동에 집중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고 합니다. 한 마디로, '하지 마라'가 아닌 '해야 한다'를 생각할 것!
유투브 좀 그만 봐야지, SNS 보는 시간을 줄이겠어. 매번 하는 다짐이 실패로 돌아가는 이유, 바로 여기에 있었네요.
자신에게 다시금 전념하고 자신을 아끼는 것은 이기적이지도, 자기 중심적이지도 않다. 도리어 이는 가치의 선언이다. 당신이 일을 하고 소비하고 생산해서 가치있는 게 아니라, 당신이 그저 존재하기 때문에 가치 있다는 선언이다. 이것이 번아웃을 떨치고 일어나 다시 그 수렁으로 빠지지 않기 위해 기억해야 할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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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라도 노력을 멈추면 안 될 것 같고, 그래서 멈춤이나 휴식은 항상 불안하고 두렵습니다. 하지만 끊임없이 노력하지 않아도, 쓸모 있는 존재가 아니라도, 나는 나 자체로 가치있는 존재라는 사실을 자꾸 되새길 필요가 있습니다. 그것만이 나를 번아웃이라는 함정에서 벗어나도록 도와줄 방책이라고 저자는 말합니다.
별안간 선생님이 내 머리를 물속으로 집어넣었다. “숨이 찰 때는 산소가 필요한 게 아니에요. 이산화탄소가 몸속에 많은 거니 도리어 내뱉어야 해요.” ‘아, 어쩌면 내 삶도 뭔가가 부족해서 숨이 찬 게 아니었을지도 몰라.’ 내가 뱉어야 하는 것들을 생각한다. 덜어내야지. 내 안에 가득한 이산화탄소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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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늘 뭔가 부족한 것 같다는 기분에 시달립니다. 그러다 보면 당장의 쓸모도 모른 채 일단 채우기에 급급해지죠. 너무 많은 것들을 쥐려고 애쓸수록 어느 하나도 제대로 쥘 수 없다는 사실도 잊은 채로요.
숨이 찬다는 것 자체가, 내가 버거움을 느끼고 있다는 신호일지도 모릅니다. 이 신호를 잘 감지하고, 덜어내는 연습이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