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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삶이 엉망이라고 생각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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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겨울을 나는 법

삶의 겨울을 나는 법

속도를 늦추고, 자연스럽게 여가 시간을 늘리고, 충분한 잠을 자고, 휴식을 취하는 것은 요즘 유행과는 거리가 멀어 보일지 몰라도 꼭 필요하다. 겨울은 우리 모두가 아는 선택의 기로이자, 허물을 벗어야 하는 순간이다.

playlife talk

겨울이 오면 동물들은 대사활동을 최소한으로 줄이고 겨울잠을 잡니다. 식물들은 생장을 멈추고, 구근이나 씨앗 상태로 겨울을 나지요. 이것이야말로 오랜 시간 축적되어 온 자연의 지혜인지도 모릅니다. 그들은 혹독한 계절에 맞서지 않고 그저 지나가기를 기다리다, 다시 왕성하게 활동하고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봄과 여름을 맞이합니다. 인간 또한 마찬가지죠. 성장하고 나아가기 위해서라도, 휴식의 시간은 꼭 필요합니다. 그건 단지 멈춰있는 시간은 아닐 겁니다.

조용히 드러누워 있는 게 최고

조용히 드러누워 있는 게 최고

오늘은 바람이 강해서 나는 얌전히 책이나 읽고 있어. 하지만 내 앞길에 해결해야 할 문제가 산재해 있어서 그걸 생각하면 가슴이 벌렁벌렁 뛰고, 서른아홉 살도 울고 싶어져.

위태로운 시국을 어서 돌파하길 빌게. 조급해선 안 돼. 우선 조용히 드러누워 있는 게 최고.

playlife talk

어느 것도 해내고 싶지 않은 기분이 들 때가 있습니다. 태연한 척 일상을 유지하는 것만으로도 벅찬, 그런 기분이요. 내가 이러면 안 되지, 이러고 있을 시간이 없어, 그렇게 스스로를 몰아세워도 보지만, 그럴수록 조바심만 더하고 자칫 한 발짝도 내디딜 수 없는 더 깊은 나락으로 빠져들고 맙니다.

다 큰 어른인데도 울고 싶어지는 날이 오면, 우선은 가만히 드러누워 있는 게 상책입니다. 씩씩하게 눈물을 닦고 일어설 힘이 생길 때까지는요.

타인은 내 실수를 기억하지 않는다

타인은 내 실수를 기억하지 않는다

그리고, 다른 사람들은 내 실수를 별로 기억하지 않습니다. 우리는 실수하면 완전히 그 동네에서 매장된다고 생각하는데, ‘다른 사람들은 나에게 관심이 없더라’가 제 결론이고요. ‘너무 겁먹지 말고 들이대라’가 제 조언입니다.

playlife talk

두고 두고 나를 괴롭히는 실수는 내 생각보다 큰일이 아닐지도 모릅니다. 우리에게는 타인의 시선으로 자신을 평가하며 고통스러워 하는 버릇이 있거든요. 하지만 대체로 그 타인의 시선은 내 머릿속에만 존재하는 엄한 감독관입니다.

내게 관심이 있는 사람은 나 자신뿐이다. 이 사실은 때에 따라 완전한 축복일 수도 있습니다. 내 실패 또한 남들의 관심 밖에 있다는 뜻이니까요. 실수가 두려워 도전하지 못하고 있다면, 아예 이렇게 생각해 봅시다. "어차피 내 일에 관심있는 사람은 나밖에 없어!"

구부러진 스프링 펴기

구부러진 스프링 펴기

다 포기하고 싶은 날들이 내게도 있습니다. 아무 것에도 애착을 가질 수 없는 날들이. 그럴 때마다 생각합니다. 죽음으로, 죽음으로 향하는 내 안의 나선 경사로를 어떻게든 피해야겠다고. 구부러진 스프링을 어떻게든 펴야겠다고. 스스로의 비틀린 부분을 수정하는 것, 그것이 좋은 예술가가 되는 길인지는 몰라도 살아 있는 예술가가 되는 일임은 분명합니다. 매혹적으로 보이는 비틀림일수록 그 곁에 어린 환상들을 걷어내십시오. 직선으로 느리게 걷는 것은 단조로워 보이지만 택해야 하는 어려운 길입니다.

playlife talk

당장의 앞날을 헤아릴 수 없는 막막함이 찾아올 때가 있습니다. 점점 깊이 가라앉는 수렁에 빠진 듯한 기분. 무수히 빠져나오려 노력했지만 보답받지 못할 땐, 다 내려놓고 절망 앞에 순순히 투항해 버리고 싶기도 합니다.

그러나 우울에 지고 싶지 않다는 마음 또한 분명히 나의 것입니다. 구부러진 스프링을 펴야겠다고, 스스로의 머리채를 끄집어 올려서라도 일어나야겠다고 마음먹는 사람 또한 분명히 나입니다. 그렇게 조금씩 나 자신을 다잡는 순간들이 모이면, 언젠가는 반드시 새로운 길을 내게 될 것입니다. 우울의 하강나선 대신, 직선으로 곧게 뻗은 길을.

대인관계에서 반복되는 패턴찾기

대인관계에서 반복되는 패턴찾기

관계에서 자주 상처받는 사람은 늘 같은 지점에서 상처를 받는다. 내게 어떤 상처가 있고 어떤 식으로 패턴화가 이루어지고 있는지를 발견해야만 한다. 약속을 깨는 것을 몸서리치게 싫어하는 사람의 내면에는 어떤 상처가 있는지, 관계의 중심에 서고 싶지 않은 사람에겐 어떤 역사의 한편이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한 연인과 오래 못 가는 사람의 두려움은 어디서 비롯되었는지 등을 찬찬히 따져보아야 관계 자체를 끊지 않고 그 안에서 상처받는 나를 건져낼 수 있다.

playlife talk

우리는 상처 주었던 관계 방식을 반복하는 경향이 있는데, 심리 용어로 이것을 반복강박이라고 합니다. 무의식중에 익숙한 관계 방식을 선택하게 되는 것이지요. 그렇지만 단지 익숙해서만은 아닐 것입니다. 해결하지 못한 문제를 풀고 싶어서 우리는 비슷한 숙제를 계속 만들어내는지도 모릅니다.
그렇지만 관심을 갖지 않으면 우리가 스스로 만든 문제가 무엇인지조차 알아채지 못할 때가 많습니다. 화가 날 수밖에 없는 일, 누가 봐도 저 사람의 잘못이라고 생각한 일들 속에서 내가 만든 숙제를 발견해야 합니다.

아주 아끼는 아이를 대하듯

아주 아끼는 아이를 대하듯

우리는 종종 주변의 템포와 걸음을 맞추지 못한다. 고립된 느낌, 묘한 느낌이다. 그러니 하루가 등을 돌리는 날이면 불교 작가 실비아 부어스타인의 조언을 따르는 편이 좋을지도 모른다. 그녀는 스스로에게 아주 아끼는 아이를 대하듯 말한다. 얘야, 우리 아가. 사랑스러운 아가야. 잘했어. 자, 자. 산책을 다녀오렴, 목욕을 해. 드라이브를 다녀와. 케이크를 구울까. 잠깐 낮잠을 자고 내일 다시 하면 되잖아.

playlife talk

매일이 내 편 같다면야 스스로에게 가하는 채찍질과 담금질이 효과가 있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세상이 나를 도와주지 않는 날, 냅다 드러누워 버리고 싶은 날이 있다는 걸 우리는 너무 잘 알고 있지요.

그런 날에는 일단 일어나 앉는 것만으로도, 나를 잔뜩 칭찬해줘도 좋겠습니다. 응석도 좀 부리고요. 어른이 되어도 언제든 응석을 부려도 좋을 사람이 있다면, 그건 나 자신이니까요.

흔들리지만 가라앉지 않는다

흔들리지만 가라앉지 않는다

그러다가 어느 책에서 한 문장을 만났다. ‘흔들리지만 가라앉지 않는다’라는 말이었다. 라틴어 원문으로는 ‘Fluctuat nec margitur’라고 한다. 그 당시에 내 심정이 아마 곧 침몰할 것 같은 난파선에 올라타고 있는 느낌이 아니었을까 싶다. 그 문장 전체가 내 가슴 깊은 곳에 닻을 내렸다. 그리고 젊음의 시간 내내 큰 위안이 되었다. 그 전에는 흔들리는 것조차 용납하지 못하고 자책했지만 그 문장을 만나고 난 뒤로는 흔들리는 것을 허용할 수 있었다. 늘 제대로 길을 가야 한다고 다그쳤다면 이후로는 헤맬 수도 있고 방황할 수도 있음을 용납할 수 있었다.

playlife talk

우리는 모두 흔들리는 중입니다. 삶이라는 여정 속에서 으레 겪어야만 하는 크고 작은 풍랑일 뿐이지요. 배가 침몰한 것도, 인생이 망한 것도 아닙니다. 배는 그리 쉽게 뒤집히지 않을 겁니다. 우리의 지난 여정이 증명하지요. 당장은 가라앉는 것 같아도 조금씩 앞으로 나아갔고, 지금 이 순간은 곤두박질치는 것 같아도 길게 보면 우상향 그래프를 그리고 있는 것처럼요. 흔들리지만, 가라앉지는 않을 겁니다.

부러진 연필을 다시 깎는 것처럼

부러진 연필을 다시 깎는 것처럼

내 강연 중 하나에서 나는 연필을 꺼내 들고 모든 사람이 보는 앞에서 그 연필을 부러뜨렸다. 그것이 삶이 우리에게 하는 일이기도 하다. 인간관계가 때때로 그렇고, 삶의 상황이 그러하기도 하고, 실패도 그렇다. 그것들은 우리를 무너뜨리고, 우리를 부러뜨린다. 때때로 우리는 우리 자신의 실수 때문에 스스로에게 너무 많은 벌을 가하고, 그래서 내면에서 부러진다. 그런 다음 나는 연필깎이를 꺼내, 부러진 연필의 나머지 절반을 깎기 시작했다. 부러졌다고 끝은 아니다. 그렇지 않은가? 그렇다, 우리는 실수를 했다. 그렇다, 우리의 약한 순간을 겪었다. 그렇다, 우리의 마음과 삶에서 미끄러졌다.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정말 중요한 것은 일어나서 마음을 가다듬고 다시 살아 나가는 일이다.

playlife talk

그 실수를 하지 않았더라면, 그 실패를 겪지 않았더라면... 삶에 시련이 닥쳤을 때, 우리는 어쩔 수 없이 이런 생각들에 사로잡힙니다. 하지만 이는 이미 부러진 연필을 바라보며 그것이 다시 붙길 기대하는 것과 같습니다. 사건은 이미 일어났고, 우리는 그 이전으로 시간을 돌릴 방법을 알지 못합니다. 이 순간 중요한 것은 오직 부러진 연필을 다시 깎는 것입니다. 다시 일어나서 나의 삶을 살아가는 것입니다.

슬픔을 ‘슬프다’라고 쓰는 순간

슬픔을 ‘슬프다’라고 쓰는 순간

인간의 뇌에는 감정을 관장하는 부위와 이성을 관장하는 부위가 따로 있다. 전자가 편도체, 후자가 전전두엽이다. 슬픔에 빠지면 편도체가 과로한다. 그런데 그 슬픔을 ‘슬프다’라고 쓰는 순간 편도체가 쉬고 전전두엽이 일한다. 슬픔의 진창에서 발을 빼고 ‘슬프다’라는 언어를 가만히 응시할 수 있는 것이다. 슬픔이 언어가 되면 슬픔은 나를 삼키지 못한다. 그 대신 내가 슬픔을 ‘본다’. 쓰기 전에 슬픔은 나 자신이었지만 쓰고 난 후에는 내게서 분리된다. 손으로 공을 굴리듯, 그것은 내가 가지고 놀 수 있는 무엇이 된다.

playlife talk

감정을 말이 안되는 글로라도 마구 써 내려가다 보면, 격렬했던 감정이 가라앉으며 점차 차분해지는 경험을 할 때가 있지요. 편도체가 쉬고 전전두엽이 일하기 때문이었습니다.

감정의 파도가 몰아칠 때는, 그 감정을 언어로 만들어 주세요. 소리내어 말해도 좋고, 종이에 써 보아도 좋습니다. 언어가 되는 순간, 그 때 감정은 나로부터 떨어져 나와 만질 수 있는 것이 되고, 바라볼 수 있는 것이 됩니다. 그렇게 감정과 거리를 두는 연습은 내 감정을 부정하지 않고 받아들이면서도, 완전히 잡아먹히지 않도록 도와줄 겁니다.

우울의 반대는 표현

우울의 반대는 표현

나는 내담자들에게 우울depression의 반대는 표현expression이라는 사실을 자주 상기시킨다. 우리에게서 표출되는 것들은 우리를 아프게 만들지 않는다. 우리 안에 머무는 것들이 우리를 아프게 만든다.

playlife talk

부정적인 감정은 우리 내부에 고여있을수록 더 깊어집니다. 괴로운 기억, 트라우마가 된 경험을 터놓는 일은 결코 쉽지 않겠지만, 그래서 더더욱 표현해야 하지요. 억눌린 감정이 밖으로 터져나올 때, 우리는 비로소 그것을 대면하고 해소할 기회를 가질 수 있습니다. 더 이상 감정의 횡포에 휘둘리지 않고, 그 힘을 무력화시킬 수 있습니다.

삶의 겨울을 나는 법

속도를 늦추고, 자연스럽게 여가 시간을 늘리고, 충분한 잠을 자고, 휴식을 취하는 것은 요즘 유행과는 거리가 멀어 보일지 몰라도 꼭 필요하다. 겨울은 우리 모두가 아는 선택의 기로이자, 허물을 벗어야 하는 순간이다.

playlife talk

겨울이 오면 동물들은 대사활동을 최소한으로 줄이고 겨울잠을 잡니다. 식물들은 생장을 멈추고, 구근이나 씨앗 상태로 겨울을 나지요. 이것이야말로 오랜 시간 축적되어 온 자연의 지혜인지도 모릅니다. 그들은 혹독한 계절에 맞서지 않고 그저 지나가기를 기다리다, 다시 왕성하게 활동하고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봄과 여름을 맞이합니다. 인간 또한 마찬가지죠. 성장하고 나아가기 위해서라도, 휴식의 시간은 꼭 필요합니다. 그건 단지 멈춰있는 시간은 아닐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