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크숍 참가자 인터뷰
저에게 변화를 가져다줄 거라는 직감이 들어요
인터뷰이 | 영
영화를 분석하던 석사과정을 마치고 현재는 컨설팅 업계에서 연구원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글을 쓰고 노래를 부르고 마음껏 사랑하며 살아가고 싶은, 겁 많은 사람이에요.
숲을 바라보듯이 저를 바라보고 싶었어요
처음에는 한 해를 정리하는 새로운 방법을 배워보고 싶은 마음이었어요. 올해에 일어났던 사건을 나열하는 방식 말고, 외부 세계에 반응하느라 바빴던 내면의 리듬을 바라보는 방식으로요. 커리큘럼에 적힌 ‘마인드풀라이팅’, ‘마음챙김’이라는 단어를 발견하고서,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겠다는 예감이 들었죠.
저는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편이라, 불안한 내면을 안정시키기 위해 순간의 생각과 감정을 기록하는 것이 익숙해요. 그런데 ‘그래서 올해의, 이번 달의, 이번 주의 나는 어땠지?’라는 질문에는 자꾸 막히더라고요. 한 그루의 나무를 자세히 들여다보는 걸 넘어, 숲을 바라보는 방식으로 저를 이해해보고 싶었어요.
나에게 익숙한 ‘기본 모드’가 사실은 ‘특정 모드’였다는 걸 알게 되었어요
이전에 저는 감정을 자세히 들여다보는 일을 막연히 이렇게 접근했어요. ‘안정적인 공간에서 스스로에게 충분한 시간을 주고, 감정을 불러일으켰던 사건과 그에 대한 해석을 전부 적어본다. 그다음 가장 그럴듯한 혹은 나를 안심하게 하는 해석을 선택한다.’ 이것이 제 나름대로의 방식이었는데, 이렇게 하다 보면 자꾸 비슷한 해석만을 선택하게 되고 하나의 완벽한 인과관계를 만들려는 경향에 빠져요.
그에 비해 워크숍에서 배웠던 툴은 더 구조적이고 다각도로 감정에 접근할 수 있게 해줘요. 사건, 감정, 생각을 분리해보는 툴은 사건에 대한 나의 주관적인 해석을 바라보게 하는 동시에, 해석 과정에 작용한 모순된 감정이나 비합리적인 신념이 잘 드러나도록 도와주는 것 같아요. 너무 익숙해서 ‘기본 모드’라 생각했던 나의 ‘특정 모드’를 가시화하는 거죠. 그걸 인지할 수 있을 때에야 스스로에게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할 틈이 열리는 것 같아요.
‘감정 일기 쓰기’가 바로 그 작업이었다고 생각해요. 상투적인 감정 표현을 재차 수정해보고 새로운 이름을 붙이는 활동은 결국 스스로를 재구성하는 자유의 활동이기도 했어요. ‘언어는 존재의 집’이라는 말도 있잖아요. 이 일련의 과정이 나를 새롭게 창조해내는 예술 작업 같다는 생각도 했습니다.
좋은 질문은 나의 세계를 재발견하게 해줘요
각자 준비한 ‘올해의 어워드’ 리스트를 참여자끼리 교환한 활동도 기억에 남네요. 타인이 준비한 리스트에 답해야 했는데, 그중에는 익숙한 질문도 있었지만 단번에 답이 떠오르지 않는 질문도 있었어요. 그런 질문에 답하며 오히려 알지 못했던 나의 세상의 일부를 발견했어요. 또한 한 참여자의 이야기가 인상 깊었어요. ‘올해의 나무’라는 키워드를 보고 평소에 눈을 좋아하지 않던 자신이 우연히 나무에 쌓인 눈을 보고 처음으로 아름답다고 느꼈던 순간에 대해 공유해주셨죠. 제 세상에서 느낄 수 없는 아름다움을 엿볼 수 있어서 기뻤어요.
스스로에게 좋은 질문을 던지고 싶은 사람에게 이 워크숍을 추천하고 싶어요. 이제껏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았던 것, 자세히 들여다보지 못한 나의 일부를 생각해보게 하는 질문 말예요. 우리는 평생 자신과 함께 살아가잖아요. 너무 오래 붙어 있어서 그런지 자신을 보는 시각에도 편견이 존재하는 것 같아요. ‘편견’은 나의 어떤 부분을 못 보게 하기도 하고요. 워크숍에서 배운 툴을 통해 너무 익숙해서 있는 줄도 몰랐던 나의 일부를 발견하면, 결국 나를 위해 더 나은 선택지를 만들 수도 있을 거라 믿어요. 그렇게 스스로에 대한 믿음을 쌓다 보면, 타인에게도 지금보다 더 다정해지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