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형 인간 vs. 이성형 인간
최근 들어 MBTI 성격유형 검사를 비롯해 성격에 관한 정보가 널리 공유되다 보니, ‘감정(F)’형에 속한 사람들과 ‘이성(T)’형에 속한 사람들이 특정 면에서 서로를 부러워하거나 비난하는 경우를 많이 보게 됩니다. 하지만 반드시 기억하셔야 할 점은, 성격 특성에는 좋고 나쁨이 없으며 심지어 성격적인 단점의 이면에 장점이 있을 가능성이 크다는 사실이에요. 단점을 줄이려고 노력하기보다 자신의 장점을 정확히 파악하고 강화할 때, 우리는 더욱 건강하고 행복해질 수 있습니다.
Mmm 님께서는 감정적인 선택으로 인해 후회도 자주 하시지만, 다른 사람들의 마음에 공감을 잘하고 센스가 있고 따뜻하다는 이야기를 들으실 가능성이 큽니다. 반면, 냉철한 판단력을 가진 사람은 자신을 비롯한 거의 모든 사람으로부터 일정 거리를 두는 것을 선호하기 때문에 자신과 타인의 감정 읽기에 서투른 편이에요. 감정형과 이성형의 중간에 위치한 사람들은 균형을 잘 잡는 편이지만 때때로 옳고 그름, 좋고 싫음 중에서 무엇을 기준으로 판단을 내려야 할지 몰라 내적 갈등을 겪습니다.
여럿이 더불어 살아가는 세상에서 완벽한 성격은 존재할 수 없어요. 눈을 동그랗게 뜬 채 우리 자신과 주변 사람들의 단점을 들여다보면 어느 순간 장점도 보이고, 그럭저럭 서로에게 견딜 만한 성격이 될 뿐이죠. 가끔은, 사랑스러워 보이기도 하고요.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요?
감정을 존중하는 의사결정을 위한 세 가지 지침
1) 감정은 의사결정의 필수요소임을 기억하기
우리는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위해 항상 감정을 절제해야 한다고 배워 왔어요. 그러나 완벽히 이성적인 선택은 이론으로만 존재합니다. 우리에겐 모든 선택지를 비교할 무한한 시간이나 자원이 없고, 우리의 이성 그 자체도 완벽하지 않기 때문이에요. 더군다나 삶에서 중요한 문제일수록 선택의 과정에 감정이 더욱 깊이 개입하기 마련이지요.
사고형 판단 방식을 극단적으로 선호하는 사람들조차 감정적인 결정을 완전히 피할 수는 없습니다. 만약 이를 피할 수 있었다면 ‘화성에서 온 남자와 금성에서 온 여자’, ‘극 T’ 남편과 ‘극 F’ 아내의 갈등 스토리가 이만큼 호응을 얻을 수 없었을 거예요. 이해할 수 없는 상대방의 언행에서 잦은 다툼을 예상했을 법도 한데, 결혼식 전에 줄행랑을 치기는커녕 사랑으로 감싸안기를 선택한 커플이 그만큼 많다는 거잖아요.
감정과 이성은 사실 상호 보완적인 관계에 놓여 있습니다. 특히 의사결정을 내리려면 어떤 것을 다른 무엇보다 갈망하거나 피하려는 욕구, 다시 말해 감정이 작용해야만 하지요. 뇌에 생긴 종양을 제거하다가 편도체에 심각한 손상을 입은 사업가 ‘엘리엇(Elliot)’의 이야기를 짧게 들려드리겠습니다.
편도체는 우리 두뇌에서 감정을 처리하는 역할을 하는데요. Elliot의 지능은 수술 이후에도 온전히 유지되었지만, 편도체가 손상되면서 그는 소위 ‘결정장애’를 겪게 되었습니다. 그것도 삶의 모든 부분에서요. 점심 메뉴를 고르는 데 오후 시간을 다 써야 했고, 결혼생활도 삐걱거렸으며, 자기 삶의 주인공이 아닌 관중으로 전락하고 말았지요.
이와 대조적으로 Mmm 님께서는 선택과 실행을 위한 강력한 에너지를 지니고 계신다고 볼 수 있을 거 같아요. 이제 그 에너지를 어떻게 조절하고 활용하면 좋을지 고민해 봅시다.
2) 날뛰는 감정에 연민을 갖고 그릇을 키우기
감정을 조절하기 위한 첫 번째 단계는 감정을 인식하는 것입니다. 감정의 파도가 순식간에 Mmm 님을 휩싸는 바람에 감정 인식이 안 된다면, 감정이 동반하는 신체 변화에 주의를 기울여보세요. 가슴이 답답해지거나 목이 꽉 막힌 느낌, 머리가 아프거나 호흡이 거세지는 등의 반응을 감지할 수 있을 거예요. 무엇이 신체 증상을 촉발했는지 잠깐 되돌아본 후에 ‘화났다’, ‘억울하다’, ‘슬프다’와 같이 감정에 구체적인 꼬리표를 붙여보세요. 감정의 실체를 파악하는 것만으로도 감정이 약간 가라앉고 객관화가 되면서 감정을 조절하기가 수월해집니다.
매 순간 변화하는 감정의 강도를 0~9점으로 점수 매기는 것도 도움이 되는데요. 4~5점에서는 크게 심호흡을 시작하고, 6점 이상이 되면 문제가 되는 상황에서 일단 자리를 피하거나 산책하며 감정을 식히겠다는 식으로 규칙을 정해둘 수 있습니다. 혹여 감정 조절에 실패하더라도 자신을 비난하지 않으시면 좋겠습니다. 비난은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서 부정적인 감정만 촉발시키니까요. 우는 아기를 달래듯, 연민을 갖고 날뛰는 감정을 다뤄야 감정에 끌려다니기를 멈출 수 있고, 감정의 고삐를 내가 쥘 수 있습니다.
부정적인 감정은 나를 괴롭히려고 생겨나는 게 아니라 채워지지 않은 욕구가 있음을 스스로에게 알리고자 발생합니다. 미충족된 욕구는 비슷한 상황을 만나면 언제라도 다시금 감정을 자극하며 올라올 거예요. 그러니 최대한 솔직한 자세로 감정 안에 숨겨진 나의 욕구를 탐색해 보세요. 설사 나를 편협하거나 비겁하거나 악의적인 사람처럼 느끼게 만드는 욕구일지라도 괜찮습니다. 겁먹지 말고, 내 안의 목소리를 들어주세요.
원래 욕구는 원초적이고 때로 위험하기까지 하지만, 우리는 건강하고 사회적이고 신사적인 방식으로 욕구를 충족시킬 방법을 찾아낼 수 있습니다. 자신을 믿어주세요. 이렇게 나의 부정적인 감정에 직면할 수 있는 내면의 힘이 생기고 나면, 어쩌면 ‘이성적인 선택’에 근접한 선택을 내릴 여유도 생길 거예요. 감정을 인식하고, 달래고, 그 안에 숨겨진 욕구를 읽어줄 때마다 감정을 담는 그릇은 점차 깊어지고 우리는 더욱 너른 마음씨를 갖게 됩니다.
3) 비폭력 대화법 연습하기
나의 의도나 욕구를 감정적으로 폭발시키지 않고 건강하게 전달할 방법으로 ‘비폭력 대화(Nonviolent Communication: NVC)’를 소개해 드리고 싶습니다. 우리가 격앙되었을 때 하는 말들은 우리의 의도와 엇나간 결과를 초래할 때가 많은데요. 가령 “내 말을 귓전으로 듣지? 왜 또 양말이 침대 밑에서 굴러다니고 있는 건데?”라고 가족에게 고함을 빽 지르는 장면을 들여다보도록 할게요.
이때 나는 이미 수 차례 요구했던 내용을 무시한 가족에게 화가 났고, 감정을 표출하지 않고는 못 배길 것 같습니다. 또다시 나를 화내는 사람으로 만드는 상대방이 야속합니다. 하지만 마음속 깊이 들여다보면 내가 원하고 의도하는 바는 따로 있음을 깨닫게 돼요. 나의 온당한 기대를 저버린 상대에게 서운한 마음이 드는데 일단 이걸 알아주면 좋겠고, 또 깨끗한 집에서 살고 싶은 욕구가 충족되기를 바라고, 앞으로는 내 말을 기억해 양말을 반드시 빨래 바구니에 넣어주기를 희망하는 마음이 클 것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구체적인 느낌과 의도가 강한 비난에 전부 묻히고 말았죠. 그러면 상대방은 상처를 받고 똑같이 욱하며 나오기 쉽습니다. 이 상태로는 더 이상 대화가 진전되지 않지요.
비폭력 대화법에서는 진정한 대화를 방해하는 요소들을 경계하는데요. 판단, 강요, 당연시하는 말, 책임 부인, 다른 이들과의 비교가 여기에 해당됩니다. 대신에 솔직하게 말하고 공감하며 듣기를 추구해요. 우리가 말하고 들어야 할 내용으로는 관찰한 바, 느낌, 욕구, 부탁하고 싶은 것 이렇게 네 가지가 있습니다.
앞의 예시에서 비폭력 대화를 실천한다면 다음과 같이 말할 수 있을 거예요. “네가 양말을 침대 밑에 벗어 놓았을 때(관찰) 나는 아쉽고 서운한 마음이 들었어(느낌). 왜냐하면 난 깨끗한 집에서 살고 싶고, 지저분한 양말을 매번 내 손으로 들어 올리고 싶지 않기 때문이야(욕구). 앞으로는 양말을 벗자마자 꼭 빨래 바구니에 넣어줄 수 있겠어(부탁)?”
우리는 불편한 느낌이 들 때 그 책임을 다른 사람에게 지우고 싶어 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따라서 평가나 비난 등으로 오염되지 않은, 느낌 그 자체만을 표현하는 연습을 많이 해보시는 게 좋아요. “내가 무시당한 느낌이었어.”라는 말은 느낌을 표현한 것처럼 보이지만, 상대방이 나를 무시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가 있으므로 대화의 걸림돌이 됩니다. “나는 서운했고 낙담하고 말았어.”와 같이 생각이 섞이지 않은 느낌만을 말하도록 노력해 보세요.
공감하며 듣기 위해서는 동일한 방식으로 질문을 건네면 됩니다. “네가 침대 밑 양말을 보았을 때(관찰) 너는 짜증이 난 거야, 아니면 아쉬움을 느낀 거야(느낌)?” (질문에 대한 상대의 대답 듣기), “정돈된 집안 환경이 네게 많이 중요하기 때문이야(욕구)?” (대답 듣기), “그러면 너는 내가 밖에서 들어오자마자 양말부터 벗어서 빨래 바구니에 넣기를 원하는 거 맞아(부탁)?” (대답 듣기) 처음에는 어색하겠지만 우리의 의도와 욕구를 왜곡 없이 전달할 수 있는 효과적인 대화법이므로 입에 붙을 때까지 자주 연습하시길 권합니다.
감정은 선택과 결단을 위한 원동력을 제공합니다. Mmm 님께서는 이미 충분한 에너지를 갖고 계시기 때문에 에너지의 움직임을 잘 알아차리고 건강한 방향으로 활용하는 법만 터득하신다면 의사결정 및 삶의 만족도가 훨씬 높아질 거예요. 감정의 파도를 자유롭게 탈 수 있는 날이 오기를 소망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