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이런 기분이 들까요?
엄격한 자기 기준
우리의 마음은 잘하고 싶은 생각이 앞서면 부담감을 느낍니다. 일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하고자 하는 책임감 자체는 우리를 발전시키는 긍정적인 요인입니다. 하지만 이 책임감이 ‘잘해내야만 한다’는 기준과 함께 엄격히 적용될 경우 우리는 부담감에 잠식당하고 말지요. 이는 때때로 지연 행동으로 표출되기도 합니다.
이른 님께서는 촉박한 일정에도 불구하고, 겉으로만 예쁜 것 이상의 설득력 있는 디자인을 해야 한다는 높은 자기 기준을 갖고 계신 것 같습니다. 2시간도 못 자며 제안서 작성에 매달렸음에도 해결점을 찾지 못해 후임에게 작업을 넘겼던 사건 또한 일을 잘 해내려는 압박감이 크게 작용한 결과로 보입니다. 또한 엄격한 감찰관의 눈으로 자신을 바라보다 보니 주변 동료나 후임보다 실력이 뒤처지는 부분만 눈에 들어와 늘 전전긍긍하는 경향을 보이고 계십니다.
내가 잘못한 것, 나의 단점에만 초점을 두는 습관은 마치 연료를 채우지 않고 차를 모는 행위에 가깝습니다. 언젠가는 연료가 바닥나 앞으로 나아갈 동력을 잃게 되지요. 지금 이른 님께는 내가 잘한 것에 초점을 맞추고 나의 강점을 살리는 긍정적인 삶의 방식이 필요합니다.
‘엄격한 자기기준’이란?
엄격한 감찰관의 눈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것. 자신에게 엄격하기 때문에 본인의 능력을 과소평가하고, 어떤 일을 하면 실패할까 봐 심하게 불안해해요. 일할 때 시간적 압박감을 느껴 지치기 쉬워요.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요?
터널 시야에서 빠져나와 나의 장점을 발견하기
깜깜한 터널 안에서는 출구만 밝게 보이고 주변부 시야가 소실되어 제대로 운전하기가 힘들지요. 마찬가지로 마음이 불안하고 움츠러든 상태에서는 시야가 좁아집니다. 그러면 내게 일어난 일을 객관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능력이 저하되고 생각이 경직될 수밖에 없습니다. 이러한 심리 상태를 ‘터널 시야’라고 부릅니다.
이른 님, 터널시야에서 벗어나 눈을 감고 생각을 환기해보세요. 지금까지 걸어온 길을 다시 되돌아보겠습니다. 힘들 때 곧바로 퇴사할 수도 있었지만 회피하지 않으려는 자세로 1년만 버티자고 결심했고, 어느덧 목표했던 1년을 훌쩍 넘겼습니다. 현재 회사에서 배운 점들도 많았습니다. 클라이언트를 설득하는 섬세한 프로세스와 과정에 대해 알게 되었고, 나에게 맞는 조직 문화 및 팀원 체계에 대한 이해를 넓혔으며, 디자이너로서 요즘 트렌드와 일하는 방식에 대해 배울 수 있었지요.
이른 님께서 수치스럽게 여긴 입찰 디자인 건의 경우도 저에게는 팀의 공동 목표 달성을 위해 자존심을 내려놓은 소중한 경험으로 읽혔습니다. 우리가 실패라고 여기는 경험을 통해, 지금까지 내가 옳다고 여겼던 틀을 깨고 한 단계 성장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습니다.
종종 휴대폰에 일기를 적는다고 하셨으니, 제가 모르는 이른 님의 장점을 생각날 때마다 더 적어 보시길 권합니다. 생각이 잘 나지 않는다면 주변 동료나 친한 친구들에게 물어 보셔도 좋습니다. 장점을 먼저 기록하는 것이 막막하다면 하루의 작은 성공 경험을 간단히 적어보세요.
모든 것을 혼자 짊어져야 한다는 마음 없애기
이른 님께서는 서로 의지하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팀원들, 고민을 나누는 동료가 있는 조직에 수월하게 적응할 수 있었다고 말씀하셨어요. 하지만 이른 님 마음속 깊은 곳에는 선임자로서 ‘내가 모든 책임을 떠안아야 한다’는 생각이 존재하는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이른 님께 있어 훌륭한 리더란, 가장 뛰어난 능력으로 팀원들을 진두지휘하는 사람이 아닐까 싶어요.
하지만 이른 님, 사실 유능한 리더는 자신보다 뛰어난 인재를 곁에 둘 수 있는 사람입니다. 적절히 일을 위임하는 것 역시 조직생활의 한 부분이며, 조직은 유기적으로 움직이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프로젝트의 흥망이 한 개인에게 달려 있진 않습니다.
따라서 이른 님께서 내가 모든 것을 짊어져야 한다는 외로운 마음은 조금 내려두시면 좋겠습니다. 이른 님이 지닌 부드러운 카리스마를 활용해 유능한 후임들과 협업하고, 잘 풀리지 않는 문제는 상급자에게 망설이지 말고 질문하세요. 사회생활 가운데 나 혼자 하는 일이란 없습니다. 전체는 부분의 합보다 더 큰 법입니다.
‘진정으로 원하는 것’을 찬찬히 생각해보기
“내가 이 분야에 잘 맞는 사람인가?”라는 질문은 어느 시점이 되면 누구에게나 찾아오는 질문인 것 같습니다. 이땐 ‘그럼에도 불구하고 성장하고자 하는 나의 의지’가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됩니다. 내가 부족한 점이 있더라도 이를 겸허히 받아들일 것인지, 내가 보고 싶지 않은 나의 모습을 용기 내어 들여다보며 향상시켜 나갈 의지가 있는지 이른 님께 여쭙고 싶습니다.
“처음 디자인을 전공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앞으로 이 분야에서 내가 지닌 목표가 있다면 어떤 것인가요? 내가 업무적인 면에서 다른 사람들보다 내세울 수 있는 점은 무엇인가요? 이전 회사에서는 6~7년 동안 어떤 프로세스로 디자인 작업을 진행시켰고, 그 장단점은 무엇이었나요?”
비록 지금은 혼란스럽겠지만 제가 드린 위의 질문을 하나씩 던져 스스로 답해보세요.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길이 무엇인지는 시간을 충분히 들여 고민할 때 비로소 선명히 드러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