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UNSELING

내가 왜 그랬지?라는 생각에서 벗어나기 힘들어요

기억이 저를 괴롭힙니다. 그게 좋은 기억이던, 나쁜 기억이던 상관없어요. 문제는 그것들이 저를 끊임없이 산만하게 한다는 겁니다. 제가 수험생활을 한 지 2년째가 되어 가는데, 공부하다보면 자꾸 학교나 직장에서 부끄럽거나 실수했던 기억, 잘못했던 것들이 생각나 ‘내가 왜 그랬지’ 하고 괴로워하게 됩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빈번해지고, 심해지고 있어요.

제 증상을 인터넷에 찾아보니 과거를 곱씹는 게 반추라는 행동이고, 이게 정신건강에 아주 안 좋다고 하는 글을 봤어요. 부끄러운 기억을 떠올리지 않는 법으로 그것들이 점점 작아져서 없어지는 장면을 상상해 본다든가, 시선을 좌우로 빠르게 움직여 잊는다든가 하는 방법을 써 봤는데 모두 일시적일 뿐이었습니다. 수험생활이 끝나고 사람들을 만나면서 대화하고, 새로운 기억을 쌓다 보면 괜찮아질 수 있을까요?
미루 실수나 실패를 곱씹으며 괴로워하고 있는 20대 여성
카운슬러 모은찬의 편지

안녕하세요. 미루 님. 모은찬 상담사입니다.

미루 님의 사연을 접하며 감정을 이입하다 보니, 저 또한 살면서 창피하고 부끄러웠던 일들이 하나둘씩 떠올라 소스라치게 놀랐습니다. 분명 시간이 흐르며 기억 저편으로 사라졌다고 믿었던 사건인데 마치 어제 일처럼 생생한 나머지 어디론가 숨고 싶어졌습니다. 영영 아물지 않을 상흔을 다시 들추어본 느낌이랄까요.

그 기억들이 저를 꽤 오랫동안 놓아주지 않아 씁쓸하고 가슴 아린 상태로 오후를 보냈습니다. 그러고 나니 미루 님께서 하루속히 괴로움을 면하실 수 있길 바라는 마음이 큽니다. 다시 일상생활을 회복하고 현재 공부하고 경험하는 일들에 집중하실 수 있도록 말이지요.

왜 이런 기분이 들까요?

 

1. 반추(Rumination)와 수치심(Shame): 고통의 이중주

미루 님이 언급하신 일화 속에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과거의 실수나 실패 경험을 곱씹으면서 자신을 부족한 존재로 느껴 괴로워하고 계신다는 점입니다. “그때 내가 이렇게 말했다면, 이렇게 행동했다면 결과가 달라졌을까?”와 같이 혼잣말하며 다음엔 실수하지 않도록 연습까지 하고 계시지요. 이 과정이 건설적으로 진행되었다면 아마 두어 번의 적절한 자기반성을 통해 새로운 교훈을 얻고 앞으로 나아갈 힘을 되찾았을지 모릅니다.

 

그런데 미루 님께서 당시에 받은 충격은 꽤 큰 것이었나 봅니다. 부끄러웠던 순간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반복적으로 그 순간으로 돌아가 자책하고 다시금 고통을 받고 계십니다. 이와 같이 부정적인 경험을 되새김[반추]하다 보면 스트레스를 몇 배로 받을뿐더러 과거의 무게에 눌려 현재를 살아 나가기가 힘들어집니다.

 

또한 미루 님께서는 실수했을 때 “처음이니까 그럴 수 있지.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어.”와 같은 방패막이 하나 없이, 모든 잘못의 원인을 자신에게만 지우고 계신 것 같습니다. 일반적으로 지나치게 높은 도덕적 기준이나 완벽주의 성향을 갖는 경우에 자책을 많이 하는데요. 자책과 자기 비난이 반복되다 보면, 스스로를 결함이 있는 존재로 판단하면서 수치심을 느끼게 됩니다. 일시적인 부끄러움으로 그치는 게 아닌, 자기 자신을 부끄러운 존재로 여기게 되는 것이지요.

 

심리학에서는 수치심을 사람이 느낄 수 있는 가장 강력한 부정적 정서로 분류합니다. 다름 아닌 자기 자신을 문제로 여김으로써 자신을 끝없이 공격하게 만드는 감정이기 때문입니다.

 

수치스러운 경험을 반추하는 행동은 습관이 될 수 있습니다. 아마 처음에는 과거의 굴레에서 벗어나고 싶은 마음에서, 예전의 모멸감을 지워보고자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시뮬레이션을 돌려보았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럴수록 과거의 경험은 힘을 얻어 우리를 더욱 맹렬히 옭아매게 되어 있습니다. 일단 되돌아보기를 의도적으로 멈추고 실수했던, 실수하는, 앞으로도 실수할지 모를 자신을 용서할 수 있어야 합니다.

 

 ‘반추’란?

부정적인 사건이나 감정에 대한 

지속적인 고찰, 되새김질

 

 

 ‘수치심’이란?

나의 결점이 바깥에 노출되었을 때 

느끼게 되는 정서. 

다른 사람이 나를 결점이 있는 사람으로 

볼 것이라는 판단에 의해 발생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요?

 

1. 스위치 기법 활용하기(Turn-off)

불시에 떠오르는 기억을 의지로 통제할 수 없을 땐 어떻게 해야 할까요? 미루 님께서는 검색을 통해 심상법과 EMDR 기법을 알게 되어 활용해보았지만 일시적인 도움밖에 얻지 못했다고 말씀해 주셨습니다. 경험하셨다시피 생각을 통제하기란 쉬운 일이 아닙니다. 통제하려 할수록 통제에 실패할 가능성이 높아지지요. 특정 기억에 온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으면, 그 기억은 주변을 맴돌며 언제라도 생각의 무대를 꿰찰 준비를 할 것입니다.


이럴 땐 오히려 생각의 존재를 가볍게 알아차리는 연습이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반추가 다시 시작되었구나. 또 혼잣말하고 있구나.” 이렇게 알아차리는 것만으로도 생각에 끌려다니지 않을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됩니다. 이때 스트레스 볼처럼 손에 쉽게 잡히는 물건을 매개체로 사용해도 좋습니다.


반추나 혼잣말하는 자신을 알아차릴 때마다, 마치 생각의 스위치를 끄듯이 스트레스 볼을 꾹꾹 누르는 것이지요. 그 부드러운 촉감에 잠시 머무르며 지금 이 순간으로 돌아오세요. 


스트레스 볼을 산책과 연관시키면 효과가 증폭됩니다. “또 반추 했네. 스트레스 볼을 챙겨서 잠깐 걷고 오자.” 이렇게 바깥바람을 쐬며 환경을 변화시켜 보세요. 주변 풍경과 스트레스 볼의 촉감에 주의를 기울이면서 말이지요. 부정적인 기억이 끼어들었다가도 현재 느껴지는 감각들에 다시 자리를 내어줄 것입니다.

 

2. 포스트잇 붙여놓기(Self-talk)

두 번째로 말씀드리고 싶은 솔루션은 책상에 포스트잇을 붙여 놓는 것입니다. 동기부여가 되거나 자신감이 생기는 글귀, 명언도 좋습니다. 미루 님은 자신이 저지른 ‘실수보다 위대한 사람’입니다.


과거에 저지른 실수가 부끄러울 순 있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미루님의 과거 행동일 뿐이지 미루 님이라는 사람 전체를 보여주지는 않아요. 한두 번의 실수가 미루 님 인생 전체를 규명할 수는 없지요.


나의 ‘행동’과 나라는 ‘사람’ 자체를 구분 짓기 시작하면, 이미 지나가 버린 일에 시간과 에너지를 쏟는 일을 줄일 수 있습니다. 이 경험을 통해 느낀 바를 포스트잇에 적어 봐도 좋겠습니다. 이를 내가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면 좋을지 보여주는 중요한 이정표로 삼아보세요. 과거 미루 님의 행동은 부끄러웠을 수 있어도 미루 님은 절대 부끄러운 사람이 아닙니다.


3. 자기자비 명상(Self-compassion meditation)

수치심 극복에 효과를 발휘하는 대표적인 기법의 하나가 자기자비 명상입니다. 자기자비는 부정적인 상황에서도 자신에게 자비로운 태도를 취하는 것을 의미하는데요. 자신의 부족함이나 실패에 대해 가혹하게 비판하기보다는 친절함과 이해의 태도를 지니는 것을 말합니다. 따라서 자기자비 명상을 통해 우리는 자기평가에서 벗어나 자기수용의 자세를 취하는 연습을 하게 되지요.


명상 시작 전에는 먼저 숨이 코를 통해 드나드는 감각을 약 2분간 느껴봅니다. 공기의 흐름, 몸의 팽창과 수축, 소리나 냄새 등이 느껴질 수 있습니다. 그다음 나 자신이 겪는 고통을 떠올려봅니다. 이를 제3자의 입장에서 바라보며 공감해 줍니다. 내가 아닌 친한 친구가 이러한 고통을 감내하며 살아간다면, 과연 모질게 비난할지 위로를 해줄지 생각해 보세요. 


어떤 위로의 말을 건넬지 떠올려 스스로에게 말해줍니다. “실수해도 괜찮아. 내가 네 곁에서 힘이 되어줄게.” 위로의 손길도 내밀어봅시다. 양팔을 교차시켜 스스로를 안아주며 토닥이는 자세를 취해도 좋아요. 이제 스스로에게 말해보세요. “내가 고통으로부터 자유롭기를, 내가 평화와 기쁨을 되찾기를.” 그리고 나 자신이 행복으로 가득 차오른 모습을 떠올려보세요. 환한 웃음, 두근대는 심장, 세상을 향해 넓게 벌린 두 팔, 포근한 공기를 거부하지 말고 내 안에 그대로 품으세요.


미루 님. 제가 드린 조언을 통해 다시 일상생활로 돌아가실 수 있길 바랄게요. 이전에도 한 번 환경이 바뀐 뒤, 괜찮아진 적이 있다고 말씀해 주신 만큼 이번에 찾아온 어려움도 시간이 필요할 뿐이지 미루 님이라면 다시금 잘 극복해 낼 수 있을 거예요. 지금 겪고 있는 상황이 언젠가 웃으며 추억할 수 있는 시간이나, 나를 한 층 더 성장시킨 시간으로 기억될 수 있기를 멀리서 응원할게요. 


📝카운슬링 요약 정리

1. 스위치 기법 활용하기

스트레스 볼처럼 손에 쉽게 잡히는 물건을 생각의 스위치로 활용해보세요. 반추나 혼잣말하는 자신을 알아차릴 때마다 생각의 스위치를 끄듯이 촉감에 집중하며 스트레스 볼을 눌러보세요.


2. 포스트잇 붙여놓기

책상에 동기부여가 되거나 자신감이 생기는 글귀, 명언을 붙여보세요. 후회보다는 앞으로의 인생에 이정표가 되어줄 문구를 적어보세요.


3. 자기자비 명상

-숨이 코를 통해 드나드는 감각을 2분간 느껴보기

-내가 겪은 고통을 떠올려보기

-제3자의 입장에서 바라보며 공감해주기

(친구에게 위로를 건넨다고 생각하기)

-양팔을 교차시켜 스스로를 안아주기

-나 자신이 행복으로 가득 차오른 모습 떠올리기

 

내가 수험생활을 하며 가장 어려웠던 점은?(공무원시험, 자격증 공부, 취업 등)

  • 인간관계와 외로움
  • 게임, 스마트폰 등의 절제
  • 수면 및 체력 관리
  • 긴장감, 불안, 집중력 문제
  • 금전(경제력) 관련 어려움

태어나지 않았으면 좋았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버섯돌이 공공기관 근무 중인 30대 직장인

창업을 앞두고 고민과 걱정이 멈추지 않아요.

이율 창업을 준비 중인 30대 여성

제 모든 선택이 자꾸 후회스러워요.

스리랑 서울에서 광주로 이직한 마케터

또래들과 어울리는 게 너무 어려워요.

낌새 인턴 생활을 시작한 20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