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UNSELING

도망치듯 퇴사하기 싫어요

안녕하세요. 2년 차 직장인입니다. 작년 여름 사내 부서 이동을 했어요. 행동파 중심의 스타트업 같은 조직에서 체계가 잡혀 있고 안정적인 조직으로 왔어요. 조금 더 큰 사업에서의 새로운 기회를 꿈꾸면서요.
그리고 머지않아 이전 조직이 그리워졌어요. 조직이 크다보니 의사 결정이 빠르지 않고, 팀원들도 개인주의 성향이 강해 협조를 구하기 어려운 편이에요. 팀장님과 업무 성향 차이로 대판 싸우기까지 했어요. 그날 펑펑 울었답니다. 그 이후부터 동료들과도 회사에 대한 불만을 얘기하다 갈등이 생길 뻔했어요. 그리고 기존 프로세스를 개선하려고 하는 제 업무 수행 방식에 대해 유별나다는 주변의 시선이 느껴지고, 실패했을 때 충고해 주는 말이 비난처럼 느껴져요.
이 사업 조직과도, 동료들과도 못 어울리는 저. 요즘은 자꾸 배탈도 나고 한숨이 나와요. 저 잘할 수 있을까요? 도망치듯 퇴사하기 싫어요.
불쌍한 어린양 20대 직장인
카운슬러 김아라의 편지

안녕하세요, 불쌍한 어린양 님. 김아라 상담사입니다. 회사에서 열심히 성과를 내고 인정받기 위해 애쓰고 있는데 마음처럼 적응이 쉽지 않아 속상하시겠어요. 이제 2년 차이고, 그 사이 사내 부서 이동도 했다면 아직 업무에 적응하기 바쁠 텐데, 주도적으로 여러 도전을 하고 계신다는 점에서 먼저 멋지다고 응원을 보내고 싶습니다. 이 편지로 불쌍한 어린양 님이 일과 관계에서 전환점을 맞이하길 바라며 고민을 들여다보겠습니다.

왜 이런 기분이 들까요?

 

이곳에서 나는 더 이상 ‘잘 맞는 사람’이 아닌 것 같아요

 

불쌍한 어린양 님은 현재 조직에서 직업적인 정체성 혼란을 겪고 있는 것 같아요. 부서 이동 전까지는 행동파 리더와 함께 합을 잘 맞추며 지내왔고, 적극적으로 빠르게 추진하고 도전하는 에너지가 팀과 시너지를 내어 성과나 인정으로 연결되었다고 느껴집니다. 덕분에 ‘나는 이 조직에 잘 맞는 사람’이라는 소속감과 정체성도 느꼈겠지요.

그런데 지금의 조직은 안정, 절차 준수가 중심인 구조로, 불쌍한 어린양 님의 업무 성향이 ‘유별난 시도’로 보이면서 인정받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일을 진행하는 데에 있어 추구하는 가치가 개인-환경 간에 충돌하고 있는 것이지요. 그러므로 단순히 업무 성향의 차이로 받아들여지지 않고, ‘나는 이 조직에 부적합해.’ 또는 ‘나는 이 팀에 소속되지 못해’라고 느끼며 위축되고 상실감을 더 크게 경험할 수 있습니다.



업무 갈등이 ‘존재에 대한 부정’으로 느껴질 때

 

팀장과의 충돌은 업무적 갈등이었지만, 유독 더 크게 감정이 올라오는 이유는 불쌍한 어린양 님의 과거 관계에서의 부정적 경험이 재현되는 상황에 놓여 있기 때문입니다. 즉 과거에 중요한 타인과 맺었던 관계 패턴이 활성화된 것인데, 심리학에서는 이를 ‘전이(transference)’라고 부릅니다. 과거 특정 대상과 경험했던 감정이 현재의 대상에게 무의식적으로 옮겨오는 현상을 의미하는 말이지요.

권위적이고 방어적인 팀장님의 태도와 부정적으로 낙인찍는 회사 동료의 말은 과거 부모 및 친구들과의 관계에서 경험했던 통제 및 부정적 평가의 기억을 재자극했을 가능성이 큽니다. 그래서 이 갈등은 단순히 업무에 대한 의견 충돌이라기보다, ‘나는 유별난 사람이야. 나는 받아들여지지 않는 사람이야’ 같은 의미로 확장될 수 있습니다.



지속적인 평가 환경에서 높아진 불안과 자기초점

 

불쌍한 어린양 님은 새로운 조직에서 지속적으로 비난받거나 부정당하면서 위축되고 소진되어 가고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이에 따라 긴장도와 불안감이 높이 상승해, 한숨이 나오고 배탈이 나는 신체화 증상을 경험하고 있지요. 이는 스트레스에 대한 정상적인 반응이라고 볼 수 있지만, 사회불안이나 우울로 발전하지 않도록 관리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혹시 지난 조직과 비교했을 때 업무 수행 자체에 집중하기보다는 ‘평가받는 나’에 주의를 기울이고 있지는 않나요? ‘자기초점적 주의(self-focused attention)’는 자기 생각, 감정, 행동, 외모 등에 주의를 집중하는 것인데요. 사회불안과 관련해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지속적으로 평가받는 상황에서 자기초점적 주의가 과도해지고, 이에 따라 실수 가능성에 대해 경계가 높아지거나 사회불안이 높아진 것은 아닌지 확인해 보면 좋겠습니다.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요?

 

틀림이 아닌 다름으로 상황을 해석하기

우선 가장 중요한 것은 지금의 어려움이 맞고 틀림의 문제라기보다 다름의 문제라는 것을 잘 인식하는 것입니다. 사연에서 이미 불쌍한 어린양 님은 이 문제가 업무 성향의 차이에서 왔다는 것을 알고 계시는 것처럼 보였는데요. 그럼에도 팀장 뿐 아니라 동료들까지 조직 내 다수가 비슷한 성향과 가치를 지니고 있다면 점차 나의 문제로 생각하게 될 가능성도 있습니다.

이 지점에서 불쌍한 어린양 님에게 필요한 지점은 유연성입니다. ‘다름’의 문제라는 감각을 잘 인식하면서 동시에, ‘내가 가진 장점(추진력, 도전의식, 주도성)을 이곳에서 어떤 방식으로 조정해 사용할까’를 고민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한 번에 밀어붙이기보다는 팀이 운영되는 속도에 맞추어 조절해 보거나 작은 범위 안에서 한 번씩 아이디어를 던져보는 등 아주 유연하고 전략적인 조율을 해보세요. 유연성은 불쌍한 어린양 님이 가진 빛나는 점이니, 이를 한번 발휘해 보자고요!



감정에서 역할로: 관계적 경계를 다시 세우기

 

이미 감정적으로 크게 충돌한 관계에서는 ‘관계적 경계 설정’이 중요합니다. 팀장과의 관계가 ‘감정의 상호작용’이 아닌 ‘업무적 상호작용’이 되도록 관계에 대한 정의를 다시 내리는 것이 필요한 것이지요. 지금의 상사에게 공감이나 정서적 지지를 기대하는 것은 어려울 수 있어 보입니다. 그렇기에 이해받거나 인정받고 싶다는 마음을 잠시 내려놓고, 업무와 역할에 기반한 관계로 먼저 회복되는 것이 좋을 것 같아요.

이를 위해서는 대상관계의 경험을 분리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과거 가족 관계에서 비롯된 감정이 현재의 상사에게 투사되어 더 큰 부정적 감정을 느끼게 되는 것일 수 있기 때문이지요. ‘지금 내가 느끼는 이 감정은 이 사람만의 문제가 아니다’라고 생각하며, 존재에 대한 공격이 아니라 직무 맥락의 메시지로 분리해 받아들일 수 있다면 더없이 좋겠어요. 일과 관계는 모두 업무 능력에 해당하지요. 지금의 관계를 풀어나가 성공 경험을 한다면 큰 자산이 될 것이라 확신해요.



도망치지 않고 마주하려는 용기, 회복탄력성의 씨앗

 

사연을 읽으며 가장 제 마음에 들어온 문장은 “퇴사는 안 하고 싶어요. 전 도망치듯 이직하기 싫어요.” 였어요. 그리고 생각했지요. ‘불쌍한 어린양 님은 문제를 회피하지 않고 직면하려는, 그래서 기어코 해결하려는 용기 있는 사람이구나.’ 부정적 경험을 성급히 끊어내지 않고 의미화하려는 지금의 태도는 ‘심리적 회복탄력성(resilience)’의 중요한 요소인데요. 위축되고 억울해도 도망치지 않고 끝까지 책임지려 노력하는 자신을 꼭 응원하기 바랍니다.

더 나아가 올해의 목표를 ‘잘 해내고 인정받는 나’가 아니라 ‘이런 힘든 상황 속에서도 나를 잃지 않기’와 같이 설정해 봐도 좋을 것 같아요. 그 안에서 나의 한계나 나의 단점까지 성찰해 볼 수 있다면 더없이 훌륭할 것입니다. 이전보다 더욱 단단해지는 나를 발견하게 되면 이후 언제라도 비슷한 갈등을 경험할 때 덜 흔들리며 더 세련되게 조정해 나갈 수 있을 거예요.

혼란과 갈등 속에서도 도망치지 않고 이 경험을 이해하려는 태도, 틀림이 아닌 다름이라는 것을 인식하는 지혜, 여전히 잘 해내고 성취하고 싶은 마음. 불쌍한 어린양 님은 스스로 이미 답을 알고 있을 거예요. 그 답을 제가 돌려드립니다. “나는 잘할 수 있을 거야!”



회사에서 나와 잘 맞지 않는 사람과 관계를 맺을 때, 나는?

  • 괜히 문제를 만들까 봐 내 생각이나 감정을 숨긴다.
  • 상대의 말 한마디에도 깊게 상처받아 여러 번 되짚는다.
  • 이 관계에서도 내가 문제인 것 같아 스스로를 의심하게 된다.
  • 감정이 쌓이면 쏟아내거나, 관계를 끊어낸다.
  • 업무상 필요한 선은 지키며 최소한의 협력은 유지하려 애쓴다.

불합격 통보를 받을 때마다 우울하고 무력해요.

J 나 혼자만 멈춰 있는 것 같은 취업준비생

중요한 발표를 망친 뒤, 자괴감이 들어요.

진우 발표 공포증에 시달리는 회사원

연인과의 이별 이후, 주변 사람들의 반응이 두려워요.

이별을 극복하고 싶은 스노우보더

상사의 부정적 피드백에 자꾸 움츠러들어요.

버티어 새로운 직장에 적응하고 싶은 30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