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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UNSELING

내가 애쓰지 않으면 이 관계가 끝날 것 같아요

안녕하세요, 요즘 제 성격이 못나진 것 같아서 고민이에요. 친구와의 관계에서 손해 보는 것 같고, 나만 애쓰는 것 같아요. 내가 애쓰지 않으면 이 관계가 끝나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한 번씩 욱하는 마음에 친구들에게 티를 내면, 그게 또 제 마음을 불편하게 해요. 이성과의 관계에서도 상대가 수동적인 태도를 보이거나 우유부단한 모습을 보이면 매력이 떨어져요. 다투는 원인이 되기도 하고요. 제 장점이 사람들과 잘 어우러지는 성격이라고 생각했었는데, 왜 이렇게 됐는지 모르겠어요.

저는 세 남매 중 둘째예요. 어릴 때부터 부모님이나 어른들께 칭찬받고 싶은 마음이 컸어요. 막내와 나이 차가 좀 나다 보니, 기저귀를 갈거나 분유를 먹이는 일을 많이 했어요. 그럴 때면 ‘착하다’, ‘똑소리 난다’라는 말을 들으니, 더 열심히 했던 것 같아요. 언니는 어른들에게 예쁘다는 소리를 많이 듣고, 막내는 귀엽다는 소리를 많이 듣는데 저는 어느 쪽에도 속하지 않았거든요. 저 나름의 생존 방식이었던 것 같아요.
스마일리 착한 사람 콤플렉스가 고민인 20대
카운슬러 김아라의 편지

안녕하세요, 스마일리 님. 김아라 상담사입니다. 사람들과 잘 어우러지는 성격이 나의 장점이라고 생각하며 살았는데, ‘내 성격이 못나지고 있어’라고 느끼기까지 얼마나 속상하셨을까요. 사연을 읽으며 저는 스마일리 님이 관계 지향적이고, 주변 사람들을 배려하며 먼저 섬세하게 챙기는 분이라는 것을 느꼈답니다. 삐걱거리고 있는 지금, 진짜 나를 이해하고 단단해짐으로써 새로운 관계의 장으로 용기 있게 들어가 봅시다.

왜 이런 기분이 들까요?

있는 그대로의 나 대신, 사랑받기 위해 애써야 했던 나

스마일리 님은 세 남매 중 둘째로서, 언니와 동생 사이에 끼어 있는 위치에서 성장하셨습니다. 아들러는 출생 순위가 개인의 성격 형성과 관계 방식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고 보았는데요. 특히, 둘째는 위로 비교 대상이 있고 아래로 돌봐야 할 대상이 있는 ‘중간자적 위치’에서 독특한 역동을 형성하게 된다고 말합니다. 이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상황을 살피고, 타인의 반응을 읽으며, 관계 안에서 자신의 자리를 확보하려는 노력이 강화되었을 가능성이 큽니다.

특히 스마일리 님의 경우, 막내 동생을 돌보며 ‘착하다, 똑소리 난다’는 칭찬을 받았던 경험이 반복되면서, ‘나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고 잘해야 인정받고 사랑받을 수 있는 사람’이라는 방향으로 자신의 역할을 만들어 오신 것 같아요. 이러한 경험은 로저스가 말한 ‘가치의 조건화(conditions of worth)와도 연결됩니다. 즉, 있는 그대로의 나로 사랑받기보다, 특정한 행동이나 역할을 할 때만 인정과 애정을 경험하게 되면, ‘나는 무언가를 해야만 사랑받을 수 있다’는 믿음을 내면화하게 되는 것이죠.


 

애써온 만큼 지치고 소진된 마음

앞서 살펴본 방식은 스마일리 님이 오랫동안 관계를 잘 유지하게 해주는 장점으로 작용했을 수 있습니다. 실제로 사람들과 잘 어우러지는 능력, 상황을 살피며 필요를 채워주는 힘은 분명 스마일리 님의 강점입니다. 하지만 문제는, 이 방식이 지속되기 위해서는 계속해서 에너지를 써야 하는 구조라는 점입니다. 상대를 먼저 배려하고, 관계를 이끌고, 분위기를 맞추는 역할을 반복하다 보면, 점점 내적인 에너지는 소진될 수밖에 없습니다.

지금 느끼는 ‘나만 애쓰는 것 같다’, ‘내가 안 하면 관계가 유지되지 않을 것 같다’는 마음은 성격이 못나져서 생기는 마음이 아니라 충분히 애써온 사람이 느끼는 관계적 소진의 신호라는 것이지요. 이 상태에서는 원래 장점이었던 잘 어우러지는 모습이 자연스럽게 나오기 어려워집니다. 성격이 나빠진 것이 아니라 이런 방식으로 관계를 감당할 심리적 여유가 부족해진 것이지요. 어쩌면 지금 느끼는 불편함은 그동안 유지해온 방식이 한계에 다다랐다는 증거 아닐까요?


 

친밀한 관계 속에서 드러나는 미충족된 욕구

연인 관계에서 느끼는 감정 역시 스마일리 님의 내면에 있는 욕구와 깊이 연결되어 있는 것 같습니다. 우리는 종종 내가 받고 싶은 방식으로 타인에게 행동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누군가에게 인정과 고마움을 받고 싶은 사람일수록, 다른 사람에게 먼저 고맙다고 표현하고 더 다가가게 됩니다. 스마일리 님 또한 대부분의 관계에서 먼저 다가가고, 분위기를 맞추고, 적극적으로 관계를 이끌어 왔을 겁니다. 이는 곧 마음 한 켠에 ‘나도 이렇게 대해주면 좋겠어’ 라는 욕구가 자리하고 있을 가능성이 큽니다.

특히 우리는 친밀한 연인 관계 안에서 그 결핍이 채워지기를 기대하게 되지요. 일상 관계에서 이미 주도하는 역할을 많이 해왔기 때문에, 무의식적으로는 나를 이끌어주고 먼저 다가와주며 책임을 나눠줄 사람을 원하게 되는 것입니다. 수동적이거나 우유부단한 이성에게 매력을 못 느낀다는 점은, 어쩌면 지금까지 충분히 충족되지 않았던 관계적 욕구가 드러난 자연스러운 반응일 수 있겠지요.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요?

’관계를 유지하기 위한 나’에서 ‘나를 포함한 관계’로 전환하기

지금까지 스마일리 님은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먼저 다가가고, 스스로 더 노력하며, 상대에게 맞추는 방식에 익숙해왔습니다. 이러한 방식은 관계를 원활하게 이어가는 데에 도움이 되었지만, 그 과정에서 정작 ‘나의 감정과 욕구’는 뒤로 밀려나 있었을 가능성이 큽니다. 그러나 관계는 상호적입니다. 혼자 애쓴다고 유지되는 것이 아니라, 서로의 마음과 노력이 함께 어우러질 때 건강하게 지속될 수 있기 때문이지요. 이를 위해 먼저 ‘이 관계에서 나는 어떤 점이 불편한가?’ ‘나는 어떤 관계를 원하고 있나?’를 스스로에게 질문해보는 과정이 중요합니다. 지금까지는 관계의 기준이 상대의 반응이나 분위기에 맞추어져 있었다면, 이제는 내 감정과 욕구를 기준을 관계를 다시 바라보는 연습이 필요한 것이지요. 또한 자동적으로 상대의 표정, 기분, 상황을 먼저 살피는 관계적 안테나를 잠시 내려놓고, ‘내 기분은 어떤지, 나는 지금 이 관계에서 무엇을 원하고 있는지’ 의식적으로 초점을 옮겨보세요. 나를 소모하지 않는 관계만이 지속 가능한 관계가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무언가를 잘 해야만 사랑받을 수 있는 나’에서 ‘있는 그대로의 나’로 살아가기

지금까지 스마일리 님은 ‘무언가를 해야 사랑받을 수 있다’는 믿음 속에서 관계를 형성해 왔을 가능성이 큽니다. 그렇기 때문에 관계 안에서 먼저 노력하고 배려하는 역할을 맡고, 존재 자체보다는 ‘기능하는 나’에 더 익숙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제는 실제 관계 속에서 ‘있는 그대로의 나’로 존재하는 경험을 조금씩 쌓아가는 연습이 필요합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괜찮은 나’를 직접 경험해보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일부러 준비를 덜 한 채로 약속에 나가보거나, 약속 장소나 계획을 상대에게 맡겨보는 것, 분위기를 이끌려고 애쓰기보다 한 발 물러나 상황을 지켜보며 자연스럽게 반응해보는 것도 좋아요. 만약 내가 무언가를 한다면 기꺼이, 즐겁게 할 수 있는 정도까지만 한다는 기준을 세워보는 것도 좋습니다. 처음에는 불안하거나 어색할 수 있지만, 이런 작은 시도들이 쌓이면 점차 ‘지나치게 애쓰지 않아도 관계 안에 머물 수 있다’는 새로운 감각이 형성될 것입니다. 존재만으로 충분한 스마일리 님으로 살아가길 응원합니다!


 

끌림의 기준을 ‘결핍 보상’에서 ‘균형’으로 재조정하기

연인관계에서 나의 욕구를 정확히 알고 이를 충족시키기 위해 노력하는 것은 매우 중요합니다. 하지만 이성 관계에서의 끌림의 기준을 조금 더 의식적으로 바라본다면 더 좋을 것 같아요. 지금까지는 무의식적으로 나의 결핍을 채워줄 수 있는 사람(나를 이끌어주고 적극적으로 다가오는 사람)에게 끌리는 경향이 있었을 수 있습니다. 이는 매우 자연스러운 반응이지만, 때로는 관계를 ‘보상’의 구조로 만들기도 합니다. 따라서 앞으로는 단순히 ‘이 사람이 나에게 부족한 부분을 채워줄 수 있는가?’를 넘어서, ‘이 관계 안에서 우리는 서로 얼마나 균형 있게 주고받을 수 있는가?’를 함께 살펴보면 좋겠습니다.

이를 위해서는 관계 안에서 내가 얼마나 편안하게 나 자신으로 있을 수 있는지, 내가 애쓰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느낌이 있는지를 기준으로 삼아보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이렇게 기준이 바뀌면, ‘매력’의 문제에서 ‘나를 소모시키지 않는 관계인지, 함께 성장할 수 있는 관계인지’의 문제로 전환되지요. 결국 더 이상 결핍을 채우기 위해 관계를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나 자신의 욕구와 균형을 존중하는 방식으로 관계를 맺어가게 될 것입니다.


지금 스마일리 님이 느끼는 혼란감은 지금껏 맺어온 관계 방식이 잘못되었다는 증거가 아니라, 오히려 더 건강한 방향으로 변화가 될 준비가 되었다는 신호일 수 있습니다. 그동안 충분히 잘 해오셨기 때문에, 이제는 조금 덜 애써도 괜찮은 관계를 경험해보시면 좋겠습니다. ‘있는 그대로의 나’로도 편안히 머물 수 있는 관계를 만나, 존재만으로 사랑받고 인정받을 수 있기를 응원합니다.

 

관계 속에서 나만 애쓰고 있다는 생각이 들 때, 나는?

  • 서운한 마음이 쌓이지만 표현하지 못하고 혼자 참는다.
  • 불편한 마음을 티 내고, 이후에 후회한다.
  • 적당한 관계만 맺어야지 생각하며 거리를 두거나 관계를 끊는다.
  • 더 노력하면 괜찮아질 것이라 생각하며 더 애써본다.
  • 내가 원하는 관계가 무엇인지를 점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