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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UNSELING

조금만 살이 쪄도 스트레스에요

요즘 제 외모 때문에 스트레스가 너무 심해요. 몸무게는 40kg 후반 정도인데, 같은 반 남자애가 저를 볼 때마다 "너 좀 뚱뚱한 거 아니야?" 같은 말을 아무렇지 않게 던져요. 처음엔 그냥 넘기려고 했는데, 그 말이 계속 머릿속에 맴돌면서 이제는 거울을 볼 때마다 제 모습이 흉하게 느껴져요. 사실 객관적으로 보면 마른 편이라는 걸 알면서도, 조금만 살이 붙은 것 같으면 그날 하루 종일 기분이 가라앉고 아무것도 하기 싫어져요. 요즘은 살을 더 빼야겠다는 생각에 마운자로 같은 약을 처방받아야 하나 싶어서 인터넷으로 계속 찾아보고 있어요. 근데 한편으론 이게 맞는 방법인지, 제가 너무 예민하게 구는 건 아닌지 헷갈려요. 다른 사람들 시선이나 말 한마디에 이렇게까지 흔들리는 제가 답답하고, 이런 마음에서 좀 벗어나고 싶어요.
망빙 10대 학생
카운슬러 김아라의 편지

안녕하세요, 망빙님. 김아라 상담사입니다. 망빙님은 외모에 신경을 많이 쓰는 사람이라기보다는, 외모에 대한 평가를 반복적으로 들으면서 점점 신체상이 흔들리고 스스로에 대한 가치감이 무너지고 있다고 생각됩니다. 마른 몸을 추구하는 분위기나 외모에 대한 지적은 실제로 청소년기 자존감 형성에 중요한 영향을 끼치는데요. 이와 관련해 설명을 시작해 볼게요.

왜 이런 기분이 들까요?

‘타인의 시선’이 ‘나를 보는 시선’이 될 때

처음에 친구가 “너 좀 뚱뚱한 것 아니야?”라고 했을 때만 해도 그 말은 그저 친구의 무례한 말 한마디였을 거예요. 하지만 같은 말이 반복되면 우리는 그 말을 단순한 외부의 평가로만 받아들이기 어려워집니다. 청소년기에는 또래에게 어떻게 보이는지가 자존감과 정체성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다른 사람의 시선과 평가에 훨씬 민감해질 수 있어요.

문제는 어느 순간, ‘쟤가 나를 뚱뚱하다고 생각해’라는 인식이 ‘나는 뚱뚱한 사람인가봐’라는 자기평가와 자기에 대한 믿음으로 바뀔 수 있다는 것입니다. 심리학에서는 이런 과정을 내면화(internalization)라고 합니다. 타인의 평가가 반복되면서 그것이 나를 바라보는 기준이 되어버리는 것이지요. 망빙 님이 예민해서 그런 것이 아니라, 반복적으로 들은 타인의 시선이 자신을 바라보는 시선처럼 자리 잡은 결과입니다. 하지만 그 말은 ‘사실’이 아니라, 그 친구가 망빙 님에게 던진 ‘평가’였다는 것을 꼭 구분해 기억하면 좋겠어요.


 

외모에 대한 불안이 내 몸을 바라보는 방식을 바꿀 때

우리에게는 실제 몸의 모습과 별개로 신체상(body image)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단순히 내 몸이 어떻게 생겼는지가 아니라, 내가 내 몸을 어떻게 평가하고 느끼는지를 의미해요. 객관적으로 마른 편이라는 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나는 뚱뚱해 보인다’, ‘얼굴이 너무 부어 보인다’고 느낄 수 있습니다. 외모에 대한 불안이 높아지면 자신이 신경 쓰는 부위에 관심이 집중되는 선택적 주의(selective attention)가 나타나기도 합니다.

그러면 사진 속 얼굴이 조금 부어 보였던 한 장면이 전체적인 나의 모습처럼 느껴질 수 있어요. ‘오늘 사진에서 얼굴이 좀 부어 보인다’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나는 원래 뚱뚱한 가봐’, ‘더 빼야 해’라는 생각으로 빠르게 이어지는 것이지요. 외모에 대한 불안, 즉 강박적인 생각이 강해질수록 거울을 반복해서 확인하거나 사진을 확대해 보거나 체중을 자주 재는 확인 행동(checking behavior)도 늘어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행동은 안심을 주기보다는 오히려 외모에 대한 관심과 불안을 더 크게 만드는 악순환으로 이어질 수 있어요.


 

내 몸을 바꾸면 불안도 사라질 것 같을 때

안타깝지만, 우리 사회는 마른 몸에 대한 추구가 지나칩니다. 실제로 비만의 문제를 겪지 않는 사람들도, 다이어트나 체중 감량에 몰두하고, 마운자로나 위고비 같은 약물을 검색해 봅니다. 타인의 말로 인해 내 몸에 대한 부족함과 불안을 느낄 때, ‘살을 빼면 괜찮아지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드는 것은 자연스러운 반응이지요. 다이어트 방법이나 약물을 계속 검색하는 것도 불안한 마음을 해결하고 내 안의 통제감을 되찾으려는 행동으로 볼 수 있습니다. 불편하고 불확실한 감정을 견디기보다, 체중이나 식사처럼 내가 직접 조절할 수 있다고 느끼는 것을 통제함으로써 마음을 안정시키려는 것이지요.

여기에는 조심해야 할 함정이 있습니다. 몸무게를 조금 줄여도 ‘이제 충분하다’는 마음보다 ‘조금만 더 빼면 괜찮아질 텐데’라는 생각이 들면 끝없이 기준이 높아질 수 있습니다. 그러면 외모 → 불안 → 체중 확인·다이어트 → 잠시 안도 → 다시 외모 걱정이라는 순환이 만들어지기 쉽습니다. 지금 망빙 님에게 필요한 것은 다른 사람의 말 한마디가 내 하루와 나의 가치를 결정하는 상태에서 벗어나는 거예요. 그리고 그 시작은 몸을 엄격하게 통제하는 것이 아니라, ‘내 몸에 대한 불안’과 ‘나라는 사람의 가치’를 다시 분리하는 것에서 시작할 수 있습니다.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요?

타인의 거울에서 벗어나 ‘내가 바라보는 나’를 만들어가기

우리는 아주 어린 시절부터 타인이라는 ‘거울’을 통해 나에 대해 알아갑니다. 나를 바라보며 “예쁘다”라고 말해주는 엄마의 표정을 통해 ‘나는 예쁜 아이구나’라고 느끼고, 나를 사랑스럽게 바라보는 타인의 눈빛을 통해 ‘나는 사랑받을 만한 사람이구나’라는 감각을 만들어가는 것이지요. 초기의 자기개념(self-concept)은 중요한 타인과의 관계 속에서 형성되고, 다른 사람이 나를 어떻게 바라보는지는 내가 나를 바라보는 방식에도 영향을 미칩니다. 그러나 성장하면서 우리는 점차 타인의 평가만으로 나를 정의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바라보는 나’에 대한 나만의 기준과 가치관을 만들어가야 합니다.

누군가가 내 외모에 대해 한 말이 마음에 오래 남을 때는 먼저 그 말이 ‘사실’인지, 아니면 그 사람의 ‘평가’인지를 구분해 보세요. “너 뚱뚱해”라는 말은 객관적인 진실이라기보다, 그 사람이 자신의 기준으로 나를 바라보고 내린 평가일 수 있습니다. 같은 말을 반복해서 들으면 그 평가가 어느 순간 내 생각처럼 느껴질 수 있기 때문에, 의식적으로 거리를 두는 연습이 필요해요. ‘그건 그 친구의 기준이야. 그 친구의 말이 곧 나에 대한 사실은 아니야’라고 스스로에게 말해주세요. 그리고 ‘나는 뚱뚱해’, ‘나는 못생겼어’라는 생각이 떠오를 때도 그것을 곧바로 사실로 받아들이기보다, ‘지금 내가 타인의 평가를 내 생각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것은 아닐까?’하고 한 번 멈추어 보세요. 이것이 바로 타인의 거울에서 조금씩 벗어나, 내가 나를 바라보는 나만의 시선을 만들어가는 과정입니다.


 

내 몸을 ‘평가의 대상’이 아닌 ‘있는 그대로의 나’로 바라보기

외모에 대한 불안이 커지면 우리는 자신도 모르게 거울을 반복해서 확인하거나, 사진을 확대해서 특정 부위를 살펴보고, 체중의 작은 변화에도 민감하게 반응하게 됩니다. 이러한 확인 행동(checking behavior)은 순간적으로 안도감을 줄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오히려 외모에 대한 주의와 불안을 강화할 수 있어요. 특히 외모의 특정 부분에 주의를 집중하는 선택적 주의(selective attention)가 반복되면, 내 몸 전체가 아니라 ‘부족해 보이는 부분’만 눈에 들어오게 됩니다. 그래서 거울이나 사진을 볼 때마다 단점을 찾아내고 평가하기보다, ‘지금 내 몸이 어떻게 보이는가’를 판단 없이 관찰하는 연습이 필요합니다. ‘예쁜가, 뚱뚱한가’라는 판단과 평가의 언어에서 벗어나 ‘오늘 내 몸은 이런 모습이구나’하고 바라보는 것이 그 시작이 될 수 있어요.

물론, 내 몸을 무조건 사랑하거나 긍정적으로 생각해야 한다는 뜻은 아닙니다. 오히려 외모에 대해 좋고 싫은 감정과 관계없이 내 몸을 존중하는 신체 중립성(body neutrality)의 태도를 연습하는 것이 중요해요. 내 몸의 가치를 외형이나 체중으로 평가하는 대신, 몸이 나에게 제공하는 기능과 경험에 주의를 돌려보는 것이지요. ‘다리가 예뻐서 좋은 것’이 아니라 ‘이 다리로 내가 좋아하는 곳에 갈 수 있다’, ‘몸매가 좋아서 가치 있는 것’이 아니라 ‘이 몸으로 친구와 웃고, 운동하고,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하루를 살아간다’는 식으로 바라보는 것입니다. 외모 중심의 자기평가에서 벗어나 신체에 대한 기능적 관점을 회복해 나갈 때, 몸은 더 이상 끊임없이 평가하고 고쳐야 하는 대상이 아니라 내가 삶을 살아가기 위해 함께하는 나의 일부가 될 수 있답니다.


 

불안한 순간에도, 나의 가치를 잃지 않기

‘살을 빼면 마음이 편해질 거야’라는 생각이 들 때마다 한 번 멈추어 “지금 내가 정말 바꾸고 싶은 것은 몸일까, 아니면 불안한 마음일까?”라고 스스로 질문해보세요. 외모에 대한 불안이 커지면 체중을 확인하거나, 다이어트 방법을 검색하거나, 체중감량 약물에 대한 정보를 찾아보는 행동이 자연스럽게 늘어날 수 있습니다. 이러한 행동은 당장 불안을 낮추고 ‘내가 무언가 하고 있다’는 통제감(control)을 줄 수 있지만, 바로 그 안도감 때문에 행동이 반복되면서 불안이 유지되는 역설적인 과정이 나타날 수 있어요. 심리학에서는 이러한 행동을 안전행동(safety behavior)이라고 설명합니다. 불안을 없애기 위해 몸을 통제할수록 오히려 ‘불안할 때는 반드시 몸을 확인하거나 바꿔야 한다’는 학습이 강화될 수 있는 것이지요. 그래서 불안이 올라오는 순간 곧바로 체중이나 외모를 확인하기보다, 그 불편한 감정을 당장 없애지 않고 잠시 경험해 보는 정서적 수용(emotional acceptance)과 불확실성을 견디는 힘을 키우는 것이 중요합니다.

자존감의 근거를 외모 하나에 두지 않는 것도 중요해요. 외모가 자기 가치의 중요한 기준이 될수록 체중이나 얼굴에 대한 작은 변화만으로도 자신을 평가절하하기 쉬운데, 이를 외모 기반 자기 가치(appearance-based self-worth)라고 합니다. 따라서 ‘나는 얼마나 예쁜가?’라는 하나의 질문에서 벗어나 ‘나는 어떤 사람인가?’, ‘나는 무엇을 좋아하고 잘하는가?’, ‘어떤 관계를 맺고 어떤 경험을 하고 싶은가?’라는 다양한 질문으로 자기개념의 영역을 넓혀가는 것이 필요합니다. 친구와 이야기하고, 공부하고, 좋아하는 일을 하고, 새로운 것을 배우고, 운동이나 취미를 즐기는 경험들은 외모와 무관하게 ‘내가 괜찮은 사람이라는 감각’을 만들어주는 중요한 자원이 될 수 있어요. 건강한 자존감은 내가 완벽한 몸을 갖게 되었을 때 생기는 것이 아니라, 몸의 모습이 마음에 들지 않는 순간에도 나의 가치까지 함께 부정하지 않을 때 형성됩니다. 불안을 없애기 위해 나를 바꾸는 대신, 불안한 순간에도 나를 돌보고 삶을 계속 살아갈 수 있기를 응원합니다!

다른 그 누구의 평가도 망빙 님의 모습이나 가치를 결정할 수는 없다는 사실을 기억하세요. 남이 바라보는 나에서 ‘내가 바라보는 나’로 시선을 옮기고, 어떤 모습의 나도 소중하게 대하며, 불안한 마음속에서도 스스로를 믿고 지켜주며, 결국 ‘나는 지금 이대로도 충분히 괜찮은 사람’이라는 감각을 회복해 나갈 수 있기를 바랍니다.

 

외모나 주변의 시선으로 인해 자존감이 낮아질 때, 나는?

  • 거울이나 사진을 반복해서 확인하며 내 외모의 부족한 점을 찾는다.
  • 다른 사람과 나를 비교하면서 내가 더 부족하다고 느끼거나, 잘난 점을 찾으려 한다.
  • 다른 사람의 말을 곱씹으며 신경 쓰지만, 겉으로는 아무렇지 않은 척한다.
  • 타인의 평가와 나의 가치를 분리하려고 노력한다.
  • 나에게서 발견할 수 있는 빛나는 점에 주의를 기울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