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UNSELING

내가 하고 싶어서 선택한 공부인데, 너무 힘들어서 도망치고 싶어요.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1년째 이직 준비를 하며 학원에 다니고 있습니다. 누가 억지로 시켜서 하는 것도 아니고, 하고 싶어서 선택한 길이에요. 그런데 다니는 학원이 많이 힘든 편입니다. 작년까지 다녔던 회사도, 여러모로 힘들긴 했지만 일이 싫지는 않았거든요. 더 잘하고 싶은 마음에 회사까지 그만두고 다니는 학원인데… 요즘 들어 정신력과 체력이 모두 바닥이 나서 많이 힘이 듭니다. 잘 하고 싶은 마음은 모두 사라지고, 어떻게 하면 남들 눈에 우습지 않게 그만둘 수 있을까 하는 생각 뿐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막상 그만두려고 하면 또 용기는 안 나요. 사실 그만두고 싶다기 보다는 조금 여유가 필요한 것 같은데, 학원 스케줄은 숨이 막히도록 꽉 차있고 매일 성과를 내야 해서 혼자 여유를 찾기가 어려운 상황입니다. 그렇다고 휴학하는 것처럼 다짜고짜 몇 개월 간 쉬기에는 조급한 나이라 그럴 수도 없고요. 쉬고 싶은 마음은 점점 커지는데, 학원 스케줄은 갈수록 강도가 심해지기만 합니다.

고민을 말할 친구들이 없는 건 아닌데, 제 상황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해요. 고작해야 학원이 힘들면 얼마나 힘드냐, 그 힘든 걸 굳이 해야 하냐. 노골적으로 저렇게 말하지는 않지만 숨겨진 의미가 다 느껴집니다. 그렇다보니 힘든 마음을 터놓을 곳도 없네요. 같이 공부하는 사람들은 친구라기 보단 사회적인 관계에 더 가깝고, 각자 할 일 하기에도 바빠서 편하게 고민을 이야기하기가 어렵습니다.

모두들 해내는 것들을 나는 왜 이렇게 버거워 하나, 스스로가 한심하기도 하고 나약하게 느껴집니다. 일을 좋아했던 마음은 사라지고, 도망치고 싶은 마음으로 가득한 제 모습도 너무 싫고 낯설고... 노력과 열정이 없어진 제가 두렵기까지 해요. 인생의 가장 큰 즐거움이 도전과 성취에 있었던 내가, 지금은 왜 침대에 누워 하루종일 천장만 바라보고 싶은 건지 모르겠습니다.

친구들은 모두 회사에 다니고, 승진하거나 스카웃 되기도 하며 슬슬 자리를 잡고, SNS에서는 일상을 즐기는 모습만 보이네요. 외출이라곤 학원과 편의점 뿐인 제 하루하루가 초라하고 화도 납니다. 좋아하는 일로 성공하고 싶으면서도, 지쳤다는 이유로 노력하지 않고 그에 따른 미비한 성과를 인정하지도 못하는 제가 싫습니다. 자연스럽게 우울해지고 의욕을 잃고 있어요. 혼자 해결하려니 방법을 도저히 모르겠어요.
D 이직 준비 중인 취준생
카운슬러 김혜령의 편지

안녕하세요, D 님. 뜻대로 움직여주지 않는 몸과 마음을 데리고 사는 게 참 어려운 일이죠. 에너지가 바닥난 자신을 어떻게든 굴려서 성과를 내야 하니 얼마나 고단할까요. 특히 ‘사라지고 도망치고 싶은 마음’을 가늠해보며 마음이 아팠답니다. 그 마음을 토닥여 드리고 싶어요.

왜 이런 기분이 들까요?

 

‘잘 해야 한다’로만 가득찬 일상

성공적으로 해내야 한다는 압박감이 무척 커 보입니다. 학원에서도 매일매일 성과를 내야하니 큰 부담으로 다가올테고요. 퇴사도 했으니 아마 물러설 곳이 없는 기분일 거예요. 조금의 여유도 스스로한테 허락할 수 없다고 판단하신 듯 합니다. 하루가 온통 ‘잘 해내야 한다’로 가득차 있으니 스스로 감시자가 되어 계속해서 평가하고 채찍질하고 계시네요. 그건 마치 24시간을 오디션장에 서 있는 것과 다르지 않아요.

 

사람은 적절히 긴장감을 가지고 사회생활도 해내야 하지만, 기본적으로 ‘집’이 필요한 존재입니다. 충분히 이완하고 따뜻함을 느끼며 쉴 수 있어야 한다는 뜻이에요. 외부적으로 애쓰며 잘해내기 위해서는 ‘애쓰지 않아도 충분히 괜찮은 존재’일 수 있어야 하는 거죠.

 

그러나 D님의 시간은 ‘잘해야 하는 시간’만으로 채워져 있습니다. 이완과 충전은 없어 보여요. 에너지는 진작에 소진이 되어 몸과 마음은 지쳐 있는데, 머리에서는 ‘일어나. 정신차려. 지금 이럴 시간이 없다고!’ 라고 외치고 있으니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거죠. 정서적으로 여유가 없으니 쉽게 짜증과 화가 나는 것도 당연합니다.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요?

 

1. ‘하지 않기’를 하기

우리의 몸과 마음은 긴장과 이완이 적절히 섞여 균형을 잡아야 합니다. 그래야 해야 할 일에도 집중할 수 있어요. 그런데 D씨는 바짝 긴장한 상태를 오래 유지하다가 완전히 소진되어 버린 것 같아요. 풍선에 끝없이 바람이 들어가면 빵하고 터져버리는 것처럼요.

 

일주일 중에 하루 혹은 반나절 정도는 완전히 이완할 수 있는 시간을 의무적으로 정해두세요. 충전할 수 있는 시간을 규칙적으로 두어 긴장과 이완이 적절히 어우러지게 하는 겁니다. 어려울 테지만 잘 쉬는 것을 하나의 목표로 생각하시면 어떨까요. 인생은 장거리전입니다. 한달에 나흘 정도 쉰다고 해서 내 인생이 실패하지 않아요.

 

2. 공감받고 이해받을 시간 마련하기

D 님에게 필요한건 힘든 마음을 진정으로 이해해주는 공감과 수용이에요. 사람이 자신을 있는 그대로 이해받으면 그 자체로 엄청난 이완을 도와주죠. 마치 어린아이가 울 때 ‘뚝 그쳐’하고 다그치면 울음이 그치지 않지만, 따뜻하게 달래주면 충분히 울고 자연스럽게 그치는 것처럼요. 하지만 친구들도 가족들도 있는 그대로 이해해주기는 힘듭니다. 타인이니까요.

 

게다가 SNS를 보면 공감보다는 나를 평가하기 좋은 비교군들의 모습만 보입니다. 그러면 나도 모르게 내 자신을 이해해주기보다는 평가하고 다그치게 됩니다. 그러니 SNS는 가급적 끊고, 온전히 공감받고 이해받을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하세요. 심리상담을 받는 것도 추천드리고요, 잠들기 전에 일기를 쓰면서 내가 나를 격려하고 안아주는 시간을 가지는 것도 좋습니다.

 

3. 내 삶에서 가장 중요한 가치를 고민하기

D 님은 그 동안 ‘도전’과 ‘성취’ 에 큰 가치를 두었던 것 같습니다. 그것이 빠지면 내 삶은 가치가 없다고 생각하셨을 거에요. 불안하기도 하셨을 테고요. 그러나 삶의 방식은 무척 다양합니다. 중요한 것은 내가 원하는 삶을 만들어가고, 내가 원하는 내 모습으로 살아가는 것이에요.

 

대단한 목표를 성취하지 않아도 최선을 다하고 있는 자신을 믿어주고 예뻐해줄 수 있어야 하루하루가 힘이 납니다. 삶에서 가장 중요한 가치가 무엇인지 고민해 보세요. 나를 너무 가혹하게 대하지 않으면서 삶에서 만족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지 질문도 해보고요. 이왕 지쳐버린 김에 내 삶을 제대로 점검해보는 겁니다. 타인과의 비교가 아닌 오롯이 ‘나’에게 맞는 내 삶을 어떻게 꾸려갈지 넓은 시각에서 살펴보기를 권합니다.

 

3분, 몸을 이완시켜 충전해보세요

  •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인식될 때, 그 자리에서 바로 눈을 감아보세요.
  • 호흡을 느끼면서 날숨마다 긴장을 내보내 보세요. 호흡을 통해 힘을 빼면서 신체에 쌓인 불안을 내보내는 겁니다.
  • 이렇게 호흡을 3분 정도 지속합니다. 짧은 시간 안에 피로에서 회복되고 마음을 편안히 하는 방법이 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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