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UNSELING

하고 싶은 일이 있지만, 도전하기엔 불안하고 겁이 나요.

음악과 관련된 직업을 가지고 싶어서, 1년 간 휴학하며 공부했습니다. 복학하고 난 이후에도 꾸준히 학원을 병행했고요. 그 과정에서 버스킹을 해 보기도 하고, 음악을 즐기는 사람들을 조금씩 알게 되기도 했어요. 최근까지도 전시회나 콘서트를 자주 다니며, 일상에서 문화생활을 하고 있고요.

다만 음악을 제 직업으로 삼기에는 두려움이 컸습니다. 기회가 주어져도 자신이 없고, 너무도 부족해 보이는 스스로에게 위축되었어요. 그래서 음악을 직업으로 삼는 것에 목적을 두지 않고, 비슷한 관심사를 가진 사람들과 교류하며 그 갈증을 채우고자 했습니다. 사람들과 음악적 교감을 나누고, 관객으로서 음악을 즐기면 된다고 생각했지만 그것도 일시적인 행복일 뿐, 여전히 채워지지 않는 무언가가 있습니다.

스스로의 가치를 모르는 게 아닙니다. 부족하지만 기특한 순간도 있는 자신을 인정해 줄 때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것도 한 때일 뿐, 스스로가 별 볼 일 없는 존재라고 느껴집니다. 젊음과 열정을 불태워야 할 때인 것 같은데, 저의 겁과 불안이 나의 강점과 가능성을 망치고 있는 것만 같습니다. 스무살 중반으로 접어들고 있는데, 앞으로의 진로가 막연하기만 해요. 그만 고민하고 행동하고 싶습니다. 어떻게 이 막연함을 해결할 수 있을까요.
가가 인풋쟁이
카운슬러 박진영의 편지

안녕하세요, 가가님.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놓기 쉽지 않으셨을 텐데, 소중한 이야기 들려주셔서 감사합니다. 가가님뿐만 아니라 많은 분들이 앞으로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과 불안, 계속 행동하는데도 채워지지 않는 공허함, 열심히 달려온 끝에도 찾기 어려운 삶의 의미, 피로함 같은 마음들을 가지고 있지요. 이런 걱정과 감정들은 인간이라면 정도 차이는 있더라도 누구나 가지고 있는 것이기 때문에, 혹시 혼자라는 생각에 괴로워하고 계시다면 가가님은 혼자가 아니라는 말씀을 우선 드리고 싶습니다.

왜 이런 기분이 들까요?

 

진짜 불안과 가짜 불안

가가님이 현재 느끼시는 감정들에 대해 설명을 드리자면, 불안은 불확실성에 대응하는 감정입니다. 앞으로 어떤 일이 일어날지 알 수 없는데, 좋은 일이 생길 수도 있지만 나쁜 일이 생길 가능성 또한 충분하다고 생각할 때 나타나는 높은 각성 상태입니다. 한창 긴장하고 있을 때는 작은 소리만 들려도 화들짝 놀라고 자동으로 몸이 움직이게 되는 것처럼, 불안은 우리의 주의력을 잠재적인 위험에 집중하게 만듭니다. 또한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서라도 위험에 대비하게끔 몸과 마음을 준비시키죠. 달리 얘기하면 불안은 생존지능인 셈이지요. 하지만 위험을 감지하는 데 특화된 감정인만큼, 마치 성능이 너무 뛰어나서 작은 연기에도 크게 울려대는 화재경보기처럼 오경보가 많은 감정이기도 합니다.

 

따라서 불안이 밀려올 때 불안은 단지 경보일 뿐이라는 사실을 인식하고 이것이 진짜 경보인지 아니면 오경보인지, 즉 내 삶에 당장 어떤 문제가 존재하는지 아닌지를 먼저 확인할 필요가 있습니다. 실제로는 아무런 문제도 없는데 문제가 있다고 부풀려서 생각하게 되면, 감정과 현실 사이에 괴리가 생기게 되고 아무 이유 없이 불안에 시달리게 될 수 있거든요.

 

때문에 “지금 당장 나의 안녕을 위협하는 요소가 존재하는가?”라는 질문을 던져 볼 필요가 있습니다. 이는 미래보다 현재, ‘지금’에 초점을 맞추라는 것이기도 합니다. 미래는 결국 내 상상에 불과한 것이고 내 상상 속의 끔찍한 일들은 아직 아무것도 일어나지 않았으니까요. 가가님의 ‘지금’은 어떤가요? 미래를 위해 다양한 경험들을 쌓으면서 할 수 있는 일들을 하나씩 해 나가고 있으신 것으로 보이는데요. 지금 당장 가가님의 안전을 위협하는 요소들이 없고 미래를 위한 준비도 하고 있다면, 이 불안은 가짜 불안일 가능성이 높지 않을까요.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요?

 

1. 쉽지 않은 것이 당연하다는 생각

저도 몇 년 전 중요한 면접에서 떨어졌을 때 큰 우울감과 좌절감 등을 느꼈던 적이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생각을 해봤어요. “내가 면접에서 떨어진 게 그렇게나 있을 수 없는 충격적인 일인가?” 수많은 사람들이 하나의 자리를 향해 경쟁을 하고 많은 준비를 합니다. 즉 100명 중 99명은 어쩔 수 없이 실패를 맛보고, 나 또한 99%의 확률로 실패하는 것이 더 현실적입니다.

 

또한 면접에는 평소 실력도 중요하지만 이와 별개로 면접 당시의 운, 즉 내가 통제할 수 없는 요소들 또한 매우 중요하게 작용하지요. 실력뿐 아니라 함께 일할 사람들과의 적합도, 이를테면 나는 드럼을 잘 치는데 저쪽에서는 사실 기타를 잘 치는 사람을 원하고 있었다든가 하는 세세한 조건들의 차이가 다 중요하게 작용하기 때문에 사실 한 번 시도했을 때 잘 될 확률은 거의 0에 수렴하는 것이 맞습니다. 설령 면접에 붙었다고 해도 막상 일을 시작해보니 생각했던 것과 다를 수도 있고요. 어떤 일이든 한 두번의 시도로 잘 될 확률은 거의 없다는 것입니다.

 

2. 실패조차도 나의 이력

어떤 학자의 이력서에서 인상깊게 본 것 중에 ‘실패 이력’이라는 것이 있었어요. 하나의 논문을 출판하기 위해 몇 번의 거절을 당했는지, 한 줄의 이력 이면에 얼마나 많은 시도와 좌절이 있었는지, 소상하게 적혀있었죠. 학계에서 살아남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인 것 같다고, 동료에게 한탄한 적이 있는데요. 그가 학계 말고 다른 직업은 쉬울 것 같냐고 코웃음을 치더라고요. 오래 생각하지 않아도 동료의 말이 맞다는 것을 알 수 있었어요. 우리가 어떤 일을 하든, 숨쉬듯 거절을 맛보는 것이 자연스러운 일일 것입니다. 실패를 예상하고 실패의 존재에 익숙해질 수밖에 없는 것이지요. 물론 누구나 일이 잘 풀리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실패해도 이상한 것이 아니며, 오히려 실패하는 게 더 자연스럽다는 사실을 아는 것만으로 도움이 되기도 합니다.

 

여기서 다시 저의 실패로 돌아가 볼까요. 모두가 항상 실수하고 실패하는데, 내가 뭘 모르고 삽질하고 실패하는 것이 그렇게나 충격적이고 있을 수 없는 일인지 스스로에게 질문해보니, 전혀 그렇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어요. 세상에 쉬운 일은 단 하나도 없고, 내가 실패하는 것은 마치 물이 수소 원자 두개와 산소 원자 하나로 이루어져 있는 것처럼 자연스러운 일일 것입니다. 내 삶에 성공이 하나 있으려면 실패가 수백 개는 있어야 하는 것이지요. 물론 실패는 아프겠지만 있을 수 없는 일인 것처럼 충격 받을 필요는 없는 것입니다.

 

물론 이런 생각의 전환은 쉽지 않은 일입니다. 하지만 여러 연구에 따르면, 내가 실패하는 것은 자연스럽고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도전할 용기가 생기고 충격에서 더 잘 벗어날 수 있다고 해요. 불안은 곧 우리의 생존지능이므로 불안이 많을수록 실제 위험이 닥쳐왔을 때 더 잘 이겨낼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하지만 그만큼 오경보도 많은 것이 불안입니다. 불안은 내 마음이 가지고 있는 알람일 뿐, 불안이 곧 나 자체인 것은 아니라는 점도 함께 기억하시면 평온을 찾는 데 도움이 될 것입니다.

 

진짜 불안과 가짜 불안의 목록 만들기

  • 나를 불안하게 만드는 요소들을 종이에 쭉 써봅시다. 일종의 불안 리스트를 적어 보는 거예요.  
  • 그것들이 미래에 대한 나의 상상에서 온 것인지, 아니면 지금 당장 나의 안녕을 위협하는 것인지를 구분해 보세요. 
  • 이렇게 구분한 항목의 옆에, ‘진짜 불안’, 또는 ‘가짜불안’을 각각 적어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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