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UNSELING

미루기의 달인인 나, 어떻게 고칠 수 있을까요?

한 번 마음 먹은 일을 실행하는 데 너무 오래 걸립니다. 장기적으로 봤을 때 중요하지만, 당장 급하지 않은 그런 일들이 특히 그렇습니다. 사소하게는 운동이나, 병원을 예약한다든지, 크게는 이직 준비를 한다든지요. 심한 경우에는 몇 년씩 미루고만 있는 것들도 있어요.

계획을 세워도 보지만 그 때 뿐입니다. 하루 이틀은 의욕적으로 해내지만, 지속적으로 해내는 게 너무 어려워요. 의지가 모자란 스스로를 자꾸만 자책하게 되고, 계획 때문에 오히려 스트레스를 받을 때가 많아요. 쓸데 없이 유투브나 SNS만 들락날락하다 시간을 날려버리기도 합니다. 이럴 때마다 제 자신이 너무 싫어지고, 오히려 반대로 아무 것도 하지 못하는 무기력한 상태에 빠지기도 해요.

하루에 목표한 일을 최대한 단순화하고, 작은 일부터 시도해 보려고도 해봤어요. 하지만 당장 눈 앞에 보이는 성과가 없으니 지속할 동력이 생기지 않더라고요. 지금 이걸 한다고 해서 달라지는 게 뭘까, 달라지는 게 있긴 할까라는 생각이 들 때면 모든 것을 손놓아 버리고 싶어집니다.

다른 사람들은 우직하게 자신의 길을 찾아 매진하는 것 같은데, 저는 이것저것 시도만 하다가 세월만 보내버린 것 같습니다. 뭐 하나 뚝심있게 해낸 것도 없으면서, 남들과 저를 비교하는 자신이 너무 한심하고요. 지금 내 상황이 만족스럽지 않으면 스스로 노력을 해야 하는데, 불평만 하고 있는 것 같아요. 저처럼 차일피일 미루기만 하는 습관, 도대체 어떻게 고칠 수 있을까요?
하루 게으른 완벽주의자
카운슬러 박진영의 편지

안녕하세요, 하루님. 스스로를 게으른 완벽주의자라고 칭하셨는데요. 완벽주의자이면서 일을 자주 미룬다는 사연을 보니 잘하고 싶은 마음이 크지만 그만큼 마음에 부담도 커서 무엇이든 시작하기까지 상당히 오래 걸리는 경향을 보이시는 듯합니다. 잘 하고 싶지만 따라주지 않는 몸과 마음 때문에 자신감도 떨어진다고 말씀 주셨네요. 고민을 많이 하셨다는 점이 느껴집니다.

왜 이런 기분이 들까요?

 

완벽주의의 역설

완벽주의는 다른 말로 하면 ‘실패에 대한 두려움’입니다. 작은 일도 흠집 없이 완벽하게, 또는 적어도 완벽해 보이게 해내고 싶어하다 보니 완벽주의가 높은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 비해 일을 해내는 데 오래 걸리고 (예를 들어, 과제를 할 때에도 한 두 번이 아니라 수십 번 씩 고치다가 제출 기한을 놓친다든지) 못할 것 같으면 아예 시작조차 하지 않는 등 미루기와 관련된 행동을 많이 보이는 편입니다.

 

완벽주의가 높은 사람들은 미루는 행동을 보일 뿐 아니라 성과도 저조한 모습을 보입니다. 시험에 대한 불안이 높은 학생들일수록 시험을 볼 때 지나치게 긴장한 나머지 원래 실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현상이 나타나듯, 완벽주의가 높을수록 불안에 몸이 굳어버리기 때문입니다.

 

일례로 대학 교수들의 경우 완벽주의가 심한 사람들일수록 논문 출판 수가 적고 논문의 질도 떨어지는 편이라는 연구가 있었습니다. 완벽해지고 싶다는, 조금도 실패하고 싶지 않다는 욕망이 클수록 일을 제 때 마무리 하지 못 하고 잘 해내야 한다는 부담감 때문에 잘 하던 일도 잘 못 하게 되기 십상이라는 것입니다.

 

생각이 많을수록 느려진다

완벽주의가 높은 사람들의 성과가 저조해지는 데에는 생각이 너무 많다는 점도 한 몫 합니다. 컴퓨터에 수십 개의 프로그램이 동시에 돌아가면 처리속도가 확연히 느려지고 심한 경우 컴퓨터가 멈춰버리는 일이 생기곤 합니다. 이렇듯 인간의 뇌도 처리 용량이 제한적이어서 걱정과 두려움이 많으면 많을수록 인지능력이 저하되고 삐걱거리는 현상이 나타납니다. 무엇이든 하기 전까지는 많은 생각을 하더라도 막상 할 때에는 아무 생각 없이 하는 것이 좋은 이유가 바로 이것입니다.

 

하지만 완벽주의가 높을수록 아무 생각 없이 그냥 하면 되는 일도 지나치게 열심히, 잘 하려고 하고 그 과정에서 많은 생각과 걱정을 하기 때문에 일을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도 지치는 현상이 나타나곤 합니다. 또한 이렇게 지치는 상황이 온다면 애초에 자신을 향한 기준이 비인간적인 것이 문제였음을 알아야 하지만, 완벽주의가 높은 사람들은 자신을 채찍질하는 것에 워낙 익숙한 탓에 자신을 비난하기 일쑤입니다. 그러다 보니 완벽주의가 높은 사람들은 자기 비하와 자책 또한 많은 편입니다. 이러한 이유로 완벽주의 연구로 유명한 심리학자 고든 프랫은 완벽주의를 “불행의 레시피”라고 언급한 바 있습니다.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요?

 

정리하면 완벽주의의 굴레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실패에 대한 불안과 항상 잘 해야 한다는 부담감 떨치기, 또 어떤 일을 할 때는 가급적 아무 생각 없이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1. 지나치게 높은 기준 내려놓기

무엇을 조금이라도 했다면 안 한 것보다 항상 나음을 기억합시다. 0.1 정도 밖에 못 했다고 낙담할 수 있지만, 이 또한 0인 상태보다는 훨씬 좋습니다. 또한 해야 할 일 목록에서 100%를 다 해내려고 하지 맙시다. 인간적인 기준에서는 70%만 해도 충분히 잘 해낸 것이기 때문에 만족할 줄 아는 것이 좋습니다. 100%만 바라보다 보면 영원히 만족하지 못하게 될지도 모릅니다.

 

즐거운 실패 경험들을 쌓아 두는 것도 도움이 됩니다. 동네 요가 교실에서 엉망진창으로 움직이고서도 즐거웠다든가, 게임에서 엉망으로 졌지만 모두에게 웃음을 주었기 때문에 좋았다는 등의 즐거운 실패 경험을 쌓아 두는 것도 좋습니다. 실패는 두렵고 나쁜 것이라는 공식을 깨트려 봅시다.

 

마지막으로 뭐든지 ‘적당한’ 선이 있음을 알도록 합시다. 인간의 에너지와 인지능력은 제한되어 있기 때문에 모든 일을 완벽하게 해내려다가는 단 하나도 제대로 할 수 없게 될 수 있음을 기억합시다.

 

2. 생각하지 않고 그냥 하기

5초 룰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무엇을 해야겠다고 생각하고 나서 5초가 지나면 그 행동을 하게 될 확률이 크게 떨어진다는 것입니다. 최초의 생각과 행동 사이의 간격이 멀어지면 멀어질수록, 그런데 왜 해야 하지? 의미가 있나? 다음에 해도 되지 않나? 못하면 어떡하지? 등등 의욕을 떨어트리는 다양한 생각들이 떠오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쓸데없는 생각들이 떠오르기 전에 바로 생각을 행동으로 옮기는 것이 중요합니다.

 

비슷하게 ‘~ 하면 ~ 한다(if-then)’의 형식으로 이루어진 생활 법칙을 많이 만들어 둡니다. 예컨대 막연히 운동을 많이 한다는 계획보다는 계단이 보이면 무조건 계단으로 올라간다든가, 아침에 일어나면 무조건 스트레칭을 한다든가 같이 ‘조건 + 행동’의 조합으로 이루어진 단순 규칙들을 만들어 두면 목표 행동을 훨씬 수월하게 이뤄낼 수 있다는 연구들이 있었습니다. 이 또한 생각하지 않고 자동적으로 행동하게 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완벽주의자 대신, 현실 가능한 프로실행러로

  • 지나치게 높은 기준을 가지고 있었다는 생각이 드는 부분들이 있다면 적어보도록 합시다. 어떤 부분들을 내려놓을 수 있는지, 현실적인 목표 달성의 지점은 어느 수준인지 적어봅시다.
  • 나만의 if-then 법칙들을 다섯 개 정도 만들어 봅시다.

창업을 앞두고 고민과 걱정이 멈추지 않아요.

이율 창업을 준비 중인 30대 여성

제 모든 선택이 자꾸 후회스러워요.

스리랑 서울에서 광주로 이직한 마케터

또래들과 어울리는 게 너무 어려워요.

낌새 인턴 생활을 시작한 20대

연인과 헤어질 때마다 불안해 죽을 것 같아요.

햇살 이별이 두려운 취업준비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