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UNSELING

상사의 부정적 피드백에 자꾸 움츠러들어요.

전 회사를 퇴사하고 이직한 지 이제 3개월 차입니다. 저는 예전부터 회사를 1년 이상 다니지 못하고 계속 옮기는 편이었어요. 이제 30대에 접어드니 그런 점에서 스스로 많이 불안을 느끼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또 퇴사를 반복하는 자신이 한심합니다.

새로 이직한 곳에서 다시 잘해보자 마음 먹지만, 뜻대로 되지 않습니다. 일이 주어지면 어느 정도 결과물을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에 허둥지둥 하게 됩니다. 결국은 ‘질문을 해야 한다’, ‘일을 대하는 태도가 수동적이다’ 같은 피드백을 지속적으로 받는 상황입니다. 그 점에 또 움츠러 들어서 알던 것도 백지 상태가 됩니다.

상사에게 받는 부정적인 피드백만 유독 크게 와 닿습니다. 이런 상황에 놓이니 그냥 퇴사를 하는 게 회사나 개인에게 좋은 게 아닌가 하는 생각까지 들어요. 회사에 있는 게 너무 피로합니다.
버티어 새로운 직장에 적응하고 싶은 30대
카운슬러 박진영의 편지

안녕하세요, 버티어님. 우선 용기 내어 사연 전달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잦은 이직 이력 때문에 상사의 부정적인 피드백에 민감하게 반응하게 되고, 그로 인해 자신감이 많이 떨어져 있는 상태이신 것 같아요. 비단 버티어님뿐만 아니라, 나를 평가하고 내게 영향을 줄 수 있는 사람과 함께 일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비슷한 고민들을 가지고 있을 것 같습니다. 버티어님은 혼자가 아니에요.

왜 이런 기분이 들까요?

 

우리의 자존감은 타인의 인정으로부터 옵니다

우리는 기본적으로 중요한 사람으로부터 칭찬을 받으면 기분이 훨훨 날아오르다가도, ‘근데 너 이건 별로야.’ 라는 부정적인 말 한마디에 바로 지옥을 맛보곤 하는 사회적 동물입니다. 사회적 동물의 자기가치감은 주변의 피드백에 의해 큰 영향을 받는 것이지요. 심지어 일을 아주 잘 해냈는데도 주변인으로부터 부정적인 평가를 받으면, 성과가 나쁘더라도 칭찬을 받았을 때에 비해 자존감이 떨어지는 현상이 나타납니다. 이런 점에서 결국 우리의 자존감이란 사회적 계량기에 불과하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이를 ‘자존감의 사회적 계량기 이론(sociometer theory of self-esteem)’이라고 합니다.

 

자동차에 연료가 떨어지면 계기판이 E(Empty) 를 가리키고, 가득 차 있다면 F(Full)를 가리킵니다. 우리의 자존감 역시 이런 계기판 같아서 주변에서 나쁜 평가를 받고 있다면 지금 뭔가 문제가 있다는 뜻이 되고,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면 사회적으로 별 문제 없이 잘 살고 있다고 느낀다는 것이지요. 우리 안에는 이런 사회적 계량기가 내장되어 있어서 계량기가 나쁨을 가리키면 기분이 나빠지고, 좋음을 가리키면 기분이 좋아집니다. 그리고 이것이 바로 우리의 자존감을 구성합니다. 높은 자존감의 근원이 긍정적인 평가라면, 버티어님의 경우처럼 긍정적 평가가 부족할 때, 자존감이 떨어지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일 것입니다.

 

자존감 하락이 꼭 현실을 반영하는 것은 아니에요

하지만 한 가지 주의해야 할 점이 있어요. 나의 내적 계량기가 항상 옳은 것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자동차의 경우에도 연료가 아직 충분한데도 계량기가 연료 없음을 가리키거나, 연료가 조금만 떨어져도 바늘이 크게 휘청이는 등 실제 연료 수준과 상관 없이 계량기 자체에 문제가 생길 때가 있잖아요. 우리의 자존감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별 것 아닌 피드백에도 지레 겁먹고 크게 휘청이거나, 자기혐오에 빠지는 등 실제로는 아무 문제도 없는데 호들갑을 떨게 될 수 있는 것이지요.

 

따라서 어느 정도 상황을 냉정하게 분석하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삶의 수많은 영역 가운데 내가 ‘일’에 지나치게 큰 가중치를 두고 있는 것은 아니었을까요. 또 다양한 업무 중에서 어느 한 가지가 틀어진 것에 대해 지나치게 낙담하고 있었을 수도 있지요. 객관적인 시각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에 대해서 시간을 내어 분석해보는 것도 좋습니다.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요?

 

1. 내 삶의 우선순위 다시 쓰기

내가 행복하고 의미 있는 삶을 살기 위해 이것만은 놓칠 수 없다고 생각되는 중요한 가치관이나 영역들에는 무엇이 있는지 적어봅시다. 예를 들어, 친구나 가족 관계, 건강, 각종 취미생활, 서로 돕고 사는 것, 세계평화 등이 있을 수도 있지요. 일 때문에 우울감이 큰 경우 나라는 사람을 정의하는 데 있어 일의 중요성을 과대평가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하지만 내 삶에 중요한 여러 요소들을 쭉 작성해보면 일이 전부가 아니라는 사실이 보다 확연히 보일  거에요. 어쩌면 일이란 단순히 생계수단일 뿐일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일에 지나치게 큰 의미를 부여하고 나라는 사람의 가치를 일을 통해 정의할 필요는 없습니다.

 

2. 나만의 행복 정리해 보기

위에서 적은 영역들을 하나씩 살펴보며, 각각의 영역들이 나를 얼마나 행복하게 해주는지 떠올려 봅시다. 실제로 우리에게 행복감이나 삶의 의미감을 느끼게 해주는 것들은 사소한 경우가 많아요. 소중한 사람들과의 즐거운 시간, 시원한 맥주 한 잔, 한 겨울의 따끈한 호빵, 따뜻한 물에 목욕하기 같이 아주 작고 소소한 일에서도 우리는 행복감을 누리고 의미를 찾아내는 능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내 삶에 일 외에도 얼마나 많은 행복 요소들이 있는지 찾아봅시다.


위의 문제들에 버티어 님만의 답을 찾아보셨나요? 이제 상사 한 명의 부정적인 피드백이 처음 생각했던 것만큼 중요한 문제인지 다시 생각해 봅시다. 본래 타인이란, 내가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순간 길가의 돌맹이만큼이나 별 것 아닌 존재가 될 수도 있어요.

 

나만의 행복 리스트를 만들어 보세요

  • 내가 행복하게 살기 위해 꼭 필요한 것들을 적어 보세요. 아주 사소한 것일수록 더 좋습니다. 
  • 남이 아닌 ‘나의 행복’을 위한 리스트 가운데, 과연 일은 어느 정도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지 확인해 봅니다.
  • 쉽지는 않겠지만, 일은 내 삶의 일부일 뿐, 전부는 아님을 인식해 봅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