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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래들과 어울리는 게 너무 어려워요.

얼마 전 인턴을 시작했어요. 대학 졸업 이후 처음으로 또래들과 장기간 마주치는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어릴 때부터 주로 어른들과 어울려서일까요? 초등학생 때 겪은 학교 폭력 때문에 다시 두려워진 걸까요. 초반에는 나름대로 동기들과 친하게 지내고 술자리에도 모두 참석하며 노력했어요. 하지만 에너지는 금방 소진되었고, 어느 순간 애매한 거리감을 느끼고 나서부터는 마음으로도 실제로도 점점 겉돌게 되는 저를 알아차리니 너무 힘듭니다.

대학에 다니는 동안 소위 '아싸'로 지내면서, 제가 너무 오랫동안 무력감에 사로잡혀 있었나 싶기도 해요. 앞으로 사회생활을 하면서 또래들과의 만남도 잦아질 테고, 거기서 오는 인연을 적어도 내치진 말아야 최소한의 사람 구실은 하고 살 텐데,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 대화 주제를 꺼내 이야기를 하고 에너지를 쏟아야 한다는 것이 이젠 두렵기까지 합니다. '평생 이렇게 친구도 못 만들게 되는 건가'라는 부정적인 감정에 휩싸여 있습니다.

새로운 또래가 두려울 때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그리고 이렇게 또래들이랑 잘 어울리지 못하는데 정말 괜찮을까요? 최소한의 사회성도 없는 못난 인간인 것 같아 너무나 우울합니다.
낌새 인턴 생활을 시작한 20대
카운슬러 김혜령의 편지

안녕하세요, 낌새 님. 두려움을 안은 채, 사람들과 잘 어울려 보려고 애쓰면서 얼마나 고단한 일상을 보내고 계실까요. 자신을 극복해보려는 마음이 강하게 느껴졌어요. 조금이라도 고민의 무게를 덜어드릴 수 있다면 좋겠네요.

왜 이런 기분이 들까요?

 

타인과의 관계는 긴장을 일으킵니다

타인과의 관계는 어떤 식으로든 긴장을 일으킵니다. 그것을 곧 스트레스라고 바꾸어 말할 수 있겠죠. 인간은 누구나 소외될까봐 두려워하는 마음과 타인에게 이해받고 싶은 욕구가 있어요. 사회적인 존재이기 때문이지요. 원시 시대에는 무리에서 소외되는 것이 곧 생존과 관련된 문제였어요. 그렇기에 지금도 마찬가지로 생존을 위협받을 정도의 불안을 느낄 수 있습니다. 타인과 연결되지 못할 때 불편한 감정이 드는 것은 아주 당연하다는 거죠.

 

친구들과 잘 지내는 것처럼 보이는 사람들도 마찬가지의 불안과 걱정이 있어요. 겉으로 보기에 친구가 많아 보인다고 해도 그 사람과 비교하면서 주눅들 필요가 전혀 없습니다. 어려움의 종류나 강도가 다를 뿐이지요. 우리는 끊임없이 관계 속에서 고민하고 갈등하면서 살 수밖에 없어요. 낌새 님은 학창 시절에 아픈 경험도 있다고 하셨고, 그 이후 친구 관계가 많지 않았다면 관계 맺기가 더욱 두려울 거에요. 그러다 보니 있는 그대로의 모습보다는 사람들에게 맞추느라 에너지도 많이 소진되고요. 자연스럽지 않은 모든 것은 과하게 에너지를 쏟게 만듭니다. 쉽게 지치지요. 아무래도 다른 모습이 되려고 무척 애쓰고 계시지 않으셨을까 짐작해 봅니다.

 

‘친구가 있어야 한다’는 사실보다 더 중요한 것

‘또래들이랑 잘 어울리지 못하는데 괜찮을까요?’ 라고 질문하셨지요. 괜찮습니다. 또래 친구의 유무가 그 사람의 가치를 판단하는 기준이 되지 않습니다. 선택일 뿐이지요. 인간 관계가 피곤해서 일부러 직장에서는 사람들과 거리를 두는 사람도 많아요. 하지만 낌새 님은 ‘친구가 없는 사람은 뭔가 잘못되었다’는 생각을 하고 계세요. 그 때문에 부정적인 감정도 올라오고요. 아마도 그렇게 생각하게 된 계기가 있겠지요. 학창 시절에 친구들이 함께 어울려 다니는 모습을 보면서 상대적으로 혼자 있는 자신이 못나게 느껴졌다거나요. 평범하지 않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던 걸까요.

 

그러나 ‘친구가 있어야 한다’는 사실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습니다. 자신의 더 깊은 마음을 이해해 보면 좋을 것 같아요. 사실은 ‘친구가 있어야 하기 때문’이라기보다, ‘친구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욕구가 있는 건 아닐까요. 함께 마음을 나눌 수 있는 친구, 나를 이해해줄 수 있는 사람, 혹은 공통의 관심사에 대해 이야기 나누고 같이 즐길 수 있는 존재가 필요한 마음은 아닌지, 스스로의 마음을 조금 더 구체적으로 들여다 볼 필요가 있어요.

 

‘나는 사회성이 없는 존재’라는 전제에서 시작하는 게 아니라, ‘나와 정말 잘 맞는 친구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자연스러운 욕구에서 시작하는 거지요. 그러면 결핍을 메우려는 불안한 몸부림이 아니라, 인간이라면 누구나 갖는 자연스런 욕구를 받아주는 과정이 될 겁니다. 주변에 사람들이 많아도 진정한 친구가 없어서 외로워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인간관계는 계속 변화하기 때문에 가까웠던 친구들이 멀어지는 경우도 많고요.

 

우선은 자신의 진짜 욕구를 조금 더 구체적으로 이해하는 시간이 선행되어야 할 것 같아요. 그것이 사람들 사이에서도 좀 더 자연스러운 모습으로 있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길이기도 하고요.

 

‘사회적 불안’ 이란

대인관계나 사회적 상황에서 타인을 의식하면서 생기는 불안을 말합니다. 타인의 평가에 부정적 평가를 받을까봐 두려워 하거나 발표상황에서 긴장감을 느끼는 것처럼, 모든 사람들은 어느 정도의 사회적 불안을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정도가 지나치고 오래 지속될 경우 ‘사회불안장애’로 진단할 수 있습니다.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요?

 

1. 나와의 관계에서부터 시작하기

인간관계의 큰 걸림돌 중 하나는 ‘어떠어떠한 모습이어야 사람들이 좋아해줄 것이다’라는 생각입니다. 그러면 자신의 진짜 모습보다는 사람들이 좋아해줄 만한 가면을 쓰게 될 거고요. 에너지는 소진되고 자신의 솔직한 모습을 보이지 못하니 진정한 친구를 만나기도 어렵게 됩니다. 나도 잃고 친구도 못 얻는 상황이지요.

 

우선, 자신이 갖고 있는 ‘이런 모습이어야만 한다’는 모든 생각들을 내려놓읍시다. 쉽지는 않겠지만 스스로에게 훨씬 건강한 방식이에요. 관계에 서투르다면 서투른 모습을 보여주세요. 무슨 말을 해야할지 모르겠다면 굳이 꾸며내서 말하지 않아도 됩니다. 오롯이 낌새 님 자신으로 있으셔도 괜찮아요.

 

모든 인간관계는 나와 나 자신과의 관계에서 시작돼요. 내가 나 자신과 건강한 관계를 맺고 있으면 타인과의 관계도 안정될 수 있어요. 설령 친구와 트러블이 생긴다거나 속상한 일이 생긴다고 해도 자신과의 관계가 좋으면 잘 회복할 수 있지요. 그러니 나 자신과의 관계부터 시작해보시길 권합니다. 타인에게 맞춰 애쓰던 것을 내려놓고 나 자신과 친해져보는 거에요.

 

낌새님이 가깝게 지내고 싶은 친구는 어떤 모습인가요? 제가 낌새님 사연을 읽었을 땐 ‘실수하거나 못난 모습을 보일 때도 너그럽게 이해해주는 친구’, 또 ‘에너지가 소진되었을 때도 부담없이 만날 수 있는 편안한 친구’가 되어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낌새님도 구체적으로 원하는 친구의 모습이 있을 거에요. 그런 모습으로 자신에게 다가가 보세요. ‘진짜 친구라면 이런 상황에서 어땠을까?’ 질문해보기도 하고요. 만약 동기들과 술자리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는 스스로에게 이렇게 말해줄 수 있겠지요. “야, 사람들이랑 떠드는 것도 정말 피곤하지? 잘 지내려고 애쓰느라 고생했어. 이제 나랑 마음 편하게 푹 쉬자.”

내가 가장 편안한 친구로 나를 대해줄 수 있다면, 다른 친구를 사귀는 데 그리 전전긍긍하지 않아도 될 겁니다. 편안해진 마음을 가지면 타인에게도 편안한 모습으로 비춰지고요. 그것은 곧 자연스럽게 사람들을 끌어당기는 힘이 되기도 한답니다.

 

2. 부정적인 감정을 먼저 다루기

낌새 님의 사연에서 눈에 들어온 표현은 ‘두려움’과 ‘무력감’이었어요. 관계를 맺는 것에 대한 두려움과, 이건 내가 어떻게 해도 바뀌지 않을 거라는 무력감이 낌새 님을 압도하고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그런 생각이 가득차 부정적인 감정이 낌새 님을 항상 감싸고 있다면 자신과 상황을 변화시키기가 어려울 거에요. 계속해서 부정적인 생각이 떠오를 거고요. 

 

압도적인 감정은 사람을 정체시킵니다. 의도적으로라도 긍정적인 감정으로 건너갈 구실을 만들고, 평소 내 마음의 배경을 편안하고 밝게 만들 수 있도록 해야 하지요. 운동과 명상은 몸과 마음을 안정시켜 주는 대표적인 방법입니다. 그 외에도 내가 좋아하는 공간, 내가 좋아하는 그림이나 음악 등을 일상 곳곳에 배치해서 감정이 치우치지 않도록 해보세요. 내면의 평화를 위해서 내 일상 전체를 새롭게 설계하는 겁니다. 내 마음의 배경에 깔려있던 부정적인 감정이 강도를 낮추어 자연스럽게 건강한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해 보세요.

 

긍정의 플레이리스트 만들어 보기

의도적으로 감정을 변화시켜 긍정적인 생각으로 나아갈 수 있게 하세요. 음악은 감정에 영향을 주는 강력한 도구이지요. 안정감을 주는 음악을 골라 플레이리스트를 만들어 두세요. 플레이리스트를 일상의 배경처럼 켜두어 편안하고 안정된 기분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해 봅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