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은 많은데 행동으로 이어지기 어려운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럴 때면 게으르고 의지가 약하다고 자기 비난하면서 마음의 죄책감을 씻어내고 싶어져요. 마음이라도 괴로워야 덜 뒤처진 것 같고 아주 망가진 건 아니라는 위안을 얻을 수 있으니까요. 그러나 그러한 죄책감이나 자기 비난이 나의 실행력을 높이는 데 과연 도움이 될까요? 자기를 책망하면서 잠시나마 자존심을 지키고 싶을 뿐입니다.
저를 찾아온 한 청년 내담자가 항상 같은 말을 해요. 해야 하는 일이 있는데 그것을 하지 않고 인터넷만 한다고, 아무래도 중독인 것 같다고 말이죠. 원인이 무엇이겠냐고 물으니 아무래도 집중력에 문제가 있는 ADHD이거나 도파민 중독 현상인 것 같다고 대답했어요. 그러나 제가 볼 때 그 청년은 상담 중에 보이는 모습으로는 ADHD처럼 산만해 보이지도 않았고, 그 청년이 하는 인터넷 활동들을 살펴보면 도파민 중독처럼 보이지도 않았죠. 그게 아닌 것 같다고 말해주니, 그러면 자기가 의지가 약하고 게으르고 자신감이 없기 때문이라고 답하더라고요.

그렇게 자신을 설명해야 하는 그 청년의 심정은 어떨지 생각해 보면 저도 참 마음이 아팠어요. 저는 그 청년에게 물어봤어요. “그렇다면 의지가 약하고 게으르고 자신감이 없어진 원인은 무엇인가요? 해보고 싶은 것도 많은 나이일 텐데 이유가 있으니 할 일을 하지 못하고 중독에 빠지지 않았을까요?” 물어봤더니 그저 모두 자신의 잘못이라는 말만 되풀이했어요. 저는 말해주었어요. “잘못한 게 아니라 아픈 거예요. 게으른 게 아니라 무기력한 거고, 의지가 약한 게 아니라 우울한 거예요. 아픈 건 다그치며 고칠 일이 아니라 돌보며 치료할 일이죠. 지금부터 저랑 마음을 돌보시겠어요?” 그랬더니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물론 이 청년의 논리대로 ADHD와 같이 선천적인 실행 및 집중의 문제로 어려움이 있는 경우라면 의학의 도움을 받아 실행할 수 있도록 해야 하지만 그런 것이 아니라면 대부분 마음의 문제일 거예요. 자신의 마음을 잘 이해하고 그에 맞게 돌보다 보면 실행할 힘이 생겨날 거예요. 어떻게 하면 자신의 마음이 힘을 얻어서 움직일 수 있는지 마음 계획에 대해 말씀드릴게요.
상담심리사 웃따가 전하는
자신의 마음을 돌보는 3가지 방법
1. 내 마음 상태 인지하기

이 청년처럼 자신의 마음을 잘 이해하지 못한 채 주변에 떠도는 심리학적 정보들로 자신의 마음을 쉽게 정의 내리는 경우가 많아요. 그러나 사람의 마음은 모두 똑같지 않고 그 누구도 나를 대신해서 정의를 내려줄 수도 없어요. 그리고 마음에 대해 어떤 개념적 정의를 내린다는 것도 굉장히 모순됩니다. 마음은 수학이 아니고 모형도 아니기 때문이죠. 누구의 말을 따라 내 마음을 정의하기보다는 나 스스로 조용히 내 마음을 들여다보면서 상태를 인지해 보세요. ‘나는 지금 지쳤구나’, ‘지금 압박감과 부담감이 크구나.’, ‘이 일이 자신이 없는 상태고 긴장이 높구나.’, ‘나는 타인의 응원과 도움이 필요한 상태구나’ 등의 내 마음을 들여다보아야 해요.
정답은 없어요. 오직 나만이 내 마음을 알겠죠. 알 때까지 조용히 시간을 가지고 들여다보아야 하는데 그 과정은 쉽지 않아요. 우리는 자신의 마음으로부터 도망치기 위해서 안간힘을 쓰면서 살고 있거든요. 그 청년이 그토록 인터넷 중독에 빠진 이유는 자기 마음을 보지 않고 생각하지 않을 수 있는 도피 수단이었기 때문이에요. 내가 아무리 발버둥 쳐서 내 마음으로부터 도망가 문제를 해결해 보려고 해도 내 마음은 언제나 내 안에 있죠. 그러면 차라리 빨리 마주하고 그 마음을 독대해야 해요. 그 누구도 끼어들지 않고 오롯이 내가 나를 바라봐주고 알아봐주는 시간이 있어야 해요.
2. 내 마음 수용하기

그렇게 바라보았다면 있는 그대로를 안아주고 받아주어야 해요. 이것을 자기연민이나 합리화라고 생각하지 않아도 괜찮아요. 연민이나 합리화는 그래서 결국 그 일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결론, 변하지 않아도 된다는 결론이지만 자기 마음을 수용한다는 것은 그대로 받아주되 행동은 변화하는 방향이에요. 성찰이라고 하죠. 강제로 나를 채찍질해서 행동하게 하는 것은 길어야 몇 년 버틸 수 있는 방법이지만, 정말 평생 나와 사이좋게 나의 일들을 수행하고 싶다면 우리는 나에게 용기를 주어야 해요.
그러기 위해서는 나의 마음이 어떤 상태이든지 그대로 받아주고 용납해야 합니다. ‘나는 마음이 섬세하고 여려서 상처를 잘 받는구나. 누군가에게는 이런 내가 꼭 필요하지만 가끔은 나도 참 힘들다.’, ‘계속된 실패와 거절로 지금 많이 위축이 됐지. 누구나 안 좋은 일이 반복되면 힘들어.’ ‘자꾸 미루다보니 점점 더 자신감이 없어지고 압박감이 심해졌구나. 나는 그만큼 잘 해내고 싶었나 봐. 근데 자신이 없었던 거야’ 하면서 자신의 마음을 부정하지 않고 밀어내지 않고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따뜻하게 받아주는 거죠. 1번에서 마음을 인지했다고 해서 다 수용하는 건 아니거든요. 수용하는 것은 있는 그대로 안아주는 거예요. 어차피 도망칠 수 없잖아요. 그러면 끌어안고 가는 거예요. 내가 나를 응원하고 힘을 주면서요.
3. 아주 조금씩 시작하기

내 마음을 있는 그대로 안아주었다면 내가 하려고 했던 일이 무엇이었는지 한 발 떨어져 보세요. 굉장히 높은 산처럼 느껴져요. 귀찮다고 말하지만 귀찮음 속에는 부담감과 두려움과 불안감이 있을 수 있어요. 그 두려움을 극복하는 방법은 부딪혀서 자신의 능력을 마주하고 확인하고 조금씩 키워나가는 것밖에 없거든요. 성취가 쌓이면 자신감이 생깁니다. 그러나 산이 너무 높으면 한 발짝도 내딛기가 두렵고 막막해요. 그럴 때는 낮은 동산부터 오르자는 마음으로 시작해보는 거예요. 산 정상에 가기까지 자그마한 언덕들과 고갯길들이 다양하게 어우러져 있듯이, 내가 해야 하는 일들도 처음부터 꼭 반드시 대단한 성과를 내야 하는 건 아니에요.
작은 고갯길과 언덕길을 오른다는 마음으로 조금씩만 하다 보면 어느새 한 고개, 두 고개를 넘어 정상에 이를 수도 있죠. 있지도 않은 에너지를 다 끌어모아서 정상에 도달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삶은 목표는 이루는지 몰라도 행복을 놓칠 수 있고 다음번에 또 산을 오르기가 많이 버거워져요. 이미 탈진되었고, 얼마나 힘들었는지 아니까요. 나를 돌보며 롱런하고 싶다면 목표는 작게, 그리고 꾸준하게 유지하는 것이 중요해요. 지금의 ‘작음’이 없다면 미래의 ‘큼’도 없어요. 지금의 ‘작음’을 간과하고서 미래의 ‘큼’을 꿈꾼다는 것은 비현실적인 환상일 수 있어요. 그러니 지금 할 수 있는 무엇이든 해보는 거예요. 실패하고 잘 안 돼도 모두 나에게 경험이라는 자산이 되어서 큰 교훈을 줄 거예요.

한 가지 생각해 볼 것은, 마음뿐만 아니라 자신의 기질도 있다는 거예요. 선천적으로 타고난 기질 중에는 한 가지 행동을 꾸준히 하기 어려운 기질이 있고, 좋은 결과를 얻기 위해 무엇을 도전하는 것보다 나쁜 일을 피하기 위해 현재를 유지하려고만 하는 기질도 있어요. 기질은 모두 인류에게 필요하기 때문에 타고난 것이고 좋고 나쁨이 없어요. 다만 기질에 갇혀 사는 운명이 아니라 필요에 따라 조절하면서 사는 거예요. 그러기 위해서 우리는 자신의 기질을 이해해야 해요.
아주 어릴 때를 생각해 보세요. 선천성이라는 것은 가장 어릴 때일수록 오염되지 않은 본연의 모습을 보이니까요. 나의 기질을 짐작해 볼 때 남들보다 실행과 도전이 더 어려울 수 있었겠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고 나를 충분히 이해해 주어야 해요. 그리고 용기를 주세요. 어렵겠지만 내 방식대로 조금씩 해나갈 수 있다고 믿고 남과 똑같은 속도가 아니어도 자신에게 맞는 길을 살아갈 수 있어요.
나를 움직이게 하는 ‘마음 계획’은, 나를 인지하고, 그대로 수용하고, 아주 작은 것부터 시작하는 것입니다. 그렇게 나를 돌보다 보면 내 마음도 더 단단해지고 많은 것을 얻을 수 있을 거예요.
글. 웃따(상담심리사)
18만 구독자를 보유한 유튜브 채널 ‘상담심리사 웃따’를 운영 중인 상담심리사이자 작가. 채널 이름처럼 구독자들에게 ‘웃긴데 따듯한 심리한 솔루션’을 전하고 있다. 상담하면서 쌓은 지식과 오랫동안 자신의 상처를 보듬으며 깨달은 인생의 지혜를 심리 에세이 <인생을 숙제처럼 살지 않기로 했다>에 녹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