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요한 일을 앞뒀을 때, 잡다한 일을 하게 됐던 경험 다들 있지 않으세요? 예를 들면, 무엇을 하려고 책상에 앉았는데 갑자기 물건을 정리하고, 휴대폰 사진첩을 보는 경험이요. 혹은 너무 졸려서 잠을 잔다든지, 평소에 안 보던 다큐멘터리가 예능처럼 재밌어서 오랜 시간 시청하기도 합니다. 심지어는 늘 건강하다가 뭐를 좀 하려고 하면 감기나 두통으로 아파서 못 하게 되기도 해요. 이 모든 건 기분 탓일까요? 아닙니다. 몸과 마음은 연결된 하나라서, 내 마음이 무엇을 피할 때 몸은 피할 구실을 만들어 주기도 하거든요.
우리는 왜 이렇게 무엇을 시작하기가 어려울까요? 게을러서 그럴까요? 다양한 심리적인 원인이 있을 수 있어요. 만약 게을러서 그렇다고 해도 그 게으름엔 심리적인 이유가 있을 수 있죠. 원인을 알면 더 근본적인 차원에서 ‘미루기’와 ‘게으름’과 ‘무기력’을 극복할 수 있을 거예요. 이번에는 ‘어떤 일을 미루는’ 심리적인 원인과 이를 예방하는 방법들을 적어봤어요. 중요한 일을 앞두고 계신 분들은 이 글을 읽고, 본인의 마음 상태를 한번 살펴보세요.
상담심리사 웃따가 전하는
시작의 강박에서 벗어나는 4가지 방법
• 실패의 두려움 대신 성취의 순간을 생각하기
실패가 두려울 때마다 ‘그래도 이걸 해내면 얼마나 기쁠까?’하는 긍정적인 측면도 공평하게 생각해 주세요. 객관적인 자기 평가가 가능합니다.
• 자기 결정성과 자기 효능감을 주는 일인지 체크
자기 결정성은 ‘내가 하기로 결정한 일이야’라는 것이고 자기효능감은 ‘나는 이 일을 할 수 있어’라는 마음이에요. 이 두 가지가 다 있어야 열정적으로 무엇을 시작할 수 있습니다.
• 일이 손에 잡히지 않을 땐, 과감하게 휴식
번아웃의 치료는 휴식입니다. 자신의 게으름과 무기력을 탓하지 말고 시간을 정해서 대놓고 푹 쉰 다음에 본격적으로 일을 시작하는 것이 좋습니다.
• 쉽게 달성할 수 있는 미션을 정하고 실천하기
어떤 일을 조금이라도 시작하고 싶다면 목표를 낮추세요. 아무 생각 없이 한 걸음을 내디디면 그다음도 되거든요. 순간에 집중하고, 순간에서 얻는 것들을 누리세요.
1. 실패에 대한 두려움 → 성취에 대한 기대로 생각 전환
어떤 일을 자꾸 미루는 것은 불안해서 그럴 수 있습니다. 이 불안의 정체는 무엇일까요? 가장 대표적인 것은 실패와 실수에 대한 불안, 타인의 평가에 대한 불안일 거예요. 평가의 초점을 외부에 두고 있기 때문에 불안한 것인데, 이 초점을 내부로 가져오는 것이 좋습니다. 내가 좋은 결과를 내도 사람들의 평가는 제각각이어서 누군가에게는 성공으로 비쳐도 누군가에게는 실패로 보일 수 있어요. 그래서 타인을 만족시키기 위한 일은 밑 빠진 독에 물을 붓는 것과 비슷하죠. ‘내가 이렇게 하면 그가 만족할까?’에서 ‘나는 어떻게 하면 만족하지?’, ‘이렇게 하면 내 맘에 들고 흥미롭겠는데?’ 하는 자신의 기준과 만족을 정하고, 초점을 맞춰보세요.
그리고 실패에 대한 두려움보다는 성취에 대한 기대를 하는 쪽으로 생각을 바꿔보세요. 실패가 두려울 때마다 ‘그래도 이걸 해내면 얼마나 기쁠까?’하는 긍정적인 측면도 공평하게 생각해 주세요. 어차피 실패든 성취든 둘 다 가능성이잖아요. 양쪽 다 공평하게 생각을 하면 객관적인 자기 평가가 가능합니다.
2. 자기 결정성과 자기 효능감을 주는 일인지 체크
어떤 일을 할 때, 왜 해야 하는지도 모르고 무조건 해야 한다고 생각하면 자꾸 그 일이 싫어서 미루게 되고 집중도 잘되지 않습니다. 자동차에 연료가 부족하면 달릴 수 없듯이 나를 움직이는 원동력, 즉 동기가 너무 약하면 무엇을 시작할 때 열정이 생기지 않죠. 동기에는 내적 동기와 외적 동기가 있어요. 내적 동기에는 자기 결정성과 자기효능감이 있어요. 자기 결정성은 ‘내가 하기로 결정한 일이야’라는 것이고 자기효능감은 ‘나는 이 일을 할 수 있어’라는 마음이에요. 이 두 가지가 다 있어야 열정적으로 무엇을 시작할 수 있습니다.
아무리 작은 일이라도 내 방식대로 내가 결정해서 해보세요. 누군가가 압박해서도 아니고, 남들이 하기 때문에도 아니고 정말로 내가 원해서 시작해 보는 거예요. 그리고 외적 동기도 챙기세요. 칭찬, 돈, 승진, 명예와 같은 외적인 보상을 말합니다. 어떤 일을 시작하고 싶다면 스스로에게 주는 보상을 정해 놓거나, 내게 일을 맡긴 사람에게 보상을 조건으로 거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3. 일이 손에 잡히지 않을 땐 과감하게 휴식
무엇을 시작해야 한다는 생각은 있지만 만사가 귀찮고 일이 손에 잡히지 않는 경우에는 ‘번아웃 증후군’일 수 있어요. 특히 얼마 전에 너무 일이 많았다든지, 큰 목표를 달성했다면 더욱 공허해질 수 있죠. 이럴 때는 자신의 게으름과 무기력을 탓하지 말고 시간을 정해서 대놓고 푹 쉰 다음에 본격적으로 일을 시작하는 것이 좋습니다. 번아웃의 치료는 휴식입니다. 중요하게 시작해야 하는 일을 앞두고 계속 쉬고 싶다면 무슨 요일까지 최대한 미룰 수 있는지 확인하고 그때까지는 그 일을 생각하지 않고 관련 자료도 보지 않고 근처도 가지 않는 거예요. 푹 쉬고 있다가 그 일을 시작하기로 한 요일이 되면 잠깐이라도 집중해서 그 일을 해보세요.
우리는 그 일을 제대로 하지도 못할 거면서 머리로는 계속 생각하느라 쉬는 것도 아니고 일하는 것도 아닌 상태로 스트레스만 받을 때가 많잖아요. 이제부터는 요일을 정해서 쉬기로 한 날에는 정말 전혀 그 일을 생각하지 않고 대놓고 쉬세요. 그러면 시작하기로 한 날에는 집중력과 아이디어가 생겨날 거예요.
4. 쉽게 달성할 수 있는 미션을 정하고 실천하기
목표가 높으면 그만큼 이루기 어려워서 부담감으로 인해 자연스럽게 업무 실행력이 떨어집니다. ‘그래도 나는 목표가 높았잖아’라는 위로로 자신을 속이기도 하죠. 그러니 어떤 일을 조금이라도 시작하고 싶다면 일단 목표를 낮추세요. 예컨대, 오늘 청소해야 하는데 청소할 게 너무 많으면 시작도 하기 싫잖아요. 그럴 때 그냥 딱 내 앞에 있는 것만 치워보는 거예요. 그것만 해도 괜찮아요. 아예 안 한 것보다 훨씬 많이 한 거잖아요. 그렇게 아무 생각 없이 한 걸음을 내디디면 그다음도 되거든요. 그래서 그 한 걸음이 중요해요. 순간에 집중하고, 순간에서 얻는 것들을 누리세요. 꼭 목표를 이뤄야만 의미가 있는 게 아니라 이루기 위해 했던 모든 과정에 의미를 두는 겁니다. 모든 경험은 나름의 배움을 주거든요.
너무 잘해야 한다는 생각이 오히려 실행력을 떨어뜨리기 때문에 ‘잘하지 않아도 돼, 그냥 하기나 해’ 이런 마음이면 오히려 더 성과를 낼 수 있어요. 만약 글을 쓴다면, 잘 쓴다는 생각에 사로잡히지 말고 그냥 한 줄을 써보는 거죠. 운동을 한다면 바프 생각은 하지 말고, 그냥 하루 10분이라도 해보고요. 그러면 다음이 있어요. 다음이 없다고요? 그래도 괜찮아요. 시작은 해본 거잖아요. 가만히 있었던 것보다 훨씬 나은 겁니다. 저 역시도 어떤 중대한 일을 시작하기 전에 거울을 보며 말해요. “못해도 돼. 그냥 하기나 해” 그러면 잘해야 한다는 부담감은 줄어들고, 오히려 마음이 편해지면서 잘하게 되더라고요.
여러분이 지금 무엇을 시작하기 어렵고 자꾸 무기력해지고 게으름 피우는 것은 이유가 있어요. 자기 합리화, 자기 연민 같다고요? 그러면 뭐 어떤가요? 내가 나를 이해하고 돌보면서 한 걸음이라도 내디딜 수 있다면 자기 연민 좀 해도 됩니다. 나를 다그치고 자책하면서 단 한 걸음도 내딛지 못하고 스트레스만 받는 것보다 훨씬 낫거든요. 채찍의 효과는 오래가지 못합니다. 정말로 자기 발전을 위해 무엇을 시작하고 싶다면, 이제껏 그러지 못했던 내 마음의 문제를 마주하고, 너그럽게 이해하고 살살 달래서 한 걸음씩 내디뎌 보세요. 그러다 보면 어느새 아주 멋진 곳에 가닿아 있을 거예요.
글. 웃따(상담심리사)
17만 구독자를 보유한 유튜브 채널 ‘상담심리사 웃따’를 운영 중인 상담심리사이자 작가. 채널 이름처럼 구독자들에게 ‘웃긴데 따뜻한 심리학 솔루션’을 전하고 있다. 상담하면서 쌓은 지식과 오랫동안 자신의 상처를 보듬으며 깨달은 인생의 지혜를 심리 에세이 <인생을 숙제처럼 살지 않기로 했다>에 녹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