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녀시대의 멤버로 누구보다 치열한 20대를 지나온 써니. 후회가 남지 않을 만큼 최선을 다해온 행보 속에서 써니의 마음은 어떤 모양으로 성장했을까요? 자기 긍정의 힘으로 이제는 다른 이들을 보듬고 이끌어갈 써니의 마음성장 이야기를 만나보세요.
18년이라는 시간이 갖는 의미
먼저, 데뷔 18주년을 축하드립니다! 감회가 남다를 것 같아요.
감사합니다. 사실, 18주년이 실감이 안나요. 연차에 의미부여를 하기보다는 ‘그 시간을 잘 살아냈는가’를 되돌아보게 돼요. 제가 내린 수많은 선택들이 최선이었는지도 생각해보게 되고요. 분명한 건 혼자서는 여기까지 오지 못했을 거예요.
오랜 친구들과 만나면 과거 얘기만 하는 경우가 많잖아요. 멤버들과는 현재와 미래까지 이야기 나눌 수 있어서 더 특별하게 느껴져요. 최근 화두는 ‘20주년’이에요. 20주년을 어떻게 보내고 싶은지, 무엇을 해야 팬분들이 행복해할지 고민 중이랍니다.
어느 덧 하반기에 접어든 8월이에요. 써니 님은 요즘 어떤 시간을 보내고 있나요?
인생의 연장선이기도 하고, 터닝 포인트이기도 한 시점을 지나고 있어요. 소녀시대 써니로서 경험했던 것들을 토대로, 저와 같은 꿈을 꾸는 후배들을 만나고 있어요. 그 친구들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과거의 나라면 어떤 이야기를 듣고 싶을지 생각하면서 새로운 경험을 하고 있어요.
요즘 써니 님에게 소소한 행복을 주는 건 뭔가요?
행복보다는 기쁨을 더 큰 가치로 두고 있어요. 제 기쁨은 집에서 맛있는 음식을 먹으면서 고양이를 쓰다듬는 거예요. 엄청난 집순이거든요. 한 달까지도 집 밖에 안 나갈 수 있어요(웃음). 몸과 마음의 건강에도 관심이 많아요. 영양제도 챙겨먹고, 저속노화 식단 같은 건강식도 챙겨 먹어요. 예전에는 음식을 먹을 때 맛을 더 중요하게 생각했어요. 자극적이고 매운 것들이요. 요즘은 식사 시간도 길게 가지려고 하고, 매일은 힘들지만 직접 요리도 해 먹으려고 노력해요.
스스로를 더 잘 이해하고
싶어서 하는 마음 공부
프로듀서로서 새로운 도전을 시작하셨다고요. 연습생이나 후배들을 이끌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는 무엇인가요?
연습생이나 후배들을 통해, 저의 처음을 떠올리곤 해요. 제가 어떤 마음으로 연예계에 들어왔는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었는지요. 초롱초롱하고 반짝이는 마음과 눈빛을 보면서, 이 일을 하는 사람이 즐거워야 관객도 팬들도 즐길 수 있는 무대를 만들 수 있다는 걸 다시금 깨달아요. 그래서 저도 후배들이 마음에 상처를 최대한 받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으로 조언하고 있어요.
심리학 공부도 했다고 들었어요.
프로듀서 일을 하기 위해 심리학 공부를 한 건 아니에요. 제 마음에 있는 상처를 보듬고, 스스로를 더 사랑하고 지키고 싶어서 심리학 공부를 시작했어요. 나는 왜 늘 불안한지, 나는 왜 힘들지 않으려고 애쓰는지에 대해 스스로 이해하고 싶었거든요. 마침, 감사하게도 회사에서 좋은 기회를 주셔서 제 배움이 필요한 곳에 쓰이게 되었어요. 저는 연예계 활동에서 후회하는 부분이 많지 않은데요. 한 가지 마음에 남아 있는 건, 동료나 후배들을 많이 챙기지 못했다는 점이에요. 한창 활동하던 때는 늘 바쁘기도 했고, 제가 힘드니까 주변을 돌아볼 여유가 없었거든요. 앞으로는 이런 아쉬움을 남기고 싶지 않은 것도 심리학을 공부하는 이유 중 하나예요.
심리학 공부가 써니 님의 삶을 대하는 태도나 가치관에 어떤 영향을 끼쳤나요? 예전과 달라진 부분이 있다면요?
예전에는 ‘좋아 보이는 사람’, ‘대단해 보이는 사람’이 되고 싶었어요. 그래서 이상과 현실 사이에 괴리감이 좀 있었죠. 제가 원하는 저의 모습을 실제의 제 모습과 비교하며 자신감이 떨어지고 불안함을 느끼곤 했어요. 심리학을 공부하면서 있는 그대로의 나를 받아들이는 연습을 한 게 도움이 됐어요. 이 부분은 팬분들의 도움도 컸어요. 제가 어떤 모습을 보여도 다 좋아해 주시고 받아들여 주셨거든요. ‘그래도 되는구나’, ‘실망하지 않는구나’라는 믿음을 주셨어요.
그 시절의 나에게 보내는 위로
써니로 살아온 날들 중에 기쁜 순간도 많지만 힘들었던 날도 있었을 텐데요. 그럴 때 써니 님은 어떻게 극복해왔나요?
저는 혼자 고민을 쌓아두고 해결하려고 하는 편이에요. 그래도 정말 중요한 일이나 잘 모르겠을 때는 믿고 의지하는 사람들에게 이야기를 털어놨어요. 말을 하는 것만으로도 생각이 정리되고, 위로를 받는 순간들이 있었거든요. ‘나 요즘 조금 힘들어’라고 말했던 덕분에 그 시간들을 잘 해쳐나갈 수 있었어요.
그 시절의 나에게 위로를 건넨다면요?
당시에는 더 많은 사람에게 사랑받고 싶고 더 적은 사람에게 미움받고 싶다는 생각을 하면서 지냈어요. 모두를 만족하게 하고 싶어서 노력하던 시절이 있었죠. 하지만 그런 사람은 존재할 수 없잖아요. 같은 걸 보고도 ‘나는 노란색이라서 좋아’, ‘나는 노란색이라서 싫어’ 이렇게 모두의 취향이 다르잖아요. 과거로 돌아간다면 ‘괜찮아, 너답게 그냥 자연스러운 너로 있어도 돼’라고 말해주고 싶어요.
마음 속에 담아놨다가 한 번씩 떠올리는 문장이나 말이 있나요?
스타 골든벨이라는 프로그램 기억하시나요? 데뷔 초에 출연했는데, MC로 계셨던 김제동 선배님이 하신 말씀이 오래도록 기억에 남아요.
“니가 뭘 해도 네 웃음소리를 두고 ‘쟤 정말 청량하게 예쁘게 웃는다, 경쾌하게 웃는다’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쟤는 너무 시끄럽게 웃어서 난 쟤 웃음소리가 싫어’하는 사람이 있을 거다. 근데, 그렇다고 웃음소리를 바꾸면 그 웃음소리로 널 좋아하는 사람들을 외면하게 되는 거 아니냐, 그냥 웃어라.”
신인이던 제게 크게 와닿는 말이었어요. 내가 가지고 있는 부분을 좋아하는 사람에게 집중하려고 노력한 것들이 많은 도움이 됐어요.
18년이라는 세월을 돌아봤을 때, 스스로 칭찬해주고 싶은 부분은 무엇인가요?
어떤 일이든 쉽게 포기하지 않았던 거요. 최대한 마지막에 마지막까지 노력했어요. 기회라는 게 아무 때나 오는 게 아니더라고요. 후회가 남지 않게 살아온 부분들을 칭찬해주고 싶어요.
주변을 품을 수 있는
마음을 갖기를
써니 님에게 마음성장이란 무엇인가요?
마음이 성장한다는 건 경험이 쌓인다는 뜻 같아요. 좀 무던해지는, 자잘한 일에도 일희일비한다고 하잖아요. 마음이 덜 자라 있던 시절에는 슬픔이나 좌절이 더 크게 다가왔던 것 같아요. 지금은 감정이나 자극에 좀 무던해졌어요. 물론, 아직도 마음은 성장 중이고 더 배워야 할 게 많다고 생각해요. ‘자신과 주변 사람들까지 품을 수 있는 나무 같은 사람’이 되면, 마음이 한단계 더 성장했다고 느낄 것 같아요.
마지막으로, 인터뷰를 기다렸을 팬 분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요?
제가 새로운 일에 도전한다는 소식을 들으셨을 때, 어쩌면 걱정되고 불안했을 것 같아요. 이제 소녀시대 써니의 모습은 못 보는 건가하고 말이에요. 프로듀서라는 게 완전히 새로운 분야나 다른 일이 아니라 기존 일의 연장선상이라고 생각해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이 자리를 빌려 너무 불안해하지 않으셨으면 좋겠다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한층 마음 성장한 써니의 모습도 기쁘게 지켜봐주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