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망 대신 연습, 고민 대신 행동 - 플레이라이프

우녕인

싱어송라이터

절망 대신 연습, 고민 대신 행동

우녕인 님은 같은 오디션 프로그램에 두 번을 도전했습니다. 2년을 오롯이 연습에 바치고서 겪은 두번째 탈락은, 쉽게 극복할 수 있는 좌절은 아니었지요. 10년의 음악 생활 동안 이룬 게 없는 것 같다는 자괴감이 그를 나쁜 생각에 빠트린 적도 있었고요. 하지만 그런 고비의 순간 순간마다 우녕인 님이 한 일은 특별한 게 아니었습니다. 쨍한 날이나 궂은 날이나, 그저 연습에 몰두했을 뿐. 고민에 시간을 낭비하는 대신 실력이라는 뿌리를 내리는 것에 집중했고, 더 단단한 스스로를 만들었습니다.

우녕인 님이 찾은

마음 성장의 세 가지 단서

•‘K팝스타6’에서 탈락하고 나서 처음엔 절망감을 극복하지 못했어요. 그래도 계속 음악은 해야 했으니, 생각을 비우고 연습을 습관화했어요. 실력이 늘면서 자연스럽게 절망을 극복했죠.

 

• 제가 선택했던 모든 일, 만난 모든 사람 덕분에 지금의 제가 완성되었다고 생각해요. 살면서 겪은 슬픔과 괴로움, 우울을 그냥 없었던 일로 할 수는 없어요. 인생을 되돌릴 수 있다고 해도 지금과 똑같이 살 거예요.

 

• 감정은 파도같이 매일매일 달라지는 거잖아요. 하루를 보낼 때 감정에 휘둘리지 않으려 해요. 자신감이 넘칠 때도, 슬플 때도 똑같이 연습하고, 음악 작업을 하면서 시간을 보내요.

“어차피 음악을 하려면 서울에 가야 했으니

빨리 학교를 그만두고 서울로 올라왔죠.”

음악은 특별한 활동이 아닌, 제 삶의 일부에요

기억나는 가장 어린 시절부터 음악을 좋아했어요. 초등학교 저학년 때 음악을 업으로 삼아야겠다고 생각했죠. 고등학교가 인문계 학교였는데, 11시까지 야자를 했어요. 2학년 때 학교에 다닐 만큼 다녔다고 느꼈고, 음악을 하면서 시간을 보내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어차피 음악을 하려면 서울에 가야 했으니 빨리 학교를 그만두고 서울로 올라왔죠.

 

지금은 ‘콜린’이라는 이름으로 두 달에 한 번씩 싱글을 내고 있고, 작곡가로 데뷔하고 싶어서 회사를 통해 곡을 투고하면서 지내고 있어요. 이제 음악은 그냥 삶의 일부에요. 밥 먹고 자고 숨 쉬고 하는 것처럼 그냥 일어나면 그냥 당연히 하는 것이고요.

“‘진짜 나 노래 너무 잘하는데?’

생각하면서 오디션에 나갔죠.

결과적으로는 떨어졌어요. 엄청나게 절망했죠.”

오디션에서 나의 한계를 느꼈어요

서울로 올라온 지 3, 4개월 만에 오디션 프로그램 ‘K팝스타 4’에 나갔어요. 그때에는 ‘TV 나오니까 신기하다.’ 그런 생각만 했죠. 두 번째로 나간 ‘K팝스타 6’ 출연 전에는 연습을 정말 많이 했어요. 핸드폰도 없앴고, 친구도 만나지 않으면서 2년 정도를 보냈어요. 하루 중 열 시간 이상을 연습실에서 보냈고요. 열심히 했었기 때문에 자신감이 있었어요. ‘진짜 나 노래 너무 잘하는데?’ 생각하면서 오디션에 나갔죠. 결과적으로는 떨어졌어요. 엄청나게 절망했죠. ‘아직 내 실력이 이 정도밖에 안 되나?’ 하는 생각에 스스로 실망했었던 것 같아요. 특히 오디션 프로그램은 선곡, 편곡 모두 단기간에 해내야 하는데, 압박을 느끼니 작업이 잘되지 않더라고요.

 

그냥 눈 뜨면 연습하자, 그것만 생각했죠

솔직하게 말하면 떨어졌던 당시에는 절망감을 극복하지 못했어요. 그래도 계속 음악은 해야 하니까 연습실에 나갔죠. 생각을 비우고 연습을 습관화했어요. ‘그냥 눈을 뜨면 연습하자.’ 생각했죠. 연습을 반복하면서 실력이 조금씩 늘었고, 덕분에 자연스럽게 절망을 극복했어요.

처음으로 앨범을 준비해서 발매하기도 했는데, 앨범을 하나하나 쌓아가고 완성하는 경험을 통해서 ‘내가 이런 것도 할 수 있구나.’ ‘이 정도로 많은 능력치가 쌓였구나.’를 느꼈고, 스스로와의 관계가 엄청나게 돈독해졌어요.

“음악을 계속 지속하는 이유는 딱 하나예요.

제가 살아있다는 증명인 거죠.”

다른 직업도 고민했지만, 결국에는 음악이 답이었어요

2020년 4월쯤에 음악을 그만두려고 했었어요. 당장 돈이 안 되었거든요. ‘지금까지 10년을 음악을 했는데 왜 아무것도 이룬 게 없지?’ ‘앞으로 이걸 계속해서 밥을 벌어 먹고살 수 있을까?’ 이런 생각을 계속했어요. 조경 같은 일을 배워서 밥벌이해야겠다고 생각했죠. 그렇게 잠깐 음악을 멈췄다가, 제가 좋아하는 샤이니의 음악을 들으면서 ‘내가 만든 멜로디를 샤이니가 부른다면 너무 좋을 것 같다.’라는 생각을 했어요. 제 안에 있던 작곡가의 꿈이 더 커졌고, 결국 음악을 다시 시작했어요.

 

음악은 제가 살아있다는 증명이에요

음악을 계속 지속하는 이유는 딱 하나예요. 제가 살아있다는 증명인 거죠. 사람이 살아있다면 뭐라도 해야 하잖아요. 저는 ‘사랑받기 위해 태어났다.’ 이런 말을 좋아하지 않아요. 숨만 쉬어도 사랑받는 건 딱 세 살 때까지만이라고 생각해요. 일정 나이가 되면 밥벌이해야 하고, 자기가 잘할 수 있는 일을 익혀서 살아가기 마련인데 저한테는 그 일이 음악이에요. 다른 사람들이 당장 들어주지 않더라도, 제가 음악을 통해 나를 기록하는 것에 가치가 있다고 생각해요.

“살면서 겪은 괴로움을 없었던 일로 할 순 없어요.

그냥 슬픔은 슬픔의 자리에 놓아두고,

계속 나의 삶을 살아가야 해요.”

인생을 되감는다고 해도 똑같이 살 거예요

코로나19가 유행했을 때 심한 우울감을 겪었어요. ‘진짜 갈 때가 됐다.’ 이런 생각을 하기도 했고, ‘내가 자의적으로 선택을 해서 가고 싶을 때 갈 수 있다면 행복한 죽음이 아닌가?’ 이런 생각을 하기도 했어요. 그런 기분을 음악으로 만들어 보자, 해서 만든 노래가 ‘Happy Death’라는 곡이에요. 그런데 2절을 보면 ‘너를 만난 건 다행이라 생각해. 다시 돌아가도 난 같을 거야. 이런 결말이라도 널 택할게.’ 이런 가사가 있어요. 결국 거기에 제가 하고 싶은 말이 있었다고 생각해요. 저를 슬프게 하고, 괴롭게 하는 많은 상황이 있었지만 ‘다시 돌아갈 수 있다면 겪었던 일을 피하고, 만난 사람들을 안 만날 거야?’라고 물으면 그건 아닌 것 같았거든요.

 

저는 아직 성공하지도 못했고 가난하게 음악을 하고 있어요. 하지만 저는 다시 인생을 돌릴 수 있다고 해도 똑같이 살 것 같아요. 어떤 구간이 바뀌면 제가 지금보다 더 나은 삶을 살 수도 있겠죠. 하지만 제가 선택했던 모든 일, 만난 모든 사람 덕분에 지금의 제가 완성되었다고 생각해요. 살면서 겪은 슬픔과 괴로움, 우울을 그냥 없었던 일로 할 수는 없어요. 그냥 슬픔은 슬픔의 자리에다가 놓아두고 계속 나의 삶을 살아가야 한다고 생각해요.

“스스로와 이별할 수는 없으니

결국 스스로와 가장 친해야 해요.

꾸준히 뭔가를 계속한 사람들은

자기랑 친하게 지낼 수 있더라고요.”

감정적인 저에게 그 날 하루를 바꿀 결정권을 주지 않아요

감정은 파도같이 매일매일 달라지는 거잖아요. 감정적인 저에게 그날 하루를 바꿀 결정권을 주지 않아요. 순간적인 기분의 변화를 신경 쓰지 않으려 해요. 음악에 대한 의지가 불타오를 때도 ‘그냥 연습해.’ 생각하고, 슬플 때도 그냥 작업실에 가요. 이성적인 자아가 감정적인 자아를 붙잡는 거죠. 그렇게 하루하루를 반복하다 보니 10년 넘게 음악을 계속하고 있더라고요. 다른 사람과는 결국 이별할 수도 있지만, 스스로와 이별할 수는 없잖아요. 결국 스스로와 가장 친해야 해요. 그런데 꾸준히 뭔가를 계속한 사람들은 자기랑 친하게 지낼 수 있더라고요. 무언가를 꾸준히 해서 가장 좋았던 점이에요.

 

미련 없이 그만둘 게 아니라면 고민도 하지 마세요

갈팡질팡하는 것도 어떻게 보면 습관이 된다고 생각해요. ‘내가 이걸 해야 할까?’ 이 일이 과연 옳은 일일까?’ 고민하는 것도 습관이에요. 자신도 모르게 그런 방황을 즐기고 있는 것일 수도 있고요. 고민이 되면 미련 없이 그만둬야죠. 그럴 수 없다면 고민할 필요가 없어요. 몸을 움직여야 해요. 음악을 한다면 써야 하는 곡을 하나라도 더 쓰고, 운동을 한다면 고민할 시간에 운동해야죠. 고민 대신 행동을 하면 시간을 낭비하지 않을 수 있는 것 같아요.

우녕인 님의 ‘내 마음을 성장시켜 준 것들’

• 연필

연필의 물성이 아름답다고 생각해요. 쓰거나 깎는 순간 조금씩 사라져가지만 결국에는 많은 것을 남기고 가잖아요. 연필을 수집하고, 쓰고, 깎는 모든 순간에서 너무 큰 행복을 느껴요.

• 산책

거의 매일 매일 이 골목 저 골목을 돌아다녀요. 걷다가 힘들면 버스에 타고요. 그렇게 걸으면서 풍경, 계절의 변화, 하루의 시작과 끝을 보는 걸 좋아해요.

• 김훈 ‘밥벌이의 지겨움’

25살에 경제적으로 자립했어요. 내가 하고 싶은 일은 따로 있는데, 돈을 벌기 위해 전혀 관련이 없는 일을 할 수밖에 없었죠. 이 책을 읽고 나만 이렇게 살고 있는 게 아니라는 걸 알았어요. 그걸 깨달으면서 좀 더 어른이 된 것 같아요.

누구보다 깊이 고민해 본 사람만이 결국 고민할 필요가 없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그녀라고 두려움과 망설임이 없었을까요. 좌절과 슬픔이 찾아올 때마다, 우녕인 님은 갈팡질팡하기보다 일단 앞으로 나아가기를 택했습니다. 오히려 그럴수록 후회는 줄어들고, 고민의 크기는 작아졌지요. 고민의 함정에 빠져 삶을 낭비하는 대신, 그 날 해야 할 일을 ‘그냥 하는’ 것. 그 충실하고 꾸준한 시간이 자기 자신을 더 사랑하게 해 주었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