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리서 보면, 그의 하루는 48시간 같습니다. 특전사 중위 제대, 이름도 생소한 이스라엘 방어 무술 크라브마가 레벨 1, 공인 트레이너 및 스포츠 지도사 자격, 피트니스 대회 그랑프리 수상, 마라톤 풀코스 완주 50회 이상. 이외에도 조주기능사, 제빵기능사, 보트 면허, 15년간 계속해온 봉사활동과 헌혈까지 다양한 활동으로 일상을 보냅니다. 김상순 마케터는 가장 잘 하는 일을 살려 보험사 건강플랫폼 사업팀에 근무 중인 회사원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갓생’을 살 것 같은 그는 예상과 다른 말로 인터뷰를 시작합니다. 스스로를 좀 더 사랑하기 위해서, 평소라면 하지 않을 작은 선택을 해왔다고요.
성장이란 내 일상에
다른 색채를 더해보는 일
“오늘 하루는 어땠어요?”로 시작하는 강의안이 인상 깊었습니다. 보통 어떤 일상을 보내 시나요?
요즘은 회사와 운동, 그리고 대학원과 집을 오가는 일상을 반복하고 있어요. 평일에는 매일 오전 6시에 운동을 시작해서 회사에 출근했다가, 퇴근하고는 대학원 수업에 출석하거나 집에서 해야 하는 일을 하죠. 주말에는 주로 잠을 충분히 자고, 평소에 하고 싶었던 일이나 봉사활동을 몰아서 하는 편입니다.
회사 밖의 생활도 운동과 다양한 자격증 공부로 가득 채워져 있어요. 한 단어로 표현한다면 ‘성장’이 아닐까 싶은데요.
자기계발이나 성장을 무언가 이루어 내고, ‘어제보다 더 나은 내가 되는 것’처럼 진취적인 개념으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아요. 하지만 정해진 기준에 따라서 긍정적인 방향으로 변화하는 것만을 뜻한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저는 성장이 삶에 또 다른 색채를 더하고 획을 그어 나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가보지 않은 길로 집에 돌아가는 것도, 새로운 넷플릭스 프로그램을 재생해 보는 것도 전부 의미 있는 성장이 아닐까요?
소소하지만 확실한
자기 신뢰감의 원천 ‘운동’
운동이란 분야는 자기와의 싸움이기도 하잖아요. 프로님이 생각하시는 운동의 매력은 뭘까요?
운동은 인풋과 아웃풋이 참 정확해요. 또 결과가 굉장히 직관적이면서 주기적이고 단기적이죠. 단 일주일만 식단관리를 해도 몸이 가벼워지는 게 느껴지고, 이주일만 웨이트 트레이닝을 해도 근육이 달라지는 게 느껴지잖아요. 운동이 주는 규칙적이고 직관적인 변화들은 내 마음이 쓰러지지 않도록 ‘자기 신뢰감’을 끊임없이 부여해줘요. 건강과 체력이 따라오는 건 덤이죠. (웃음)
하지만 이렇게 성과를 내려면, 역시 운동에 재능이 있어야겠죠?
저도 체력장 5급이었는 걸요. (웃음) 스무 살까지는 굉장히 마른 체형에 체력도 약했고, 좋아하거나 잘하는 운동이 없었죠. 그러던 어느 날 대학교 게시판에서 미식축구 팀 선수모집 포스터를 보게 되었는데, 갑자기 가슴이 뛰더라고요. 무작정 동아리방 문을 두드린 게 시작이었어요.
당연히 실력은 형편없었습니다. 조금이라도 나아지고 싶은 마음에 웨이트 트레이닝도 같이 시작했는데요. 지난 주에 들지 못했던 무게를, 이번 주에는 들 수 있는 게 참 신기하더라고요. 그때부터 운동의 매력에 조금씩 빠져들었죠.
좋아하는 마음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커진 거네요!
웨이트 트레이닝에 호감을 갖게 되니, 더 공부를 해보고 싶어 졌고 생활 스포츠 지도사 자격을 취득하게 됐어요. ‘잘’한다는 측면에서 운동은 여전히 자신 없지만, 이제는 제가 가장 좋아하고 삶에서 뗄 수 없는 한 부분이에요.
새로운 선택이 불러온
또 다른 변화
지금까지 지켜 온 인생 목표도 이 즈음 정하셨다고요?
이십 대 초반까지는 정말 무기력하게 보냈어요. 집에 어려운 일도 생기고, 학업에도 실패하면서 무엇 하나 잘하는 게 없다는 마음에 ‘나’를 사랑하지 않았죠. 그러다 문득 돌이킬 수 없는 지난 일은 뒤로하고, 앞으로 살아갈 날들의 방향을 잡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막연하게 떠올린 삶의 목표가 ‘죽는 순간 후회 없는 삶’ 이었어요.
후회 없이 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저도 어떻게 사는 삶이 후회 없는 삶일까 곰곰이 생각했는데요. 멋진 직업 같은 외적인 기준보다 내적인 기준에 의미를 두고 죽을 때까지 꼭 지키고 싶은 세가지 실천 계획을 정했어요.
첫째, 두렵고 어려운 것까지, 경험할 수 있는 모든 것을 경험해보기
둘째, 부끄러움 없는 선택으로, 세상 어딘가 나의 이름을 남겨보기
셋째, 꾸준한 나눔을 통해 언제나 주변에 긍정적인 영향력을 줄 수 있는 사람이 되기
‘경험할 수 있는 모든 것을 경험해보기’란 계획을 세우신 계기가 있으셨나요? ?
그런 고민을 한참 하던 시기에 우연히 인터넷에서 인천~부산 국토 종주 자전거 코스를 봤어요. 하지만 저는 자전거를 타본 적이 거의 없었고, 심지어 자전거도 없었어요. 값싼 철제 자전거를 사서 배낭 하나만 메고 무작정 떠났습니다. 여행하듯 즐겁게 다녀올 생각이었죠.
결국 자전거 종주는 실패했어요. 절반도 가지 못하고 자전거에 문제가 생겼거든요. 그런데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가슴이 참 설레더라고요. 평소 의미 없이 흘려보낸 시간이 실패한 자전거 여행 만으로도 이렇게 설레는데, 내 시간을 언제나 새롭게 채우면 인생은 얼마나 다채로워질 수 있을지 생각했죠. 새로운 선택에는 언제나 예상하지 못한 좋은 배움이 있다는 걸 경험으로 알게 된 거죠.
나라는 작품을 만들어가는 과정
일상을 촘촘하게 채우다 보면 스트레스도 많이 쌓일 것 같은데, 어떻게 관리하시나요?
당연히 저도 지칠 때가 있습니다.(웃음) 그럴 때는 그냥 하루 날을 잡고 잠을 충분히 자는 편이에요. 마음 건강은 특히 오랜 기간 피로가 누적될 때 가장 유지하기 어려운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마음의 중심을 유지하기 위해 틈틈이 잠을 보충하는 편입니다. 마음이 흔들리면, 내 마음의 중심도 유지하기 어려워지니까요.
마케터님에게 마음 성장은 무엇인가요?
‘나의 삶이라는 캔버스에 붓칠을 더해보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오늘 그은 획이 어떻게 내 그림을 완성할지 아무도 모르거든요. 아무 생각 없이 선택했던 색이 내 그림에 가장 멋진 부분을 채색해 주기도 할 거예요. 마음 성장이란 그렇게 ‘나’를 완성해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해요.
마지막으로 선뜻 도전하지 못하고 있는 분들에게 응원의 한 마디를 해주신다면?
저는 사실 ‘도전’이라는 단어를 좋아하지는 않아요. 마치 한걸음 더 나아가는 것만이 정답이라고 강요하는 느낌이거든요. 실제로 그게 꼭 정답은 아니기도 하고요.
아픈 사람은 쉬어야 하고, 두려운 사람은 머무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너무 오래 스스로를 깊이 미워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막연하지만 스스로를 언제나 믿어 주시면 좋겠습니다. 나를 믿고 싶을 때는 운동이라는 소소한 성취가 큰 도움이 되고요. 여전히 자주 실수하고 무서워하는 제 스스로에게 하는 말 같기도 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