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배기사 김도경 님의 마음성장 키워드
태도
살다 보면 내 전부가 뒤집히는 순간이 올 때가 있습니다. 든든했던 아버지의 부재, 사업의 실패, 믿었던 사람의 배신. 4년 동안 쉴 틈 없이 택배 일을 하며 쫓아간 꿈은 그저 평범한 삶이었다는 김도경 님은, 오늘도 최선을 다해 계단을 오르고 있습니다.
잠꼬대까지 할 만큼 일이 고됐지만 복잡했던 머릿속이 단순해지더라고요.
아버지께서 돌아가시고 가장이 됐는데 빚까지 있다 보니 돈을 더 많이 벌 수 있는 일을 찾아야 했어요. 택배를 먼저 시작한 친구가 추천해 줘서 시작하게 됐는데 벌써 4년이나 됐네요. 처음에는 오배송을 하거나 고객님들과 오해가 생겨 다투기도 하고 스트레스가 컸습니다. 자면서 잠꼬대까지 할 정도였으니까요. 압박이 많았지만 점점 적응했는지 괜찮아지더라고요. 실수를 안 하려고 노력하지만 어쩔 수 없이 벌어진 일이라면 해결하면 되고 너무 스트레스 받지 말자 생각하면서 이제는 물 흐르듯이 넘길 수 있게 됐죠.
“가족을 생각하면 더 열심히 해서
더 해주고 싶은 마음뿐이에요.
그게 제 책임감의 원천이고요.”
한 2년 동안은 ‘내가 버틸 수 있는 만큼 해서 더 벌어보자’라는 생각으로 일을 했어요. 길게는 아침 5시에 나와서 새벽 1시까지 하루 종일 일만 했어요. 그렇게 처리한 택배가 하루에 3-400개는 됐던 것 같아요. 발이 땅에 붙어있을 틈이 없이 뛰어다녔어요. 계단 두 개씩 올라가는 건 기본이고 하루에 한 끼 먹을 정도로 바쁘게 시간을 보냈죠. 택배 일을 시작한 지 2주 만에 몸무게가 58kg가 되더라고요. 정말 힘들긴 했는데 복잡했던 머릿속이 오히려 단순해지고 몸이 피곤하니까 잠을 잘 수 있는 게 좋았어요.
초반만 해도 잠들기 전에 이번 달은 어떻게 버티나 걱정도 하고 불안한 상태에서 하루하루 지냈었는데 돌아보면 많은 시간이 지나있잖아요. 그 사이에 안정적으로 변한 것 같아요.
정직하게 내 능력으로 한 번 벌어보자는 마음이 컸어요.
저도 조급한 생각이 들 때, 다른 사람들이 주식이나 코인으로 수익을 냈다고 자랑하면 부럽기도 했어요. 그렇지만 벌었다는 이야기만 하지 잃었다는 이야기는 잘 안 하더라고요. 저도 조금은 투자를 해 봤죠. 주변에서 워낙 많이들 하니까요. 하지만 막상 일하면서 계속 주식창 확인하기도 어렵더라고요. 크게 투자를 하기엔 시드머니도 없고요. (웃음)
그리고 저는 아무래도 육체적인 노동으로 돈을 버니까 투자했을 때 잃게 되면 상실감이 클 것 같았어요. 버는 날이 있으면, 잃는 날도 분명히 있는 법이잖아요. 그동안 땀 흘려 열심히 모은 게 한 순간에 사라질 수도 있다는 생각에 주변 분위기에 크게 흔들리지 않았던 것 같아요. 쉽게 돈을 버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그 사람들에 대한 부러움보다는 그냥 내 능력으로 최선을 다해서 정직하게 벌어보자는 마음이 더 컸습니다.
택배라는 직업은 정직하게 자기가 하는 만큼 노력해서 벌 수 있어요. 주변에서 무리하는 게 아니냐고 걱정도 했지만, 하면 할수록 수입이 늘어나니까 힘들지 않더라고요. 1년, 2년 시간이 지나면서 일하는 것도 수입도 점차 안정이 생겼어요. 벌어서 메꾸는 게 아니라 이젠 계획을 할 수 있게 됐죠. 이만큼 지출이 있으니 이 정도는 벌어야 한다는 계획을 하고 거기에 맞춰서 일하다 보니 생활에 여유도 찾게 됐어요.
“한도 상향 문자를 받고 마음이 이상하더라고요.
내가 살아온 시간을 보상받는 느낌이 들었거든요.
일하는 재미, 사는 재미가 생겼어요.”
가족들은 평범하게 살게 해 주고 싶었거든요. 부족함을 채워주고 싶었어요
쉬지 않고 일하는 저를 보고 가족들이 걱정할 때도 있었어요. 그래도 저는 내색을 많이 안 했던 것 같아요. 무책임하게 포기하는 모습을 보여주기 싫었거든요. 그냥 걱정 없게끔, 다른 가족들만이라도 평범한 삶을 유지하게 해주고 싶었어요.
제가 군대를 전역할 무렵 아버지께서 많이 아프셔서 어린 나이에 사업을 물려받게 됐어요. 인수인계도 제대로 못 받고 운영하려니 잘될 수가 없었죠. 아무것도 모르는 상황에서 아버지도 결국 돌아가시고, 혼자 기술을 배워서 해봤지만 회사 사정이 점점 악화됐어요. 회사를 정리하게 됐는데 그 과정에서 믿었던 분에게 사기까지 당하면서 빚을 떠안았죠. 가족들한테 너무 미안하더라고요. 나 때문에 이렇게 된 것 같아서 견딜 수 없었어요. 어머니, 누나, 여동생은 나만 믿고 있는데 그 당시 자괴감에 빠져 나쁜 생각들만 했던 것 같아요.
그러다 여동생 생각에 정신이 번뜩 들었어요. 저는 그래도 아버지 밑에서 많은 것을 누리고 살았는데, 동생은 그러지 못했잖아요. ‘이대로 무너지면 안 되겠다.’ ‘내가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는 사람이 되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너의 삶은 하나도 없고 가족을 책임지는 게 불만이지 않냐고 물어보는 친구들도 있어요. 저는 그렇게 생각 안 해요. 당연히 책임져야 할 내 가족이잖아요. 가족을 생각하면 더 열심히 해서 더 해주고 싶은 마음뿐이에요. 그게 제 책임감의 원천이고요.
카드 한도 올라가는 재미가 있어요. 제가 같이 성장하는 느낌이라고 해야 하나요.
그래도 요즘은 저를 돌아볼 여유가 조금 생겼어요. 매달 갚아왔던 대출금도 어느 정도 해결되다 보니 마음의 안정이 생기는 것 같고 그만큼 가족들에게 투자할 수 있어서 기뻐요. 소소하지만 하나씩 해결해 가는 과정에서 뿌듯함을 느끼고 있습니다.
택배 일을 시작할 때만 해도 신용불량자로 카드가 정지됐었고 한도가 50만 원이었는데 최근에는 700만 원까지 올랐어요. 한도 상향 문자를 받고 마음이 이상하더라고요. 내가 살아온 시간을 보상받는 느낌이 들었거든요. 열심히 살았더니 이만큼 성장했구나. 그러면서 또 일하는 재미, 사는 재미가 생겼어요.
최근에는 새로운 도전을 해보고 싶어서 운동도 시작했어요. SNS에 친구들이 운동하는 사진을 올리는 걸 보면서 부럽기도 했는데, 문득 나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바로 피트니스센터에 등록을 했어요. 왜소한 몸과 소심한 성격 때문에 늘 자신감이 부족했는데, 운동을 통해 한번 극복해 볼까 해요. 그리고 시작한 김에 제대로 몸을 만들어서 ‘바디 프로필’ 촬영도 하려고 열심히 준비하고 있어요. 뭔가 예전보다 조금 더 여유 있는 생활을 하는 것 같아서 정말 좋아요. 무엇보다 오로지 나만을 위한 목표가 생겼다는 게 기분 좋고요.
내 위치에서 삶을 안정적으로 살 수 있는 게 행복이라고 생각해요.
물론 제가 처한 상황이 억울하기도 하고 제가 제일 힘들다고 생각한 적도 있어요. 그런데 TV나 인터넷 뉴스를 보다 보면 저만 힘든 게 아니더라고요. 누가 봐도 저보다 힘든 분들이 많았어요. 저에게 힘든 일들이 일어났다고 해서 다른 사람이 안 힘든 것도 아니고 사람마다 힘든 것의 기준이 다르잖아요. 그렇기 때문에 각자 위치에서 각자의 삶을 안정적으로 살 수 있는 게 가장 기초적인 행복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그래서 요즘 행복해요.
평범하게 사는 게 행복 아닐까요?
삶 속에서 아무리 커다란 벽을 마주치더라도, 그 벽을 문으로 여기고 밀어보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상황을 탓하기보다는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으로 살아가는 것, 그것이 평범함에서 행복을 찾는 비밀일지 모릅니다.
인생에 임하는 태도에 대하여
“가치 있다고 생각하는 일에 몰입하는 기분은 생생히 살아서 숨쉬고 있다는 실감을 안겨준다. 그렇게 조금씩 걸어나가는 일, 건전한 욕심을 잃지 않는 일은 무척 소중하다. 결국 열심히 한 것들만이 끝까지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