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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민
싱어송라이터, 아티스트
오늘의 내가 마음에 들려면
저는 매우 변칙적인 사람이에요. 사고하는 방식도 모순 그 자체고. 음악 안에서도 어디로 튈지 모르게 방향을 틀어 불친절한 패턴을 만든다든지, 카메오 같은 녀석들을 이상한 타이밍에 넣어버린다든지 변종 같은 구석을 티 나게 표현하는 걸 좋아해요. 사람들을 놀라게 하는 걸 좋아한다고 해야 하나. 그래서 일할 때 정말 재미있어요. 물론, 예측할 수 없는 저의 이런 모습 때문에 함께 일하는 사람들은 조금 피곤하겠지만.
가수와 프로듀서 둘 다 애착이 많기 때문에 무엇 하나 우선적으로 선택하기는 어려워요. 순간순간에 집중하면서 노래하고, 노래 만드는 음악인. 어디로든 왔다 갔다, 스위치를 껐다 켰다 할 수 있는 아티스트이지 않나 생각해요.
어렸을 때부터 노래하는 걸 좋아했고 엄마는 저를 클래식 성악가로 키우고 싶어 했어요. 성악 자체는 재미있었지만 오래된 가곡을 그대로 따라 부르고, 경연하고, 발성에 대한 것만 심사를 받는 느낌이라 뭔가 답답하더라고요. 크리에이티브한 걸 좋아하는 저의 성격과는 잘 맞지 않았던 거죠. 50 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실용음악과가 있는 고등학교에 합격했고, 그걸로 엄마를 설득하기 시작했어요.
저는 생떼 부리는 걸 안 좋아해요. 특히 부모님한테는 철저하게 결과로 설득하는 게 필요한 것 같아요. 더 나은 선택을 하겠다는 용기와 사력을 다하는 모습, 더불어 결과를 보여주면 저라도 무조건 지지해 줄 것 같아요. 저는 제 인생을 설득시키기 위해 스스로를 완전히 버리다시피 혹독하게 연습했어요. 결국 원하는 대학에 수시 합격을 해낸 다음 서포트해 달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었고요.
처음 성악을 포기한다고 했을 때는 엄마랑 정말 많이 싸웠어요. 그런데 담대하게 해나가는 제 모습을 보고 엄마도 믿어 주셨고 지금은 누구보다 애정을 갖고 지켜봐 주시죠. 저보다도 이 씬에 대한 흐름을 더 잘 알고 계시니까요.
실용음악을 전공하기 위해서 지금은 하라고 해도 못 할 정도로 열심히 준비했는데, 막상 입학하고 나니 또다시 입시를 하는 느낌이었어요. 다시 경쟁하게 될 줄은 상상도 못 했거든요. 매일 무대 연주를 하고 평가를 받다 보니 무대 하나하나를 할 때마다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았어요. 내가 원했던 방향은 이런 게 아닌데. 조금만 실수해도 종일 기분 나빠하고, 친구들과 어울리지도 않고 부정적인 감정만 쌓이다 보니 음악에 대한 자세도 불량했어요.
2학년 때쯤인가, 한상원 밴드에서 잠깐 노래를 했는데 그때 드럼을 쳤던 김형균이란 사람이 있어요. 지금은 ‘불고기 디스코’ 밴드의 드러머인데, 진짜 음악인이죠. 무대를 즐기지 못하고 있는 저의 모습을 그 선배는 다 읽었던 것 같아요. 어느 날 저희 팀의 공연만 끝내고 집에 가려고 하는데, 딱 그러더라고요. “넌 다른 사람들 무대를 보지도 않는데, 그럼 네 무대는 누가 볼 것 같아?” 그 말이 너무 충격적이었어요. 그래서 지금도 웬만하면 다른 아티스트들의 공연을 다 봐요. 음악을 대하는 근본적인 자세도 아예 바뀌었고요.
그 선배에게 하나하나 다 기억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조언을 듣고 좋은 영향을 받으면서 성격도 많이 바뀌었어요. 그리고 바뀐 제 성격이 정말 마음에 들어요. 나를 좋아하게 되면서 음악과 가사에도 그런 부분이 녹진하게 녹아내려 있고.
나의 단점을 다른 사람에게 자신 있게 이야기할 수 있는 것, 그게 나를 좋아하는 거라 생각해요. 단점을 인정하고 누군가 앞에서 꺼내놓는다는 게 쉽지 않잖아요. 굉장한 용기를 내야 하는 일이고. 그렇기 때문에 내 단점을 말하는 행위 그 자체가 멋진 거고, 진정으로 나를 좋아하게 되는 방법인 것 같아요. 사람들은 완벽한 것보다는 부족한 점이 보일 때 더 큰 매력을 느끼거든요. 그래서 저는 평소 제 단점을 잘 얘기하는 편이에요. 단점을 드러냈을 때 누군가가 저를 도와주고 싶어 하는 그 느낌도 좋아하고요.
예전에는 사람 만나는 걸 좋아하다 보니 매일매일 시간이 부족한 게 고민이었어요. 지금은 아무래도 여러 사람을 자유롭게 만날 수 없다는 게 고민이에요. 인생의 콘텐츠가 고갈되는 느낌이랄까. 저는 누군가를 만나서 이야기를 듣는 걸 좋아해요. 그 사람의 시선에서 새로운 걸 경험할 수 있으니까요. 음악을 만드는 데도 도움이 되기 때문에 주변을 이루는 구성원들이 그만큼 소중해요.
직접 눈을 보고, 한 공간에서 복작복작하게 모여 이야기하던 기억 때문에 힘들기도 해요. 아티스트는 사람의 감정을 사용하고 그걸 적재적소에 잘 배치해서 맛있게 요리하는 사람인데, 그게 철저하게 차단되어버렸으니. 영감을 받을 수 있는 구석이 없는 지금이 고민이고, 아마 모두가 공감하는 부분이 아닐까요.
딱히 특별한 건 아니고, 주변인들에게 아무 이유 없이 무작위로 전화를 해요. 물리적으로 못 만나게 되니 그걸 유선으로 대체한 거죠. 아침에 눈 뜨자마자 전화해서 “뭐 하냐?”라고 한다든지, 커피 마시다가 불쑥 전화해서 “밥 먹었냐?”라고 한다든지. 어이없지만 소소한 대화를 나누려고 하는 행동이에요. 불시에 전화를 하기 때문에 의외의 상황에서 전화를 받는 사람도 있고, 기가 막힌 타이밍에 전화를 받게 되는 사람도 있어서 정말 재미있어요.
매우 적극적으로 찾는 편이에요. 최근 인생에 대한 선택과 집중을 집요하게 하다 보니 종종 힘에 부친다는 느낌이 들더라고요. 아무래도 밤을 새우고 오후 4~5시에 일어나는 패턴으로 6년 넘게 살다 보니 몸도 망가지고 정신도 예민해진 거겠죠. 계속 이러다간 좋은 소리를 만들어낼 수 없겠다 싶어서 잘 먹고 잘 자는 것, 이 두 가지부터 시작하기로 했어요.
최대한 규칙적으로 생활하려고 노력하면서 머무는 공간을 가꾸고 정돈하다 보니 그 과정에서 행복감이 느껴지던데요. 기분 전환도 되고. 요즘엔 요리에도 재미를 붙여서 손수 만들어 먹거나 지인들에게 음식을 나눠 주는 걸 즐기고 있어요.
그렇죠. 사소한 것에 감사하고 기뻐하는 마음을 잃지 않는 사람과 대화를 하다 보면 그 에너지가 고스란히 전달되거든요. 저 역시 그렇게 살기 위해 노력하고 있어요. 어디로 가야 할지, 어떻게 살아야 할지 잘 몰라서 항상 고민하기 때문에 그냥 1분 1초에 감사하려고 노력하면서요.
음악도 이제는 삶 안에 있는 것이라 생각해요. 내 삶 자체를 1순위에 두고, 작은 일상 그리고 가족과 다른 사람들을 사랑하면서 그렇게 음악을 하려고 해요.
고난을 뚫고 지나왔을 때 비로소 행복을 찾을 수 있어요. 불행과 행복은 떼어놓을 수 없는 애증 관계라서, 그 둘이 함께 간다고 인정하면 삶이 더 즐겁지 않을까요. 실수할 때도 있고 숨이 턱턱 막힐 만큼 고통스러울 때도 있지만, 지금 이 순간을 소중히 여기면 결국 행복으로 이어지는 것 같아요.
어찌 됐든 저는 지금의 제가 마음에 들고 제가 생각하는 이 방향성이 마음에 들기 때문에 앞으로도 지금처럼 매 순간을 충실히 즐기고, 모든 걸 궁금해하면서 살아가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