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OPLE

지칠 땐 잠시 바닥에 머물러 보세요

"잠시 쉬고 나를 가만히 두면 뭔가를 하고 싶다는 마음이 다시 올라와요.”

김유진 심리 스타트업 ‘마인드웨이’ 대표

김유진 님은 사람들의 마음을 돕는 심리 스타트업을 운영하는 대표입니다. 다른 이의 마음을 돌보는 방법을 고민하다 정작 자기 자신이 지칠 때도 있지요. 그럴 때는 잠시 바닥에 머물러 봅니다. 그럼 다시 무언가를 하고 싶은 마음이 올라오거든요. 누군가의 마음을 살리는 ‘의미’ 있는 일을 지속하기 위해, 그가 찾은 방법입니다.

김유진 님이 찾은

마음 성장의 세 가지 단서

•리더로서 겪는 문제를 동료에게 솔직하게 공유해요. 팀원들의 위로를 받으면 기분 전환이 되기도 하고, 동기부여가 되기도 해요.

 

• 지칠 땐 바닥에 머물러 있기도 해요. 불안한 마음에 나를 채찍질하지 않아도 괜찮아요. 에너지가 없는데 억지로 일어나면 오히려 다시 무너지기 쉽거든요.

 

• 마음이 힘들 때는 제대로, 잘 알아차려야 해요. ‘마음이 힘들다.’ ‘괴롭다.’ 같은 표현은 뭉뚱그린 표현이거든요. 더 깊은 생각을 들여보고 나의 감정과 행동에 대한 이유를 발견해야 해요.

“전문가가 만든 ‘마음 학습지’가 있다면

어디서든 쉽게 마음을

돌볼 수 있겠다고 생각했어요.”

심리 상담을 궁금해하는 사람은 많지만, 받는 사람은 적더라고요

심리 상담 학·석사를 전공하면서 주변에서 상담에 대한 질문을 많이 받았어요. 그런데 답변을 드리고 나중에 물어보면 실제로 상담을 받으러 간 경우는 드물었어요. 어떻게 하면 마음 돌봄의 문턱을 낮출 수 있을지를 고민하기 시작했고, 학습지라는 아이디어를 떠올렸어요. 전문가가 만든 ‘마음 학습지’ 가 있다면 어디서든 마음을 돌볼 수 있겠다고 생각했죠. 먼저 그 아이디어로 크라우드 펀딩에 도전했고, 지금은 ‘마인드웨이’라는 회사를 운영하면서 혼자서도 쉽게 마음을 돌볼 수 있는 ‘마음 여행 키트’를 만들고 있습니다.

“일은 혼자 하는 게 아니잖아요.

혼자 아등바등한다고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아요.”

창업가는 마음의 어려움을 겪기 쉬운 위치죠

사실 창업가는 마음의 어려움을 많이 겪는 것 같아요. 한 대표분에게 ‘주변 대표 중에 정신과 약을 안 먹는 사람이 없다.’라는 이야기를 들었을 정도예요. 일단 재정에 대한 압박이 심하고, 조직 문화에 대해서도 많이 고민하게 되는 것 같아요. 누군가의 마음을 돌보기 위해 일하고 있는데 정작 우리들이 힘들고 지쳐있다고 느껴지면 정신적으로 힘들더라고요.

 

내가 겪는 어려움을 팀원에게 솔직하게 말해요

제 경험에 비추어 보면 조직의 어려움, 리더로서 겪는 문제를 동료에게 솔직하게 공유하는 게 중요해요. 일은 혼자 하는 게 아니잖아요. 혼자 아등바등한다고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거든요. 팀원과 함께 해결의 돌파구를 찾고 마음을 공유하는 시간을 가지는 게 도움이 되었어요.

물론 저도 팀원들이 나에 대해, 회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지 신경 쓰여요. 이걸 말하면 팀원도 힘들어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말하지 않은 것도 있었고요. 그런데 막상 문제를 말해보니 팀원들이 저에게 너무 많은 위로와 지혜를 주었어요. ‘이런 부분은 함께 해결할 수 있을 것 같다.’ ‘유진 님이 가진 강점으로 우리가 함께 해결할 수 있을 거다.’ 이런 말들 덕분에 기분 전환이 되기도 하고, 동기부여가 되기도 해요.

마음 여행 키트

최악의 상황을 그리면, 최선의 대처가 나와요

물론 제가 한 의사 결정을 후회할 때도 있어요. 하지만 결과가 좋지 않더라도 빠르게 대처하면 된다고 생각해요. 무엇을 선택했든 충분히 고민한 뒤 결정한 것이니까요. 그리고 항상 최악의 시나리오를 그리는 편이에요. 그러면 결국 두 가지로 귀결돼요. ‘최악의 상황은 아니구나.’라고 안심하게 되거나, 최악의 상황을 피하고 싶은 마음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다양한 방법을 생각할 수 있어요.

 

그리고 최악의 상황이 오더라도 거기서 또 배우는 점이 있어요. 구독 서비스에 도전했다 실패했던 적이 있어요. 굉장히 좌절했죠. 비용과 인력 양면에서 많은 것을 투자했으니까요. 하지만 그 과정에서 얻은 것이 많았어요. 준비했던 제품들이 다른 곳에서 활용되기도 하고, 서비스 준비를 위해 함께 커뮤니케이션했던 과정이 다음 프로젝트에도 도움이 되더라고요. 그 상황을 실패로 규정짓는 대신, 하나의 과정이라고 생각하고 다음 단계로 나아가려 해요.

“잠시 쉬고 나를 가만히 두면

뭔가를 하고 싶다는 마음이 다시 올라와요.”

지칠 땐 바닥에 머무르는 것도 방법이에요

저는 ‘회복 탄력성’이 되게 좋은 편인데요. 바닥을 찍고 다시 튀어 오르기 위해 상황을 인정하고, 충분히 실패감을 맛보는 편이에요. 물론 일어나기 위해 스스로를 채찍질할 때도 있지만 잠깐 바닥에 머물러 있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하거든요. 몸과 마음이 에너지가 없다는 걸 알고 있는 상황에서 억지로 일어나면 다시 또 무너지기 쉬워요. 불안한 마음에 나를 채찍질하지 않아도 괜찮아요. 잠시 쉬고 나를 가만히 두면 뭔가를 하고 싶다는 마음이 다시 올라오더라고요.

 

생산적인 쉼은 사실 쉼이 아니라 일이에요

많은 연구에서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쉼이 가장 나쁜 쉼이라고 얘기해요. 처리할 정보가 많다 보니 휴식하는 게 아니라 계속 일을 시키는 과정이라는 거죠. 그게 아니더라도 최근에는 쉼조차도 생산적이어야 되고, 뭔가가 남기를 바라는 분이 많은 것 같아요. 사실 그건 쉼이 아니라 그냥 일을 두 번에 나눠 하는 거예요. 결과를 바라고 하는 것이 아니라, 과정 자체가 즐거운 휴식, 기쁘고 즐거워서 그 시간만이 기다려지는 휴식이 좋은 휴식이라고 생각해요. 저 같은 경우에는 북 카페 투어를 다니고 있어요. 낯선 공간에 놓였을 때의 즐거움도 있고, 북 카페마다 매력이 달라서 즐겁더라고요.

“‘마음이 힘들다’, ‘괴롭다’는 건

뭉뚱그린 표현이거든요.

더 깊은 생각을 들여다봐야 해요.”

마음이 힘들 때는 제대로, 잘 알아차려야 해요

마음이 힘들 때 먼저 해야 하는 일은 사실 내 마음이 힘들다는 것을 잘 알아차리는 거예요. ‘마음이 힘들다’, ‘괴롭다’ 이런 표현은 되게 뭉뚱그린 표현이거든요. 더 깊은 생각을 들여다봐야 해요. 마음이 불안한 것일 수도 있고, 두려운 걸 수도 있어요. 힘들다는 것을 깨달았다면 무엇 때문에 힘든지를 자문자답하면서, 나의 감정과 행동에 대한 이유를 발견하는 시간을 가지는 게 좋아요.

 

갑자기 올라오는 감정은 글로 옮겨요

마음을 잘 알아차리기 위해 ‘알아차림 일기’라는 것을 5년째 쓰고 있어요. 감정이 훅하고 올라왔을 때, 그 날것의 감정을 막 적는 거예요. 페이지 수도 신경 쓰지 않고 감정을 배출하듯 글을 써요. 그러고 나면 확실히 감정이 한풀 누그러지는 느낌이 들어요. 덕분에 엄한 데에 화내지 않게 되고요. 문제를 해결하는 실마리를 빠르게 찾을 수 있기도 해요.

l 마인드웨이 생일 파티 당시 받은 편지
l 마인드웨이 생일 파티 당시

“의미만 놓고 보면,

지금 제가 하는 일보다

더 좋은 일을 찾을 수 없을 거예요.”

제 일의 의미가 회사를 운영하는 동력이에요

스타트업 대표마다 동력이 다 다른 것 같아요. 누군가는 돈이 동력이고, 누군가는 명예 때문에 회사를 운영하기도 해요, 저는 ‘의미’가 가장 큰 동력이에요. 다른 일을 해서 더 큰돈을 벌 수도 있고, 더 좋은 환경에서 일할 수도 있을지도 모르지만, 의미만 놓고 보면 더 좋은 일을 찾을 수 없을 거예요. 저희가 하는 일은 누군가의 마음을 살리는, 굉장히 의미 있는 일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사람들의 응원이 큰 힘이 되었어요

작년 마인드웨이의 창업일에 생일 파티를 열었어요. 기획할 때만 해도 ‘진짜 사람들이 올까?’ 걱정을 많이 했어요. 그런데 오프라인 공간이 가득 찰 정도로 많은 분이 찾아주셨고, 선물과 편지를 많이 받았어요. 편지 중에서도 ‘아름다운 마음이 가득한 세상을 만드는 건 어려운 일이겠지만, 덕분에 내 세상은 되게 아름다워졌다.’, ‘고마워. 너도 아프지 말고 건강 잘 챙겨.’ 이런 문구가 기억에 남아요. 우리가 만든 제품이 누군가에게 닿고 있었다는 걸 실감했고, 큰 힘이 되었어요.

김유진 님의 ‘내 마음을 성장시켜 준 것들’

• 팀원들의 편지

팀원들이 갑자기 편지를 전해줄 때가 있어요. 저에게는 정말 보물 같아요. 편지를 읽다 보면 힘이 나고, 내가 더 잘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더라고요.

• 일기

일기를 쓰면서 하루를 또 정리하고, 내일 어떻게 할지에 대해 힘을 얻기도 해요. 반성할 부분은 반성하고요. 저에게는 되게 힐링이 되는 순간이에요.

• 여행

평소에는 계획적인 편이지만 즉흥적으로 여행을 떠나고 싶을 때가 있어요. 잠시 멈추고 싶을 때 바로 차를 끌고 나가서 훌쩍 떠나요. 자연 풍경도 구경하고, 책도 읽으면서 나를 치유해요.

회복 탄력성은 시련을 극복하려는 굳은 의지가 아니라, 일단 바닥까지 철저히 내려가 머물러 보는 것, 그렇게 힘든 내 감정을 그대로 알아주는 것에서부터 시작합니다. 힘들고 지칠 땐 자신에게 조금 시간을 주어 보세요. 그 시간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이 아니라, 다시 내 안의 동력이 차오르기를 기다리는 ‘생산적인’ 시간입니다.

아무리 깎아내려도 다치지 않는 단단함

"‘무서우니까 안 한다’ 가 아닌 ‘무섭지만 계속한다’ 인 거죠."

이소 에디터, 생활 검도인

기록은 미래의 나에게 보내는 다정한 안부

“기록이 진해질수록 허무함은 희미해져요”

김신지 에세이 작가

생의 벼랑 끝에서 내미는 손

삶과 죽음이라는 갈래에서, 두 번째 선택은 삶이 되길 응원합니다.

황은상 반포수난구조대 소방교

계획보다 중요한 건 회고예요

“늘 잘해야 하고, 성공해야 한다고 생각하면 나의 실수를 다시 되돌아볼 수 없어요.”

고은지 서점 <오키로북스> 기획자